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어디 가요? 쑥 뜯으러 간다! - 옥이네 봄 이야기 개똥이네 책방 4
조혜란 글.그림 / 보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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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어디가요? 쑥 뜯으러 간다!>는 할머니와 손녀 옥이의 시골 사는 이야기, 쫀득쫀득 쑥개떡이 다 팔렸어!,쌀쌀한 엄나무 순 쌈 싸 먹고 무쳐 먹고 그리고 고불고불 고사리 그것 참 고소하다! 이렇게  세 편의 이야기가 들어 있는 그림책이다. 시간적 배경이 언제인지 불확실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은 할머니와 옥이의 자연에 기대어 사는 이야기를 호기심으로 접할 수 있고, 우리 아이들처럼 할머니가 봄만 되면 역마살이 낀 사람처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캔 봄나물을 실컷 얻어 먹고 자란 아이들은 낯설지 않은 에피소드가 내 이야기처럼 느껴져 좋아라 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처럼 쑥개떡을 아무때나 먹을 수 있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무슨 연유로 시골에 와서 할머니와 살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옥이는 자신을 끔찍히도 아끼고 사랑하는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으며 오손도손 살고 있다. 매년 봄이면 어김없이 땅을 뚫고 나오는 산나물처럼 할머니의 꺽일 줄 모르는 억센 삶을, 그림책 작가 조혜란은 따스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왠지 모르게 그런 느낌이 팍 드는 그림책이었다. 이 그림책을 펼쳐 아이들하고 읽어주는 동안, 단순히 봄이 되면 나물캐고 그 나물로 음식을 만들고 장에 내다 파는 그런 단순한 지식그림책으로 나에게 와 닿은 게 아니고, 할머니의 힘겹고 억센 삶을 강하게 느낄 수 있는, 그런 지친 삶에 한 줄기 빛같은 옥이와 일상을 최선을 다해 사는 할머니의 삶을 느꼈다고나 할까.  

두번째 이야기에서 한푼이라도 벌 요량으로 장에 내다 팔 쑥같은 산나물을 캐기 위하여 그 동안 힘겹게 애쓰며 살았을 것으로 짐작되는 할머니의 커다랗고 마디마디가 굵어진, 피투성이의 손을 보는 순간, 할머니의 강인한 일평생을 지배한 육체노동의 삶을 엿보는 것 같았다. 애들 그림책에서 별 걸 다 느끼네, 하겠지만.....난 쑥이나 엄나무 그리고 고사리가 봄에 나는 나물인지 무슨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는지같은 지식을 아이에게 말하기 보다 이 작가가 할머니 손을 통해 보여준, 보통 사람들의 진솔한 삶을 이야기 해 주고 싶었다. 그 장면은 이 그림책에 대한 첫인상, 그림이 너무 조막만하고 화면이 어수선한 그런 단점을 많이 상쇄해 주었다. 너무 많을 것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작가의 욕심이 장면장면마다 넘쳐나 아이들도 나도 혼란스러웠는데, 아이들하고 이 책 읽으면서 작가의 또 다른 면, 가진 거 없어도 남의 거 탐내는 대신, 힘든 내 육신 부려 자연의 일부를 취해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사는 삶을 대하는 진정성을 마주 대할 수 있어서 좋았던 그림책이었고, "한없이 주기만 하는 자연 속에서 사는 예쁜 사람들 모습을 이 책에 담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 그림책은 가진 것 없지만 풍부한 자연의 베품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꾸밈없는 세상 이야기이다.   

* 아이들하고 이 책으로 쑥 만들어보았어요. 쑥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저희집은 친정엄마가 봄이면 산에 돌아다니며 산나물을 한가득 캐오세요. 봄만 되면 지겹게 먹는 나물, 어떨 때는 산나물에 질리기도 하지만, 향이 기가 막힌 쑥개떡을 아무때도 먹을 수 있는 것은 아이들에게 행운이겠죠. 사실, 애들 처음엔 잘 안먹으려고 하다가 지들도 눈치가 있는지 한두개 집어먹기는 한다는.

 
집 근처에 쑥이 있어 한번 따 봤어요. 지금은 너무 자라서 못 먹는다고 하더라구요.



 


집에 있는 도감으로 찾아보고 그려봤어요.(이러면 열성엄마처럼 보여서 고민! 전혀 아닌데 이거 연출된 거예요^^)

최근에 <행복한 종이오리기> 구입했는데, 이 책 보고 쑥 만들어 오려봤어요.



