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카프카 전집 4
프란츠 카프카 지음, 한석종 옮김 / 솔출판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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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서평]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저, 한석종 역 < 실종자 Der Berschallene >를 읽고 / 2003. 01., 341쪽, 도서출판 숲


오랜만에 공부모임 교재로 선택되는 덕택에 현대 서구 문학작품을 읽었다.(어제 세미나에서는 참석하지 못했지만...ㅋ)
서구의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의 한 사람,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카프카의 '고독 3부작(실종자,(성), 소송) 중 <실종자>와 <소송>이다. 카프카 문학은 무엇보다 인간 운명의 부조리성, 인간 존재의 불안과 좌절, 소외를 날카롭게 통찰하여 현대인의 실존적 체험을 극한에 이르기까지 표현했다고 평가받는다. <실종자>는 1914년 작이고 1927년 처음 출간되었다.

출판사는 이 책 내지에 '기괴하고 수수께끼 같은 작품 세계로 끊임없는 상상력의 나래를 펴게 하는, 신비하고도 난해한 작가'라고 카프카를 소개하고 있다. 이 작품의 출판 당시 서구의 문학의 어떤 주제와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하기에 출판사의 평가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
작가의 '고독 3부작'은 '인간의 고립과 소외'를 다루고 있다고 평가된다. 작품의 주인공들이 "많은 인간들을 만나고 인간 사회의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인간적 관계의 단절을 느끼며 소외와 고립의 희생이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의 경우에도 주인공 카알 로스만은 부모로부터 미지의 세계 아메리카로 추방당하고 아메리카에서는 친지로부터, 공동사회로부터 계속 추방당한 나머지 인간들과 함께 있으면서도 그 존재 자체가 실종되어 버린다. 그는 인간의 공동사회로 진입하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하지만 실패하고 추방당해 어느 곳에서도 소속을 가지지 못한다.

작품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뉴욕항이 눈 앞에 보이는 배의 갑판 위에 서있는 카알 오스만는 만15세다. 체코 보헤미아 프라하에서 독일-유대계로 태어났으나 하녀와 동침하여 임신시킨 것 때문에 아버지로부터 미지의 세계인 뉴욕으로 ?i겨났다. 우산을 선실에 놓고 왔음을 깨달은 카알은 항해 중에 알게된 친구에게 트렁크를 맡기고 우산을 찾으러 선실로 내려갔으나 길을 잃는다. 우연히 기계실에서 근무하는 화부를 만난 카알은, 화부의 억울한 사연을 듣고 선장에게 함께 항의하러 간다. 선장실에서 카알은 우연히 외숙부인 야콥 상원의원을 만난다. 외숙부는 미국에서 사업에 성공하여 뉴욕 고충빌딩 집으로 카알을 데려간다. 외숙부의 도움으로 현대적 시설, 피아노, 영어, 승마를 배우던 그는 외숙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집을 피워 외숙부 친구 폴룬더씨의 교외 별장에 초대된다.
뉴욕 교외의 별장을 간 카알은 자신의 고집을 후회하면서 외숙부에게 돌아가고자 했으나 플룬더씨와 그의 딸 클라라, 친구 그린, 하인 등에게 방해만 받은 후 자정에 그린씨로부터 외숙부의 추방 편지를 전달받는다. 트렁크만 손에 들고 뉴욕을 떠나 람세스로 향하던 카알은 길거리에서 로빈슨과 들라마르쉬를 사귀었으나 다툰 후 헤어지고 옥시덴탈 호텔 여주방장의 도움으로 호텔 엘리베이터 보이로 취직한다.
하지만 몇 달 지나지 않아 옛친구 로빈슨이 만취한 상태로 찾아와 그를 도우려던 카알은 실수를 하게 되고 웨이터장과 수위장의 압력으로 호텔에서 ?i겨난다. 상처를 입은 로빈슨을 그이 거처로 데려다 주려고 간 외진 교외에서 카알은 그만 들라마르쉬에게 붙들린다. 들라마르쉬의 애인인 여가수 브루넬다의 고층 임대아파트에 갇힌 카알은 로빈슨이 그곳에서 하인 취급받는 것을 알고 그곳을 벗어나려 하지만 로빈슨과 들라마르쉬에게 폭행당한 후 체념한다. 카알은 하인이 되기를 결심하고 실천하다. 다시 몇 개월 후 들라마르쉬에게 버림받은 브루넬다를 도운 후 카알은 길 모퉁이에서 발견한 클레이튼의 오클라하마 극장의 채용 벽보를 보고 찾아간다. 경마장에서 인터뷰를 통해 가장 볼품 없는 기능직으로 채용된 후 그는 이틀 밤낮 기차를 타고 서부로 간다.
이 작품은 카프카가 결말까지 완성하지 못한 작품이다. 카프카는 이 작품의 결말을 비극으로 끝내려고 했다고 전해진다. 

작품은 20세기 초 서구 자본주의 사회의 모습을 말해주는 듯 하다. 인간의 운명이 부조리하다는 것을, 인간 존재가 불안하고 좌절을 겪는다는 것을, 그리고 공동체 속에서의 인간의 고독과 소외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 면에서 업튼 싱클레어(Upton Sinclair)의 작품 <정글 The Jungle>(2009, 페어퍼로드)에서 묘사하는 20세기 초 시카고 시의 현실과 비슷하다. 다만 싱클레어는 주인공이 사회주의라는 새로운 사상을 통해서 미래의 희망을 찾는 것으로 결말을 제시하는 것과는 정반대인 셈이다.
문학계에 끼친 카프카의 영향력은 옥스퍼드 사전에 '카프카적' 이라는 단어가 실린 것만으로도 유추할 수 있다고 한다. 사전에서는 그 의미를 '섬뜩한, 우연히 등장하는, 실제를 넘어서는, 현실적이지 못한, 프란츠 카프카가 쓴 사실들이나 감정 상태와 비교될 수 있는' 이라고 정의한다. 그래서 출판사는 카프카의 문학을 '일상적이면서도 몽환적이고 환상적이다'고 말한다. 또 불가사의한 사건을 간결하면서도 사실적인 묘사로 이끌어 나가며, 그러다 보니 그의 작품이 '그로테스크(부조화스럽고 괴기하다)하다'고 평가한다. 

