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진화 - 최초의 언어를 찾아서
크리스틴 케닐리 지음, 전소영 옮김 / 알마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처음 언어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한 사람은 갈릴레오였다. 그는 24개의 자음과 모음으로 한정된 알파벳만으로 무한한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챘던 것이다(촘스키 사상의 향연 p167). 실제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자음과 모음, 기껏해봐야 24개의 조각들이 단어를 만들고 문장을 만들어 표현하는 것이다. 그 조각 모음은 실로 놀라운 무한 표현력을 발휘하면서 우리를 동물과 다른 개체로 구분지어졌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늘상 우리가 말하고 쓰는 언어에 대한 중요성을 자각하지 못한다. 만약 언어가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우리의 표현 수단은 몸짓 언어와 그림 언어로 대체될 것이고 아무래도 표현 능력은 한정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인류 발전은 꿈도 못 꾼 채, 어느 숲 속 나무줄기에서 늘어지게 낮잠자는 삶에 만족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사실 그런 일상도 나쁜 것도 아니지! 하지만 그 재미난 책을 못 읽어!). 그렇다면 언어는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이 책은 그 언어의 기원을 말하고 있다.  

 

현재 우리의 언어학은 촘스키의 생성문법론이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언어학에서는 대세이다. 그런데 지금 촘스키의 생성문법론을 반격하는 또 다른 언어론이 등장하며 서로 언어학의 새 지형 판도를 짜려고 시도하고 있다. 촘스키의 생성문법론은 인간은 누구나 언어문법을 타고 났다고 생각 한다. 그래서 우리가 만 두돌이 지나면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이런 생성문법론에 반격을 가하는 사람이 스티븐 핑커와 폴 블롬 그리고 촘스키의 한 때 제자였던 필립 리버만이다. 새로 등장한 핑커와 블롬, 그리고 리버만의 언어학도 진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촘스키의 진화론적 언어와 다른 점은 촘스키의 생성문법론은 굴드의 진화론적 관점에서 서 있다는 것이다. 언어를 인간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갑작스레 생긴 부산물로 본 것이다. 반면에 핑커와 블룸은 언어가 순차적으로 진화했다고 보는 도킨스의 적응주의 관점에서 보았다는 점이다. 그들은 언어는 본질적으로 순차적이라고 생각한다. 순차적 의사 소통의 기초 단위는 명사와 동사, 그리고 이들을 하나로 엮을 때 사용하는 구조와 소리의 규칙이라고 본 것이다. 그리고 리버만은 우리의 뇌 속에 언어를 담당하는 기관이 따로 존재한다고 보는데, 퍼그슨씨병이나 뇌를 다친 사람들의 임상실험에서 그는 우리의 뇌 속의 기저핵이 언어를 담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개인적으로 촘스키의 생성문법론이나 핑커의 순차적인 언어론에 대해 어떤 이론이 맞다, 안 맞다 할 능력은 없지만 아이들을 키우면서 관찰한 결과 촘스키의 생성문법론도 그리고 순차적인 언어론도 다 일리는 있다고 본다. 아이를 기관에 맡기느니 그 돈으로 책 사자! 주의여서 아이들과 있는 시간이 다른 엄마들과 많았던 나로서는 아이들의 언어를 자세히 관찰 해 볼 기회가 많았다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은 태어나면 목을 가누고, 뒤집고, 기고, 앉고,서고, 걷고 순차적으로 누구한테 배우지도 않는데 본능적으로 한다.

 

그리고 언어를 하는 데 있어서 정말이지 촘스키의 생성문법론을 지지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이들은 한살 무렵부터 엄마라는 한단어를 시작해 불과 몇 달 사이에 신기하게도 문법적으로 체계를 갖춘 언어를 말한다. 빠른 아이들은 두 돌이 되기도 전에 어른을 능가하는 말들을 한다. 말이 늦는 아이들은 몇년동안 말을 하지 않다가 갑작스레 말문이 터지면 완벽하게 문법적으로 맞는 말들을 쏟아낸다. 그러다가 점차 자라면서 순차적으로 언어의 단순한 의미에서 추상적인 사고의 언어가 가능해 진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세심한 리스닝의 세계가 열려 있다고 보는데, 이 책의 저자에게서 그런 추론을 확신할 수 있었다. "아기는 부모의 언어를 배우면서 자신이 노출된 언어에 맞게 소리의 레퍼토리를 조정한다. 그들은 모국어의 소리뿐만 아니라 전형적인 억양패턴도 구사하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커가면서 다재다능한 발음능력을 확실히 잃어버리므로 결국 어떤 언어의 소리는 발음할 수 없게 된다(p217)"  

