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대국민 사기극 - 노무현 정부의 교육정책 전면 비판과 대안
정진상 외 지음 / 책갈피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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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987년 6월 항쟁 이후 새로운 가치와 방식으로 한국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했던 흐름이 꺽이기 시작하고 지금까지 어려워졌던 이유이자 앞으로 한국사회가 나아지기 위해 꼭 해결해야 할 과제 중의 하나로서, 나는 교육문제를 꼽는다. 유치원생 어린이부터 대학 재학 중인 청춘들까지 입시지옥, 자격증 지옥, 무한경쟁에 내몰아 버린 한국의 교육 현실이야말로 사회적 불평등과 양극화의 심화, 부동산 거품과 경제구조의 비효율성, 연고주의와 승자독식주의를 악순환시키는 주요한 고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교육이 작동하게끔 발동을 건 첫 계기는 역설적이게도 6월 항쟁 이후 최초로 들어선 김영삼 문민정부의 '5.31 교육개혁안'이라 생각한다. 김영삼 정부의 대통령 자문 교육개혁위원회 명의로 개혁안이 만들어졌으며 이를 주도한 인물은 박세일 당시 대통령비서실 사회복지수석비서관(교육개혁위원 엮임), 김신일 당시 교육부장관, 이주호 KDI 연구원, 강봉균 국무총리 행정조정실장이었다. 1995년 5월 31일 교육개혁위원회는 “신교육체제는 1) 교육 공급자 중심에서 학습자 중심 교육으로 2) 획일적인 교육에서 다양하고 특성화된 교육으로 3) 규제와 통제 중심 교육 운영에서 자율과 책무성에 바탕을 둔 교육 운영으로 4) 획일적 균일주의 교육에서 자유와 평등이 조화된 교육으로 5) 흑판과 분필 중심의 전통적 교육에서 교육의 정보화를 통한 21세기형 열린 교육으로 그리고 6) 질 낮은 교육에서 평가를 통한 질 높은 교육으로 전환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라는 취지로 '5.31 교육개혁안'을 발표하였다.
 
'5.31 교육개혁안'으로 시작된 '교육개혁'은 자립형 사립고등학교(자사고) 도입, 그리고 김영삼 문민정부를 뒤이어 김대중 국민의정부와 노무현 참여정부는 원칙적으로 '5.31 교육개혁안'을 토대로 교육정책을 펼쳤고, 현 이명박 정부 역시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그 결과는 어떠했나?
자사고는 '평준화 보완을 빙자한 귀족학교 만들기'로 전락하였다. 자사고를 신청한 학교들은 자사고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면서 귀족학교와 고급입시전문 고등학교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학습자 중심의 교육'은 '우열반' 편성으로 변질되었고, '다양하고 특성화된 교육'을 이유로 확대된 과학고와 외국어고는 '대학입시 전문학원' 수준으로 전락해 버렸다. '자율과 책무성에 바탕을 둔 교육 운영'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고, '획일적 균일주의 교육에서 자유와 평등이 조화된 교육'은 오늘도 '대학입시 무한경쟁' 속에 파묻혔다. '교육의 정보화'는 각급 학교 교실에 컴퓨터와 빔프로젝트, 영상과 음향시스템을 구축하는 하드웨어 제작회사들만 배부르게 해주었고, '질 높은 교육'은 공허한 메아리가 되버린 지 이미 오래다. '대학 자율화'를 외치면서 수능시험을 통해 '일렬로 줄세우기'는 폐기하지 않았고 본고사 도입이나 고교 등급제를 시도했다가 전사회적인 반대에 부딪혀 포기했다. 대학 설립을 무분별하게 허용하여 교육 시스템과 인력을 갖추지 못한 2년제, 4년제 대학이 급속하게 늘었고, 오히려 '대학 서열'은 강화되었다. 사립대학은 '교육'이 아니라 '돈벌이'로 전락한 지 오래되었고...
 