그런데 나는 이 작품이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훨씬 더 지난 20세기 초 미국사회의 모습이라고 쉽게 느낄 수가 없었다. 바로 한국사회의 모습과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에는 권력이나 부를 가진 이들로부터 추방되고 소외되어 불안하고 좌절을 느끼는 이들이 한 둘이 아니다.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사회현상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5대 불안'이니 '3무 세대'가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다. 당사자들이 원하는 것이 아니다. 당사자들은 공동체에 속하기 위해, 외로움과 소외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하고 매달린다. 하지만 부모나 가족, 국가와 조직, 언론과 정당으로부터의 추방, 공동체에서의 소외와 추방, 고립과 배제, 불안과 좌절이 정치, 경제, 교육, 사회, 문화 전반에서 노골적으로 진행된다. 신자유주의라는 거창한 담론의 이면에는 이와 같은 현실이 구체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한국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인공이 되어 어디선가 <실종자>의 카알처럼 비극을 맞이하고 있을 것이다.

[ 2012년 11월 2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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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안철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안철수 지음 / 김영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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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안철수 저 < CEO 안철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을 읽고/ 2004. 12., 260쪽, 김영사


지난 금요일(23일) 안철수씨가 18대 대통령 예비후보 자리를 사퇴했다. 그래서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원래 어제 쓰려다가 하루 더 미루어 오늘 쓴다. 원래 <문재인의 운명>과 더불어 유력 야권 후보인 문재인과 안철수를 비교하기 위해서 함께 읽었던 것이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양자 단일화 방법에 대한 협상이 파행을 거듭하면서 나는 순진하게도 단일화가 길어지면서 문재인 후보가 막판에 극적으로 협상안에 양보하거나 당분간 대선의 주요 후보가 3파전으로 전개되면서 나중에 문재인 후보가 사퇴하는 쪽에 무게를 두었다. 그동안 문재인 후보가 정권교체를 가장 중요시한다고 말해왔고, 안철수 후보측이 준비된 조직역량이 별로 없기 때문에 작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처럼 안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도 문 후보측이 행정부 권력의 상당부분의 점유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단일화가 실패했을 때, 안철수 후보측보다 문재인 후보측이 잃을 게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내 예상은 빗나갔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책을 한 번 더 들여다 볼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왜 예상을 잘못한 것인지 생각하기 위해서...


솔직히 말하면, 하루 더 이 책을 읽어보고 생각해 보아도 안철수 후보의 전격적인 사퇴 이유를 알아낼 수는 없었다. 일주일 간의 협상과정이 단일화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한다는 본인의 말을 실천에 옮긴 것이라고 볼 수도 있고, 문재인 후보측에 실망하여 함께 대통령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고, 누구 말처럼 '단일화 경선에서 질 것 같으니 미리 포기'한 것일 수도 있다. 이 책의 내용으로만 비교해보면, 자신의 늘 강조해오던 바를 결행했다고 볼 수도 있다.
책 몇 권과 언론에 나타나는 정보를 통해 내가 안철수씨를 제대로 알아낼 능력은 없는 것 같다. 다만, 안철수 후보의 사퇴로 인하여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두 사람이 단일화할 때보다 더 어려워졌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행히 그가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면서 사퇴했기 때문에 작은 가능성은 남아 있을 것이다. 현재 상황으로는 대통령 선거일까지 남은 기간 동안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 변동이 남은 기간 안철수 후보의 역할이 크게 필요해지거나 진보당 이정희 후보에게 역할이 부여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정도 밖에 생각할 것이 없다.


안철수씨는 1995년 의사에서 경영인으로 변신했다. 그는 술수와 작전이 난무하는 비지니스 세계에서 살아남았다. 스스로 '원칙과 기본'으로 승부한 결과라고 자평한다. 물론 적지 않은 이들이 그의 말에 공감했다. 그는 한국사회 또는 한국 기업계의 경영인들이 간과하고 있던 '비지니스에서의 성공'의 참된 가치와 방법론을 사람들에게 일깨워주었다. 그는 삶도 비즈니스도 결국은 긴 호흡과 영혼으로 승부하는 것임을 자신의 진정성과 지혜로운 해법들로 보여줌으로써 우리사회가 신뢰하는 리더 중의 한 사람이 되었다.
이 책은 2004년 그와 그의 조직이 성정정체의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성장의 가닥을 잡아나갔던 소중한 경험들과 한국사회에 대한 몇 가지 성찰을 담았다. 지금 한국인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안철수 방식으로 말해준다. 급변하는 글로벌 시대에 개인과 조직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자세와 마인드는 어떠해야 하는지, 전문가와 조직 구성원에게 필요한 자질과 커뮤니케이션의 방법, 업무방식은 어떠해야 하는지, 한국이 진정 ‘인터넷 강국’인지, 벤처위기의 해법은 어디에 있는지, 정보산업과 정보보호를 위한 인식의 전환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21세기 한국사회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준비, 그리고 젊은 세대들에게 보내는 글로 마무리한다. 어려울 때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가장 지혜로운 답은, 스스로 우리의 약점을 검허하게 반성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데 있다.
결과적으로 그의 이야기는 한국사회에 보편적으로 전달되지 못했다. 그의 문제제기와 대안제시는 지금까지 큰 변화 없이 동일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아마도 그런 현실이 그에게 정치인의 길로 나서게 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어보면, 그는 남부럽지 않은 가정환경에서 자신의 환경과 개인적인 노력을 바탕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사람이었다. 그래서 서울대 의대 출신 의학자, 벤처기업 CEO, 그리고 교수로 승승장구했다. 그래서 당연히 그의 사고의 틀과 시야의 중심에는 자신이 자라나고 성공하는 과정에 집중되어 있다. 조직과 기업, 관리와 간부, 경쟁과 글로벌 비지니스, 전문가와 리더, 의사결정과 대화 등등...
한국사회의 엘리트로서 그의 기업관, 조직관, 전문가관, 리더관, 의사결정방식, 문제해결방식은 보기 드물게 '진보적(?)'이다. 그의 생각은 천민자본주의라고 불리는 한국의 경제주체들에게서는 도저히 발견할 수 없는 기업관이다. 임직원을 회사 이윤을 위한 도구로, 노예로, 수단으로 삼지 않는 그의 생각이야말로 자본주의가 건전하게 유지할 수 있는 토대일 것이다. 그리고 그의 의사결정방식과 문제해결방식은 한국의 기업계 뿐 아니라 정치계, 언론계, 학계, 시민단체 등 조직이 있는 모든 분야에서 귀담아 듣고 따라 배워야 하는 모범이라 할 수 있다. 그가 민주당을 향해 '정치쇄신'을 요구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아쉬웠던 점은, 역으로 엘리트로 살아왔기 때문에 그의 인식의 폭도 좁고 깊이도 얇다는 것이다. 조직의 관리자와 전문가, 리더의 관점에서 조직을 바라보고 비지니스와 사회를 바라보지만, 역으로 직원의 입장에서, 엘리트에 진입하지 못한 수 많은 마이너 대학 졸업자의 입장에서, 비지니스에서 실패한 이들의 입장에서, 노동자나 농민, 서민의 입장에서 조직과 사회, 경쟁과 리더를 바라보지 못한다. 누구나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하지만, 현재 사회구조 속에서 어떻게 해야 그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
현재 한국사회도 그렇고,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도 그렇고, 역사적으로도 그렇지만, 어느 사회에서건 '누구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혼자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아니 실제로는 불가능하다. 안철수식의 '성공'이 세상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지향점이 되어버리면, 99% 사람들은 성공하지 못한, 실패한 인생이 되어버릴 수 있다. 하지만, 인생이나 사회는 그런 것이 아니지 않은가?
관점을 다르게 말하자면, 그가 말하는 '성공' 만이 유일하거나 바람직한 인간의 삶의 목표도 목적도 아니다. 그런 것만이 행복은 아닌 것이다. 먹고 살만한 수입으로 자신의 주택과 일자리를 가지면서 오손도손 가족과 함께 사는 것도 '성공적인 삶'의 하나이고, 몇 백 평 논과 밭으로 자급자족하면서 자식들에게 매년 쌀과 채소를 보내주면서 행복을 느낄 수도 있다. 자신보다 부족한 사람들을 돕거나 보살피는 것을 인생의 목적이나 행복으로 삼는 사람도 있다. 일반적인 시각으로는 별볼 일 없이 사는 사람이라도 함께 웃으면서 돕고 사는 삶이 더 바람직할 수도 있지 않은가 말이다. 한국사회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그런 소박한 삶의 목적과 행복도 불가능할 뿐이다.


