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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 - 오프라 윈프리, 세기의 지성에게 삶의 길을 묻다
오프라 윈프리 지음, 노혜숙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6월
평점 :
굳이 어떤 방송매체를 보거나 들어야 한다면 TV보다는 라디오가 편하다. 그렇다고 라디오를 자주 듣는 열혈 청취자는 아니지만 라디오는 TV와는 다르게 종속되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 좋다. 라디오를 틀어놓은 상태에서는 책을 읽거나 방청소를 하는 등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제 할 일을 할 수 있지만 TV는 그럴 수가 없다. 하나의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꼼짝없이 자리를 지켜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일상에서 스마트폰을 습관적으로 매만지고 있을 때도 그런 느낌을 종종 받곤 하지만 말이다. 게다가 자신이 지나온 삶을 돌이켜볼 때 전체 삶 중에서 자신의 의지대로 살았던 게 과연 몇 퍼센트나 될지 생각하면 괜히 우울해지기도 한다. 라디오나 TV의 종속도 뿌리치지 못하는 인간이 운명으로부터의 자유를 성취한다는 건 어불성설이겠지만 이따금 그런 생각에 빠져들 때면 내가 마치 운명의 마리오네트가 된 느낌이랄까, 아무튼.
오프라 윈프리의 <위즈덤>을 읽는 사람이라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한 번쯤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오프라 윈프리 자신이 제작한 <슈퍼 소울 선데이> 프로그램에서 받았던 감동적인 영적 교훈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는 <위즈덤>은 영적 스승으로 불리는 틱낫한, 파울로 코엘료, 엘리자베스 길버트, 잭 켄필드, 하워드 슐츠 등 사회에서 존경받는 명사 80명이 오프라 윈프리와 이야기하며 풀어놓은 그들의 깨달음과 삶의 지침들을 빼곡히 기록한 책이다. 오프라 윈프리는 그들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 마음 깊이 와 닿았던 말들을 작은 노트에 기록했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책에 담았다고 한다.
오프라 윈프리가 뽑은 키워드는 '깨어 있음', '의도', '마음챙김', '영혼의 GPS', '자아', '용서', '내면에서 문이 열리다', '은총과 감사', '성취', '사랑과 연결'의 10개에 불과하지만 오프라 윈프리는 각각의 키워드에 적절한 명사들의 사상이나 깨우침을 담기 위해 꽤나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서 보인다. 그녀가 찍은 사진과 글의 조화를 무척이나 까다롭게 고려한 듯 사진에서 풍기는 느낌으로 인해 글을 읽었을 때의 감동이 배가 되는 듯하다.
"침묵도 기도가 될 수 있죠. 분노도 기도가 될 수 있습니다. 모두 기도입니다. 우리가 세상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 마음 깊은 곳에 있는 뭔가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진실을 말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기도입니다." (p.82 '앤 라모트')
삶의 지혜는 결국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떤 것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에 있는 것이지 새로운 것을 아는 데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삶에서 어떤 것을 실천하고자 할 때 그것은 신념이나 믿음을 전제로 하며, 처음 또는 그 과정에서 용기와 열정도 필요하며, 주변 사람들과의 조화를 위해 자아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사랑과 용서의 장으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실천은 삶의 전부이자 처음과 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삶을 충만하게 경험하기 위해서는 삶에 대해 중요한 질문을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책에 실린 지혜로운 말들은 우리 각자가 자신만의 영적 여행의 길을 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우쳐준다. 우리의 영혼은 우리 손의 지문처럼 유일무이하다." (p.257 '에필로그' 중에서)
오프라 윈프리는 우리 삶의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 왔던 것들을 명사들에게 묻고, 그에 대한 답을 자신이 했던 질문과 함께 10개의 키워드로 분류하여 묶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오프라 윈프리 역시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낸 까닭에 자신이 전하는 메시지를 독자들도 쉽게 깨달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것이 곧 '영성이 영성을 알라보고 공명'하는 순간이며 '궁극적인 '아하'의 순간'인 셈이다. 오프라 윈프리가 말하는 '공명'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의 탐구에 있어서는 더없이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시기와 장소, 배움의 대상이 정확히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지혜는 단지 머릿속의 지식으로 그칠 뿐 실생활에 필요한 지혜가 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많은 삶의 지침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 <위즈덤>과 같은 잠언집이기에 그 많은 깨우침을 모두 다 내 것으로 전환하는 데는 무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절반이면 어떻고, 단 하나의 깨우침인들 어떠랴. 마음에 와 닿지 않은 것은 다만 인연이 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생각하면 그만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