나는 전교조와 참교육학부모회 등 교육관련 시민단체들이 '신자유주의 교육의 심화'라고 비판하고 비난하는 것은 오히려 가벼운 질책이라 생각한다. 지난 4개의 정부가 진행한 '교육 개혁'은 그나마 부분적으로나마 진행되어 오던 '제도교육을 통한 학생들의 자유와 도약할 수 있는 기회의 제공, 학생들 간의 창의성과 협동성의 배양, 사회적 평등의 추구'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었다. 지난 17년 동안 학생들의 공부시간은 늘어났지만 학생들의 창의성은 떨어졌고, 대학입시는 '과열'에서 '입시지옥'으로 변했다. 성적과 시험 스트레스로 인한 아이들의 자살과 학교 폭력은 늘어났고, 사교육 산업은 날로 번창하여 이제 유치원부터 대학 재학생까지 '평생 학원 학습 체제'가 구축되었다. 그들은 교육개혁을 통해 '교육'이 아이들을 전인적인 인간으로 자라도록 돕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자산과 소득에 따라 사회적 계층을 나누는 과정'으로 만들어 버렸다. 아이들과 청년들을 '입시지옥과 자격증 지옥'으로 내몰았고 그 '지옥'에 빠져있는 기간도 3년에서 16~20년으로 늘렸다. 우리의 아이들을 죽이고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이것은 비판이나 비난을 받을 일이 아니라 단두대로 보내거나 광장에 꿇어 앉힌 다음 돌팔매질을 당해야 할 일이다.
 
내가 분통이 터지는 것은 이렇게 '아이들을 죽이는 교육'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심화시킨 주체들이 군사독재자나 보수우익 세력이 아니라 6월 항쟁의 주역들이었다는 사실이다.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정부,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그들이다. 대통령과 이명박 정부는 과거 민주 정부의 각종 정책을 부정한다고 선언했음에도 교육정책만큼은 기존 방향과 방식을 더욱 심하게 몰아부쳤다.
하지만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의 핵심 주역들은 그러한 사실에 대한 사과는 커녕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김중권, 한광옥, 박지원(현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문희상, 김우식이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다. 이홍구, 이수성, 고건이 문민정부의 국무총리를, 장상과 장대환이 국민의정부 국무총리를, 고건, 이해찬, 한명숙, 한덕수가 참여정부의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이해찬 현 민주통합당 대표, 송자, 한완상, 윤덕홍, 안병영, 김진표 현 국회의원 등이 3개 정부의 주요 교육부 장관이었다. 이기호, 김진표, 한덕수, 이영탁, 조영택 등이 국무조정실장, 행정조정실장이었다. 민주통합당의 대통령 후보인 문재인 의원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김두권 전 경남지사는 행정안전부 장관, 정세균 전대표는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과 원내대표, 손학규 전대표는 통합민주당 대표였다.
 
이 책은 문민정부-국민의정부-참여정부의 교육정책 중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에 국한하여 전면적인 비판을 가한 책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집권 초기에 여소야대 국회로 인하여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지만, 2004년 탄핵정국을 통해 국회 과반수 의석을 점유했다. 그렇지만 여당이 된 후 교육개혁의 전면적인 수정과 재개혁을 요구하는 교육관련 단체와 개혁적인 정당, 국회의원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은 '5.31 교육개혁안'을 밀어붙이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이에 저자를 비롯한 교육시민단체와 학계가 중심이 되어 참여정부의 교육정책 난맥상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비판한 후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는 책을 2005년 발간한 것이다. 이 책을 읽어보면 참여정부가 교육정책에서 무엇을 잘못했는지 잘 알 수 있다.
내 개인적인 평가는,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이 '신자유주의적'이 것도 문제지만 더욱 큰 문제는 '참여'정부임에도 정부의 정책에 참여정부의 비판적 지지세력인 시민단체와 개혁적인 전문가들 그리고 학부모와 학생들을 배제한 것이다. 참여정부는 '참여'도 없고 '소통'도 없었다. 그러한 참여정부 핵심세력의 모습은 지금에까지 이르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럴까? 내 생각에는 '자신들이 그때 당시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저자와 시민단체들은 이 책에서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을 '교육부의 대국민사기극'으로 규정한다. 2005년 발표된 대학입시제도는 '가장 오래된 대국민사기극'으로, 자립형 사립고 정책은 '평준화 보완을 빙자한 귀족학교 만들기'로, EBS 수능강의 시행은 '사교육비는 줄어들지 않는 또 하나의 학생 부담'이 된 사기극으로, 교원평가제는 '학부모를 볼모로 한 사기극'으로 비판한다. 대학구조개혁은 '책임 회피를 위한 교육부의 안간힘'으로 평가하고, 국립대 독립법인화는 '공교육 포기로 가는 길'이라 비판한다. BK21과 NURI사업은 '고등교육정책의 반민중성'을 지닌 것으로서 대학서열을 심화시켜 버렸음을 지적한다. 교육개방은 '대국민 사기극의 백화점'으로 비판하며 사립학교법 개정은 '사립학교 운영의 민주화를 위하여' 절대적으로 필요함에도 부분적으로 도입되었음을 비판한다. 결론은 "참여정부 교육정책은 신자유주의의 절정판"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가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을 그대로 계승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기 거대여당을 동원하여 시민단체와 학부모, 학생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립학교법 등 참여정부가 조금이라도 개혁적인 모양새를 낸 제도마저 철저하게 유린하였다.