이번에 대통령 예비후보로 출마하면서 안철수씨는 여러 계층의 사람들을 만났을 것이다. 준비기간도 짧고 선거라는 계기를 통해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에 그들과의 대화가 깊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앞으로도 계속 정치활동을 한다고 했으니 안철수식의 긴 호흡과 영혼으로 언론에서 말하지 않는 사회 밑바닥 사람들, 한국사회를 토대에서 끌어가고 있는 수 많은 노동자, 농민, 서민들과 만나고 그들과 공감하기를 바란다.


[ 2012년 11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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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운명 (반양장)
문재인 지음 / 가교(가교출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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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문재인 저 < 문재인의 운명 >을 읽고 / 2011. 06., 400쪽, 가교출판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에 야권 단일후보를 내세우기 위한 문재인 후보 진영과 안철수 후보 진영의 협상과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SNS에서 열성 지지자들의 상대방에 대한 욕설과 비방이 난무하여 지나친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그런 모습이 대선의 승패에도 영향을 주겠지만, 전체적으로 한국 유권자들, 특히 선거에 과잉 몰입하는 열성 유권자들의 모습이 오히려 '정치 불신'을 초래할 것 같다는 우려도 있다.나는 연초부터 안철수 원장의  대선 출마를 원했고 그를 최근까지 지지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나는 작년 서울시장 보궐 선거 때와 달리 두 사람의 경쟁마당에서 한 발 빼고 있다. 
그렇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일 것이다. 하나는 당초 예상과 달리 안철수 후보의 정책과 공약, 선거운동 방식이 기대에 크게 못미치기 때문이다. 정치 개혁 방안도 허술하고, 경제 정책, 외교안보통상 정책, 복지 정책, 노동 정책 등도 <안철수의 생각>보다 크게 후퇴했다. 정책과 공약으로만 보면 문재인 후보가 상대적으로 더 99% 유권자에게는 우호적이다. 물론 그래도 이정희 후보에게는 도저히 따라올 수 없지만...
두 번째 이유는 야권 단일후보의 주체가 문재인과 안철수 두 사람 만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작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와 4.11 총선 때는 야권 정당 중에서 진보신당과 사회당 등 일부 진영을 제외한 야권 진영 대다수와 시민단체까지 함께했던 것과 크게 다르다. 물론 그렇게 된 데에는 일부 인정할 만한 이유는 있다. 통합진보당이 부정경선 시비로 지지율이 폭락했고, 시민단체의 상당수가 4.11 총선 전후에 정치에 휩쓸리면서 정치적 영향력이 대폭 줄어들었다. 정치권력을 다투는 선거의 특성상 권력을 독점하고 싶은 정치집단의 속성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지만, 한 편으로는 원칙과 정책보다 '선거에서의 유불리'로 정치하는 모습에 여전한 한계를 느끼기도 한다.
두 사람의 개별 지지율 합계가 박근혜 후보를 앞서고 있고, 그만큼 4.11 총선 때의 지지율이 문과 안 두 후보에게 집중되었다.(4.11 총선 정당 지지율 새누리당 + 자유선진당 + 기독당 = 47.7%, 민주통합당 + 통합진보당 + 창조한국당 = 47.6% 합계 94.3%, 11월 7일 리서치뷰 후보별 지지율 박근혜 40.3% + 문재인 29.6% + 안철수 24.4% = 94.3%)
현재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누가 더 적합할 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안철수 후보는 장점과 단점이 너무 뚜렷하고, 문재인 후보 역시 마찬가지다. 박근혜 후보와 대선 승패만 놓고 보면 안철수 후보에게 상대적으로 더 높은 가능성이 엿보이기는 하다. 아무튼 남은 대선 기간이라도 야권 전체의 정책 연대를 통한 반박근혜 단일화 전선이 진행되기를 바란다. 

문재인 후보의 대선 출마의 변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이 먼저다>를 읽은 후, 출마 공약집 성격이라 그런지 문재인 개인에 대한 궁금증이 말끔히 해소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문재인씨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2년 만에 공식적으로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면서 자신과 그 분과의 관계에 대해, 참여정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힌 것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노 전 대통령과의 '만남'과 자신의 '인생' 역정, 노 전 대통령과의 '동행', 그리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자신의 '운명'을 써내려 갔다. 책을 읽어보니 문재인씨가 개인적으로 어느 누구보다도 도덕적이고 선량한 정치인임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리고 노 전 대통령과 쌓은 인연이 깊고 특별하다는 것에 공감했다. '운명'이라는 단어를 사용해도 충분해 보인다. 정치에 대해 전혀 무관심했던 문재인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운명' 때문에 이번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셈이다.
그런데 역으로 '운명'이기 때문에 문재인씨도 한국의 유권자들도 안타깝다. 노 전 대통령은 전혀 정치적이지 않은 사람을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에 임명함으로써 민정수석의 도움을 크게 받지 못한 셈이다. 그리고 그 '운명' 때문에 문재인씨는 결국 경험도 없고 자신도 없는 정치에 발을 담그고, 대통령 후보로 출마까지 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직책이 젊었을 때부터 결심을 하고 훈련과 경험을 쌓고 검증도 되면서 차분히 한 계단씩 성장해도 모자랄 판에...