어때요? 거의 비슷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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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풀꽃 - 세밀화로 그린 어린이 풀꽃 도감 세밀화로 그린 어린이 자연 관찰
이영득 지음, 박신영 그림 / 호박꽃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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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차면서 좋아하는 책의 성향이 약간 변한다는 것을 감지한다. 예전에는 별로 흥미없고 심드렁했던 분야의 책들이 나이가 들면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도감이 아닌가 싶다.  아무래도 아이를 키우면서 그림책의 다양한 종류에 시야가 넓어지면서 생기는 결과인 것 같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나이가 들면서 언제나 익숙하게 보아오던, 울창하게 자라 그늘을 제공하는 나무, 콘크리트바닥에서 자라나는 푸른 풀 한포기, 골목을 장식하는 색색의 꽃같은 자연의 생명력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고나 할까나. 여하튼 작년부터 서서히 내 레이더에 걸리기 시작한 것이 바로 도감이다. 

도감(圖鑑)의 사전적 정의는 그림이나 사진을 모아 실물 대신 볼 수 있도록 엮은 책이다. 한마디로 그림이 글보다 주가 되는 셈이다. 정확히 도감이 좋아하기 시작한 이유는 헌책방에서 우연히 발견한 저 진선출판사에 나온 도감시리즈를 보고 난 이후부터였는데, 동물이나 식물도감만 생각했던 나에게 우리 실생활에 정보를 주는 도감이 출간되었다는 것이 너무나 신기했던 것이다. 놀이,모험, 공작도감등등 실제 다양한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도감을 접하면서 도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그 동안 무심코 지나쳐온 식물도감에 그려진 나무나 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도감이야말로 작가 자신이 열정적으로 좋아하지 않으면 절대 제대로 해내지 못할 작업인데(지난 번에 나귀님의 사슴벌레 도감에 감탄한 리뷰 읽었는데, 나 또한 도서전에서 그 도감보고 떡실신했다. 이건 아무리 돈이 많아도 열정이 밑천이 아니면 절대 못한다고 생각했더랬다) 자신의 관심과 열정 그리고 역량이 제대한 발휘되고 제작 기간이 길다보니, 도감의 값이 생각보다 비싸다. 책을 사야하는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가격을 무시 못해 맘에 드는 도감이 있어도 언제나 주저주저하게 된다. 책도 두꺼워 아이들에게는 부적합할 때가 있어 대체로 식물이나 동물에 대한 관찰 그림책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데, 우리집의 경우도 자연관찰 그림책은 이렇게 얇게 아이들이 손쉽게 볼 수 있도록 제작된 것을 대체로 구입하는 편이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도서전에서 호박꽃 도서 부스에 갔다가 그림책처럼 보는 세밀화도감 시리즈가 눈에 띄였는데, 내가 좋아하는 풀꽃이나 야생동물등과 같은 도감이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우리나라 풀꽃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풀꽃지기 이영득님의 아이들을 위한 도감을 보니, 혹 했다는. 아이들 대상이다 보니 분량도 적당하고  쇠뜨기나 바쟁이, 파랭이꽃같은 아이들이 익히 도시의 거리에서 보던,  눈에 익은 꽃들이라 관심도 많이 보였다. 우리집의 경우 큰애보다는 둘째가 더 이 책에 관심을 갖고 나와함께 한바탕의 아름답고 소박한 꽃구경을 했다는.

