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시명의 세계 술 기행 - 양조장과 축제장, 명주의 고향을 찾아 떠나다
허시명 지음 / 상상출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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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학교 허시명 교장선생님에게 술은 '나를 실어 나르는 운송수단이고, 세상을 바라보는 색다른 렌즈'란다. 이토록 술을 미화하여 표현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술에 진심일 것이다. 여행길에서 접한 술과의 인연은 어느새 그를 술 전문가로 만들었고 양조장과 술을 찾아 떠난 길에서 수 많은 인연을 쌓아갔다.

[허시명의 세계 술 기행] 책은 우리 술 문화와 외국의 술 문화를 알아 보고 술 기행을 통해 좀 더 다채로운 인생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지금까지 다양한 종류의 술을 그저 마실 줄만 알았는데 이 책을 읽으며 술의 기원과 문화를 알고 술이 가진 스토리에 귀 기울이다 보니 몰랐던 내용들을 알아가는 재미가 톡톡했다.

몽골의 초원에서 마셔본 마유주의 맛은 잊을 수가 없었다. 책의 첫 이야기도 마유주였다. 말젖으로 발효를 시킨 술인 마유주는 1만 5천번을 저어서 만들어야 좋은 마유주가 된다고 한다. 술이 만들어지는 원리, 그 술이 그 나라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술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다 보면 어느새 세계 여행을 떠나 술을 한 잔 걸치는 듯 했다. 사실 나 역시 술 기행을 해본 적이 있다. 독일 여행 당시 와이너리 투어를 떠났었다. 와인을 특별히 좋아하는 애호가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 시간만큼은 누구보다 와인에 진심이었고 참 즐거운 추억으로 저장되었다. 이 책 속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허시명 선생님은 그런 추억과 시간을 많이 만들었을 것이다. 술이 주는 풍류와 기분 좋음이 플러스되니 얼마나 귀한 시간이었을까 짐작이 간다.

몽골, 벨기에, 헝가리, 독일, 미국, 일본, 중국 등 세계 여러 나라를 누비며 술을 만드는 양조장을 직접 보고 술이 주인공인 축제도 즐겨본 이야기는 저자의 말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색다른 렌즈가 되어 주었다. 애주가에게는 필독서요, 술이 좋은 이들에겐 맛있는 안주 같은 이야기가 가득한 책이다.



'샹그릴라 사람들은 술을 마시기 전에 치르는 관행 하나가 있다. 술잔을 받으면 오른손 네 번째 손가락, 약지에 술을 적셔 튕긴다. 한 번은 하늘을 향해, 또 한 번은 땅을 향해, 그리고 마지막은 마주 앉은 사람을 향해 튕긴다. 내가 술 마시는 것을 하늘에 고하고, 땅에 고하고, 그리고 상대방의 행운을 기원하면서 첫 잔을 들이켠다. 술자리마다 천지인의 조화를 기원하는 것이다. 샹그릴라에 이상향의 술이 존재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워도 이상향에 걸맞은 음주 문화는 갖고 있었다'

'맥주의 매력은 재료 종류와 제조 비율까지 낱낱이 공개되어 있어 열심히 찾고 모색하면 누구라도 좋은 술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이다. 맥주는 비밀이나 비법으로 포장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와인은 생산연도의 기후 조건과 생산지의 토양을 따져 제품의 가치가 결정되지만, 맥주는 좋은 재료, 좋은 제조법을 누구라도 확보할 수 있다'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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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읽어주는 기자들 - 기레기가 되기 싫은 기자들의 유튜브 실험
김기화 외 지음 / 넥서스BOOKS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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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인가 댓글이 온갖 불만과 저주의 배설창구가 되어 버렸다. 기사에 대한 내용, 기사와 관련없는 내용, 기자에 대한 인신공격까지 온갖 종류의 불만과 불평, 저주, 욕설이 난무한 글들의 집합체가 된 댓글을 읽고 있자면 가슴이 벌렁거리며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때부터였던것 같다. 내가 포털 사이트나 언론사 기사에 달린 댓글을 읽지 않은 것이.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 이 책은 기레기라고 욕 먹는 직업을 가진 김기화 기자가 유튜브를 통해 댓글을 읽으며 그 사건과 사고에 대해 다시금 짚어보며 대중과 소통하는 프로그램인 [댓읽기]의 종영으로 매체 확장판인 책으로 만든 것이다. 김기화 기자는 KBS 기자로, 지금과는 많이 달랐던 유튜브 환경에서 기자가 자처해서 꺼려하는 일을 했다는 데 먼저 대단하다는 칭찬을 해주고 싶다. 작년 말 [댓읽기]는 문을 닫았다. 책을 읽어 보니 댓글에 대댓글을 달며 소통을 열심히 하던 김기자는 손가락 건초염까지 앓게 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그는 진심이었다.