문재인씨는 6월 항쟁시 부산에서의 민주화 시위에 대해 높은 자부심을 표현한다. 따라서 노 전 대통령이 민주화 운동권이나 정치권에서 비주류로 대접받은 것이 '서울 중심주의'와 민주진보진영의 '학벌주의'와 '엘리트주의'라고 진단한다. 나는 이에 대해 십분 공감한다. 그의 이런 느낌이 앞으로 그가 정치를 계속 해 나갈 때, 정치개혁과 행정개혁, 지역자치, 그리고 학벌주의 타파와 엘리트주의 청산으로 실현되기를 바란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비슷한 것을 느꼈지만, 재임시에 전혀 손을 대보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1997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 출마 의지를 가졌다는 사실을 문재인씨를 통해 처음 알았다. 그리고 노 전 대통령이 참여정부 시절의 '고집'과는 달리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포기했다는 놀라운 사실까지...
문재인씨가 부산 경남고등학교 출신이라는 점은 나에게 있어 감점 요인이었다. 문재인씨 정도의 세대에게 '명문고'라는 무의식적인 엘리트주의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인 스스로도 울산시장, 한나라당 최고위원, 국회의원, 서초구청장, 고위관료 등의 동기들이 모두 '잘 된 친구들'이라고 표현한다. 누구에게 '잘 된' 것일까? 개인들에게, 아니면 그들을 뽑아준 유권자에게? 후자에게는 결코 '잘 된 일'이 아닐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삼성 이학수가 고등학교 후배라는 이유 하나(?)로 그를 가까이 했고, 삼성 이건희 일가와 가신들에게 비판적이지 않았다. 사법고시 동기들에 대한 태도도 비슷하다.

대북송금특검에 대한 문재인씨의 '불가피하다'는 입장은 십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소통에 실패했다. 대북송금과 같은 민감하고도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 비서실장이 한 번 전임 대통령을 찾아가 설명한다고 하여 서로 납득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자체가 안일했다. 그것은 전임, 후임 대통령끼리의 의사소통이건, 양자의 참모진이나 비서진끼리의 의사소통이건 소통이 잘못된 것이고, 그렇다면 그 책임은 현직 대통령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평검사들과도 공개적으로 대화하면서 왜 전임 대통령과는 허물없이 대화하지 못했을까?"라고 생각하면 무척이나 아쉬운 대목이다. 즉,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때의 비서진과 여당 핵심 책임자들의 불협화음과 소통부재는 참여정부 내내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소위 진보개혁세력과의 소통도 소홀했다. 그런 불협화음을 누가 어떻게 시작했더라도 그 문제를 풀어야 할 책임은 당연히 권력을 쥐고 있는 측에 있다고 생각한다. 즉, 노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 열린우리당 주축세력이 해결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참여정부 집권 기간 내내 불안정한 정치 지형이 조금이라도 줄어들었을 것이다.
문재인씨의 표현대로 "개혁은 정권 혼자 이룰 수 없다." 개혁과 변화를 원하는 정권과 진보개혁 진영과 시민단체와 유권자가 함께해야 가능하다. 하지만 '함께'하기 위해서는 서로간의 소통과 공유와 양보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나를 따르라"나 "나를 도와줘"가 일방적인 관계에서는 연대도 협력도 한 때에 그친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할 책임은 권력과 권한이 큰 만큼 더 막중함을 알아야 한다. 문재인씨가 12월 19일 승리한다면 가장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검찰과의 대화, 검찰 개혁, 민주노총과의 관계, 한미FTA, 대연정 등에 대한 문재인씨의 입장은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 출신 인사들의 공통적이다. "노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선의와 진심을 알아주지 않았다"라는 것이다. 사전에 입을 맞춘 것처럼 정동영 전의원 등 몇 명을 제외하고는 한결 같다. 
책 속에는 "정부가 정책에 확신을 갖고 있더라도, 반대의견이 있으면 귀 기울이고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본인 스스로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노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이 부분에 무척이나 소홀했다. 집권 초기에 몇 번 추진하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처음 한 두번 시도해 보다가 그냥 밀어붙이기로 일관했다.
2005년 대연정 제안은 문재인씨의 하소연에도 불구하고, 1) 타이밍 2) 형식과 절차 3) 정치공학적 내용 4) 실현가능성에 문제가 많았다. 노 전대통령이 대연정 카드를 꺼낼 때가 국정원의 도청테이프 공개로 인해 정치권과 삼성, 그리고 언론이라는 3각 부정부패에 대해 여론이 뜨겁게 달구어져 있을 때였다. 형식과 절차 측면에서도 일방적이었다. 역시 소통의 문제였다.
2003년 화물노조 파업만 하더라도 1차 파업후 2차 파업에 돌입한 이유는 정부가 1차 파업 때 '표준운임제 시범실시와 법제화, 다단계 하청구조 개선'을 약속했지만, 몇 개월 동안 미루면서 이행의지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을 자세하게 파악하지 않고, 끈질기게 대화하고 협상하지 않고 "몇 개월 만에 재파업"이라는 식으로 감정적으로 대응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부분에 대해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을 옮겼다.

"문후보와 안후보 중에서 이제 한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나의 결론은 안후보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누구를 지지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나의 개업 변호사 초기 시절 구속 노동자 첫 사건이 화물연대파업이었다는 기억이 났다. 그 당시 화물연대 노동자들은 생활고로 인하여 이미 10여명 이상이 자살한 상태였다. 이러한 생활고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없었던 특수고용직 노동자라는 이유로 그들의 생존권은 방치되어 있다가 2002년 10월 화물연대 결성을 계기로 2003년 5월부터 각 지역에서 분노가 폭발적으로 터져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하여 노무현 정부의 대응은 어떠했는가? 노정부는 화물연대가 왜 파업을 했는지에 대하여 전혀 관심이 없었다. 오직 사태를 즉시 해결해야 하고, 위기관리 능력이 부족하다는 조중동의 선동에 휩쓸려 즉시 파업을 풀지 않으면 공권력을 투입하겠다고 협박하였다. 그리고 노동자들을 부산대로 밀어 넣은 다음 파업종료를 유도하였고, 파업종료 후에는 화물연대 간부들을 모두 구속하였다(부산지부 3명 구속). 이후 노정권의 노동탄압정책 기조는 이러한 방식으로 계속 유지되어, 2003년 6월에도 철도파업에 공권력을 투입하였고, 결국 임기 5년간 1천 37명의 노동자가 구속되었다(김영삼 정부 시절 구속노동자 632명). 이러한 반노동자 정책의 중심에 문후보가 있었다. 나는 문후보가 이에 대하여 사과하거나 반성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나는 그를 지지할 수 없는 것이다."(변영철 변호사)