<내가 좋아하는 풀꽃> 도감의 경우 사진 촬영보다는 박신영이라는 일러스트작가가 그림을 그렸고, 그림은 군더더기 없이 대상 꽃만 중앙에 그려 한 눈에 촛점을 맞출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의 첫 인상은 깨끗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름에 시원스런 하얀 원피스를 입은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주변에 간략한 설명과 그림이 그려져 있어 꽃과 관련된 또 다른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아이들이 정보의 택일을 할 수 있다. 작가의 욕심에 많은 정보를 담고 싶었겠지만. 작가가 정보의 양를 두고 좀 고민 좀 했겠다 싶은 작품이었다. 이 책은 순전히 아이들만 위한 도감이므로 정보의 양이 많으면 아이들이 소화내기기 어렵기 때문에, 딱 알맞은 정보량과 깨끗한 삽화만으로도 아이들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런 식물 도감의 경우 가지고 있으면 한번 보거나 읽고 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두고두고 유용한 작품이다. 두껍지도 않고 아이들이 쉽게 색인하여 찾을 수 있는 도감이기 때문이다. 아이들하고 디카 들고 집주변에 핀 풀꽃 사진을 찍어더랬다. 콘크리트틈을 비집고 나온 풀꽃을 찍으면서 아이들은 무슨 자신들이 대단한 사진가라도 된 듯이 즐거워 했다. 아이들이 디카 사진으로 찍은 풀꽃들을 집에 와 컴화면에 띄우고 이 책으로 찾아보았다.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민들레꽃  
번식력이 강한 잡초, 왕바랭이 
벽돌틈에서 비쭉 나온 강아지풀  
말라 거무튀튀하지만 쇠비름이 아닐까? 
아이들하고 <내가 좋아하는 풀꽃>의 여기저기를 한참을 찾았지만 무슨 풀꽃인지 못 찾았다. 
민들레꽃과 함께 흔하디 흔한 토끼풀 


쑥같은데.....(?)
 

아이들하고 꽃구경도 할겸 멋진 사진을 찍은 사진가 흉내도 내보는, 이런 시간을 아이들하고 같이 갖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덧: 아이들이 찍어 촛점이 잘 맞지 않는 사진이 많았다. 그래도 아이들에게 나름 즐거웠던 한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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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대회
윈터홀릭 - 백야보다 매혹적인 스칸디나비아의 겨울 윈터홀릭 1
윤창호 글.사진 / 시공사 / 2009년 4월
품절


겨울동안 꿈쩍 않고 집에만 쳐박혀 있다보니 살랑살랑 따스한 봄바람이 부는 요맘때면 어디론가 나가고 싶어 맘도 몸도 들썩들썩거려진다. 짧은 여행이라도 떠나볼까! 하지만 애가 둘이나 딸려있는 몸이라서 그게 어디 가당찮일이야 말이지! 그렇다고 애 둘을 데리고 떠나기도 그렇고. 큰 놈이야 제법 커서 어딜 데리고 가뿐하게 다닐만 한데 둘째는 체구도 작고 어려서 아직까지는 어디를 데려간다는 것이 버겁다.

들썩거리는 맘만이라도 잠재울 수 있게 읽을만한 여행에세이가 뭐 없나 검색하다가 우연히 걸려든 윈터홀릭. 이 책 보는 순간 사회초년생때 친하게 지냈던 직장동료가 신혼여행으로 북유럽으로 14일 다녀온 것이 생각났다. 결혼날짜도 일부러 북유럽의 크리스마스분위기를 만끽하고 싶다고 11월 말로 잡았던 부부였다. 나중에 그들의 허니문 사진 보면서 너무 이쁜 북유럽의 정경에 홀릭~ 사실 그때 본 사진때문에 이 책을 망설임 없이 구입하게 만들었지, 아마도!

저자는 중증의 역마살이 낀 여행에세이스트이다. 추운 겨울에 카메라 하나 달랑 들고 혼.자.서 북유럽을 돌아다니며 지독히도 외로움을 즐기고 있었다. 나는 그처럼 혼자 여행를 다닐 용기가 없어, 혼자서 여행을 다닐 수 있는 그가 부럽기도 하고 동시에 살짝쿵 질투가 나기도 했다. 이 사진은 영화 <카모메 식당>의 무대이기도 했던 핀란드의 한컷. 이 작가는 <카모메 식당> 의 카자도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난 핀란드는 노키아가 아니고 갈매기 식당이 생각나는 걸.

무민도서관이라네..저자가 아동 문학에 조예가 깊지 않은지 무민시리즈에 대해서는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래도 무민도석관을 찾아가 사진 찍어주는 서비스는 잊지않았다는.

내일은 둘째 데리고 근처의 봉화산이라도 홀릭해야겠다. 기념촬영도 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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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아빠가 된 날 작은 곰자리 10
나가노 히데코 지음, 한영 옮김 / 책읽는곰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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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는 아버지로서 자식에게 멋지게 보인 순간이 있었다고 생각해?"  