 

아이하고 영어 공부를 하면서 더욱더 촘스키의 생성문법을 실감하는 것이 아이에게 처음엔 파닉스 위주의 영어를 공부하게 하였는데, 도저히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그래서 영어그림책으로 통문장 위주로 영어공부를 함께 하는데 이게 명사 위주의 파닉스보다 휠씬 더 효과적이었다. 길어서 혹시 잘 따라오지 못할까 걱정스러웠는데, 문장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그리고 듣는 것도 더 효과적으로 영어문장을 더 잘 이해한다. 리스닝도 그렇고 문장을 따라 읽는 것도 파닉스보다 더 세심하게 듣고 잘 읽는데, 얼핏 아이하고 영어공부를 하며서 아이들에게는 언어를 쉽게 받아 들일 수 있는 뭔가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더랬다. 그리고 순차적으로 짧은 문장에서 긴 문장으로 옮겨가는 데 있어서 아이가 받아들이는데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촘스키와 핑커 이론을 반반씩 이해가 되었다는. 

 

문제는 이 책이 촘스키의 생성문법론이 가지고 있는 오류, 즉 언어는 어쩌다 우연히 획득한 부산물이라는 관점을 촘스키 자신이 수정하도록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우리 촘스키의 거대한 벽을 함부로 하지 허물어 트리지는 못했다. 촘스키의 생성문법론이 미국 언어학의 막강한 지배 이데올로기인데다 영향력이 큰 좌파 정치학자라는 점을 무시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 책에서 단지 촘스키가 이제 그의 고집을 꺽고 언어의 진화를 말하자고 한다고 한다. 향후 그의 이론이 그가 스키너의 이론을 허물어뜨린 것처럼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그의 이론을 뛰어넘지 않는 언어학이 나오지 않는 이상 그의 아성을 무너뜨리기는 쉬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굴드의 발생학 진화가 흔들리는 이상, 그의 언어학도 수정을 가할 때가 된 것은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 재밌게 읽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아이들의 말문이 틔였을때의 그 신기함때문에 언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알파벳 그림책에 관심을 가져 수집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어느 정도 호기심이나 의문을 해결해 준 책이었다. 만약 언어가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과 같은 그림도 그리고 음악 같은 문화를 심오하게 추상적으로 표현해 낼 수 없었을 것이다 . 언어는 극궁적으로 소통이 목적이기도 하지만 무한한 표현 수단이기 때문이다. 언어세계의 생물학적 진화에 혹은 언어에 관심을 갖는 분이라면 강추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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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6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과 상관없이, 촘스키의 생성문법론에 대해 좀 더 경외감을 갖게 되네요. -인용구 흥미로워요. (생성문법론 대학교에서 대충 배워보긴 했는데, 그냥 대단하다는 느낌만 좀 받았고, 잘 몰라요.^^)

기억의집 2012-11-26 20:38   좋아요 0 | URL
인용구 이야기 하니깐, 생각났는데, 그제 늑대소년 봤는데.... 언어학자들에 의하면 맨 마지막 장면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네요. 언어 획득은 시기가 있다고 해요. 그 시기를 넘기면 말을 못 한다고 하더라구요.김장 끝나고 올케가, 조카(그러니깐 저한테 조카, 올케한테는 딸) 데리고 늑대소년 보러 갔다오면 안 되냐고 부탁을 해서 조카랑 우리 애들 데리고 극장 가서 늑대소년 봤는데요, 올케가 예매하면서 언니, 그거 눈물 없인 못봐요. 수건 드릴까요? 하면서 예약해 주었는데, 눈물 안 나오더라구요. 대신 에잇, 송중기가 말하는 장면 보면서 뻥도 참...이랬어요^^ 아, 저 너무 이성적인 것 같아요~

