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운명 (반양장)
문재인 지음 / 가교(가교출판)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서평] 문재인 저 < 문재인의 운명 >을 읽고 / 2011. 06., 400쪽, 가교출판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에 야권 단일후보를 내세우기 위한 문재인 후보 진영과 안철수 후보 진영의 협상과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SNS에서 열성 지지자들의 상대방에 대한 욕설과 비방이 난무하여 지나친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그런 모습이 대선의 승패에도 영향을 주겠지만, 전체적으로 한국 유권자들, 특히 선거에 과잉 몰입하는 열성 유권자들의 모습이 오히려 '정치 불신'을 초래할 것 같다는 우려도 있다.나는 연초부터 안철수 원장의  대선 출마를 원했고 그를 최근까지 지지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나는 작년 서울시장 보궐 선거 때와 달리 두 사람의 경쟁마당에서 한 발 빼고 있다. 
그렇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일 것이다. 하나는 당초 예상과 달리 안철수 후보의 정책과 공약, 선거운동 방식이 기대에 크게 못미치기 때문이다. 정치 개혁 방안도 허술하고, 경제 정책, 외교안보통상 정책, 복지 정책, 노동 정책 등도 <안철수의 생각>보다 크게 후퇴했다. 정책과 공약으로만 보면 문재인 후보가 상대적으로 더 99% 유권자에게는 우호적이다. 물론 그래도 이정희 후보에게는 도저히 따라올 수 없지만...
두 번째 이유는 야권 단일후보의 주체가 문재인과 안철수 두 사람 만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작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와 4.11 총선 때는 야권 정당 중에서 진보신당과 사회당 등 일부 진영을 제외한 야권 진영 대다수와 시민단체까지 함께했던 것과 크게 다르다. 물론 그렇게 된 데에는 일부 인정할 만한 이유는 있다. 통합진보당이 부정경선 시비로 지지율이 폭락했고, 시민단체의 상당수가 4.11 총선 전후에 정치에 휩쓸리면서 정치적 영향력이 대폭 줄어들었다. 정치권력을 다투는 선거의 특성상 권력을 독점하고 싶은 정치집단의 속성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지만, 한 편으로는 원칙과 정책보다 '선거에서의 유불리'로 정치하는 모습에 여전한 한계를 느끼기도 한다.
두 사람의 개별 지지율 합계가 박근혜 후보를 앞서고 있고, 그만큼 4.11 총선 때의 지지율이 문과 안 두 후보에게 집중되었다.(4.11 총선 정당 지지율 새누리당 + 자유선진당 + 기독당 = 47.7%, 민주통합당 + 통합진보당 + 창조한국당 = 47.6% 합계 94.3%, 11월 7일 리서치뷰 후보별 지지율 박근혜 40.3% + 문재인 29.6% + 안철수 24.4% = 94.3%)
현재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누가 더 적합할 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안철수 후보는 장점과 단점이 너무 뚜렷하고, 문재인 후보 역시 마찬가지다. 박근혜 후보와 대선 승패만 놓고 보면 안철수 후보에게 상대적으로 더 높은 가능성이 엿보이기는 하다. 아무튼 남은 대선 기간이라도 야권 전체의 정책 연대를 통한 반박근혜 단일화 전선이 진행되기를 바란다. 

문재인 후보의 대선 출마의 변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이 먼저다>를 읽은 후, 출마 공약집 성격이라 그런지 문재인 개인에 대한 궁금증이 말끔히 해소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문재인씨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2년 만에 공식적으로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면서 자신과 그 분과의 관계에 대해, 참여정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힌 것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노 전 대통령과의 '만남'과 자신의 '인생' 역정, 노 전 대통령과의 '동행', 그리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자신의 '운명'을 써내려 갔다. 책을 읽어보니 문재인씨가 개인적으로 어느 누구보다도 도덕적이고 선량한 정치인임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리고 노 전 대통령과 쌓은 인연이 깊고 특별하다는 것에 공감했다. '운명'이라는 단어를 사용해도 충분해 보인다. 정치에 대해 전혀 무관심했던 문재인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운명' 때문에 이번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셈이다.
그런데 역으로 '운명'이기 때문에 문재인씨도 한국의 유권자들도 안타깝다. 노 전 대통령은 전혀 정치적이지 않은 사람을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에 임명함으로써 민정수석의 도움을 크게 받지 못한 셈이다. 그리고 그 '운명' 때문에 문재인씨는 결국 경험도 없고 자신도 없는 정치에 발을 담그고, 대통령 후보로 출마까지 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직책이 젊었을 때부터 결심을 하고 훈련과 경험을 쌓고 검증도 되면서 차분히 한 계단씩 성장해도 모자랄 판에...