"난 있어. 딸이 태어나서 여덟 달 지났을 때 경기를 일으켰지. 한밤중에 갑자기 울기 시작하더니,갑자기 숨이 멈추고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가는거야. 증상은 금방 가라앉았지만 나는 당황했지. 아내는 급한 일로 친정에 가서 집에는 아무도 없었어.나는 딸을 끌어안고 무조건 병원으로 달렸어. 차도 없었고, 택시도 잡히지 않았지. 평생 그렇게 빨리 달린 적은 없었을거야. 하늘을 나는듯이 달렸지. 눈 깜짝할 사이에 병원에 도착해서 의사에게 보였더니, 아기에게 흔이 일어나는 경기라고 하면서 약도 필요없다고 귀찮다는 듯 말하더군.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지만, 그래도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사이에 나는 아버지가 된 나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지. 

정말이지 가슴이 뻥 뚤릴만큼 시원하고 멋진 소설 가네시로 가즈키의 <Fly,Daddy,Fly>중에서

이 그림책 보면서 아이들하고 신기해 했던 것이 아직도 일본에는 산파가 존재하고 있구나하는 것이었다. 확인해보니, 일본의 발간년도가 2002년이니깐 20,30년전의 고전그림책이 아니다. 불과 7년전에 나온 그림책이라 이 그림책에 등장하는 산파 아줌마의 존재는 아이들에게 그 무엇보다도 낯선 존재였고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아이들은 집에서 산파 아줌마의 도움으로 애을 낳는 것이 신기한지 아니면 애 낳기 위하여 애쓰는 엄마를 보면서 자신들도 이렇게 낳겠구나하고 싶어, 할말이 많은지 한참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물어보고 나누었다. (흐흠, 물론 엄마 애는 어디서 나와?라든지 엄마, 애는 어떻게 생겨?같은 질문은 참으로 땀날 정도로 곤혹스럽다)  

이 그림책의 백미는 집에서 엄마가 애를 낳아 젖을 물리는 장면이 아닐까! 애 낳는 장면을 아주 감동적으로 리얼하게 그리고 있다. 특히나, 엄마가 애 낳기 위하여 애 쓰는 장면에서의 딸애의 촉촉한 눈망울을 보니 작가가 참  세심하게도 아이의 맘을 놓치지 않는구나 싶었다. 보면 볼수록  첫 애를 낳을 때의 기억이 되살아 나면서 감상에 젖게 하는 그림책이다.

결혼하자마자 엉겹결에 애가 생기는 바람에  마음의 준비 없이 부모가 되었다. 임신하는 동안 내가 과연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진지한 물음보다는, 성격이 내성적이라 아이를 다른 엄마들처럼 이뻐나 할 수 있을지 그게 더 걱정스러웠다. 게다가 큰 애가 태어나 처음 대면했을 때 솔직히 그렇게 이뻐 보이지 않았다. 친정에서 근 한달을 산간하고 집으로 데려갔을 땐 혼자 키울 생각을 하니 암담하고 한 생명의 엄마가 되었다는 것이 무섭기까지 했다. 애아빠 또한 갈팡질팡 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하지만, 기른정이라 하던가. 애때문에 잠도 못 자고 보채는 힘겨운 시간이 많을수록 애한테 정이 들고 이 세상에서 제일 이뻐보이기까지 했으며, 심지어 늦게 들어오는 애아빠보다 애하고 하루종일 붙어있다보니 애한테 의지도 많이 했었던 것 같다. 물론 커 갈수록 심통도 많이 부리고 말도 안 듣다보니, 서서히 미운 털이 박히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내가 처음 엄마가 된 날이 그리고 내가 여전히 언제나 우리 아이에게 힘이 될 수 있는 든든한 빽이고 아이들의 엄마일 수 있다는 것에 미혼일때와 다른 어떤 강한 힘(책임감보다 더 쎈 기운)을 느끼곤 한다(엄마가 되면 무식하게 용감해진다더니, 맞는 말이다).  

사실 뚜렷히 난 내가 엄마가 된 날을 기억하지 못한다. 심지어 애 낳을 때의 산통도. 엄마인 내가 그 정도니 애아빠는 더 하리라. 첫 애를 안았을 때의 느낌이 어떠한지 그리고 그 때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나 감정들을 연속적으로 기억하기 보다는 부분 부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여하튼 아직도 진행중인 육아에 과거는 거의 돌아보게 되지 않더라는 이야기. 하지만 내가 지금도 아이들의 부모로 산다는 것은 행복한 것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이 그림책을 아이들하고 보면서 어떤 풍만한 느낌이 들었던 것 하나가  아빠가 첫 아이를 안았을 때 아기를 바라보는 시선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아이들 자신이 태어날 때부터 아빠에게 사랑받으며 이 세상에 나왔다는 것을 이 그림책의 아기와 동일시한다는 것을 느꼈다. 아, 나도 저렇게 사랑받으며 태어나고 보살핌 속에서 자랐구나하는 생각을 들게금 하였던 것이다. 회사일이며 회식이며 녹초가 되어 아이들하고 같이 있을 시간이 많지 않던 우리 가족에게 이 그림책은 아빠의 첫애정을 확인했다고나 할까. 