희망으로 2012-11-28 20:59   좋아요 0 | URL
저도 언어 습득 시기가 지나서 말을 배우는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들었어요.
기억의집 님이 평소 흥미를 가지는 언어, 진화와 관련된 책이네요^^
학자들이 자신의 이론에 대한 오류를 쉽게 인정하는게 쉬은 것은 아닐 것 같아요. 저야 잘 모르니 반박은 꿈도 못 꾸네요.^^

기억의집 2012-11-30 21:33   좋아요 0 | URL
늑대소년이 만화래요. 저도 몰랐는데, 울 아들이 웹툰이라고 알려주더라구요.
전 웹툰 안 보거든요. 애들은 일주일내내 뭐가 올라오는지 열심히 찾아 읽지만.

촘스키의 언어학도 한물 갔다는데,,,, 저도 이게 예전에 예스에 올린 거 찾아 올렸어요. 이 책 읽은지 하도 오래되서 기억이 가물가물~

군자란 2012-11-27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기억의집 2012-11-30 21:33   좋아요 0 | URL
넹~ 군자란님, 이제 연말인데, 한해 마무리 잘 하세요^^

scott 2012-11-27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억의 집님의 실제 경험(아이들과)이 곁들여진 살아있는 생성문법론이네요.
이런글 가끔이라도 좋아요. 읽고 또 읽고~
촘스키옹 오빤 강남스타일~동영상에 나왔던 모습이 번뜩 떠오르네요.
아이들이 맨처음 모국어 배웠던것처럼 외국어를 배우라고 하죠.
몇일전 어떤 기사에서 봤는데 아기들이 갖태어났을때 이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소리와 음율을 흉내낼수 있다고하네요. 하지만 커갈수록 퇴화하나봐요. ^.^

기억의집 2012-11-30 21:38   좋아요 0 | URL
큭 예스에 올렸던 글인데 알라딘에 안 올려져 있어 올려봤어요~

그러게요. 저는 촘스키 스타일 영상보고 완전 뒤집어 졌다는, 싸이 대단해요. 마돈나와 공연한 것도 보셨어요? 싸이 끝내주죠. 울 아들하고 딸냄은 마돈나의 명성을 잘 몰라서 마돈나와 한 무대에 섰다는 것의 의미를 잘 모르더라구요. 완전 영광~ 저 예전에 압구정 이비인후과에서 실제로 싸이 봤는데. 싸이 키도 크고 티비처럼 그렇게 없어 보이지 않던데요. 아우라가 있었어요. 근데 전 싸이 첨 보고 아는 사람 같은데..누구지? 이랬어요. 싸인이나 받을 걸.

그래서 일본이들이 나이 들어 외국어 하는 거 힘들어 하나봐요. 그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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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찾 브리핑을 보다가 알라딘에서 스티브 잡스가 남긴 유산이 무엇인가요?라는 이벤트를 한다는 글을 읽고 궁금해서 들어가 보았다. 다른 분들은 그가 우리에게 남긴 유산으로 무엇을 손꼽을까 궁금해서 말이다. 

 

많은분들이 그 이벤트의 댓글에 그가 남긴 유산으로 혁신을 뽑았는데, 나 또한 그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기술의 혁신이라는 생각에 동의 한다.

 

<아이디어맨>이라는 책을 읽어보면, 잡스에 관한 이야기가 한꼭진가 두꼭지 정도 나오는데, 폴 앨렌이 묘사하는 스티브 잡스는 비록 잡스가 과학 기술자는 아니지만, 그의 주변에서 만들어지는 혁신적인 과학 기술(예로 터치하여 화면 확대하는)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기술 혁명에 열정적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그의 과학 기술에 대한 통찰력은, 부분적인 과학 기술의 혁신을 통합해서 아이폰이라는 전대미문의 제품으로 승화 시켰다는 것일 것이다.

