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탐나는 심리학 50 - 프로이트에서 하워드 가드너까지 인간 탐색의 흐름과 그 핵심, 개정판
톰 버틀러 보던 지음, 이정은.김재경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현관을 나설 때마다 온 몸을 휘감던 눅눅한 습기가 사라지자 그것만으로도 왠지 외출이 기다려진다.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고, 생각지도 못한 좋은 인연을 만날 것만 같은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란 게 이토록 간사하다. 그렇게 보면 알다가도 모를 게 사람 마음이고 인간 심리가 아닐까. 10여 년 전 톰 버틀러 보던의 책 <내 인생의 탐나는 영혼의 책 50>을 감명 깊게 읽었는데 이번에는 심리학에 대한 책이 출간되었다기에 서둘러 읽었다. 그런데 이게 알고 보니 개정판이었다. <내 인생의 탐나는 영혼의 책 50>보다 1년쯤 전에 출간되었던 걸 나만 모르고 있었나 보다. 마침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도 불고 눅진하고 무겁기만 하던 습기도 한결 가벼워진 바람에 아무리 두꺼운 책도 손쉽게 읽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생각만큼 쉽지가 않았다. 심리학이라는 학문이 본디 쉽지가 않지만 말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50권의 책은 몇몇 중요한 저자들과 글들을 다루고 있을 뿐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이런 유형의 모든 컬렉션은 일면 독특하겠지만 심리학에서 다양한 분야와 하위 분야를 포괄적으로 다루기 위한 목소리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흥미를 끄는 몇 가지 심리적인 질문과 개념에 대한 기본적인 통찰, 그리고 인간 본성을 다루는 보다 더 큰 지식을 이 책에서 찾고 있다." (p.15 '들어가는 글' 중에서)

 

책에서 저자는 세계적으로 널리 읽히는 심리학 분야의 명저 50권을 선별하여 그 핵심내용을 뽑아 정리하였다. 1부 나는 왜 이렇게 행동하는가(인간의 본성과 동기에 감춰진 열쇠), 2부 기분을 바꾸면 행복이 보인다(행복과 정신 건강의 함수관계), 3부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자아와 성격이란 무엇인가), 4부 무의식을 깨워라(감춰진 지혜 혹은 능력), 5부 나는 왜 그 사람을 사랑하는가(인간관계의 비밀), 6부 뇌가 마음을 결정한다(뇌 과학의 진실), 7부 대화와 설득의 시대(21세기 창의성은 의사소통 능력이 좌우한다) 등 총 7부에 걸쳐 심리학의 흐름과 그 핵심 주제를 전하고 있다. 책의 마지막에는 심리학 공부에 도움이 될 만한 '또 다른 심리학의 명저 50'이 실려 있다.

 

책에 실린 심리학 명저 50권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1890년에 출간된 윌리엄 제임스의 <심리학의 원리>를 필두로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알프레드 아들러의 <아들러의 인간의 이해>,이반 파블로프의 <조건반사>,  에릭 호퍼의 <맹신자들>, 카를 융의 <원형과 무의식>, 빅터 프랭클의 <삶의 의미를 찾아서>,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하워드 가드너의 <지능이란 무엇인가>,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마틴 셀리그만의 <긍정심리학>, 스티븐 그로스의 <때로는 나도 미치고 싶다>, 수전 케인의 <콰이어트>, 마지막으로 2014년에 출간된 월터 미셸의 <마시멜로 테스트> 등으로 우리가 익히 들어보았거나 읽어본 적 있는 책들도 있고, 이게 왜 심리학 명저로 뽑혔을까 의심스러운 책도 있을 것이다.

 

"본래 샌프란시스코 부두에서 하역꾼으로 일했던 호퍼가 쓴『맹신자들』은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집단 활동의 힘을 비전문가적 시각에서 바라보며, 정신적 갈증을 느낀 사람이 과거의 자아를 벗어던지고 더 위대하고 숭고해 보이는 무언가를 추종하는 과정을 면밀히 추적한다." (p.93)

 

심리학에 대한 일반인들의 호기심과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심리학을 학문이 아닌 상식의 차원에서 접근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일견 긍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부정과 편법이 판을 치던 시기에 <정의란 무엇인가>가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처럼 말이다. 심리학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늘어나면 날수록 역설적이게도 사람들은 표정과 몸짓만으로는 도무지 상대방의 속내를 알 수 없고 그로 인하여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아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추론은 정신건강 혹은 뇌 과학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은 정신질환을 앓고 잇는 사람들이 많아졌음을, 행복과 내려놓음에 관심이 많아졌다는 것은 탐욕으로 인한 상대적 빈곤감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거론하는 심리학 명저 50권의 핵심내용은 물론 관련 인물과 연구 성과, 사회적 파장과 영향까지 두루 살피고 있는 까닭에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제임스의 자아이론은 개인주의 사회를 사는 현대인에게는 그리 특별한 학설이 아니다. 그러나 그가 이 글을 쓸 당시에는 사회조직이 훨씬 긴밀했으며, 개인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보다 개인이 사회 속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더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 따라서 당시로서는 제임스의 이론이 대단히 파격적인 주장이었다. 그가 정신생활의 과학으로 정의한 심리학은 개인의 뇌 안에서 벌어지는 개인적 생각과 감정을 다룬 것이지, 결코 일반적인 '인간 정신'을 다룬 것이 아니었다." (p.509)

 

나만 그런지는 몰라도 심리학에 관심을 두면 둘수록 더욱더 깊게 빠져드는 경향이 있다. 보이지 않는 어떤 대상을 연구한다는 게 어찌 보면 다소 황당할 수도 있겠다 싶지만 그만큼 확장 가능성도 크고, 인간의 호기심 역시 무한히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숫제 관심을 두지 않았을 때는 몰랐던 지적 욕구가 일단 심리학에 관심을 두는 순간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이다. 알면 알수록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 하는 분야가 심리학이다. 책의 말미에 또 다른 심리학 명저 50권의 목록을 첨가한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밖에는 초가을 햇살이 뜨겁게 내리쬐고 있다. 외출에 나선 사람들의 표정은 여전히 밝고 가볍다. 계절은 그렇게 조금씩 가벼워지고 있다. 해가 가면 갈수록 우리네 삶이 조금씩 가벼워지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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