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읽는 부모는 아이를 창업가로 키운다 - 4차 산업형 인재로 키우는 스탠퍼드식 창업교육
이민정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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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아들의 중학교 졸업식에 참석했었다. 중학교 졸업은 초등학교의 졸업과는 또 달라서 고등학교라는 험난한 과정이 졸업생들의 앞에 놓인 탓인지 장난기가 묻어나는 순진한 표정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석별의 정을 나누던 8, 90년대의 숙연했던 분위기가 감돌았던 건 물론 아니다. 아이들이 직접 찍은 영상과 가수 뺨치는 노래와 춤 등 다채로운 레퍼토리로 꾸며진 졸업식은 시종일관 흥겨운 분위기였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가깝게 지내던 아들의 친구 몇몇의 부모님들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일단은 해방의 기쁨을 만끽하고 보자는 아이들의 왁자한 웃음소리와는 달리 부모님들은 이제부터가 고비라고 느껴서인지 표정은 내내 어두워 보였다.

 

며칠 전부터 읽기 시작했던 이민정 강사의 <미래를 읽는 부모는 아이를 창업가로 키운다>가 떠올랐다. 나도 이제 수험생 학부모가 되었구나, 하는 실감도 미약하게나마 느껴졌다. 대학 입시에 전력을 기울이는 우리나라의 입시 풍토는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는데 우리 주변을 둘러싼 과학기술의 발달과 이로 인한 유망 직업군의 변화는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자식을 둔 부모로서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할지 난감한 노릇이었다.

 

"한때 아이들을 남부럽지 않은 대학에 보내고 싶은 열망이 컸습니다. 아이들을 스카이에 진학시키는 것은 제게 노벨상보다 더 멋진 훈장처럼 보였고요. 거기다 제가 쌓아온 입시교육 커리어를 봤을 때 저는 누구보다 아이들을 잘 가르친다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제 뜻대로 된다면 아이의 학업은 탄탄대로를 가겠다는 확신도 있었습니다." (p.23)

 

입시전문가로 명성이 자자했던 저자가 두 딸을 SKY에 보내지 못했던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큰애는 하나고 진학에 최종 탈락하고 일반고에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던 반면 작은애는 특목고에 진학은 했으나 전통무용에 빠져 학업을 등한시했다. 이러한 난관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겪었던 특별한 경험이 없었더라면 딸들에게 재수, 삼수를 강요해서라도 SKY를 고집했을 거라고 저자는 고백한다. 그 특별했던 경험은 다름 아닌 명문대를 졸업한 제자들과의 만남이었다. 공부와 내신관리 외에는 딱히 할 줄 아는 게 없었던 아이들은 대학을 졸업한 후에서야 비로소 자신들의 진면목을 깨달았던 것이다. "할 줄 아는 게 없어요."라는 고백은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라고 저자는 파악했다. 저자는 정작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성적관리보다 창의력, 자생력, 소통력, 문제 해결 능력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기성세대는 자신들이 성장했던 과거 시대를 기준으로 아이들을 교육시키려 든다. 예컨대 판, 검사나 의사, 공무원, 선생님 등 과거에 잘나갔거나 지금 현재 으뜸으로 치는 직업을 고집할 뿐이다. 미래를 예측한다는 건 쉽지도 않을뿐더러 그만큼 위험성도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변화의 주지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 요즘, 아이들이 성장하여 사회에 진출할 때쯤이면 그런 직업군은 아마도 사양산업이 되었거나 인기가 시들한 직업으로 전락했을지도 모른다. <미래를 읽는 부모는 아이를 창업가로 키운다>는 모든 아이들이 창업가가 되라고 권장하는 책은 아니다. 다만 스탠퍼드식 창업 교육을 한국에 접목함으로써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하고 인생에서 마주치는 어려움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한다.

 

"성적으로 아이를 압박하면 무기력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무기력한 학생만큼 무서운 것이 없습니다. 창업교육은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개인에게 내재된 것 또는 개인이 타고나는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누구나 학습하면 도전 의식이 높아진다는 것을 실천하는 교육입니다. 아이의 진로에 창업교육을 넣으면 아이의 미래가 바뀔 수 있습니다." (p.234)

 

스탠퍼드에서 가장 인기가 있다는 디스쿨(D School)의 교육과정을 국내 교육환경에 맞춰 연구 개발한 교육 프로그램, 스탠퍼드식 창업교육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는, 덩치만 큰 '어른 아이'를 양성하던 기존의 교육방식을 탈피하여 좀 더 넓은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말하자면 스탠퍼드식 창업교육은 인식의 지평을 확대하는 작업이기도 한 셈이다.

 

"저를 매료시켰던 스탠퍼드 창업교육은 학생들의 생각을 바꾸는 경험을 구체적으로 제시합니다. 수많은 자기계발서와 자녀 교육서는 사고가 전환되는 원리만 알려주고,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스탠퍼드는 어떻게 해야 생각을 바꿀 수 있는지 정확하게 알려줍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알려주는 대로 하면 많은 변화가 나타납니다." (p.249)

 

우리는 어쩌면 아이들의 미래를 진심으로 걱정하기보다 아이들의 성적을 관리함으로써 자신의 부와 권력을 내보이거나 체면을 유지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는 사이에 아이들은 무기력한 인생관을 물려받고 그야말로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어른아이'로 평생을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과감히 도전하고 끊임없이 해결책을 찾는 자생력을 길러주는 게 우리 기성세대의 역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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