요즘 야권 단일화 상황과 상충되는 문재인씨의 의견이 나온다. 바로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임명제청권이다. 이 책에서 문재인씨는 대통령제에 맞지 않는 제도이며, 정치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비판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책임총리제'를 이야기한다. 야권 단일화를 해야 하니까, 상황이 변했으니까 이젠 괜찮은 걸까?
참여정부가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기 위해 무척이나 애썼던 것에 비하여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국가보안법을 거의 언급하지 않는 것도 실망이다.
"노동,시국 사건은 나만큼 많이 한 변호사가 없을 듯 싶다"(p.443)라는 자화자찬에도 불만이다. 그렇게 자신하면서도 왜 참여정부 내내 노동자들의 처지와 조건을 개선시키려는 데 관심을 두지 않았을까? 화물연대의 파업 등 각종 노동조합의 파업에 대해 노동자보다 사용자 편을 들었을까? 노동자, 노동자 조직, 노동쟁의에 그렇게 인색하고 전략이 없었을까? 그런 자신감에 비해 이번 대통령 선거 공약에서도 노동공약은 참 초라하다.
 
[ 2012년 11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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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몬은 왜? - 인간 행동을 지배하는 마음의 연금술 과학전람회 2
마르코 라울란트 지음, 정수정 옮김 / 프로네시스(웅진)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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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마르코 라울란트(Marco Rauland) 저, 정수정 역 < 호르몬은 왜? : 인간 행동을 지배하는 마음의 연금술 Feuerwerk der Hormone >을 읽고 / 2007. 03., 279쪽, 프로네시스


이 책은 인류의 자연과학(자) 또는 과학기술(자)의 섣부른 이해나 사용이 본의 아니에 인간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저자는 인간의 뇌에서 분출되는 신경전달물질, 즉 호르몬이 인간의 기분이나 몸의 상태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 생화학 연구 성과를 토대로 이야기한다. 저자가 설명하는 호르몬의 영향은 주로 간단한 동물실험이나 일부 실험대상 인간을 활용한 표본 실험 결과이다. 그리고 그 실험 결과는 주로 뇌 스캔의 정보를 토대로 분석한다.

예를 들어, 저자는 "왜 성공하면 행복감이 들까?"라고 스스로 질문을 던진 위, "답은 간단하다. 우리의 뇌에서 뇌 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분비하기 때문이다. 이 전달물질이 분비되면, 행복과 쾌감중추라는 뇌 영역이 활성화되면서 기쁨과 행복을 느끼게 된다.", "신경 호르몬인 도파민은, 중뇌의 작은 영역에 엘도파 아미노산으로 저장되어 있다가 뇌의 명령을 받아 분비된다."고 해답을 제시한다. 그 해답의 근거는 "이러한 뇌의 메카니즘은 동물실험을 통해서 입증되었다."는 것이며, "이런 결과는 원숭이 뿐 아니라 사람에게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 확실히 (뇌에서) 더 많은 도파민이 분비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실험을 통해 인간의 기질이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p.18)로 말한다. 또한 "인간은 니코틴과 알코올 그리고 코카인과 같은 마약류를 복용하여 도파민 수치를 인위적으로 높여서 뇌의 쾌감중추를 자극하고 중독된다. ... 일중독이나 섹스중독과도 같이 쾌감을 느끼게 해주는 '행위'에도 중독될 수 있다. ... 도파민은 쾌락과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위험도 안고 있기 때문이다."(p.26)라고 추가로 설명한다. 비슷한 사례는 계속된다.
"자동차에 열광하는 열 두 명의 남성을 선발하여 ... 뇌 스캔 분석 결과, .... 도파민을 관장하는 뇌영역이 활성화 ....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은 성관계를 할 때나 음식을 먹을 때처럼 무엇인가를 즐기거나 욕망할 때 분비된다. 남자들의 경우에는 스포츠카도 즐거움과 욕망의 대상인 것이다."(p.29)
"(실험 결과) 애견인이 개와 함께 있을 때, 애견인이나 개 모두 혈압이 떨어졌다. 이는 개와 사람이 똑같이 기분이 좋아졌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연구진들을 더 놀라게 한 것은 페틸에틸아민 수치가 20% 가량 상승했다는 점이다. 페닐에틸아민은 아름다운 것을 보거나 경험했을 때 분비되는 '행복호르몬'이다. 예컨대 가슴 설레는 멜로영화를 볼 때 페닐에틸아민 분비가 늘어난다."(p.32)

그런데 호르몬이 그런 작용을 하는 근거로 저자가 제시하는 것은 뇌 스캔 결과이다. "기분 좋은 순간(웃음)에 도파민의 분비를 관장하는 뇌영역이 활성화되었다."(p.27) 하지만, 저자의 설명으로는 기분이 좋거나 행복한 상황이 도파민의 분비를 촉진시키는가? 아니면 도파민의 분비가 기분을 좋게 하는가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닭이 먼저냐, 달갈이 먼저냐?'라는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다. 또는 기분이 좋은 기분이 뇌에서 도파민을 방출하고 그 도파민이 다른 호르몬과 연결작용을 하면서 혈압을 낮추거나 호흡과 맥박을 빠르게 하거나 신경을 전체적으로 이완시키는 대신 눈과 입 주변의 근육을 움직여 웃음짓게 하거나 미소짓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저자는 여러 종류의 호르몬을 연관관계 없이 기분 상태와 연결짓는다. 기분이 좋을 때 뇌에서 분출하는 '행복호르몬'은 페닐에틸아민이기도 하고 도파민이기도 하고 세로토닌이기도 하다. 어떤 경우에 분비되는 것이고 함께 분비될 때는 어떤 경우일까? 호르몬의 분비량은 무조건 많은 것이 인체에 좋은 것인가?