문재인씨는 6월 항쟁시 부산에서의 민주화 시위에 대해 높은 자부심을 표현한다. 따라서 노 전 대통령이 민주화 운동권이나 정치권에서 비주류로 대접받은 것이 '서울 중심주의'와 민주진보진영의 '학벌주의'와 '엘리트주의'라고 진단한다. 나는 이에 대해 십분 공감한다. 그의 이런 느낌이 앞으로 그가 정치를 계속 해 나갈 때, 정치개혁과 행정개혁, 지역자치, 그리고 학벌주의 타파와 엘리트주의 청산으로 실현되기를 바란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비슷한 것을 느꼈지만, 재임시에 전혀 손을 대보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1997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 출마 의지를 가졌다는 사실을 문재인씨를 통해 처음 알았다. 그리고 노 전 대통령이 참여정부 시절의 '고집'과는 달리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포기했다는 놀라운 사실까지...
문재인씨가 부산 경남고등학교 출신이라는 점은 나에게 있어 감점 요인이었다. 문재인씨 정도의 세대에게 '명문고'라는 무의식적인 엘리트주의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인 스스로도 울산시장, 한나라당 최고위원, 국회의원, 서초구청장, 고위관료 등의 동기들이 모두 '잘 된 친구들'이라고 표현한다. 누구에게 '잘 된' 것일까? 개인들에게, 아니면 그들을 뽑아준 유권자에게? 후자에게는 결코 '잘 된 일'이 아닐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삼성 이학수가 고등학교 후배라는 이유 하나(?)로 그를 가까이 했고, 삼성 이건희 일가와 가신들에게 비판적이지 않았다. 사법고시 동기들에 대한 태도도 비슷하다.

대북송금특검에 대한 문재인씨의 '불가피하다'는 입장은 십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소통에 실패했다. 대북송금과 같은 민감하고도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 비서실장이 한 번 전임 대통령을 찾아가 설명한다고 하여 서로 납득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자체가 안일했다. 그것은 전임, 후임 대통령끼리의 의사소통이건, 양자의 참모진이나 비서진끼리의 의사소통이건 소통이 잘못된 것이고, 그렇다면 그 책임은 현직 대통령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평검사들과도 공개적으로 대화하면서 왜 전임 대통령과는 허물없이 대화하지 못했을까?"라고 생각하면 무척이나 아쉬운 대목이다. 즉,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때의 비서진과 여당 핵심 책임자들의 불협화음과 소통부재는 참여정부 내내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소위 진보개혁세력과의 소통도 소홀했다. 그런 불협화음을 누가 어떻게 시작했더라도 그 문제를 풀어야 할 책임은 당연히 권력을 쥐고 있는 측에 있다고 생각한다. 즉, 노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 열린우리당 주축세력이 해결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참여정부 집권 기간 내내 불안정한 정치 지형이 조금이라도 줄어들었을 것이다.
문재인씨의 표현대로 "개혁은 정권 혼자 이룰 수 없다." 개혁과 변화를 원하는 정권과 진보개혁 진영과 시민단체와 유권자가 함께해야 가능하다. 하지만 '함께'하기 위해서는 서로간의 소통과 공유와 양보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나를 따르라"나 "나를 도와줘"가 일방적인 관계에서는 연대도 협력도 한 때에 그친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할 책임은 권력과 권한이 큰 만큼 더 막중함을 알아야 한다. 문재인씨가 12월 19일 승리한다면 가장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검찰과의 대화, 검찰 개혁, 민주노총과의 관계, 한미FTA, 대연정 등에 대한 문재인씨의 입장은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 출신 인사들의 공통적이다. "노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선의와 진심을 알아주지 않았다"라는 것이다. 사전에 입을 맞춘 것처럼 정동영 전의원 등 몇 명을 제외하고는 한결 같다. 
책 속에는 "정부가 정책에 확신을 갖고 있더라도, 반대의견이 있으면 귀 기울이고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본인 스스로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노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이 부분에 무척이나 소홀했다. 집권 초기에 몇 번 추진하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처음 한 두번 시도해 보다가 그냥 밀어붙이기로 일관했다.
2005년 대연정 제안은 문재인씨의 하소연에도 불구하고, 1) 타이밍 2) 형식과 절차 3) 정치공학적 내용 4) 실현가능성에 문제가 많았다. 노 전대통령이 대연정 카드를 꺼낼 때가 국정원의 도청테이프 공개로 인해 정치권과 삼성, 그리고 언론이라는 3각 부정부패에 대해 여론이 뜨겁게 달구어져 있을 때였다. 형식과 절차 측면에서도 일방적이었다. 역시 소통의 문제였다.
2003년 화물노조 파업만 하더라도 1차 파업후 2차 파업에 돌입한 이유는 정부가 1차 파업 때 '표준운임제 시범실시와 법제화, 다단계 하청구조 개선'을 약속했지만, 몇 개월 동안 미루면서 이행의지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을 자세하게 파악하지 않고, 끈질기게 대화하고 협상하지 않고 "몇 개월 만에 재파업"이라는 식으로 감정적으로 대응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부분에 대해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을 옮겼다.