 

아이폰은 그가 First mover로서의 경지에 오를 수 있는 작품이고 그의 아이디어를 모방한 수 많은 업체들이 First follow로 그의 뒤를 경쟁하듯 쫒고 있다. 몇년 후에는 삼성이나 다른 스마트폰 기업들이 어쩌면 그의 first mover의 위상을 전복 시킬 수도 있을 지 모르겠다. 허나 그가 죽은 일년 후에도 그 누구도 삼성이나 다른 스마트폰 제조업체에겐 혁신을 이야기 하거나 기대하지 않으면서, 끊임없이 모든 언론인들과 IT 기술자들 그리고 블러거들이 애플에게는 혁신을 요구하고 기대한다는 것, 그거야말로 그가 남긴 마지막 유산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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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10 09:26   좋아요 0 | URL
저도 아이폰을 쓰면서 스티브 잡스 팬이 됐는데요..
사람들이 아이폰이 뭐가 좋으냐고 물으면, 전 "다 좋다!"고 했거든요. 동생이 내 말 듣더니, "응 아이폰 쓰는 사람들은 다 언니처럼 얘기하더라. '다 좋다!'고.." 이랬어요.
진짜 굉장해요. 잡스. 그리고 잡스가 없어도 애플사에 대해선 이전 기대를 버리지 않지요. 다들.^^

기억의집 2012-10-11 12:55   좋아요 0 | URL
저도 아이패드 쓰는데 정말 혹하는 거 있죠. 사실 작은 컴퓨터에 대한 로망은 누구나 있었잖아요. 근데 떡하니 제품으로 내 놓으니 완전 놀랬어요. 지금도 생각해 보면 아이폰 3 나왔을 무렵 전 똑똑하다는 삼성에서 나온 연아폰을 했답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어이가 없다는. ㅋ~

며칠 전에 스맛폰 했는데,,,정말 손에서 안 떨어져요/ 지난 번에 친정모가 한소리 하더라구요. 그 때 우리 가족 세식구가 모여 앉아 손에 스맛폰 보고 있었더니 울 언니한테 야야 쟤네 좀 봐라. 다들 스마트 폰 보고 있다~ 헐^^

2012-10-11 2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12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12-10-17 13:25   좋아요 0 | URL
저도 아이폰을 쓰는데, 첨엔 동기화다 뭐다 해서 한참 애먹었었거든요. ㅋ
익숙해지니까 비로소 잘 만들었단 생각들고 ^^
연아폰이요~ 연아팬이시구낭 ㅎㅎㅎ 그땐 그게 미덕이었죵 ^^

라로 2012-10-18 14:02   좋아요 0 | URL
기억의집님~~~.^^
잘 지내고 계시나요???
토욜 혹 청주에 오실 수 있어요????
아님 일산에서 봐요~~~. 연락주세요~~~.
저 카톡 없앴어요,,,바쁜데 자꾸 카톡메시지 오니까,,,ㅠㅠ
문자든 댓글이든 연락주세요~~~~.^^

책읽는나무 2012-10-24 19:41   좋아요 0 | URL
10월도 벌써 저물어가는 듯해요.
벌써 말일을 달려가는군요.
잘 지내시죠?^^
 

담담하다. 웅장하고 장엄한 어조로 역사를 말하지 않는다. 젊은 나이에 동남아시아로 끌려가 그 곳에서 죽음을 당했거나, 혹은 일본군 전범으로 고초를 당한 후 살아 남은 젊은 영혼을 추적한 역사의 증언기록치고는  감정을 후리치는 감상적인 면모는 보이지 않는다.

 

우쓰미 아이코와 무라이 요시노리 부부는 태평양 전쟁시 한국인 군무원들이 겪었던  역사적 진실을 찾기 위하여 당시 발행된 신문 기록과 통계 그리고 전쟁을 체험한 증언자들의 기억을 수집하고 기록했다.

 

처음 이 책이 발간한 된것은 1980년이었다. 그 후 32년이 지난 2012년 다시 발간되었다. 사람에게도 우연한 만남이 있듯이, 책도 마찬가지다. 오키나와 여행시 태평양 전쟁때 죽은 한국 청년들을 위한 위령탑을 방문한 후, 태평양 전쟁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솔직히 나는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잘 모른다. 태평양 전쟁이 우리의 역사와 매듭이 묶여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태평양 전쟁 당시 적도에서 묻힌 사람이 만명이었다는 사실을, 그 곳에서 가이드에게 처음 들었고 천명도 아닌 만명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더랬다. 젊은 나이에 머나먼 이국땅에서 사라져 간 사람들. 그리고 미래의 후손들에게조차 잊혀진 참혹한 역사와 사람들. 특히나 그 곳에서 죽은 사람들의 이름이 적힌 위령비를 보고 난 터라 태평양 전쟁에 관심을 가졌고 우연찮히 프레시안북에서 날아 들어온 기사에서 접한 책이 바로 <적도에 묻히다>라는 이 책이었다.

