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 -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는 심리 수업
테리 앱터 지음, 최윤영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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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지역 공동체 내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과거와는 달리 다양한 이유로 이사를 반복하게 되는 현대인들은 과거의 우리 선조들에 비해 정신건강의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도저히 벗어날 수 없다는 체념과 좌절 속에 있는 개인은 타인의 일시적인 비난쯤이야 가볍고 대수롭지 않은 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에게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는 현대 사회에서 개인은 타인의 비난을 수용하기보다는 반발하거나 회피하게 된다. 그러므로 개인이 타인의 비난을 경험하는 횟수는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줄었지만 상대적으로 비난에 대한 적응 능력 또한 떨어진 게 사실이다.

 

"매일매일의 일상 속에서 우리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끊임없이 누군가를 판단하며, 나 역시 다른 사람의 판단에 주목한다. 그 사실을 진정 깨닫고 나면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을 조절하고 다른 사람의 견해를 수용하며, 나 그리고 다른 사람에 대한 강력하고 혼란스러운 반응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p.19)

 

30년 이상 칭찬과 비난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며 건강한 인간관계의 비밀을 파헤쳐 온 테리 앱터의 저서 <나를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는 우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칭찬과 비난에 잘 대처하고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1장 '그냥 보는 눈은 없다, 판단하는 눈만 있을 뿐', 2장 '칭찬 : 괜찮은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망', 3장 '비난 : 나는 너에게 거부당하고 싶지 않다', 4장 '가족 : 자존감의 크기가 결정되는 곳', 5장 '우정 : 무리에서 배제되지 않기 위한 투쟁', 6장 '부부 : 항상 나를 존중하고 있음을 표현해 줘', 7장 '직장 : 한정된 칭찬을 두고 벌이는 경쟁', 8장 '소셜 미디어 : 내면을 피폐하게 하는 끝없는 비교', 9장 '두려움 없이 관계를 맺고 어울려 살아가는 법'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저자는 현대인이 관계를 맺고 있는 다양한 관계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나는 판단이 역동적이고 활력 있는 대인 관계 형성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무조건 억누르기보다는 자신의 판단을 충분히 이해하고 끊임없이 성찰해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우리가 판단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와 시간, 감정을 쏟는지 보면서, 또 자신의 판단은 늘 공정하고 균형적이길 바라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판단이 각종 편견과 단순화에 얼마나 취약한지 다시 한 번 깨닫는다." (p.328)

 

내가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지역 공동체에서의 발언권은 나이가 많거나 지위가 높은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일종의 특권과 같은 것이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공동체의 구성원에 대한 판단 또한 그들의 몫이었다. 그러므로 나이가 어리거나 지위가 낮은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부당한 비난에도 일일이 저항할 수 없었다. 이와 같이 비난에 저항할 수 없도록 옥죄는 방식은 횟수가 거듭될수록 비난에 무감각해지게 되는 반면 자신의 삶에서조차 의욕을 잃고 무기력해지게 된다.

 

두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 세계 최고의 인재를 가르치는 교육자로서, 논문과 연구결과로 평가받는 학자로서 누구보다 칭찬에 대한 인간의 강한 집착을 잘 알고 있는 저자는 자신 또한 타인의 시선에 삶이 흔들렸던 적이 있다고 고백한다. 사실 그런 경험은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타인의 시선 속에서 중심을 잡고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SNS의 발달로 대면하지 않는 곳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까지 감당해야 하는 현대인들은 타인의 판단에 더욱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태어나자마자 우리는 마주하는 모든 것을 탐색하고 판단한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의 판단도 경험하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과 주고받는 칭찬과 비난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우리의 정체성과 행동, 관계가 형성된다. 이러한 판단은 우리의 깊은 욕구와 소망에 기인한다. 내면의 판단 장치에 귀를 기울이면서 필요에 따라 자신의 판단을 수정하는 것은 우리가 평생 동안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과제다. 우리의 판단을 끊임없이 점검하면서 수정하는 일은 때로 지치고 힘들지만 상당한 보수가 따르는 것은 물론 아주 신나는 일이기도 하다. 동시에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최선의 방법이다." (p.331)

 

타인의 판단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타인의 선한 판단, 즉 타인의 칭찬을 평생 동안 갈구하며 살아가게 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타인의 칭찬을 받아내는 일은 오히려 쉬울 수도 있다. 정작 어려운 것은 나 자신으로부터 인정받고 칭찬을 듣는 일이다. 나는 나 자신을 속일 수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에 대해 '나는 정말 대단하구나!' 매일 감탄할 수 있다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죽는 날까지 괴로워만 할 게 아니라 '세상천지에 나만한 사람이 없구나!' 늘 감탄하면서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자인 테리 앱터는 다양한 사람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책을 읽는 게 마치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법정스님도 끊기 어렵다고 하셨는데 나와 같은 보통 사람들은 오죽하랴. 타인의 판단에 초연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크게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만의 기준을 세우는 일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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