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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관한 9가지 거짓말
마커스 버킹엄.애슐리 구달 지음, 이영래 그림 / 쌤앤파커스 / 2019년 11월
평점 :
학교 교육을 모두 마친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거쳐온 학교 시스템 혹은 교육 과정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되거나 학교 교육 전체에 대한 무용론을 가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학교라는 제도는 사실 개개인의 재능과 능력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한다기보다 그들이 속한 공동체에 적응하고 체제에 순응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데 역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학교는 개인의 자유를 일정 부분 제한함으로써 사회 구성원이 그들이 속한 공동체에 순응하는 법을 배우도록 하고, 구성원 각자는 좋든 싫든 공동체가 요구하는 기본적인 교과목을 학습하도록 요구받는다. 개인의 타고난 능력 혹은 좋아하는 분야만 개발하도록 무제한의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학교는 재미없거나 따분한 곳이 되고 만다.
성인이 된 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학창 시절에 배웠던 일에 대한 관념들은 하나 둘 거짓으로 판명되거나 진실과는 사뭇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예컨대 '최고의 계획은 성공이다', '최고의 인재는 다재다능한 사람이다', '사람들에게는 잠재력이 있다', '리더십은 중요한 것이다' 등과 같이 일과 결부된 관념들은 실상 현실에서 크게 벗어나 있음을 깨닫게 된다는 말이다. '강점 혁명'으로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 마커스 버킹엄과 애슐리 구달은 이와 같은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일에 관한 9가지 거짓말>을 썼다.
"이 책에는 9가지 거짓말이 나온다. 피카소에 따르면 "모든 창조 행위의 출발은 파괴"이므로 어떤 강하고 정교한 것을 만들기보다 먼저 각각의 거짓말을 해체하고(일련의 사소한 사례에만 적용하는 진실로 출발해 모든 사례에 적용하는 거짓말로 퍼져 나간 방식을 파악하고) 그 뒤에 숨은 더 광범위한 진실을 밝히는 방향을 택하고자 한다." (p.16 '시작하며' 중에서)
성실하게 출근한 직장인들 중 자신의 업무에 몰입하는 사람은 100명 중 15명뿐이라고 한다. ADT연구소가 전 세계 19개국 2만여 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85명은 자신의 업무를 설렁설렁 해치우거나 마지못해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이 그들의 의욕을 꺾고 몰입을 방해하는 걸까? <일에 관한 9가지 거짓말>은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해결책을 제시한다. 사실 이 책은 ADP 연구소의 '2018 세계 업무 몰입도 연구'의 통계조사 분석 결과, 우리가 이제껏 일에 관해 진실이라고 믿어온 수많은 것들이 다 거짓임이 드러났고, 그 논문은 그 현상과 원인을 적나라하게 분석해 경영계, 기업계에 큰 충격을 주었던 바, 그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쓰인 것이다.
"결국 오늘날 많은 회사가 그렇게 하듯 도급업자나 긱 워커를 팀에 더 빨리 진정성 있게 받아들일수록 그들의 업무 몰입도와 생산성은 높아지고 이직률은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물론 그 역도 참이다. 더 많은 기업이 전형적인 정규직을 긱 노동과 유사하게 만들수록, 즉 팀원이 더 유연성을 누리고 더 강한 주인의식을 갖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할 기회를 많이 줄수록 정규직의 업무 몰입도와 생산성은 높아지고 이직률은 낮아질 것이다." (p.333)
우리가 잘못 알고 있던 게 어디 일뿐이랴. 그저 습관처럼, 편견과 선입견으로, 대물림되듯 잘못된 지식을 대대로 학습함으로써, 혹은 과거에는 사실이었지만 지금은 달라진 까닭에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은 채 사실인 양 믿고 지내는 것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 산재해 있지 않을까. 정시 확대로 촉발된 교육의 공정성 문제만 보더라도 사실 정시냐 수시냐의 문제가 아니라 입시제도의 단순성이 확보된다면 편법이 끼어들 가능성도 줄고 어느 정도의 공정성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대학이 잠재력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려면 학과 교수들이 모여 지원 학생 각자를 심층 면접하면 된다. 그러나 수천, 수만 명의 지원 학생을 장시간에 걸쳐 심층적으로 면접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입시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차피 학부모 전체의 설문조사를 통해서 결론지어야 하지 않을까. 교사를 포함한 교육계는 적극 반대하겠지만. 어디 그뿐인가. 몇몇 학생들이 모여 조국 반대 시위를 했다고 해서 대학 전체가 반대하는 양 보도하는 언론의 행태에 의해서 우리는 거짓을 사실인 양 믿게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