"문후보와 안후보 중에서 이제 한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나의 결론은 안후보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누구를 지지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나의 개업 변호사 초기 시절 구속 노동자 첫 사건이 화물연대파업이었다는 기억이 났다. 그 당시 화물연대 노동자들은 생활고로 인하여 이미 10여명 이상이 자살한 상태였다. 이러한 생활고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없었던 특수고용직 노동자라는 이유로 그들의 생존권은 방치되어 있다가 2002년 10월 화물연대 결성을 계기로 2003년 5월부터 각 지역에서 분노가 폭발적으로 터져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하여 노무현 정부의 대응은 어떠했는가? 노정부는 화물연대가 왜 파업을 했는지에 대하여 전혀 관심이 없었다. 오직 사태를 즉시 해결해야 하고, 위기관리 능력이 부족하다는 조중동의 선동에 휩쓸려 즉시 파업을 풀지 않으면 공권력을 투입하겠다고 협박하였다. 그리고 노동자들을 부산대로 밀어 넣은 다음 파업종료를 유도하였고, 파업종료 후에는 화물연대 간부들을 모두 구속하였다(부산지부 3명 구속). 이후 노정권의 노동탄압정책 기조는 이러한 방식으로 계속 유지되어, 2003년 6월에도 철도파업에 공권력을 투입하였고, 결국 임기 5년간 1천 37명의 노동자가 구속되었다(김영삼 정부 시절 구속노동자 632명). 이러한 반노동자 정책의 중심에 문후보가 있었다. 나는 문후보가 이에 대하여 사과하거나 반성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나는 그를 지지할 수 없는 것이다."(변영철 변호사)

요즘 야권 단일화 상황과 상충되는 문재인씨의 의견이 나온다. 바로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임명제청권이다. 이 책에서 문재인씨는 대통령제에 맞지 않는 제도이며, 정치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비판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책임총리제'를 이야기한다. 야권 단일화를 해야 하니까, 상황이 변했으니까 이젠 괜찮은 걸까?
참여정부가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기 위해 무척이나 애썼던 것에 비하여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국가보안법을 거의 언급하지 않는 것도 실망이다.
"노동,시국 사건은 나만큼 많이 한 변호사가 없을 듯 싶다"(p.443)라는 자화자찬에도 불만이다. 그렇게 자신하면서도 왜 참여정부 내내 노동자들의 처지와 조건을 개선시키려는 데 관심을 두지 않았을까? 화물연대의 파업 등 각종 노동조합의 파업에 대해 노동자보다 사용자 편을 들었을까? 노동자, 노동자 조직, 노동쟁의에 그렇게 인색하고 전략이 없었을까? 그런 자신감에 비해 이번 대통령 선거 공약에서도 노동공약은 참 초라하다.
 
[ 2012년 11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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