 

1995년부터 올해까지 무려 17년간 계속 추진된 '5.31 교육개혁안'은 기로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 교육문제에 대한 공약은 비정규직, 양질의 일자리, 사회적 안전망(보편적 복지), 사회적 정의와 더불어 주요 이슈로 제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거 정책 논의 과정에서 교육문제가 크게 부각되고 논의 과정에서 '무한경쟁, 입시지옥, 대학서열, 학벌사회'의 문제점이 전국민적으로 교감이 이루어지게되면, 차기 대통령이 취임 직후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여 획기적으로 교육문제의 주요 골격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2012년 8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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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를 팝니다 - 대한민국 보수 몰락 시나리오
김용민 지음 / 퍼플카우콘텐츠그룹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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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국 보수 정치세력의 특성을 설명한 책이다. 정치적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딱딱한 이론서가 아니라 읽기 쉬운 에세이 같은 느낌을 준다. 
'나는 꼼수다' PD이자 시사평론가인 저자는,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청년 보수로서 사회활동을 시작했지만 보수의 부도덕한 실체를 경험한 후 이를 비판하고 맞서는 과정에서 해직의 아픔을 겪으며 진보성향의 평론가로 거듭났다. 보수와 진보 모두를 겪어본 저자는 우리나라 보수가 왜 득세해 왔는지, 하지만 왜 결국 몰락할 수밖에 없는지를 논리적이면서도 재미있게 풀어냈다. 보수라는 대상을 분석하면서 향후 대한민국 정치 흐름을 예측한다.
김용민은 보수를 이기고, 보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수가 왜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는지, 겉으로 봐서는 이해가 안 가는 보수의 모습 뒤에 어떤 속셈이 깔려있는지를 간파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만 계략에 속아 넘어가지 않고 오히려 카운터펀치를 먹일 수 있다고.
이 책을 읽으면서 나꼼수의 '시사 돼지'로만 알고 있던 김용민이 단순한 방송 프로그램 PD가 아니라 시사평론가로 부르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가 학문적으로 이념과 정치를 분석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경험과 고민을 통해서 '보수정치'와 '보수정치인'에 대해 설명한 것은 제법 설득력이 있다.

저자는 보수를 모태 보수(선천적 보수), 기회주의 보수(후천적 보수), 무지몽매 보수(묻지마 보수) 등으로 구분하는 센스를 발휘하며, 그들이 가진 강점, 약점, 한계점, 미래 등을 친절하게 분석해낸다. 저자에 따르면 보수는 원칙이나 철학보다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는 데 역량을 총동원해 왔으며, 그 집단의 핵심은 돈에 대한 열망과 비즈니스 마인드, 조급증과 오버액션 등으로 압축된다고 한다. 
사람들은 보수정치인이 하는 말을 들으면서, 보수라 자칭하는 사람들이 하는 행동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도대체 왜 저러지?" 우리나라 최고의 학벌을 자랑하는 보수 정치인들이 초등학생 수준에도 못 미치는 무식한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다. 듣기만 해도 섬뜩한 이름을 가진 이른바 보수 단체들은 마치 최면에 걸린 듯 '빨갱이 척결'이라는 주문을 외면서 마구잡이 폭력을 휘두른다. 그들은 왜 그렇게 말하고, 그들은 왜 그렇게 행동할까? 그리고 왜 많은 사람들이 저렇게 이해 안 가는 사람들을 지지하고, 선거 때만 되면 마치 기계처럼 저들에게 표를 던져왔던 걸까?
저자 김용민도 역시도 그런 사람들 가운데 하나였다. 보수의 가치를 믿었고, 보수라는 것은 예로부터 내려오는 좋은 전통을 지켜주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보수가 이 나라를 바로 잡아 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다 저자는 개인적으로 쓰라린 경험을 몇 차례 겪고 나서야, 생각하고 믿었던 보수가 대한민국에서는 환상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때 미련 없이 보수에서 떠났다고 한다. 그 당시에 겪었던 경험과 상처와 고민들이, 시사평론가로 활동하면서 "보수는 왜 그럴까?"와 같은 의문에 대해 나름대로의 분석과 해답을 내는 데 필요한 자양분이 되었다고 말한다. 

