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풀꽃 - 세밀화로 그린 어린이 풀꽃 도감 세밀화로 그린 어린이 자연 관찰
이영득 지음, 박신영 그림 / 호박꽃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나이가 차면서 좋아하는 책의 성향이 약간 변한다는 것을 감지한다. 예전에는 별로 흥미없고 심드렁했던 분야의 책들이 나이가 들면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도감이 아닌가 싶다.  아무래도 아이를 키우면서 그림책의 다양한 종류에 시야가 넓어지면서 생기는 결과인 것 같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나이가 들면서 언제나 익숙하게 보아오던, 울창하게 자라 그늘을 제공하는 나무, 콘크리트바닥에서 자라나는 푸른 풀 한포기, 골목을 장식하는 색색의 꽃같은 자연의 생명력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고나 할까나. 여하튼 작년부터 서서히 내 레이더에 걸리기 시작한 것이 바로 도감이다. 

도감(圖鑑)의 사전적 정의는 그림이나 사진을 모아 실물 대신 볼 수 있도록 엮은 책이다. 한마디로 그림이 글보다 주가 되는 셈이다. 정확히 도감이 좋아하기 시작한 이유는 헌책방에서 우연히 발견한 저 진선출판사에 나온 도감시리즈를 보고 난 이후부터였는데, 동물이나 식물도감만 생각했던 나에게 우리 실생활에 정보를 주는 도감이 출간되었다는 것이 너무나 신기했던 것이다. 놀이,모험, 공작도감등등 실제 다양한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도감을 접하면서 도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그 동안 무심코 지나쳐온 식물도감에 그려진 나무나 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도감이야말로 작가 자신이 열정적으로 좋아하지 않으면 절대 제대로 해내지 못할 작업인데(지난 번에 나귀님의 사슴벌레 도감에 감탄한 리뷰 읽었는데, 나 또한 도서전에서 그 도감보고 떡실신했다. 이건 아무리 돈이 많아도 열정이 밑천이 아니면 절대 못한다고 생각했더랬다) 자신의 관심과 열정 그리고 역량이 제대한 발휘되고 제작 기간이 길다보니, 도감의 값이 생각보다 비싸다. 책을 사야하는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가격을 무시 못해 맘에 드는 도감이 있어도 언제나 주저주저하게 된다. 책도 두꺼워 아이들에게는 부적합할 때가 있어 대체로 식물이나 동물에 대한 관찰 그림책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데, 우리집의 경우도 자연관찰 그림책은 이렇게 얇게 아이들이 손쉽게 볼 수 있도록 제작된 것을 대체로 구입하는 편이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도서전에서 호박꽃 도서 부스에 갔다가 그림책처럼 보는 세밀화도감 시리즈가 눈에 띄였는데, 내가 좋아하는 풀꽃이나 야생동물등과 같은 도감이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우리나라 풀꽃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풀꽃지기 이영득님의 아이들을 위한 도감을 보니, 혹 했다는. 아이들 대상이다 보니 분량도 적당하고  쇠뜨기나 바쟁이, 파랭이꽃같은 아이들이 익히 도시의 거리에서 보던,  눈에 익은 꽃들이라 관심도 많이 보였다. 우리집의 경우 큰애보다는 둘째가 더 이 책에 관심을 갖고 나와함께 한바탕의 아름답고 소박한 꽃구경을 했다는.

<내가 좋아하는 풀꽃> 도감의 경우 사진 촬영보다는 박신영이라는 일러스트작가가 그림을 그렸고, 그림은 군더더기 없이 대상 꽃만 중앙에 그려 한 눈에 촛점을 맞출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의 첫 인상은 깨끗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름에 시원스런 하얀 원피스를 입은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주변에 간략한 설명과 그림이 그려져 있어 꽃과 관련된 또 다른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아이들이 정보의 택일을 할 수 있다. 작가의 욕심에 많은 정보를 담고 싶었겠지만. 작가가 정보의 양를 두고 좀 고민 좀 했겠다 싶은 작품이었다. 이 책은 순전히 아이들만 위한 도감이므로 정보의 양이 많으면 아이들이 소화내기기 어렵기 때문에, 딱 알맞은 정보량과 깨끗한 삽화만으로도 아이들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런 식물 도감의 경우 가지고 있으면 한번 보거나 읽고 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두고두고 유용한 작품이다. 두껍지도 않고 아이들이 쉽게 색인하여 찾을 수 있는 도감이기 때문이다. 아이들하고 디카 들고 집주변에 핀 풀꽃 사진을 찍어더랬다. 콘크리트틈을 비집고 나온 풀꽃을 찍으면서 아이들은 무슨 자신들이 대단한 사진가라도 된 듯이 즐거워 했다. 아이들이 디카 사진으로 찍은 풀꽃들을 집에 와 컴화면에 띄우고 이 책으로 찾아보았다.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민들레꽃  
번식력이 강한 잡초, 왕바랭이 
벽돌틈에서 비쭉 나온 강아지풀  
말라 거무튀튀하지만 쇠비름이 아닐까? 
아이들하고 <내가 좋아하는 풀꽃>의 여기저기를 한참을 찾았지만 무슨 풀꽃인지 못 찾았다. 
민들레꽃과 함께 흔하디 흔한 토끼풀 


쑥같은데.....(?)
 

아이들하고 꽃구경도 할겸 멋진 사진을 찍은 사진가 흉내도 내보는, 이런 시간을 아이들하고 같이 갖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덧: 아이들이 찍어 촛점이 잘 맞지 않는 사진이 많았다. 그래도 아이들에게 나름 즐거웠던 한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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