저자와 같은 과학자들, 특히 상품생산과 관련되어 있는 학자들의 위험성은 호르몬과 인체를 단순하게 연관지으면서 인공 호르몬으로 인체를 조작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다는 데 있다. 저자는 책 속에서 한 두가지 호르몬의 과잉이나 결핍이 우울증과 같은 인체의 병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단정한 후 의학적 처방을 내리기도 한다. 그래서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기도 한다. 마치 중세의 흑사병이 물과 생활의 위생상태가 불량인 상태로 사람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것이 근본 원인인데, 불결한 환경에 몰려드는 쥐가 병균을 옮기는 것으로 착각하여 쥐만 박멸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한 결과라 할 수 있다.(물론 저자 자신도 인간의 심리 상태와 호르몬이 복잡하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인간의) 활홀한 행복감을 느끼는 데 관여하는 전달물질은 50여 가지가 넘는다."(p,210))

"사람들의 감정의 기복은 기분에 영향을 미치는 세로토닌이라는 작은 분자 때문이다. 세로토닌은 뇌 전달물질로 뇌에 정보와 소식을 전달해줄 뿐만 아니라 기분에도 영향을 미친다. 세로토닌은 체내에 10mg 정도가 흐르는데 이 가운데 1%만이 신경전달물질로 뇌에 존재한다. 나머지는 위와 장에 머물며 소화를 돕는다."
"뇌에 세로토닌 수치가 높아지면 기분도 좋아진다. 기분이 좋을 땐 세로토닌이 뇌의 기분중추를 활성화시켜 편안한 기분과 만족감을 느끼게 만든다."(p.33)
"음식을 먹을 때에도 세로토닌이라는 전달물질이 감정을 느끼게 해준다. 세로토닌은 바나나, 파인애플, 딸기와 같은 과일에 순수한 형태로 들어있을 뿐 아니라 참깨나 우유, 쌀, 초콜릿에도 들어 있다. 하지만 음식물을 통해 섭취된 세로토닌이 직접 뇌까지 전달되지는 않는다. 뇌에 전달되기 위해서는 다른 생화학적인 메카니즘이 필요하다."
"당이 함유된 식푸을 먹으면 탄수화물이 풍부한 식품을 통해 당이 생성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에 세로토닌 생산이 더 빨라진다. 그래서 기분이 안 좋을 때 초콜릿이나 쿠키 또는 아이스크림과 같은 단 음식을 먹으면 어떤 약을 먹는 것보다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p.38)
"따듯한 봄날 햇볕을 쬐거나, 여름휴가를 떠나 아름다운 해변의 태양 아래 누워 있으면 왜 기분이 좋아질까? 답은 매우 간단하다. 우리가 빛(2500럭스lux 이상)을 보면 뇌에서 세로토닌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 겨울에 우울해지는 경향이 있는 사람들은 겨울철 세로토닌 결핍을 특히 심하게 느끼는 경우이다. .... 그렇다면 겨울철과 초콜릿의 높은 상관관계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그래서 따듯한 남쪽 지방 사람들이 우중충한 북유럽에 사는 사람들보다 우울증이 적고 더 정열적인 것이다."(p.42~43)

이 책은 자연과학에 대한 학문적, 실질적 관심이 아니라 단순히 호르몬에 대한 궁금증이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유익한 편이다. 호르몬에 대한 유익한 정보는 생각보다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남성의 테스토스테론은 여성의 열 배, 여성의 에스트로겐은 남성의 네 배"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의 비율에 따른 검지와 약지의 길이 차이의 상관성 : 검지가 약지보다 짧은 사람이 반대의 경우보다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크다. 즉, 소위 '남성적'이라 할 수 있다."
"에스트로겐이 증가하면 세로토닌과 도파민의 농도가 증가하여 폐경기의 여성(에스트로겐 감소)은 세로토닌 농도가 줄어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
"스킨십은 대표적인 '사랑의 호르몬'인 옥시토신과 에스트로겐의 분비에 영향을 준다. 그리고 여성의 옥시토신 수용체가 남성에 비해 5배이기 때문에 여성이 스킨십에 민감하다."
"여성의 세로토닌 수치는 월경 직전에 가장 적어진다. '월경전증후군'은 여성 중 30%가 경험한다."
"테스토스테른은 35세 이후 매년 1%씩 감소. 60섹에 절반 정도로 생산이 줄어든다. 물론 개인차가 있으며 유전, 식습관, 스트레스, 질병 등에 따라 달라진다. 테스토스테론의 감소로 만성피로, 발열, 수면장애, 우울증, 성욕감퇴, 발기부전, 기분나쁨, 체중증가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실험 결과 사랑에 빠진 연인에게는 페닐에틸아민, 엔도르핀, 도파민이 치솟고 세로토닌이 결핍된다. 따라서 행복감을 느끼는 동시에 우울증, 강박증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페닐에틸아민은 식욕억제제와 유시한 효과를 내기 때문에 배고픔을 억제한다."
"연애 초기의 실험 참가자들은 강박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처럼 세로토닌 수치가 정상적인 사람보다 40% 정도 낮다. 강박장애처럼 한 가지(사람)에 몰두하기 때문에 자제력을 잃고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또한 비판적인 행동과 관련된 뇌 부위 활동도 억제시키기 때문에 상대방에게서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연애 초기의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독신 남성이나 연애기간이 긴 남성에 비해 40%나 낮고, 여성은 비교 상대보다 2배나 높다. 따라서 이들은 싸우지도 않는다."

"애인과 헤어지면 페닐에틸아민과 엔도르핀 수치가 제자리를 찾아가고 금단증상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 대신 도파민이 더 증가하고 아드레날린이 갑자기 증가한다. 흥분제와 욕망을 자극하여 과격한 행동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코르티솔 호르몬 분비도 늘어나 밤잠을 못이룬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모든 호르몬이 정상으로 돌아온다. 즉, 실연의 아픔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

"섹스를 할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남녀 모두 바소프레신 호르몬이 증가한다. 여성은 일부 늘어나지만 남성의 경우 5~10배 증가한다. 바소프레신은 테스토스테론의 성욕 촉진작용을 돕고 테스토스테론보다 더 부드럽게 작용하려 남성이 부드럽게 접촉하도록 이끈다. 여성은 에스트로겐과 옥시토신이 증가하여 성적인 접근을 용이하도록 만든다."
"성관계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남자는 바소프레신의 농도가 떨어지고 남녀 모두 옥시토신의 분비가 급격하게 늘어난다.옥 시토신 양이 최대치에 이르면 오르가즘에 도달하게 된다. 절정에 달하면 도파민과 앤도르핀처럼 천연 '환각제'와 프로락틴 같은 호르몬의 농도가 최고조에 이르게 된다."
"바소프레신은 항이뇨작용과 더불어 수면을 촉진하는 작용을 하고 옥시토신과 프로락틴, 엔도르핀이 몽롱하고 기분 좋은 환각상태를 단들기 때문에 남성들은 성관계 후 빨리 잠들 가능성이 크다."

