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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면 어때요? 좋으면 그만이지
신소영 지음 / 놀 / 2019년 7월
평점 :
지난 토요일, 서울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지난해 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 자주 있는 일이다. 아들과 아내와 떨어져 주말부부로 지내긴 했지만 그래도 아내가 살아 있을 때에는 딱히 안부전화를 하지 않아도 잘 지내겠거니 크게 걱정하지 않던 사람들조차 요즘은 나로부터의 연락이 조금 뜸하다 싶으면 전화를 걸어오곤 한다. 아내가 떠난 후 나는 그렇게 주변 사람들의 걱정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물론 성인이 된 이후로 처음부터 쭉 독신의 삶을 이어왔던 건 아니지만 아무튼 대한민국에서 독신으로 산다는 건 꽤나 번거롭고 힘든 일임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아빠를 떠나보낸 지 이제 18년이 된 싱글 선배, 엄마. 나는 엄마를 닮고 싶다. 내가 가진 노년에 대한 희망은, 딸은 엄마를 닮는다는 말이 나에게도 적용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엄마가 꽃에 인사할 때마다 남사스러워 모른 척을 했는데 어느새 나도 따라 하고 있다. 그런 나를 볼 때마다 깜짝 놀라다가도 안심이 된다. 나이가 들수록 다정하고 유쾌한 엄마를 닮아가는 게 좋아서." (p.54)
신소영 작가의 <혼자 살면 어때요? 좋으면 그만이지>는 대한민국에서 비혼인 채 나이 든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는 얼마나 특별한 존재로 비치는지 깨닫게 된다. 결혼과 비혼은 단지 개인의 선택이거나 우연에 의한 결과일 뿐인데 비혼족을 마치 관습에 어긋나는 큰 죄를 저지른 사람인 양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되는 이유는 비혼보다는 결혼을 선택한 사람이 많아서일까 아니면 타인의 사생활에 관심이 많은, 좋게 말하자면 정이 많은 민족이기 때문일까.
잡지사에서 편집기자로 일하다가 우울증과 돌발성 난청으로 일을 그만두고 마흔한 살에 방송작가에 도전, 5년간 MBC 라디오에서 일하다 퇴사한 후 프리랜서 방송작가로 살아가고 있다는 신소영 작가는 현재 49살의 비혼족으로서 자신의 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고 한다. 어떤 소신에 의해 비혼을 선택한 사람도 있겠지만 내 주변에서 보면 세월에 의해 등 떠밀리거나 어쩌다 보니 비혼으로 굳어진 경우가 많다. 그러나 문제는 비혼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비혼인 채 잘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문제일 것이다. 작가도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처럼 보인다.
"종종 혼자 사는 삶이 만족스럽고 행복하다고 느끼기도 하지만 또 어떤 때는 혼자라는 사실에 사무치게 외롭고 고단해질 때도 있다. 그렇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싱글이라고 해서 늘 행복하고 신나는 것만은 아녜요."라고 솔직하게 말하기가 어려웠다. 그 말을 하는 순간, 처량한 여자가 되기 십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무언가를 배우고 있다, 어디 여행 다녀왔다, 이것저것 하면서 잘 지낸다, 등의 답으로 대신하곤 했다. 사실 그렇기도 하니까." (p.282)
책의 목차를 보면 작가가 독자들에게 말하려고 했던 바가 더욱 선명해질지도 모른다. 프롤로그에 이어 PART 1 나는 결혼 없이 산다, PART 2 나의 폐경을 충분히 애도하며, PART 3 보호자 없는 인생에서 진짜 필요한 것, PART 4 짝이 없어도 충분하다, PART 5 남은 삶을 근사하게 만드는 방법 그리고 에필로그가 이어진다. 비혼족이든 결혼을 한 사람이든 자신의 삶은 언제나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이다. 그게 비혼이라고 해서 달라질 리도 없다. 다만 노년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 조금 다르고, 자신의 건강은 스스로 돌봐야 한다는 게 다를지도 모른다.
내게 전화를 걸어왔던 친구는 고등학생, 대학생인 2명의 자식과 아내를 돌보느라 남은 건 빚밖에 없노라고 하소연을 했다. 그나마 나는 아들 하나만 돌보면 되니 자신에 비하면 부담이 좀 덜하지 않겠느냐고 하면서. 누구에게나 처음인 삶, 어느 게 덜하고 어느 게 더하다 비교한다는 게 있을 수 없지만 우리는 언제나 남의 손에 있는 떡이 제 손위에 있는 떡보다 더 커 보인다고 부러워하면서 평생을 살게 되는지도 모른다. 오늘은 71번째 맞는 제헌절,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에 의하면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되어 있다. 결혼한 사람이든 그렇지 아니한 사람이든 상관없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