어린이집의 일상을 그린, 이 작가의 <앗, 생선이다>라는 작품을 예전에 사서 아이들하고 그 그림책을 응용해 생선을 크게 그리기도 하고 괴물 생선을 만들었기도 했던 작품의 작가라서 그림은 친숙했다. 아주 작은, 지나치기 쉬운 하루의 일상을 잘 포착해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사랑을 어떻게 주는지 그리고 아이들을 어떻게 보살피는지에 대해 아기자기한  따스한 색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41년생인 작가가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다가 그림책 작가가 되었다는 프로필이 인상적.    

덧: 젊어 큰 애 신생아때는 이쁠 줄 모르겠더니 요즘 나이드니 신생아들이 그렇게 이뻐보일 수가 없다. 지난 달에 큰애 데리고 백병원 갔다가 엘리베이터에서 신생아 보는데, 와~ 정말 이쁘더라!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불끈! 

또덧: 이런 남편 왕부럽다는...션까지 바라지도 않는다 증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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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대회
북 by 북
마이클 더다 지음, 강주헌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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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서문에서 "독서를 통해 터득한 삶의 지혜의 일부를 이 책에 담아냈기 때문에 사화집anthology"라고 하였다. 그리고 이어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에서 인용한 흥미롭고 통찰력 있는 구절들과 그에 더해진 내 작은 생각들, 몇몇 목록과 일화 그리고 삶과 사랑, 일과 교육과 예술, 장아와 죽음 등에 대한 짦막한 글로 꾸며진 `꽃다발`이라고 이 책을 정의했다.

개인적인 소감으로 이 책은 그의 <오픈북>의 독서이력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구절, 멋진 문귀, 살아가면서 와 닿는 문장등등 공감가는 글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자서전적인 성격이 강한 <오픈북>의 진솔함을 담아내지 못했다. 물론 이건 나만의 생각. 그래도 그런대로 가볍게 읽을 만 책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더다가 일과 여가라는 항목에서 쓴 자리의 책상을 묘사하는 대목인데 "내 책상에도 전화가, 명함집, 필통 외에 커피 머그잔 서너개, 메모장 여섯 개등이 널려 있어 빈틈이 없을 지경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거의 열두권의 책이 놓여있다. <아메리카 헤리티지 사전>,<옥스포드 아메리칸 동의어반의어사전>, 소형 흠정역성서, 포켓판 세익스피어, 파울러의 <현대용어 용례샂너>,1475년부터 1950년까지 발표된 중요한 서적의 출간일을 다룬 <영문학 연보>, 프랑스 사전,독일어 사전, 이탈리어 사전, 그리고 내가 글을 읽을 때마다 찾아낸 구절을 썬 넣은 닳고 닳은 `명문집`이 항상 놓여있다. 책상 서랍을 차례로 열면 더 많은 책과 현지 더미가 쌓여있다" 글쎄, 이 대목..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통적인 모습 아닐까

그래서 나도 한번 더다양반 따라해 식탁겸 책상 주변을 찍어보니,주로 어린이그림책이 자리를 많이 차지한다. 최근에 산 모리스 센닥의 알파벳북에서부터 요즘 한창 아들애 붙잡고 공부시키는(이러면 꼭 열성엄마같지만 사실은 이것만 열심히 해줌) 아서시리즈까지. 이번에 이세 히데코의 신작그림책이 나왔길래 그녀의 또다른 작품 <천개의 바람과 천개의 첼로> 알라딘에 올려보려고 꺼내놓은.

매트 리들리의 <본성과양육> 리뷰 다 쓰고 꽂아 놓은......치워야지 하면서도 게을러 언제나 한가득.

아무렇게나 쌓여있는 어린이 그림책들.

그리고 마지막 식탁겸용 책상 위에 걸려있는 이번 한림출판사에서 나온 아키코 달력! 사랑스러운 순이와 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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