"사랑의 감정에 호르몬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몸 속에는 수백 가지 다양한 관계가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호르몬의 기능과 상호작용, 그리고 무수한 유발인자의 실체를 더듬어 찾아갈 수밖에 없다. 자연은 인간의 감정을 단순히 생화학적인 작용에만 국한시킬 수 없도록 만든 것 같다."(p.249)

[ 2012년 11월 1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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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학벌은 세습되는가? - 퓰리처상 수상 기자가 밝힌 입학사정관제의 추악한 진실
대니얼 골든 지음, 이기대 옮김 / 동아일보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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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에 '입학사정관제' 도입을 논의하기 시작한 시점은 참여정부 후반기이고 2007년 6월 교육부에서 지원계획을 발표했다. 이명박 정권 집권 이후인 2009년 대학입시부터 반영되기 시작했다. 입학사정관제는 실시 초기부터 교육계와 한국사회 전체에 우려를 안겨주고 있다.
“교수 ·교사 10명 중 7명 입학사정관제 확대는 공정사회와 안맞아” 한국교총은 2009년 10월 한국교육학회, 한국교육행정학회, 한국정책학회, 한국행정학회 소속 교수·학자 203명과 일선 초·중·고 교사 77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그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교수·학자 61.6%와 교원 70.4%는 ‘입학사정관제 확대는 특혜 시비 등의 우려가 있어 공정한 사회와 배치될 수 있다’고 답했다. 2009년 9월에는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딸의 특채 파문이 일면서 입학사정관제가 선발 과정에서 고위층 자녀, 교직원 자녀, 특정학교 인맥 등에게 특혜를 주는 제도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에 나오기도 했다.
이런 논란에 불을 붓듯 한 교육업체 대표가 트위터에 “내 아내가 입학사정관인데 덕 좀 보시죠”란 내용을 올려 파문이 커지자 결국 해당 입학사정관은 업무가 정지됐고, 소속 대학교도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이같은 일들이 연이어 벌어지면서 현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입학사정관제가 ‘과연 공정한 입시’인가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후 정부는 입학사정관제의 공정성 문제에 대한 긴급 실태조사를 벌이겠다고 발표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여지껏 흐지부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보다 먼저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공정한 사회’를 지향하는 미국의 실태는 어떨까?

 

"부자 백인에 대한 미국 명문대학의 부정한 특혜 입학조치는 하버드대, 예일대, 프린스턴대, 스탠퍼드대, MIT대, 컬럼비아대, 다트머스대, 듀크대, 미시간대, 노트르담대, 브라운대 등 모든 아이비리그에 공통적이다."
"명문대학 특혜 입학은 조지 부시 대통령과 존 케리 상원의원(예일), 앨 고어 부통령(하버드), 빌 프리스트 상원의원(프린스턴대), 존 케네디와 지미 카터(브라운대) 등 유명 정치인과 가족들이 주도했다."
"명문대학은 비영리기관으로서 정부로부터 세금 보조를 받으며, 비과세 혜택에다 수 십억 달러의 정부기금과 연구 장려금을 챙기면서도 '다이아몬드 원석을 발굴하고 세공해야 하는' 사립학교의 사명을 외면한다."

 

2년간의 끈질긴 취재 끝에 이 책를 쓴 대니얼 골든에 의하면 그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다. 그는 책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명문 대학이 신분 상승과 균등한 기회 부여라는 미국인의 꿈을 이루어 줄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현행 미국 입시제도는 소수의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바늘구멍만한 합격의 문의 열고 있는 반면 특권층 자녀들은 손쉽게 명문대학에 들어 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으며, 심지어 졸업 후 기업과 정부기관의 높은 자리까지 갈 수 있도록 친절히 안내해준다.”고 폭로하고 있다. 그는 입학사정관제가 어떻게 변질되어 왔는가를 설명하며 많은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경쟁률이 높고, 권력과 풍요로움으로 향하는 관문 역할을 하는 100여 곳의 사립대학들이 부유하거나 연줄 있는 학생들에게 특혜를 주고 있는 입시제도의 이중 잣대를 폭로한다. 이들은 노골적으로 혹은 은밀하게 지연입학deferred admission이나 편입 등의 제도를 이용해 ‘특별대우’라는 이름의 옆문으로 그들을 받아들이는 입학처장과 직접 대면하는 특권을 누리면서 일등석에 앉아 대학 입시라는 고된 여정을 편안하게 여행한다. 그들은 다른 지원자들이라면 곧바로 낙방할 만한 사안인 서류접수 마감일 경과에서부터 음주운전까지도 용서 받는 능력도 지녔다.
정상권의 대학들은 가난한 학생들도 충분한 재정지원을 하기에 입학이 어렵지 않다며 이른바 니드 블라인드(Need-blind,학생 선발 시 학생의 재정상태를 고려하지 않는 제도) 떠벌린다. 그러나 그들이 부富에까지 눈을 감는 것은 아니다. 대학들은 사립 인문계고교 출신을 주로 합격시키고, 테리 샌포드 총장 시절의 듀크 대학처럼 학생 모집관에게 부유한 집안의 학생들을 유치하라고 지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또 단기적으로 선물(기부금)의 유혹에 휘둘리고, 장기적으로는 가난한 집안 출신 학생들을 너무 많이 뽑을 경우 가난한 동문 계층이 형성되어 결국 기부금이 줄게 될까 두려워한다. 

 

"하버드대학의 입시 경쟁율은 10:1이 넘으며, 신입생 90%가 고교 상위 10%에 속한다. 그러나 주요 기부자의 자녀 합격율은 50%가 넘는다. 거액기부자 모임인 자원위원회 회원의 자녀는 90% 이상 입학했다."
"하버드 대학에는 'Z명단'이 있다. 이것은 동문과 기부자들의 '덜떨어진 자녀들'을 입학시키기 위해 입학사정 원칙을 조정하여 옆문으로 입학할 수 있게 해주는 하버드대의 지연입학 정책을 뜻하는 용어다."
"듀크대의 1,2차 신입생 선발결정 후 일부 지원서류는 골판지상자에 담아 총장에게 가져간다. 총장은 직접 서류를 선별하여 가능성 높은 학생이 아니라 합격만 시켜주면 대학에 거액을 던질 기부자의 자녀를 선택한다."
"정재계 유명인사나 헐리우드 스타급 연예인의 자녀들은 브라운대에 들어가기 위해 공부할 필요 없다. 브라운대가 함량 미달의 '있는 집' 자제들을 위해 입시제도를 수정해 '특별학생' 제도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노트르담 대학이나 다른 명문대학에서 동문특혜를 실시하는 것은 부유한 집안의 부가 다음 세대로 넘어갈 때, 교육수준이 쇠퇴하는 것을 막아주는 보험 역할이다. 마치 영국 귀족들이 상원 세습으로 대를 이어가듯이.."
"명문대학의 체육특기생은 스쿼시, 요트, 스키, 조정, 펜싱, 승마 등 귀족스포츠를 통해 기금조성 가능성부터 따진다. 이들은 실력을 따지는 감독의 의견보다 입학처의 강력한 입김으로 부드럽게 입학한다."