우리는 이미 5년 동안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헌법으로 보장된 자유와 권리가 심각하게 위축되는 현상을 목격했다. 그 동안 진보 진영의 목을 조르기 위해서 동원된 이런 모든 꼼수들이 이제는 거꾸로 보수의 목을 조르기 시작하고 있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국회의원 선거, 그리고 대통령 선거로 이어지는 2012년은 자기 덫에 자기가 걸려 버린 보수가 본격적으로 몰락의 길을 걷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저자의 전망과 달리 지난 4.11 총선은 '야권의 참패'였다. 지난 1990년 이후 최초로 총선에서 야권단일화까지 이루어 보수 기득권을 대변하는 새누리당과 대결했지만 유권자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김용민 자신의 존재는 야권의 패배에 일조했다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왜 그랬을까?

저자와 '나꼼수' 멤버들은 4.11 총선 결과가 '사실상 승리'라고 주장했다. 나꼼수가 없었다면 그 정도의 의석도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 생각으로는 나꼼수의 주장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것 같다. 
'나꼼수가 없었으면 그 정도 의석을 얻을 수 없었다'라는 말은 맞다. 야권의 형님 격인 민주통합당이 작년부터 올해까지 유권자들에게 아무런 희망을 주지 못했고, 4.11 총선에서 집권당의 능력과 자질을 보여주지도 못했다. 민주통합당은 4년 내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독재적 정국운영에 제대로 된 반항조차 하지 못했지만, 나꼼수는 움추러든 유권자들과 지지자들을 '쫄지마 씨바' 한 마디로 집결시키고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나꼼수의 지난 1년이 없었다면 4.11총선은 더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4.11 총선은 사실상 승리'라는 주장은 틀렸다. 민주통합당은 지난 참여정부의 과오와 실패를 솔직하게 인정하지 못하고 '착한 FTA와 나쁜 FTA'라는 식으로 자신들의 짐을 회피했으며 선거의 의제설정조차 주도하지 못했다. 총선 후보를 공천하는 과정에서 자질과 능력보다 계파와 연줄을 기준으로 삼았다. 제1야당이 총선 준비 과정에서 나꼼수에게 끌려다녔고, '김용민 막말' 파동이 나왔을 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저자 김용민은 나꼼수의 '시사 돼지'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자질과 능력을 보여주었지만, 정치인 '김용민 후보'로서는 미달이었다. 나꼼수는 정치에서 한 발 떨어져 제 자리에서 충실하게 자신들의 본분을 다했어야 했다. 팟캐스트 시사프로와 정치 개입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것까지는 괜찮았지만 완전히 정치로 넘어가는 순간 판이 바뀐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세상 사는 이치가 다 그렇듯이, 나꼼수 멤버들이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싸워나가기 위해 자존감과 자신감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그들이 골방 속에 갇혀 자족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세상과 소통하고 변화를 시도하는 이들이라면 자신들의 활동에 대한 차분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거듭나야 한다고 본다. '우리는 틀리지 않는다'라는 자만이 불러온 결과는 현직 대통령과 새누리당 대표로만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벅차기 때문이다.

총선 이후 나꼼수의 열기는 확실하게 사그라들었다. 그것이 나는 더 안타깝다. 김용민이 당선되지 못한 것보다. 하지만 나꼼수는 쉬지 않을 것임을 안다. 적어도 12월 대선까지는. 나 역시 나꼼수의 활약과 노력을 지지할 것이다. 그들이 자신들의 본분에 충실하는 한.

'나는 꼼수다' 화이팅!!!

[ 2012년 8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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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정봉주 - 나는꼼수다 2라운드 쌩토크: 더 가벼운 정치로 공중부양
정봉주 지음 / 왕의서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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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꼼수다' 열풍을 등에 엎고 '폭풍 집필'을 통해 탄생한 책. 나꼼수팬들이 나꼼수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달래기 위해 주저 없이 사들이면서 한동안 서점가에서 판매량 1위를 달리던 책. 나 역시 올해 초 그 대열에 동참했다.

4.11 총선의 여파로 시들해진 나꼼수. 그들을 다시 기억하고 그들이 탄생한 의미와 활약을 스스로 상기시켜 보기 위하여 책을 읽었다. 나꼼수 방송에서 그냥 '깔때기'로만생각하던 정봉주 전의원. 군사독재 이후 가장 광기에 찬 이명박 정권의 행정부-입법부-사법부 체제에서도 두려움 없이 '국민의 알 권리'를 외치며 "쫄지 마, 씨바"를 시원하게 내뱉던 정치인. 자신이 몸 담고 있던 야당에서도 무기력하게 끌려다니던 때 정치색 짙은 대법원의 최종 판결로 교도소에 수감된 양심수. 감옥에 갖히는 것보다 유권자로부터 잊혀지는 것을 더 두려워하는 정치인.
2011년 12월 26일 나꼼수 4인방이 마지막으로 함께 했던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서 붉은 목도리를 두른 정봉주 전의원이 수 백명의 환송 인파 앞에서 환하게 웃을 때 나는 웃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 유권자들과 시민들의 '정치망각증'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민주통합당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했기에. 4월 총선에 대한 전망이 밝지 않았기에. 결국 4월 총선에서 야권은 참패했고 그 결과 정봉주 전의원이 석방될 첫 번째 기회이자 마지막 기회(내 생각에...)는 그렇게 조용히 사라졌다.

