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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서 행복을 만드는 것들 - 인생의 진짜 목표를 찾고 사랑하는 법
하노 벡.알로이스 프린츠 지음, 배명자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에게 먹고사는 문제만큼 직접적이면서도 절실한 게 또 있을까요.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도 있듯이 아무리 좋고 아름다운 것들도 일차적으로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눈에 들어오지 않는 법이지요. 그러므로 우리가 행복을 논함에 있어 가장 근간으로 삼아야 할 것은 역시 경제력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경제학과 행복을 함께 논할 때에는 항상 둘 사이의 이율배반적인 명제가 따라붙게 됩니다. 자본주의 경제 체제는 인간의 이기심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저녁 식사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이나 제빵업자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다. 그들의 이기심 때문이다.'라고 썼던 애덤 스미스의 말을 빌릴 것도 없이 자본주의 발전의 원동력은 사회 구성원의 이기심이 절대적입니다. 그러나 행복과 이기심은 왠지 물과 기름처럼 층이 분리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형이상학과 형이하학처럼 말이지요.
독일의 유명한 스타 경제학자 하노 벡과 뮌스터대학 경제학 교수 알로이스 프린츠가 쓴 <내 안에서 행복을 만드는 것들>은 경제학의 관점에서 '경제가 인간의 행복과 만족감에 어떤 공헌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인 동시에 그동안 행복을 연구했던 여러 학자가 무엇을 발견했는지, 고대 철학자의 깨달음, 신앙, 신념이 실증적이고 객관적으로 검증될 수 있을지, 그렇다면 이런 결과들이 일반화되는 게 가능할지 저자는 다양한 방식으로 살펴보고 있습니다.
"경제학자로서 내가 나 자신을 이해하는데 던진 매우 중요한 질문은 이랬다. "우리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소를 가장 잘 결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삶의 다양한 관점을 '한계선'에서(경제용어로 '마지노선'에서) 비교하는 것이 행복의 기술 아닐까?" (p.8)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행복의 기원을 살펴보는 제1부 '무엇이 인생을 결정하는가', 행복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분야의 고찰을 다루는 제2부 '어떻게 불확실한 세상을 헤쳐 나갈 것인가', 사회가 구성원의 행복에 미치는 영향과 개인이 행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직면하게 되는 난관들을 살펴보는 제3부 '왜 우리는 타인의 인생을 사는가'의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리 인간은 행복할 수 있는 길이 그렇게 많은데 그 길을 가지 않고 오히려 불행하게 하는 길을 가는 경우가 많다. 과일 대신 기름기 많은 패스트푸드를 더 좋아하고 더 자주 먹는다. 운동을 하는 대신 텔레비전 앞에서 하루를 빈둥댄다. 행복하려면 정확히 그 반대로 해야 한다고 그렇게 강조하는데도 말이다." (p.250~p.251)
묘하게도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를 떠올렸습니다. 그가 했던 명언 'Life is C between B and D'라는 말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을 줄 압니다. 네, 그렇습니다. 인생은 탄생(B:birth)에서 죽음(D:death)에 이를 때까지 끝없는 선택(C:choice)의 과정이라는 의미이지요. 잘난 체하려는 건 아니지만 사르트르의 명언 중에는 "타인은 지옥이다.(Hell is other people)", "인간은 자유롭도록 저주받았다."와 같은 말도 있습니다. 저자도 이와 비슷한 말을 쓰고 있습니다. '선택권을 가진 자는 고통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고 말이지요.
사르트르의 통찰처럼 우리 인간은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스스로 선택하지는 않았지만 그게 싫다고 하여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그 선택에 대한 무한 책임, 그리고 내가 아닌 타인의 삶에 자신의 삶을 견주거나 타인의 시선에 의해 자신이 규정되고 평가되는 현실은 그야말로 지옥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게다가 정보화 사회에서의 개인은 타인의 시선을 무시하기도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돈과 지위에 의해 평가되고, 개인의 소비 역량에 의해 행복과 불행이 갈린다면 삶의 가치는 그야말로 허무 그 자체가 아닐까 싶습니다. 행복을 구성하는 변수는 너무도 다양하여 모든 사람을 아우르는 객관적인 모델을 제시할 수는 없을 듯합니다. 그러나 자신만의 행복 모델을 찾기 위해서 우리는 타인이 아닌 자신의 내면을 응시해야 하겠지요. 타인은 지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