 

SAT만점자는 탈락하고, 성적 미달인 앨 고어 3세는 하버드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해리슨 프리스트나 앨 고어 3세와 같은 수천 명의 상류층 자녀들은 매년 실력이나 다양성과는 무관하게 소리 없이 명문 대학에 들어간다. 즉, 이들은 ‘특권층에 대한 특혜’의 덕을 톡톡히 보는 셈이다. 대학입학 안내책자나 입학설명회, 대학 관계자들은 이런 사실을 무시하거나 별것 아니라고 말하지만, 특권층에 대한 특혜는 경쟁이 간발의 차이일 때 조금 눈감아주는 정도가 아니다.
그들은 일상적으로 성적이 떨어지는 지원자를 실력 있는 학생 위에 올려놓으며, SAT 평가에서 수백 점이나 되는 점수 차이를 눈감아주기도 한다.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집안의 자녀들이 너무 많은 자리를 차지하는 바람에 그들보다 훨씬 우수한 중산층이나 서민층 자녀들의 합격률이 점차 낮아지는 것은 대학들이 스스로 인정하는 정도보다도 훨씬 심하다.”
입시에서 각종 특혜를 누리는 백인의 숫자는 우대정책의 지원을 받는 소수인종의 숫자보다 훨씬 많다. 명문대학 입학생의 최소 3분의 1, 그리고 명문 교양대학Liberal Arts College 입학생의 절반 이상이 입학 과정에서 우대 대상이라는 인식표를 달고 합격했다. 일반적으로 전체의 15% 정도를 소수인종 출신 학생들이 차지하고 있는데 반해 부유한 백인들이 체육특기생(전체의 10~25%), 동문자녀(전체의 10~25%), 기부입학자(전체의 2~5%), 유명인사이나 정치가의 자녀(전체의 1~2%), 교수 자녀(전체의 1~3%) 등 특혜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압도적이다. 어떤 지원자에게는 복수 특혜도 적용되는데, 예를 들면 동문자녀이면서 동시에 운동선수인 경우이다. 결국 일반 지원자들은 전체 정원의 40%를 놓고 경쟁하는 셈이다.
그나마 위의 추정치는 보수적으로 잡은 수치다. 한번은 버클리의 로버트 버지노Robert Birgeneau 총장이 아이비리그에 속하는 한 대학의 전체 정원에서 일반 학생들이 차지하는 비율을 계산해 본 적이 있었는데 깜짝 놀랄만한 결과가 나타났다고 고백했다. 어떤 특혜도 없이 지원하는 학생은 단지 전체 정원의 40%를 놓고 경쟁한다는 것이다. 버지노 총장은 또한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동문자녀 입학 사례를 축소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동문의 손자 손녀는 동문자녀 통계로 잡지도 않고 있는데, 동문들이 대부분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 뒤에 기부금을 내면서 입학처에 큰 입김을 불어 넣는데도 통계는 그런 식으로 집계한다는 것이다.

 

"명문대학들에서 일반 지원자들의 대학 합격률은 19%인데, 동문 자녀는 50%로 매우 높다. 하지만 이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교직원 자녀의 합격률이 70%나 된다는 것이다. 등록금까지 면제..."
"미국 국세청은 미국 납세자들이 교수 자녀의 등록금을 부담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그 혜택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시도를 꾸준히 해왔다. 그러나 결속력이 강한 대학들은 번번이 로비로 막아냈다."
"현재 미국 대학 입학문에서 가장 소외되는 계층은 소수인종 특혜를 받는 흑인,남미계나 기부입학, 동문특혜, 체육특기생이 아닌 실력이 있는 저소득층 아시아계와 실력있는 백인 중산층이다."
"미국 대학에 재학 중인 외국학생들 대부분은 부유한 집안 출신이다. 이들은 고급 기숙학교나 외국인 국제학교 출신으로, 이들 학교는 사업가나 외교관, 상류층 자녀들을 교육시키며 두둑한 수입을 챙긴다."
"미국사회에서 동문 특혜 세습을 놓고 여론이 거센데도 대학과 정치인의 동문특혜 거래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동문특혜 철폐를 결정해야 하는 정치인, 법조인들 대부분이 동문특혜 수혜자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같은 특례입학으로 인해 지난 반세기 동안 상위계층과 하위계층 사이의 소득격차를 심화됐고 미국 사회의 특징이라고 정의됐던 사회적 이동성은 이제 길거리의 공중전화 부스만큼이나 찾아보기 어려워졌다고 한탄한다. 그러면서 그 피해는 미국 스스로가 지게 될 것이라 경고한다. 인재를 배제하고 특권층의 무능한 자녀를 선택하는 것은 국가경쟁력과 정치적 지도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비리그의 부당한 특례 입학 없이도 대학의 우수한 실력과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칼텍과 쿠퍼 유니온대, 버리어대를 소개하고, 특례입학을 막기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한다. 

 

"캘리포니아공과대학(칼텍)은 학생 선발시 아이비리그와 달리, 순수하게 학업성적만을 고려한다. 부유한 동문을 육성하거나 거액의 기부금을 유치하기 위해 입학기준을 낮추지도 않는다."
"칼텍은 기부입학이나 동문 특혜, 체육특기생 없이도 2005년 기준 14억 달러의 기금을 모금하여 학생 1인당 기금순위에서 MIT보다 높은 18위를 기록했다.
칼텍, 쿠퍼 유니온대(뉴욕), 버리어대(켄터키)는 상류층 특혜도 귀족스포츠팀도 기금조성 작전도 없는 미국 내 유일한 대학이다. 저소득층의 실력과 가능성 있는 학생들이 재학하고 있다."
"칼텍과 쿠퍼유니온(예술/건축), 버리어대(진보가치)의 공통점은 학교 규모를 늘리지 않는다. 성과를 통해 대학의 명성을 높인다. 입학결정에 교수가 참여한다. 기부자에게 창의적인 방법으로 보상한다."

 

미국의 대학 입학 사정관제의 추악한 진실을 알고 나면, 입학사정관제 등 대학측에 대학입학 선발의 자율권을 준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알게 된다. 혹시 교육부와 기득권층에서 미국의 입학사정관제가 부자들과 권력자들의 특례입학임을 미리 알고 추진한 것은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무조건 미국의 제도를 추종할 것이 아니라 한국의 수준과 실정과 문화에 맞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다. 무한경쟁 대학입시의 비인간성과 부실한 관리실태, 수능 줄세우기, 대학서열화와 학벌만능주의, 공교육 투자비 저조, 최종 결과인 공교육 붕괴를 먼저 혁신적으로 바꾼 후에 입학사정관제든 다른 제도든 검토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한다.

 

[ 2012년 11월 1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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