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끝나고 나는 더 좋아졌다
디제이 아오이 지음, 김윤경 옮김 / 놀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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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실연은 더없이 아픈 경험이다. 그 상처는 깊고, 치유의 시간은 길고 더디게 흐른다. 아무한테도 털어놓고 싶지 않은 추억들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뭉근하게 발효되는 동안 나의 시간과 외부의 시간은 다른 속도로 흘러간다. 나는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채 스스로의 감옥에 수감된다. 허기진 시간들이 흔적도 없이 스쳐 지나가는 동안 아물 것 같지 않던 상처에도 조금씩 새살이 돋는다. 되살아난 의지가 푸른빛으로 단단해질 때까지 추억은 더러 잊히고 또 더러는 제 위치를 찾아 갈무리된다.

 

디제이 아오이의 <사랑이 끝나고 나는 더 좋아졌다>에는 실연의 터널을 현명하게 통과하는 방법에 대한 알찬 글들이 실려 있다. 일본에서 35만 명의 SNS 구독자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저자의 명성에 걸맞게 헛된 위로나 무의미한 말잔치로 그치지 않고 홀로 남겨진 사람들의 정신이 번쩍 들도록 하는 실용적인 조언들로 가득하다.

 

"이별을 말한 사람이 되도록 상대에게 상처 주지 않으려고 상냥한 거짓말을 하는 마음도 이해는 가지만, 배려랍시고 내뱉은 그 말은 오히려 상대를 상처에 오래 시달리게 만듭니다. 배려 깊은 거짓말보다 현실은 훨씬 혹독합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게 진정 성숙한 이별 통보입니다. 헤어진 후에는 남남으로 돌아서는 게 우선이에요." (p.27)

 

실연의 상처에 오래 시달리는 까닭은 과거의 연인에 대한 기대와 미련을 놓지 못하는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실연에 봉착한 사람들은 대개 직전에 헤어진 연인이야말로 자신에게는 가장 잘 어울리는, 세상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최상의 연인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런 믿음이 어찌나 확고한지 새로운 연애 같은 건 다시는 하지 못할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과거의 행복했던 순간으로 되돌아 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마저 희미해질 때쯤이면 헤어진 연인의 진짜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나곤 한다. 그것이 현실이다.

 

"실연의 괴로움에 문득 눈을 뜨는 경험은 누구나 할 텐데요. 그건 그의 현재 모습이 비로소 뚜렷이 보이는 때예요. 이 사람은 더 이상 내가 사랑하던 그가 아니라는 현실이요. 오늘을 살지 않으면 현재는 보이지 않아요. 과거에 살기를 멈춰야 드디어 현재에 눈뜰 수 있습니다." (p.111)

 

실연의 괴로움을 떨쳐버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어쩌면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인지적 오류를 해결하는 인지행동치료에서 취하는 것처럼 거울을 보듯 가만히 지나간 시간들과 감정을 바라보고, 아픔을 소화시킬 수 있을 때까지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라고 저자는 권한다. 자신의 마음을 관찰한다는 건 나의 감정을 타자화하는 일이다. 일정한 거리를 둠으로써 지금 겪고 있는 괴로움의 실체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다분히 불교적이기도 한 이 방법은 생각보다 효과가 좋다.

 

"연애에 대한 기대와 미련을 버리고 혼자서도 잘 생활해나가겠다는 다짐을 했을 때 비로소 연애로부터 진정한 홀로서기가 가능해집니다. 연애에서 나만의 자리를 찾지 못하면 자립적인 연애를 할 수 없어요. 상대방을 좋아하는 자신의 모습이 싫어졌다면 그 연애는 이미 끝난 겁니다." (p.191)

 

살아가는 한 사랑의 감정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런 마음과 마음이 만나 연인이 되고 진득하지 못한 마음들은 또 그렇게 이별을 한다. 언제 그랬냐는 듯 천연덕스럽게 말이다. 그러나 이별을 통보하는 쪽이나 받아들이는 쪽이나 실연은 결코 유쾌한 경험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종종 이별을 하고, 한동안 슬픔에 빠져 허우적대다가도 어느 날이면 또 툭툭 털고 일어나 마음을 추스르곤 한다. 그런 일련의 과정이 어디 연애에만 국한된 일이랴. 큰 틀에서 보면 우리네 삶이 그런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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