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사랑이 남았으니까 - 처음과 끝의 계절이 모두 지나도
동그라미(김동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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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언제나 아련하다. 그 시가 슬픔을 이야기하건 행복을 이야기하건 중요하지 않다. 짧고 간결한 단어들이 모여 문장이 되고 그 문장은 아련함이라는 감정을 머금고 읽는 이의 마음 속으로 헤집고 들어온다. 때로는 시처럼 때로는 짧은 편지글처럼 씌여진  [아직 사랑이 남았으니까]는 사람을 사랑하고 이별하면서 겪는 감정의 기복이 언어로 표현되어 있다.

책을 넘기자마자 마주한 글들은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의 들뜬 마음과 행복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누군가를 알게 되고 사랑에 빠지고 내 사람으로 인정할때의 희열이 나에게까지 전해져왔다. 만나면 행복하고 헤어지면 보고싶은 연인의 이야기가 아름다왔다.

그러나 이별은 불청객처럼 난데없이 찾아왔고, 사랑으로 설레였던 단어가 사라지고 헤어짐에 몸서리치는 슬픔이 그 자리에 파고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고
각자 다른 삶을 살아도
늘 서로 같은 하루로 마무리하기를
늘 내곁에서 당신의 하루가 끝나기를'

이토록  바라던 이가 사라지고 글은 이별의 정점을 찍는다.

'우리 다시 만나지 말아요. 그냥 당신은 이만큼 당신을 사랑해준 사람이 있었다는 거 그거만 기억해주세요. 사랑했어요. 잘 가요.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응원할께요.'

사랑부터 이별까지 차곡차곡 쌓아온 감정의 언어들이 계절을 따라 부유하며 흔적을 남겼다.
사랑은 어쩜 이리도 치명적인 아름다움과 아픔을 동시에 가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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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사소한 일에 화를 냈습니다 - 자존감이 높아지고, 인간관계가 술술 풀리는 감정 정리법
와다 히데키 지음, 정지영 옮김 / 상상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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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정신과 전문의 와다 히데키의 [오늘도 사소한 일에 화를 냈습니다]는 마치 고해성사를 하는듯한 제목이라 인상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왜 사소한 일에 욱할까? 나 역시 그렇기에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소하다는 기준이 개인적인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기에 우리는 더욱 더 사소한 일에 화가 날지도 모른다. 와다 히데키는 작은 일에 상처받지 않고 울컥해도 쿨하게 털어내는 방법을 책에서 말하고 있다.

현대인은 욱하고 후회한다. 뒤늦은 후회는 아무 소용없지만, 우리는 매일 되풀이한다. 세상을 좀 더 대담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세상의 부조리, 부조화를 바꿀 수는 없으니 나 자신을 바꾸라고 조언하는 저자는 사고방식과 행동을 개선해 우울한 마음에 빠지지 않고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만한 힌트를 책에서 제시해준다.

특히 화내는 습관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상태가 변화됨을 보여준다. 즉 생각을 바꾸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이다. 책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지만 막상 삶에서 쉽게 적용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차근차근 정리해 준다. 가까운 곳에도 행복은 얼마든지 널려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양이 아닌 질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인생은 길기 때문에 언제든지 실수나 잘못을 만회할 수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길게 목표를 정한다면 순간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리라. 사회에 나가 생활하다보면 매사를 경쟁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은 쉽게 인간관계와 일에서 피곤함을 느낀다. 경쟁에서 벗어나 나의 발전에 주목하기 시작한다면 인생은 훨씬 즐거워질것이다. 잊지 말자. 책에서 말해주는 여러 조언들을!


'사소한 일 때문에 중요한 일을 잊는 사람에서 중요한 일을 고민하느라 사소한 일은 잊는 사람으로 바뀌어야 합니다(p105)'

'자신의 장점을 알고 있으면 안심하게 되고, 나에게도 이렇게 좋은 점이 있다는 생각에 자신감도 생깁니다. 타인에게 미묘한 적의를 품는 일도 줄어듭니다(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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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와 장미의 나날
모리 마리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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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너무 아름다운 [홍차와 장미의 나날]은 모리 마리라는 일본 출신의 국내 첫 에세이다. 나에게 다소 생소한 저자 모리 마리 는 소확행 정신의 소유자라 불리우며 독특함을 자랑하는 이였다. 어릴 적 부유하게 자란 탓에 환경이 변하고 나서도 그때의 취향과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유지하는 그녀의 특별한 모습이 사람들에게는 호불호의 인상을 강하게 남기게 된다.

이 책을 번역한 이는 그녀의 삶을 '정신적 귀족이 만드는 우아한 세계'라는 한 문장으로 표현했다. 엘리트이자 시대를 선도하는 선구자였던 아버지를 따라 외국생활도 해보고 남다른 교육과 환경속에서 자란 그녀이기에 어쩌면 이러한 일들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호화로운 유년생활은 그녀의 인생 내내 지속되지는 않았다. 두 번의 이혼과 가난은 그녀를 변화시키진 못했다.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이 무엇인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삶을 결코 진흙탕으로 만들지 않는다" 

책속에는 그녀가 좋아하는 요리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가족과 이어진 추억, 장소와 연결된 요리 등이 간단한 레시피 소개로 이어지니 책을 읽으며 요리의 맛을 상상하고 즐길 수 있다.