 

한국의 후손들에게조차 잊혀진 역사를, 그리고 그 잊혀지고 숨겨진 역사적 진실을 찾기 위하여 우쓰이 아이코와 무라이 요시노리라는 일본인 역사학자 부부는 말레이시아와 한국을 오가며 당시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생존자를 찾아 증언을 들으며 당시의 기록과 맞춰가며 그 때의 상황을 한권의 책으로 펴낸 것이다. 그 당시 과거의 사실을 추적하고 증거자료들을 들이대는 글이 너무나 무미건조해서, 글이 재밌다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단, 일본인 부부가 썼지만 그들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객관적인 관점을 유지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담담하게 쓴 글 속에서 이들 부부의 노고가, 역사의 진실을 찾아 돌아다니는 여정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어느 정도는 추측해 볼 수 있었다. 분명 이들 부부의 역사관은 일본국적을 가진 그들 나라에서 보면 배반이었을 것이고 배신이었을 것이다. 전범 국가로서 2차 세계대전동안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은폐하고 역사적 사실조차 날조하는, 일본의 현재 역사관과 대척점에서 서 있는 사람들이다. 무엇이 역사적 진실이고 사실인지 구별하고 역사적 판단을 정확하게 내리기 위해서 작가 부부가 끊임없이 역사의 증언가들을 찾아 기록했다. 이들 부부의 역사적 사실과 진실은추구는 일본의 역사에 침을 뱉는 행위였기에, 역사의 길 위에서 진실을 찾아 돌아다니는 동안 그들은 분명 일본 기업이나 단체로부터 경제적 원조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들 부부는 인도네시아, 한국에서 역사의 증언가들을 만날때 허름한 여관을 전전하고(물론 70년대 기록이기에 경제 발전이 안 된 점을 감안하더라도) 빠듯한 여비로 인해 풍족하고 여유로운 취재는 아니었던 듯 싶다. 역사적 진실을 찾으려는 사명감과 그들의 이러한 노력을 헛되지 않게 도와주었던 일본편집자나 정보제공자가 없었더라면, 인도네시아에서 우리의 젊은이들이 어떻게 착취당하고 전번으로 잡혀 사형을 당했는지, 혹은 인도네시아 독립을 위해 싸웠는지 그대로 과거의 시간으로 묻혔을 것이다.

 

자신들의 나라의 역사적 업적을 내세우기보다 역사적 진실을 찾기 위하여 역사의 길위에 섰던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론 독재자 아버지를 정당화하고 옹호하는 아버지의 무덤에 침을 뱉어서야 되겠느냐는 우리 나라 대통령 후보자의  발언은 가소롭기 그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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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2-10-09 01:22   좋아요 0 | URL
예전에 역사스페셜에서 가미카제 특공대의 한국인 대원에 대해서 방영한 것을 보고 이 책을 언젠가 봐야지 싶었는데 이런 내용이군요. 참..이분들 역사의 피해자인데,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잊혀지기를 바라는 존재이고 안타깝습니다. 잊기를 바라는 일을 역사에 남겨놓는것이 역사가의 임무인 것을 생각해보면 이분들이야말로 참 역사가군요.

기억의집 2012-10-09 11:11   좋아요 0 | URL
아, 맞아요. 정확하게 지적하셨네요~ 이들 부부도 이분들을 역사의 피해자라고 하더라구요. 전범으로 사형당하거나 감옥에서 고국에 돌아가지도 못하고 형량을 살았는데,,,,참 그렇더라구요. 이분들 진정한 역사가들입니다. 지금 70대초반이세요. 이 책을 집필할 때가 40대였으니깐.... 한국정부는 박정희 독재 시대라 저기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 인터뷰하는데, 생존자들의 증언 들을 때 편한 상태는 아니데도 구례같은 곳에 찾아가 듣고 기록하고 당시의 기록과 대조하면서 일본이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고발했다는 점에서 대단한 분들이지, 싶습니다.