 

나꼼수는 언론 매체라 할 수 있다. 다만 기존의 매체와 내용과 방식에서 다를 뿐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언론 매체, 즉 종이 신문이나 인터넷 신문, 지상파 TV와 케이블, IPTV에 이르기까지 정보와 주장을 접할 수 있는 언론 매체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난다. 하지만 한국 근현대사가 보여주는 특성인 기득권 체제의 유지와 이데올로기 편향성은 언론 매체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1960년대부터 20여 년간 이어져오던 군부집권 시절에는 모든 사회체제와 마찬가지로 언론 매체도 군대식이었고 군인의 입맛에 맞게 가공, 편집되었다. 김영삼 정부 시절에 정치군인들의 기득권이 해체된 후부터 언론 매체는 잠시 정치권력에 기생하더니 김대중 정부 때부터는 스스로 '권력'임을 자임하기 시작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보수우익 세력과 기득권 세력의 이익과 이데올로기의 '마지막 보루'를 자임하던 조중동은 이제 '보수의 리더'로 자리잡으로 한다. 소위 '공중파'라 하는 지상파 TV와 YTN은 정치권력에 좌우되는 제도적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사실을 공정하게 시청자에게 전달하기는 커녕 오히려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소위 '진보 언론'이라고 하는 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등도 '공정 언론'과 '여론 형성'에 그다지 쓸모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조중동의 편파 방송에 맞대응하는 식의 역편파 방송에 주력하면서도 재벌과 기득권 체제에 편승하여 '진보 담론'을 자양분 삼아 기생하는 일종의 '진보 상업주의 언론'이 주류라고 생각된다. 그런 언론 환경이기 때문에 나꼼수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을 것이라 생각한다.(이 생각은 유창선 시사평론가의 <정치의 재발견>에서 영향을 받았다...^^)

 
 
나꼼수는 팟캐스트 방송이다. 팟캐스트는 기존 언론처럼 시청자, 구독자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청취자,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에 따라 선택하여 보고 듣는 방송이다. 완전히 21세기 방식이고 소비자 주권 시대의 반영이다. 나꼼수의 소비 방식은 팟캐스트를 애청하는 청취자가 주변 사람에게 또는 인터넷과 SNS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는 방식이다. 나꼼수를 언론의 하나라고 인정한다면 언론의 전달구조가, 전달주체가 역전된 셈이다. 물론 SNS가 지금처럼 대중화되지 않았다면 나꼼수의 열풍이 쉽게 불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튼 그런 나꼼수 방송을 김어준 총수와 함께 초기에 세팅한 당사자가 정봉주 전의원이다.(물론 책 속에 담겨 있는 그의 일방적인 주장이다. 김어준 총수가 그 말에 동의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ㅋ) 저자는 나꼼수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털어놓는다. "나꼼수 멤버들이 주도한 토크 콘서트는 단순히 웃고 즐기는 콘서트가 아니라 적어도 현재의 정치적 상황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이들에겐 저항의 참여이고 저항으로 뭉친 공동체에 대한 확인이다. 웃으며 즐기고 참여하는 저항 정신이 나꼼수 신드롬으로 표출된 것으로 보는 것이 이런 사회적 현상을 이해하는 좋은 기준이 될 것이다. 나꼼수는 언론이며 동시에 무브먼트이고 '레지스탕스'이다.(p.60)"
특히 그는 'F4'를 나꼼수 열풍의 주체 역량으로 표현한다. 탁월한 기획자 김어준, 탐사보도의 일인자 주진우, 정치평론가이자 편집의 달인 김용민, '치명적인 매력의 정치인' 정봉주의 '4인 4색'...ㅋ

 