"아버지의 귀족적 취향은 역시 우리 안에서 뭔가가 되어 성장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나 역시 훌륭한 식도락가다. 넘치게 훌륭해서 훌륭함이 거스름돈을 내줄 정도다. 젊은 사람이면 또 모르겠지만 이미 누가 노인이라 부를때 아니라 말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나이가 되었는데도 먹는 걸 좋아하기로는 여전히 아이 못지않다(p188)"

매일 매일 자신을 위해 요리를 만들었던 마리는 진정 자신을 사랑할줄 아는 사람이다. 그녀가 말해준 몇가지 레시피는 메모해두었다. 나를 위해 요리하고 싶어서다. 이책은 성깔있는 저자의 아름다운 요리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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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 일기 (리커버 에디션)
롤랑 바르트 지음, 김진영 옮김 / 걷는나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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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가 사랑한 현대 사상가 롤랑 바르트를 애도일기로 처음 만났다. 그의 일기를 담은 책 애도일기는 어머니를 잃고 난 다음날부터 써내려간 2년어치의 그의 슬픔과 애도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꾹꾹 눌러 담긴 문장들이다.

어떤 글들은 일기라기 보다는 메모에 가까왔다. 그가 경험한 슬픔과 죽음, 혼자 남은 외로움과 상실감이 매우 감정을 자극하며 기억들을 끄집어내기에 충분하다.

대부분 사랑하는 가족을 잃게 되면 커다란 아픔과 상실감에 일상생활을 제대로 영위할 수 없게 된다. 그럼에도 바르트는 어머니를 떠올리며 애도에 몰두한다.

"애도는, 우울은 병과는 다른 것이다. 그들은 나를 무엇으로부터 낫게 하려는 걸까? 애도가 하나의 작업이라면, 애도 작업을 하는 사람은 더 이상 속없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도덕적 존재, 아주 귀중해진 주체다. 시스템에 통합된 그런 존재가 더는 아니다"

 

메모처럼 씌여진 글들은 하루에도 서너 편이 된다. 글과 문장 속에는 슬픔과 삶의 욕구가 묘하게 뒤섞여 그의 불안정된 모습을 반영한다.

"내 슬픔은 삶을 새로 꾸미지 못해서 생기는 게 아니다. 내 슬픔은 사랑의 끈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사랑의 단어들이 의식의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아주 자명해진 내 슬픔의 이유..."

사랑의 부재는 상실이 되고 상실은 격렬한 슬픔으로 그를 압도한다. 그가 내지른 비명과도 같은 단어들은 책을 덮고 나서도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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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oming 비커밍 - 미셸 오바마 자서전
미셸 오바마 지음, 김명남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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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초의 흑인 퍼스트레이디였던 미셸 오바마의 책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때, 어서 나오길 바라며 기다렸다. 많은 사람들의 주목과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그녀의 삶을 그녀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는 기회였기에 더욱 그러했다.
어린 소녀였던 미셸에서 버락의 아내가 되어 백악관에 입성하고 지금은 다시 일반인으로 돌아온 그녀의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책 속 가득했다. 예상했던 대로 그녀는 정열과 열정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녀가 가졌던 환경의 한계를 극복해나가는 삶의 마디마디가 굉장히 구체적이고 디테일하게 묘사된 비커밍은 마치 한편의 잘 만들어진 소설과도 같았다.

대형 로펌 변호사 시절 버락 오바마를 만났던 미셸의 이야기는 읽는 내내 핑크빛 러브무드가 느껴졌다. 특히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공개되는 결혼 생활 초기의 이야기는 공감가는 현실이었고 학창시절의 솔직 담백한 사춘기 소녀의  첫사랑 이야기도 거침없이 공개하는 그녀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돋보였던 점은 너무나 솔직하고 당당한 그녀의 필체였다.

 

책의 제목 역시 의미가 깊다. becoming이란 단어가 제목인데 그 안에 소제목도 '~되다'로 구성해 '내가 되다', '우리가 되다', '그 이상이 되다' 로 한것도 이야기의 핵심을 잘 표현했던 대목이다.

"부모님은 내 마음속 불꽃이 꺼지지 않기를 바랐다"(p30)

"친밀하고 활기찬 여자 친구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 그럼으로써 여자들의 지혜라는 안전한 항구를 확보해두는 것..이후에도 평생 나를 지탱하는 힘이 되어줄 습관의 시작이었다"(p68)

학교에 다녀온 아이들이라면 엄마에게 한번쯤은 해봤을 선생님에 대한 불평을 들었을 때,  미셸의 어머니는 그 순간 이렇게 말한다.

"어느 날 내가 씩씩거리며 불평을 늘어놓자 어머니는 말했다."하지만 선생님 머릿속에는 네가 배워야 할 수학 지식이 담겨 있어. 그 점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무시하렴"(p74)

"돌아보면 어머니의 모든 행동과 말에는 자신이 우리를 어른으로 키웠다는 확신이 조용하고 든든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p75)

 

미셸은 그녀가 흑인이고 여자이기에 겪었던 여러 부당한 일들을 회상하며 여러 소신을 밝힌다.

"나는 내가 그 이상이라는 걸 알았다. 한 사람의 의견이 나에 대한 나 자신의 평가를 무너뜨리도록 놓아두진 않을 터였다"(p99)

그녀는 어쩌다 그만 평범하지 않은 여정을 밟게 된 평범한 여성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책과 이야기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이세상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게 되길 바랐다. 그녀는 매순간 자신을 잃지 않으려고 애썼고, 사람들과 이어지려고 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우리 모두 서로를 초대하여 받아들이자는 것, 그러면 아마 우리는 덜 갈라놓는 편견과 고정관념을 버릴 수 있을 것이다"(p557)

"우리가 자신을 남들에게 알리고 들려주는 것,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는 것, 자신만의 목소리로 말하는 것은 그 자체로 힘이 된다. 그리고 기꺼이 남들을 알고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것은 고귀한 일이다. 내게는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무언가가 되는 일이다"(p557)

25년을 함깨한 단짝 버락과 두 딸과 함께하는 그녀의 남은 인생도 기대가 된다. 그녀만이 가진 그녀가 소유한 이야기들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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