2012-10-11 2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12 15: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2-11-23 15:30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 서점에서 보고 관심가졌다가 잊고 있었는데,
다시 환기시켜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시 잊어버리기 전에 얼른 사서 읽어야겠어요.
 

 

 영화 <매트릭스>는 기계가 인간의 의식을 통제, 양육하며 만들어 내는 가짜 현실에 맞서 대항하는 SF영화이다. 그러니깐 영화에서 의미하는 매트릭스이란 가짜 현실을 실제 현실로 착각하면서 사는 컴퓨터 세계인 것이다. 가짜 현실과 실제하는 현실, 영화의 주인공들은 자신들이 가짜 현실에 살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컴퓨터가 만들어내는 가상현실을 파괴하고 진짜 현실세계를 되 찾으려고 저항하지만 그 그 저항은 결코 쉬워보이지 않는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떠 오른 단어가 바로 메트릭스였다. 가상현실세계인 메트릭스. 과연 우리는 자신있게 메트릭스에서 살고 있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컴퓨터가 만들어 낸 가상현실은 아니지만, 우리는 우리가 만들어낸 가짜 현실에 갇혀 살고 있지 않는다라고 말할 수 있는가 말이다. 우리는 수 천년 전부터 우리가 만들어 낸 신에 복종하며 의지하였으며, 수백년 동안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적인 문화와 관습에 대해 옛날부터 그래왔으니깐 따르는 것을 당연시하고(예를 들어 제사 문화, 제사 안 지내면 조상신이 후손들에게 엄청난 재앙을 내릴 것 같은 두려움에 지내는 것은 아닌지 ), 미신과  영적인 존재들이 있다고 믿는 것이야말로 가상 현실 아닌가. 왜 어떤 근거로 우리는 우리가 만들어낸 실체 없는 존재에 대해 현실적으로 있다고 믿고 숭배하거나 제를 지내는 것일까.

 

아마도 수 천년 동안 사회적, 관습적으로 의문 없이 세대가 바뀌어도 받아 들이는 순진성과 우리를 둘러싼 물질적인 자연 세계에 대해 이 땅위에  살면서도 아무 의심도 없이 받아 들인 결과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세계 혹은 자연세계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고 있을까?

 

솔직히 말하자.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해 잘 모른다. 나 또한 수년 전만해도 과학 지식에 무지했다. 과학 지식에 대해 잘 몰라도 사는 데 지장이 없으니깐 과학적 이론들에 대해 잘 알려고 하지 않았다. 지구가 태양을 돌고 우리는 중력법칙에 의해 지구에 서 있을 수 있다는 정도. 그 이상 알려고도 않았고 알 필요도 없었다. 왜냐하면 과학은 저 너머의 일반인들이 넘겨 볼 수 없는 머리 좋은 과학자들만의 세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신 나는 우리가 만들어낸 현실적 세계에 충실했다. 신을 믿었고 윤회설을 믿었으며 이 세상에는 영적인 존재가 있어 살짝 두려움에 떨기도 했으며, 믿음에 대한 배신이 큰 화를 불러 일으킬 지도 모른다고 굳게 믿었었다. 세상이 만들어 낸 메트릭스에서 한치의 의심이나 불신 없이 갇혀 살았던 것이다.

 

그러다 몇 권의 물리학책과 몇 권의 진화관련 책들을 읽으면서, 세상을 보는 시각이 변했고 강해졌다. 이럴 때 진보라는 말이 어울린다면 쓰겠다. 진보적으로 변했다. 세상엔 알아야 할 것들이 넘쳐 나고 의심투성이라는 것을.

 

