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를 위하여 소설, 잇다 4
김말봉.박솔뫼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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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신의 소설 잇다 시리즈로 만난 소설 [기도를 위하여]는 지금까지 읽은 시리즈 중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꽤 영향력 있는 삶을 살았던 작가 김말봉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볼 수 있었던 시간이어서 의미 있기도 했다. 김말봉 작가의 소설 중 첫 번째는 [망명녀]다. 순애와 윤숙, 윤정섭이 등장하는데 세 사람의 엇갈리는 운명이 기구하다. 자신 때문에 순애가 비참한 구렁텅이 속에 빠진 듯한 삶을 살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윤숙은 이렇게 말한다. "그래 밤새도록 잠 한잠 못 자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너를 구원하기 전에는 이 큰 죄를 벗어날 길이 없는 것 같더라. 내게 있는 모든 것을 바쳐 너를 구원할 정성이 없으면 내 신앙은 헛 것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한 그의 말은 이 소설이 주는 메시지처럼 다가온다. 순애의 운명은 소설의 처음과 끝이 완전히 다르다.

두 번째 소설 [고백]에서는 미자와 바람을 피는 남편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아내 정희를 속이고 미자와 내통하던 남편의 이야기가 위트 있게 등장하는데 아마도 그 당시 사람들에게 꽤 인기를 끌었을 것으로 짐작이 간다.

마지막 소설 [편지]는 아내 은희와 남편, 인순의 이야기다. 9년을 같이 산 남편은 급성폐렴으로 죽었고 죽은 지 십여 일 만에 인순이 보낸 편지 한 통이 은희의 마음을 휘몰아치게 했다. 이 소설은 세 개의 소설 중 가장 재밌게 읽은 소설이었다. 남편과 인순이 사이의 관계를 의심한 아내 은희의 마음이 절절했다. 그런데 인순은 여자가 아닌 남자였으니 이 소설은 요즘 말로 표혀하면 반전 매력이 쩐다.

김말봉 작가에 이어 만나보게 된 박솔뫼 작가의 소설 화두는 산책과 배회이고 작품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공간, 기억, 상상이다. 소설 [기도를 위하여]는 감옥에서 윤과 순애가 결혼을 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소설이라지만 소설 같지 않아 읽는 내내 특이했던 작품이다. [망명녀]의 뒷 이야기로, 죽은 순애의 영혼이 현실에 깃든 내용이 잔잔하게 등장한다. 에세이 [늘 한 번은 지금이 되니까] 는 김말봉에 대한 박솔뫼의 소회와 자신의 일상을 그린 것으로 교토의 그 골목길을 걷고 싶게 만들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소설의 매력에 빠져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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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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