5년 동안 800개가 넘는 유튜브 동영상을 제작하며 진심으로 소통하고 싶어했던 기자들의 이야기는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에게 회의적으로 다가왔고 괜히 사서 고생한다는 핀잔을 들어야 했다. 그런데 우리가 잘 알고 있듯 '진심은 진심으로 통한다'는 말, 여기에도 맞아 떨어졌다. 레거시 미디어의 수 많은 문제들 중에서 악플이라는 소재를 선택해 그것으로 소통하고 부딪히며 설명(명확한 사실 전달)과 반성(기자가 기자 까기), 때로는 사과(언론을 대신한 미안함 전달)와 자기주장(뉴미디어의 역할 전달)까지 해볼 수 있었다.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댓읽기]는 종영되었고 앞으로 KBS의 미래는 매우 불안정해보인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김기화 기자와 같은 결을 가진 이들이 KBS를 잘 지켜주었으면 좋겠다. 우리의 공영방송이니까! 수신료는 소중하니까, 내가 낸 돈이 헛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댓읽기]에 참여했던 모든 기자들에게 진정 어린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도 계속 응원한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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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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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본 후에 다스리는 마음
수아지크 미슐로 지음, 이현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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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본 후에 다스리는 마음]은 그림으로 명상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다. 명상이 목적이기에 대중에게 익숙한 그림보다는 사유와 마음챙김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림들이 많았다. 결론적으론 그래서 더 좋았던 책이기도 하다.

저자 수아지크 미슐로는 특별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7년이라는 세월 동안 불교 사찰에서 티베트어 해독과 경전을 공부하며 집중 명상을 경험했다. 20살 초반에 시작한 이러한 모험스러운 경험은 28살이 되던 해에 끝내고 그는 명상을 세상 속에서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림이라는 장르를 통해 우리의 경험 세계를 풍성하게 하고 지속적인 명상을 돕게 했다.

저자는 이 책을 명상 상상 박물관이라 칭하며 예술 작품을 매개로 명상을 생생하고 손에 쥘 수 있게 친절한 설명을 덧붙였다. 이 책을 읽으며 좋았던 점은 많았다. 생소한 그림이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했고 저자의 명상에 대한 사유는 깊고 단단했다. 명상을 예술로 더 세세하게 접근하며 마음챙김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도 유용했다.

'부유하는 세상'이라고 번역할 수 있는 일본어 '우키요'라는 단어를 새롭게 해준 이 책은 '부단히, 점진적으로 소멸해 가는 느낌. 우주와 내밀하게 결합하는 느낌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우리에게 익숙했던 명상을 너머 선 이야기는 특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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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마음챙김 #명상 #자기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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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를 위하여 소설, 잇다 4
김말봉.박솔뫼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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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신의 소설 잇다 시리즈로 만난 소설 [기도를 위하여]는 지금까지 읽은 시리즈 중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꽤 영향력 있는 삶을 살았던 작가 김말봉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볼 수 있었던 시간이어서 의미 있기도 했다. 김말봉 작가의 소설 중 첫 번째는 [망명녀]다. 순애와 윤숙, 윤정섭이 등장하는데 세 사람의 엇갈리는 운명이 기구하다. 자신 때문에 순애가 비참한 구렁텅이 속에 빠진 듯한 삶을 살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윤숙은 이렇게 말한다. "그래 밤새도록 잠 한잠 못 자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너를 구원하기 전에는 이 큰 죄를 벗어날 길이 없는 것 같더라. 내게 있는 모든 것을 바쳐 너를 구원할 정성이 없으면 내 신앙은 헛 것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한 그의 말은 이 소설이 주는 메시지처럼 다가온다. 순애의 운명은 소설의 처음과 끝이 완전히 다르다.