아직도 갈 길은 한참 멀지만, 지금 우리는 물리학의 진정한 핵심과 정수를 찾은 것 같기도 하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모르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를 깨닫고, 모르는 것의 양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다 p-26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과 접근법은 여러 가지 있을 수 있다. 그 방식이 어떤 것이든 내가 믿고 의지하는 실체에 대해서 한번쯤은 의심하고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거대 권력의 메트릭스에서 빠져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틈틈히 현실 세계를 가장 정확하게 이해하는 방법으로 과학책을 읽을 것이다. 이 책은 어쩜 물리학史를 알기 쉽게 정리했다고 할 수 있겠다. 시공간속에 살면서 그들의 존재를 까막게 잊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시간과 공간에 대한 아인슈타인의 획기적인 발견과 물리학사의 여러 발견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은하계에서 지구가 무한 생명을 가진 불로장생의 행성이 아닌 아닌 50억년 후에는 불가피한 죽음을 맞이할 수 밖에 없는 이유와 그리고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여러가지 조건이 잘 갖춰진 우리의 골디락 zone인 지구를 보호해주는 자기장이 약해지고 있다는 흥미로운 글들이 넘쳐 난다. 현재의 메트릭스에서 빠져 나올 수 있는 가장 손 쉬운 방법은 과학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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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란 2012-09-18 09:27   좋아요 0 | URL
님의 생각에 동감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의식도 못믿을 거라는게 두렵습니다. 결국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이기적인 속성이 우리 의식의 본질이기에 기본적으로 신뢰하지 않습니다. 아직도 자기라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조차도 확정된 것이 없기에 유동적인 삶. 유동적인 가치, 유동적인 존재라는 것이지요.

기억의집 2012-09-18 21:10   좋아요 0 | URL
그렇긴 해요. 믿고 싶어하는 것만 믿으려고 하죠. 저도 그러고 보면 신이 없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니 그쪽으로만 읽게 되거든요. 근데 차라리 유동적인 게 더 새로운 틀을, 사회적 가치관을 만드는데 용이하지 않을까 싶기는 해요.

2012-09-18 2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9-19 1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9-25 14: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9-27 0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9-27 1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12-09-27 09:11   좋아요 0 | URL
표지가 책의 내용을 상징*압축적으로 표현하고 있어서, 나의 이해도와는 무관하게 잘 만들어진 책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ㅎㅎ
아, 이렇게 해서, 앞으로 읽어야 할 책 목록에 한 권 또 추가요!! ㅎ

기억의집 2012-09-27 12:18   좋아요 0 | URL
이 책은 물리학에 대해 정리가 쉽게 되어 있어요. 재밌기도 하고. 번역도 알아주는 분이 하셔서 매끄럽구요. 이카루님, 카톡으로 나중에 보내겠지만, 명절 잘 보내세요. 전 올해 집에 있어요. 안 내려가고~ 완전 맘 편한 거 있죠.

책읽는나무 2012-09-27 14:29   좋아요 0 | URL
최재천의 '통섭의 식탁'이란 책을 얼마전에 읽었는데요.
그래서인지 님의 페이퍼 내용이 쏙쏙 귀에 들어오게 되네요?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이쪽 계통의 책들을 너무 멀리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문득 했었습니다.바로 가까이 두고 챙겨 읽어야할 책이지 싶어요.
헌데,'물리학'이라고 하니..좀 긴장되긴 합니다만..ㅋ

아~ 나도 스맛폰 구입해야하나? 싶네요.내주변 모든이들이 스마트폰으로 카톡 주고 받고 있으니 흑~ 진짜 이젠 나만 골동품 핸드폰 가지고 있더라구요.ㅠ
약속 정할때도 카톡으로 자기들끼리 다 정해놓고,전 언제나 통보를 받고 있다죠?ㅋ
지금 대화 화제꺼리는 그 애니팡인가? 뭣인가? 귀찮아 죽겠다고 하던데..쩝~
전 그게 뭔 소린지??? 덕분에 전 귀찮지 않아 좋은건지? 그것마저도 부러운건지?ㅎㅎ
갑자기 '카톡'이란 문구를 보니 '애니팡'이 떠올라서요.

기억의집 2012-10-09 11:14   좋아요 0 | URL
ㅋㅋ 나무님, 답글이 너무 늦었죠. 하루하루가 총알처럼 갑니다. 스맛폰 재밌어요. 생각보다 재밌어서 하루종일 손에 끼고 살고 있다는. 저는 애니팡은 안 해요. 게임은 예나 지금이나 좋아하지 않아서 깔지도 않았어요. 울 아들은 한번 해 보라고 카톡으로 연신 뭐 날리던데...걍 생까요.

통섭의 식탁 전자책으로 사서 읽었는데,,,,솔직히 별로였어요. 그나마 반값으로 사서 다행이지...가볍게 읽긴 했지만, 글에 성의가 별로 없으신 듯 했어요.

2012-09-27 2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09 1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