책을 읽다 보면 정봉주 전의원이 단순히 나꼼수에서 웃고 떠드는 '좀 덜 떨어진' 정치인이 아니라 제법 실력과 진정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일단 형사처벌을 받았았음에도 불구하고 'BBK 저격수'라는 별명대로 "BBK의 주인은 이명박이다"에 대한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주장을 굽히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진실, 국민들이 마땅히 알아야만 하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열정을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한국 정치, 특히 현실적인 정치활동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야당의 고질적인 '계보 정치'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의지를 밝히고, 정경유착과 정치부패를 고발한다. 제1 야당인 민주통합당에 어떤 구조적 문제가 있는지 드러내고 있다. "당 스스로 초래한 일이다. 당의 주인은 당원이락 하면서 정작 이들에게 주인으로서의 역할을 할 기회가 없었다. 이것이 민주당의 위기를 가져온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다. 그리고 당원에 근거한 당내 '체육관 동원 선거'는 당원 수를 많이 확보하고 있는 정치인, 대의원 수를 많이 확보하고 있는 정치인이 더 위력을 발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계보, 계파 정치의 정착인데, 이것이 민주당의 위기를 만들어 낸 또 다른 측면이기도 하다. 계파 정치는 단순히 민주당의 몰락만 가져온 것이 아니라 정치 전반의 퇴행이고 몰락이다.(p.163)"
현재 민주통합당의 대표인 이해찬과 최고위원들, 유력한 대선후보인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등은 정봉주 전의원의 주장을 귀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미권스(정봉주의 미래권력들)'가 문득 떠올랐다. 다음 카페에 가입한 미권스 회원은 나를 포함해서 무려 20만 명이 넘는다. 카페 개설 몇 개월 만에 엄청난 규모다. '김광수경제연구소 포럼'이 10만 명을 조금 넘는데 2배 가까이 된다. 실시간 카페 활동인원도 9천 명이 넘는다. 덩치가 커지다보니 카페 자체가 '권력화'되어가는 경향도 있고 내부에 알력도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가끔 카페에 들러보면 정봉주 전의원의 팬카페로 출발하였고 정 전의원의 '조기 석방'과 '잊혀지지 않기 운동'으로 시작된 미권스가 이제는 과거 노사모 수준의 정치압력단체로 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민주통합당의 여러 선거에 개입한다는 기사도 있다. 미권스는 한국 정치의 장단점을 모두 보여주는 것 같다. 장점으로는 정치 냉소주의에 빠져있던 상당수 유권자들이 나꼼수와 정봉주 전의원을 계기로 정치에 관심을 갖고 정치에 참여토록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고, 단점으로는 카페 회원들의 자발적인 생각과 의견이 자유롭게 표출되고 수렴되어 생산적인 정치 참여의 장이 되기 보다는 카페 상층부와 열성 참여자들에 의해 '소수가 전체를 대변'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현재 한국 정치 전반의 문제점 중의 하나인데, 민주통합당이나 진보정당 역시 '말 없는 다수의 당원'의 생각이나 의견보다 '소수의 열저적인 당원'의 생각과 의견이 과잉 표출되어 조직 전체를 좌지우지한다는 점이다. 강준만 교수는 <안철수의 힘>(2012.7 인물사사상사)에서 이것을 '멘토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와 있는 멘티'라고 표현하면서 유명 정치인들이 경계해야 함을 지적했다.

 

나꼼수 방송 만큼은 아니자만 전체적으로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 정봉주 전의원은 평범한 정치인이란 걸 알 수 있었다. 그가 민주통합당이나 진보정당의 웬만한 정치인보다 더 장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그에게서 깊은 철학이나 정책, 리더쉽이나 정치력을 발견할 수는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더 성장할 것을 믿는다. 1년 간의 감옥생활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당사자에게 180도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정봉주 전의원이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게 감방생활을 한 후에 12월 대통령 선거 후 쾌활하게 다시 유권자 앞에 나타나기를 바란다.

 

[ 2012년 8월 0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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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꼼수다 에피소드 1 - 세계 유일 가카 헌정 시사 소설집 나는 꼼수다 Episode 1
김어준 외 3인 지음 / 시사IN북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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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나온 내용은 '나꼼수'를 직접 들어 대부분 알고 있는 것이다. 다만, 올해 초에 이 책을 사둔 후 읽지 않았다가 방송이 아닌 글로 BBK 사건 등'나꼼수' 내용을 들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읽기 시작했다. 물론 지난 4.11 총선 당시 김용민 교수에게 실망한 나머지 한동안 '나꼼수'를 멀리했던 것을 돌이켜보는 의미도 있다. 처음 이 책을 샀던 것은 광고 같은 수익구조 없이 '나꼼수' 방송을 만드는 그들에게 보탬이 되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이 책과 더불어 정봉주 전의원의 <달려라 정봉주>와 김용민 교수의 <보수를 팝니다>도 한꺼번에 구입했다. 
내가 처음 '나꼼수'를 들은 것은 곽노현 교육감 사건 때였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무모하게 무상급식을 주민투표로 밀어붙였다가 실패하여 사퇴하자마자 검찰에서 곽노현 교육감의 사후뇌물죄 의혹을 발표했다. 현정권과 그 충견에 불과한 검찰이 하는 짓이야 그러려니 했는데 답답하고 짜증나는 모습은 소위 진보언론이라고 하는 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 등의 보도행태와 진보적 인사라 불리우는 이들의 발언, 그리고 야당인 민주당의 태도였다. 답답한 마음에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들락거리다가 자정 가까운 시간에 대학 동기들과 번개팅을 하였다. 그날을 전후하여 트위터에서 나꼼수 방송에 대해 관심을 가졌고 직접 듣기 시작했다. 

