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아빠가 된 날 작은 곰자리 10
나가노 히데코 지음, 한영 옮김 / 책읽는곰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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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는 아버지로서 자식에게 멋지게 보인 순간이 있었다고 생각해?"  

"난 있어. 딸이 태어나서 여덟 달 지났을 때 경기를 일으켰지. 한밤중에 갑자기 울기 시작하더니,갑자기 숨이 멈추고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가는거야. 증상은 금방 가라앉았지만 나는 당황했지. 아내는 급한 일로 친정에 가서 집에는 아무도 없었어.나는 딸을 끌어안고 무조건 병원으로 달렸어. 차도 없었고, 택시도 잡히지 않았지. 평생 그렇게 빨리 달린 적은 없었을거야. 하늘을 나는듯이 달렸지. 눈 깜짝할 사이에 병원에 도착해서 의사에게 보였더니, 아기에게 흔이 일어나는 경기라고 하면서 약도 필요없다고 귀찮다는 듯 말하더군.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지만, 그래도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사이에 나는 아버지가 된 나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지. 

정말이지 가슴이 뻥 뚤릴만큼 시원하고 멋진 소설 가네시로 가즈키의 <Fly,Daddy,Fly>중에서

이 그림책 보면서 아이들하고 신기해 했던 것이 아직도 일본에는 산파가 존재하고 있구나하는 것이었다. 확인해보니, 일본의 발간년도가 2002년이니깐 20,30년전의 고전그림책이 아니다. 불과 7년전에 나온 그림책이라 이 그림책에 등장하는 산파 아줌마의 존재는 아이들에게 그 무엇보다도 낯선 존재였고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아이들은 집에서 산파 아줌마의 도움으로 애을 낳는 것이 신기한지 아니면 애 낳기 위하여 애쓰는 엄마를 보면서 자신들도 이렇게 낳겠구나하고 싶어, 할말이 많은지 한참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물어보고 나누었다. (흐흠, 물론 엄마 애는 어디서 나와?라든지 엄마, 애는 어떻게 생겨?같은 질문은 참으로 땀날 정도로 곤혹스럽다)  

이 그림책의 백미는 집에서 엄마가 애를 낳아 젖을 물리는 장면이 아닐까! 애 낳는 장면을 아주 감동적으로 리얼하게 그리고 있다. 특히나, 엄마가 애 낳기 위하여 애 쓰는 장면에서의 딸애의 촉촉한 눈망울을 보니 작가가 참  세심하게도 아이의 맘을 놓치지 않는구나 싶었다. 보면 볼수록  첫 애를 낳을 때의 기억이 되살아 나면서 감상에 젖게 하는 그림책이다.

결혼하자마자 엉겹결에 애가 생기는 바람에  마음의 준비 없이 부모가 되었다. 임신하는 동안 내가 과연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진지한 물음보다는, 성격이 내성적이라 아이를 다른 엄마들처럼 이뻐나 할 수 있을지 그게 더 걱정스러웠다. 게다가 큰 애가 태어나 처음 대면했을 때 솔직히 그렇게 이뻐 보이지 않았다. 친정에서 근 한달을 산간하고 집으로 데려갔을 땐 혼자 키울 생각을 하니 암담하고 한 생명의 엄마가 되었다는 것이 무섭기까지 했다. 애아빠 또한 갈팡질팡 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하지만, 기른정이라 하던가. 애때문에 잠도 못 자고 보채는 힘겨운 시간이 많을수록 애한테 정이 들고 이 세상에서 제일 이뻐보이기까지 했으며, 심지어 늦게 들어오는 애아빠보다 애하고 하루종일 붙어있다보니 애한테 의지도 많이 했었던 것 같다. 물론 커 갈수록 심통도 많이 부리고 말도 안 듣다보니, 서서히 미운 털이 박히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내가 처음 엄마가 된 날이 그리고 내가 여전히 언제나 우리 아이에게 힘이 될 수 있는 든든한 빽이고 아이들의 엄마일 수 있다는 것에 미혼일때와 다른 어떤 강한 힘(책임감보다 더 쎈 기운)을 느끼곤 한다(엄마가 되면 무식하게 용감해진다더니, 맞는 말이다).  

사실 뚜렷히 난 내가 엄마가 된 날을 기억하지 못한다. 심지어 애 낳을 때의 산통도. 엄마인 내가 그 정도니 애아빠는 더 하리라. 첫 애를 안았을 때의 느낌이 어떠한지 그리고 그 때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나 감정들을 연속적으로 기억하기 보다는 부분 부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여하튼 아직도 진행중인 육아에 과거는 거의 돌아보게 되지 않더라는 이야기. 하지만 내가 지금도 아이들의 부모로 산다는 것은 행복한 것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이 그림책을 아이들하고 보면서 어떤 풍만한 느낌이 들었던 것 하나가  아빠가 첫 아이를 안았을 때 아기를 바라보는 시선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아이들 자신이 태어날 때부터 아빠에게 사랑받으며 이 세상에 나왔다는 것을 이 그림책의 아기와 동일시한다는 것을 느꼈다. 아, 나도 저렇게 사랑받으며 태어나고 보살핌 속에서 자랐구나하는 생각을 들게금 하였던 것이다. 회사일이며 회식이며 녹초가 되어 아이들하고 같이 있을 시간이 많지 않던 우리 가족에게 이 그림책은 아빠의 첫애정을 확인했다고나 할까. 

어린이집의 일상을 그린, 이 작가의 <앗, 생선이다>라는 작품을 예전에 사서 아이들하고 그 그림책을 응용해 생선을 크게 그리기도 하고 괴물 생선을 만들었기도 했던 작품의 작가라서 그림은 친숙했다. 아주 작은, 지나치기 쉬운 하루의 일상을 잘 포착해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사랑을 어떻게 주는지 그리고 아이들을 어떻게 보살피는지에 대해 아기자기한  따스한 색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41년생인 작가가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다가 그림책 작가가 되었다는 프로필이 인상적.    

덧: 젊어 큰 애 신생아때는 이쁠 줄 모르겠더니 요즘 나이드니 신생아들이 그렇게 이뻐보일 수가 없다. 지난 달에 큰애 데리고 백병원 갔다가 엘리베이터에서 신생아 보는데, 와~ 정말 이쁘더라!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불끈! 

또덧: 이런 남편 왕부럽다는...션까지 바라지도 않는다 증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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