두 번째 소설 [고백]에서는 미자와 바람을 피는 남편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아내 정희를 속이고 미자와 내통하던 남편의 이야기가 위트 있게 등장하는데 아마도 그 당시 사람들에게 꽤 인기를 끌었을 것으로 짐작이 간다.

마지막 소설 [편지]는 아내 은희와 남편, 인순의 이야기다. 9년을 같이 산 남편은 급성폐렴으로 죽었고 죽은 지 십여 일 만에 인순이 보낸 편지 한 통이 은희의 마음을 휘몰아치게 했다. 이 소설은 세 개의 소설 중 가장 재밌게 읽은 소설이었다. 남편과 인순이 사이의 관계를 의심한 아내 은희의 마음이 절절했다. 그런데 인순은 여자가 아닌 남자였으니 이 소설은 요즘 말로 표혀하면 반전 매력이 쩐다.

김말봉 작가에 이어 만나보게 된 박솔뫼 작가의 소설 화두는 산책과 배회이고 작품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공간, 기억, 상상이다. 소설 [기도를 위하여]는 감옥에서 윤과 순애가 결혼을 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소설이라지만 소설 같지 않아 읽는 내내 특이했던 작품이다. [망명녀]의 뒷 이야기로, 죽은 순애의 영혼이 현실에 깃든 내용이 잔잔하게 등장한다. 에세이 [늘 한 번은 지금이 되니까] 는 김말봉에 대한 박솔뫼의 소회와 자신의 일상을 그린 것으로 교토의 그 골목길을 걷고 싶게 만들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소설의 매력에 빠져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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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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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천 가족 2 - 2세의 귀환 유정천 가족 2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작가정신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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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천이란 단어는 불교 용어다. 불교에 문외한이니 [유정천 가족]이란 소설을 읽으면서 처음 접하게 되었다. 유정천이란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구천 가운데 맨 위에 있는 하늘로, "유(존재)의 꼭대기에 있는 하늘"을 뜻한다. 일본에서는 이 뜻에서 파생되어 일반적인 의미로 무엇인가에 열중해 자기 스스로를 잊은 상태를 말할 때도 쓴다고 한다. 그 상태는 기쁨이 지배하기에 긍정의 의미다. 그렇다면 소설 [유정천 가족]은 그런 감정과 상태를 가진 가족이란 것이겠다. 1권에 이어 2권의 시작은 꽤 그럴듯한 인생 모토를 밝히고 있다.

'좌우지간 재미있게 살고 볼 일이다. 일단 그렇게 단정해보면 어떨까. 나는 현대 교토에 사는 너구리이지만, 일개 너구리라는 것을 긍지가 허하지 않아 먼발치에서 덴구를 동경하며 인간 흉내를 내는 것도 좋아해 마지 않는다. 이 성가진 습성은 조상 대대로 면면히 전해 내려온 것이 틀림없다. 선친은 그것을 '바보의 피'라고 불렀다.'

아버지 너구리 시모가모 소이치로의 셋째 아들 야사부로가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이 소설은 1권과 마찬가지로 재미있는 너구리와 덴구, 인간 사이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들로 꾸며져 있다.

'요컨대 재미있는 것은 좋은 것이다' 이 문장은 어찌보면 [유정천 가족]이라는 장편소설을 관통하는 주제다. 심각하지 않게 재밌게 인생을 살라는 작가의 메시지라는 것! 아버지 시모가모 소이치로는 아들에게 당부했다. "우리는 너구리야. 웃으면 안 되는 때란 없다"

아카다마 선생의 아들인 야쿠시보 2세가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2세들간의 좌충우돌 이야기와 여전히 너구리 전골 때문에 골치 아픈 너구리들의 이야기, 거기에 감칠맛을 더해주는 로맨스까지 곁들여지니 소설은 오히려 1편보다 더 재밌게 다가왔다. 너무 소설에 몰입해서일까? 왠지 주변에 너구리가 있는 건 아닌가 자꾸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ㅋㅋㅋㅋ). 교토 원더랜드에서 펼쳐지는 믿을 수 없지만 또 믿고도 싶은 이야기가 추워도 너무 추운 겨울날을 따뜻하게 데펴준다. 1편보다 더 재밌는 2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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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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