'나꼼수'는 어떤 면에서는 대단한 팟캐스트라 할 수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한국의 언론상황은 최악이었다. 조중동 등 기존 찌라시 수준의 보수언론 뿐 아니라 한겨레, 경향 등 진보적 언론 역시 무능하고 무기력한 상태였다. 그러한 현실을 뚫고 나꼼수는 팟캐스트라는 새로운 미디어를 동원해 나와 같은 이들의 답답함과 울분을 대변해준 것이다. 
나꼼수를 기획한 김어준 총수는 불굴의 끈기와 아이디어를 가진 천재적인 기획자라 할 수 있다. 그는 과거에도 늘 새로운 미디어를 시도했다. 정봉주 전의원은 본인 주장만큼은 아니더라도 이 땅에 드문 정칙하고 용감한, 그리고 유권자들에게 소중한 정치인이다. 그 반면에 주진우 기자의 비난처럼 민주당은 참으로 야비하고 찌질한 정당이다. 주진우 기자는 전문적인 저널리즘이 몸에 밴 '기자 다운 기자'라 인정한다. 수 많은 탄압과 압박 속애서도 그는 기자로서의 본연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낸다. 김용민 교수는 비록 나꼼수에서 존재감이 작고 4.11 총선에서의 실패에 대한 과오가 있지만 나름대로 내공이 있는 정치평론가라 할 수 있다.

 

지난 4.11 총선 전까지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나꼼수가 요즘은 예전만 못하다. 총선 당시 나꼼수 멤버인 김용민 교수가 지역구 국회의원에 출마했다가 실패했고 그 과정에서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는 총선 자체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나꼼수를 정치 현장으로 끌어들이고 끌어들인 후에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한 민주통합당의 실책이자 한계일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팟캐스트 언론에서의 활동에 머물지 않고 정치 현실에까지 뛰어든 나꼼수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나꼼수의 폭발적인 인기 상승과 하락은 한국 사회의 많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당정치 부실과 그에 따른 정당 외 부분의 정치 과잉, 갈등과 대립의 과잉 & 타협과 합의의 부족, 상대방 존재의 부정과 증오의 일상화라는 모습...

 
'나꼼수'는 시사 평론가 유창선씨의 말대로 '기존의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회조건과 인터넷의 발달, 그리고 SNS의 확산이 토대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물질적인 기반 위에서 김어준이라는 탁월한 기획자와 정봉주, 주진우, 김용민이라는 각각 독창적인 선수들이 콘텐츠를 채우면서 '명랑하고 호탕한 시사 프로그램'을 내세워 청취자들에게 어필한 것이다. 또한 나꼼수의 성공은 그동안 국내에서 음악을 중심으로 형성되어온 팟캐스트가 시사, 교양 분야로도 확대시키는데 크게 공헌했다. '나꼼수'의 열풍은 뒤를 이어서 '나꼽살', '손바닥TV', '애국전선'등 다른 시사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도록 이끌었으며 이정희, 노회찬 등 정치인들까지 팟캐스트로 자신들의 주장과 정책을 알리는데 참여토록 하였다.

'에피소드 1'에서는 '가카 헌정 시사 소설집'에 맞게 BBK사건, 청계재단, 인천영종도 공항 매각, 자원외교, 4대강 살리기 등 가카의 '꼼수'와 곽노현 죽이기, 중수부 살리기, 부산저축은행과 삼화저축은행, 경찰 엿 먹이기 등 가카의 하수견 검찰의 '꼼수', 장자연씨 자살사건과 전일저축은행 사건 증 조중동의 '꼼수'와 기타 꼼수들이 들어있다.
나꼼수의 최초 의도대로 올해 대통령 선거까지 화이팅을 기대하고 응원한다.

