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의 진실 - EBS 다큐프라임_교육대기획
EBS 다큐프라임 「대학 입시의 진실」 제작팀 지음 / 다산에듀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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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도 참 지지리도 없지 아들은 지금 중3, 새로 마련될 2022학년도 대학 입시제도 개편안에 따라 대입시를 치르게 된다. 그러다 보니 입시 개편안이 매스컴에 나올 때마다 부모 된 자로서 특별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오늘도 나는 국가 교육회의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위원회에서 어제 발표한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시나리오' 4가지 방안을 여러 번 되풀이해서 읽어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읽어봐도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날지 잘 모르겠다. 게다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학생부의 기재 방식이나 각 대학별 수시 전형의 복잡성을 어떻게 손볼 것인지는 밝히지도 않은 상태이니 중3 자녀를 둔 학부모로서 걱정이 앞선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이것은 마치 곧 경기에 나설 선수들에게 적용될 규칙도 채 마련하지 못한 꼴이니 교육부의 나태한 행정에 불만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읽게 된 책이 <대학 입시의 진실>이다. 2017년 5월에 방송된 EBS 다큐프라임 교육대기획 '대학 입시의 진실'을 책으로 엮은 것인데 유튜브 조회수 100만 뷰를 기록하는 등 방송 역시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화제를 모았던 것으로 안다. 그도 그럴 것이 기획을 시작한 후, 총 1년 6개월의 제작 기간이 소요됐을 뿐 아니라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3만 8천 명 교사, 학생, 학부모 설문 조사를 통해 입시 현장의 불편한 진실을 파헤쳤다. 1부 '학생부의 두께', 2부 '복잡성의 함정', 3부 '엄마들의 대리전쟁', 4부 '진짜 인재', 5부 '교육 불평등 연대기', 6부 '대학 입시, 불편한 진실을 넘어서'의 총 6부작으로 제작되었던 방송은 같은 제목으로 고스란히 책에 담겼다.

 

"현재 대학 입시 당락을 좌우하는 학생부는 더 이상 학생 본인의 노력에 달린 게 아니다. 학생부의 양과 질을 결정하는 건 부모의 배경과 소득, 그리고 투자다. 그렇게 만들어진 학생부가 학생을 선발하는 중요한 평가 자료로 활용되는 것이 현 대학 입시 제도의 민낯이다." (p.328)

 

교과 영역뿐 아니라 비교과 영역에서 학생의 다양한 재능도 두루 평가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된 학생부 종합전형은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교육 정책을 총괄하는 교육부와 교사들의 논리는 한결같았다. 인공 지능,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모바일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경제·사회 전반에 융합되어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4차 산업혁명의 시기에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서는 단순 암기력을 테스트하는 과거의 선발 방식으로는 맞지 않다는 게 그들의 논리였다. 그러나 도입 배경이나 취지와는 달리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노력과 능력에 근거한 공정한 선발은 사실상 물 건너가고 말았다. 말하자면 지역이나 빈부, 부모의 직업에 따라 교육격차가 발생하고 부모의 금전적 투자에 따라 학생의 능력은 마구 부풀려졌다고 봐야 한다. 돈과 정보력에 의해 억지로 만들어진 인재가 4차 산업혁명에 적합한 인재인지는 잘 모르겠다.

 

"오롯이 노력만으로 신분 상승의 사다리가 되어 주었던 교육은 오늘날에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상위 계층의 부를 대물림하기 위한 수단이 되었다. 노력만으로는 희망을 찾기 힘든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p.342)

 

우리나라의 사교육 1번지 강남 3구는 부산 인구의 절반도 되지 않지만 서울대생을 더 많이 배출하는 현실, 부모의 정보력과 경제력이 자녀의 대학을 결정하는 이 현실이 과연 정상적인 사회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 사람의 능력이 출신 대학에 의해 평가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훌륭한 인재를 선발한다는 명목 하에 입시의 공정성을 무참히 짓밟는다면 나는 그 제도가 좋다고는 결코 말하지 못하겠다. 입시에서 공정성보다 더 큰 가치가 과연 있을까? 학부모, 학생, 교사 모두 정시가 가장 공정하다고 말하고 있음에도 수시 선발 비중을 매년 늘려왔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교육부, 자녀 교육에 투자할 여력이 충분한 소수의 상위 계층, 학생들의 수능 성적이 곧 자신의 역량으로 평가되는 것을 꺼리는 교사들 어쩌면 그들의 이해가 합쳐져 학생부 종합전형이라는 입시 괴물을 탄생시킨 건 아닌지... 입시전형이 복잡할수록 부정한 수단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늘어난다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는 터,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나와 내 가족만 잘 살면 된다'는 이기심이 우리 사회의 유일한 계층 사다리인 교육을 고사 직전으로 몰고 가고 있다. 계급사회로의 이러한 퇴행이 현 정부에서 하루빨리 고쳐지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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