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드 모파상의 단편은 때로 에세이나 수기처럼 읽힌다.
전형적인 소설의 구성을 따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고 여러 번 읽어보아도 특별한 사건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도 그렇다. 게다가 기 드 모파상의
화려하고 감각적인 문장 구사력에 현혹되어 굳이 장르를 구분해야 할 필요성을 찾지 못하는 것도 한 이유가 될지 모른다. 작품 활동을 했던 십 년
남짓의 길지 않은 시간 동안 100여 편의 시평과 6편의 장편소설, 300편 이상의 단편소설을 썼던 그였지만 기 드 모파상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유전적 요인에 의한 신경증, 심장질환, 매독, 간질환, 소화기 장애, 장출혈, 만성 두통, 류머티즘과 안질환에 시달리다가 결국에는 실명
상태에서 정신병으로 사망했으니 그런 상태에서 후세에 남길 만한 수작들을 쏟아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밤:악몽>을 발표할 무렵
그는 인간 정신을 지배하는 광기와 환각을 집요하게 탐구했던 시기라고 한다. 소설을 읽는 독자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그런 의식의 흐름을 자연스레
느끼게 된다.
"하지만 뉘엿뉘엿 해가 지면 막연한 기쁨이 밀려들어 온몸으로 퍼져나간다. 나는 깨어나고 활기를
되찾는다. 어둠이 확산될수록 전혀 다른 사람, 더 젊고 더 기운차고 더 날렵하고 더 행복한 사람으로 변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거대하고 감미로운 어둠을 바라본다. 차츰 짙어가는 어둠이 손으로 잡을 수도, 헤치고 들어갈 수도 없는 파도처럼 도시를 집어삼킨다. 색깔과
형태를 감추거나 지우고 파괴한다. 집과 사람과 건물들을 보이지 않는 손길로 감싸안는다. 그러면 나는 부엉이처럼 기쁨에 들떠 울부짖으며 고양이처럼
지붕 위를 달려가고 싶어진다. 내 혈관 속에서 억누를 수 없는 맹렬한 사랑의 욕망이 점화된다."
(p.9)
소설에서 화자인
'나'는 그날도 가스등과 별빛이 가득한 파리의 대로변을 거닐며 북적북적한 카페를 관찰하고, 샹들리에 불빛이 휘황찬란한 극장도 들어가보고, 개선문
앞에 서서 밤하늘을 바라보며 몽상에 잠기기도 한다. 걷고 싶은 욕구에 부추겨진 나는 바스티유까지 걷게 되고, 문득 이토록 캄캄한 밤을 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가스등이 꺼진 어둠 속에서 '나'는 공포감에 사로잡혀 시간 감각이 흐려진다. '나'는 활기를 느낄 수 있는 시장으로
가보자고 생각한다. 레알 시장은 텅 비고 아무 움직임 없이 버려진 채 죽어 있었다. 도시는 침묵과 어둠 속에 갇혀 있고, '나'의 회중시계마저
멈춘 순간 센 강변에 다다른 '나'는 여전히 센 강이 흐르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계단을 찾아 강으로 내려간 '나'는 강물이 흐르고 있음을
확인하며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다.
어이없게도 인간의
호기심과 열정은 공포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그에 비례하여 실체를 확인하고 싶은 욕망 또한 증가하도록 부추긴다. 그러므로 공포는 사람들의 생명을 기반으로 세력을 키워간다고 말할
수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나' 역시 밤의 실체를 확인하고 싶어하는 강한 욕구와 밤에 대한 공포를 동시에 드러낸다. '우리가 열렬히 사랑하는 것은
결국 우리를 죽음으로 이끄는 법'이라고 작가는 경고한다. 익스트림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이 스포츠를 즐기는 도중에 생을 마감하는 것처럼. 실체도 없는 공포, 그것으로 인해 우리는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되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