[ 2012년 8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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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학교의 상상력
이한 지음 / 삼인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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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20대 초반의 나이에 <학교를 넘어서>(2010. 민들레)를 발간하며 "오늘날 학교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외치는 것은 마치 쌀을 매점매석한 뒤 모래를 섞어 팔아먹는 고약한 상인이 자기가 없으면 모두 굶어죽을 것이라고 외치는 것과 같다!"고 선언하면서 '탈학교 사회'를 꿈꾸기 시작했고, 그 뒤 대안학교 등 여러가지 노력을 실제 경주했다. 이 책은 저자가 <학교를 넘어서> 초판 발간 이후 진행된 논쟁을 거쳐거 자신의 '탈학교의 꿈'을 교육 공공성, 청소년 의식과 진보운동, 교사직의 성격, 탈학교 운동 등에 대해 좀 더 논리적으로 구성한 것이다.

<학교를 넘어서>에서 저자는 "학교의 진짜 역할이 다름 아닌 '사회통제' 작업과 '사회계층화' 작업"이고, 학교는 "폭력의 피해자가 아니라, 그 두 가지 본분을 다하기 위해 폭력을 생산해 내는 가해자"라고 주장하였다. 학교교육은 무늬만 '공교육'일 뿐 그 실상은 블평등하고 억압적인 교육이라고. 저자는 이 책에서 다시 한 번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점, 문제의 근원을 지적한 후 그 근원을 해결하기 위한 궁극적인 대안이 '학력의 폐지'와 '직무 능력 평가 제도의 사회화'임을 밝힌다. 그는 이 책에서 학력이 노동 시장에서 능력의 지표로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이러한 관행과 제도가 과연 합리적이고 정당한지를 살펴본다.

나는 저자가 제기하는 '탈학교 사회'는 이반 일리히의 'Deschooling Society'와 어느 정도 비슷한 개념이자 문제의식이라 생각한다. 그것은 근대 산업사회가 필연적으로 가져오는 '가치의 제도화'라 할 수 있다. 학습을 학교제도로, 건강을 의료제도로, 이동을 교통제도로, 정의를 사법제도로, 행복을 상품소비로 만들어 내는 가공할 산업사회의 장악력이다. 하지만 이반 일리히의 '가치의 제도화'와 저자의 '탈학교 사회'는 다른 면도 제법 보인다. 그라고 한국사회의 교육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의 근원적인 원인이 '학력사회'라는 저자의 진단은 약간 빗나간 것 같다. 물론 학교를 사회계층화와 사회통제의 도구로만 생각하면 저자의 지적이 타당할 수도 있지만, 무한입시경쟁과 교육의 붕괴에 의한 사회적 불평등의 구조화라는 측면에서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분석하면 저자의 진단은 어긋난다. 그 부분에 대한 근원적인 원인은 학벌사회와 대학서열체제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학력 사회의 문제점을 주로 제기한다. 그는 실제 학교가 직무 훈련을 제공해 주는 효과적인 장소가 아님을 지적하며 학교 교육기간을 수료하였다는 증표인 졸업장은 직무 활동에 필요한 지식, 기술의 소지를 판별하는 직접적이고 유용한 증명서가 될 수 없음을 지적한다. 지능이나 학교 성적은 학교 내 상황에서의 성공이나 실패를 예측할 뿐 실제로 직무 수행 능력을 예측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력 사회는, 대학 졸업자가 늘어나면 졸업증만으로 고용하는 측이 고용을 질에 대한 판별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리고 취업희망자들이 자신의 경쟁력이 남들보다 나아지지 않기 때문에 더 높은 학력이나 추가 증명서를 준비하여 학력 인플레이션의 악순환이 발생하고 확대된다. 
또한 서열화된 대학체제 속에서 지대 딱지가 생겨나고 교육의 왜곡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학력폐지법' 제정과 추진을 주장한다.
그리고 학력 폐지에 대한 대안으로 '대안적인 교육 조직과 서비스'의 생산, 분배를 제시한다. 그는 교육애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네트워크'임을 말하면서 그 속에서 교육을 생산하고 습득하고 분배하는 시스템이 기능해야 함을 말한다. 그와 더불어 공교육 예산을 수요자들에게 교육 보조금으로 그리고 누진적으로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그는 교육 공공성은 평등과 자율이 가장 중요한 것이고 현재의 학교는 그와 반대로 독점과 불평등, 억압과 수동성에 기초한다고 비판한다. 또한 그는 현시개의 청소년들이 깔끔한 근대적 주체로 성장하지 못하고 균열을 보이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 기존의 가치 질서에서 탈각된 부분들은 상품 소비의 질서에 채워짐으로써 '저항적 주체'가 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당시 사회 일각에서 제기했던 '교실 붕괴에 대한 저항'이라는 해석을 거부한다.
 
[ 2012년 8월 0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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