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안철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안철수 지음 / 김영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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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안철수 저 < CEO 안철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을 읽고/ 2004. 12., 260쪽, 김영사


지난 금요일(23일) 안철수씨가 18대 대통령 예비후보 자리를 사퇴했다. 그래서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원래 어제 쓰려다가 하루 더 미루어 오늘 쓴다. 원래 <문재인의 운명>과 더불어 유력 야권 후보인 문재인과 안철수를 비교하기 위해서 함께 읽었던 것이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양자 단일화 방법에 대한 협상이 파행을 거듭하면서 나는 순진하게도 단일화가 길어지면서 문재인 후보가 막판에 극적으로 협상안에 양보하거나 당분간 대선의 주요 후보가 3파전으로 전개되면서 나중에 문재인 후보가 사퇴하는 쪽에 무게를 두었다. 그동안 문재인 후보가 정권교체를 가장 중요시한다고 말해왔고, 안철수 후보측이 준비된 조직역량이 별로 없기 때문에 작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처럼 안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도 문 후보측이 행정부 권력의 상당부분의 점유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단일화가 실패했을 때, 안철수 후보측보다 문재인 후보측이 잃을 게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내 예상은 빗나갔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책을 한 번 더 들여다 볼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왜 예상을 잘못한 것인지 생각하기 위해서...


솔직히 말하면, 하루 더 이 책을 읽어보고 생각해 보아도 안철수 후보의 전격적인 사퇴 이유를 알아낼 수는 없었다. 일주일 간의 협상과정이 단일화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한다는 본인의 말을 실천에 옮긴 것이라고 볼 수도 있고, 문재인 후보측에 실망하여 함께 대통령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고, 누구 말처럼 '단일화 경선에서 질 것 같으니 미리 포기'한 것일 수도 있다. 이 책의 내용으로만 비교해보면, 자신의 늘 강조해오던 바를 결행했다고 볼 수도 있다.
책 몇 권과 언론에 나타나는 정보를 통해 내가 안철수씨를 제대로 알아낼 능력은 없는 것 같다. 다만, 안철수 후보의 사퇴로 인하여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두 사람이 단일화할 때보다 더 어려워졌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행히 그가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면서 사퇴했기 때문에 작은 가능성은 남아 있을 것이다. 현재 상황으로는 대통령 선거일까지 남은 기간 동안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 변동이 남은 기간 안철수 후보의 역할이 크게 필요해지거나 진보당 이정희 후보에게 역할이 부여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정도 밖에 생각할 것이 없다.


안철수씨는 1995년 의사에서 경영인으로 변신했다. 그는 술수와 작전이 난무하는 비지니스 세계에서 살아남았다. 스스로 '원칙과 기본'으로 승부한 결과라고 자평한다. 물론 적지 않은 이들이 그의 말에 공감했다. 그는 한국사회 또는 한국 기업계의 경영인들이 간과하고 있던 '비지니스에서의 성공'의 참된 가치와 방법론을 사람들에게 일깨워주었다. 그는 삶도 비즈니스도 결국은 긴 호흡과 영혼으로 승부하는 것임을 자신의 진정성과 지혜로운 해법들로 보여줌으로써 우리사회가 신뢰하는 리더 중의 한 사람이 되었다.
이 책은 2004년 그와 그의 조직이 성정정체의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성장의 가닥을 잡아나갔던 소중한 경험들과 한국사회에 대한 몇 가지 성찰을 담았다. 지금 한국인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안철수 방식으로 말해준다. 급변하는 글로벌 시대에 개인과 조직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자세와 마인드는 어떠해야 하는지, 전문가와 조직 구성원에게 필요한 자질과 커뮤니케이션의 방법, 업무방식은 어떠해야 하는지, 한국이 진정 ‘인터넷 강국’인지, 벤처위기의 해법은 어디에 있는지, 정보산업과 정보보호를 위한 인식의 전환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21세기 한국사회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준비, 그리고 젊은 세대들에게 보내는 글로 마무리한다. 어려울 때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가장 지혜로운 답은, 스스로 우리의 약점을 검허하게 반성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데 있다.
결과적으로 그의 이야기는 한국사회에 보편적으로 전달되지 못했다. 그의 문제제기와 대안제시는 지금까지 큰 변화 없이 동일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아마도 그런 현실이 그에게 정치인의 길로 나서게 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어보면, 그는 남부럽지 않은 가정환경에서 자신의 환경과 개인적인 노력을 바탕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사람이었다. 그래서 서울대 의대 출신 의학자, 벤처기업 CEO, 그리고 교수로 승승장구했다. 그래서 당연히 그의 사고의 틀과 시야의 중심에는 자신이 자라나고 성공하는 과정에 집중되어 있다. 조직과 기업, 관리와 간부, 경쟁과 글로벌 비지니스, 전문가와 리더, 의사결정과 대화 등등...
한국사회의 엘리트로서 그의 기업관, 조직관, 전문가관, 리더관, 의사결정방식, 문제해결방식은 보기 드물게 '진보적(?)'이다. 그의 생각은 천민자본주의라고 불리는 한국의 경제주체들에게서는 도저히 발견할 수 없는 기업관이다. 임직원을 회사 이윤을 위한 도구로, 노예로, 수단으로 삼지 않는 그의 생각이야말로 자본주의가 건전하게 유지할 수 있는 토대일 것이다. 그리고 그의 의사결정방식과 문제해결방식은 한국의 기업계 뿐 아니라 정치계, 언론계, 학계, 시민단체 등 조직이 있는 모든 분야에서 귀담아 듣고 따라 배워야 하는 모범이라 할 수 있다. 그가 민주당을 향해 '정치쇄신'을 요구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아쉬웠던 점은, 역으로 엘리트로 살아왔기 때문에 그의 인식의 폭도 좁고 깊이도 얇다는 것이다. 조직의 관리자와 전문가, 리더의 관점에서 조직을 바라보고 비지니스와 사회를 바라보지만, 역으로 직원의 입장에서, 엘리트에 진입하지 못한 수 많은 마이너 대학 졸업자의 입장에서, 비지니스에서 실패한 이들의 입장에서, 노동자나 농민, 서민의 입장에서 조직과 사회, 경쟁과 리더를 바라보지 못한다. 누구나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하지만, 현재 사회구조 속에서 어떻게 해야 그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
현재 한국사회도 그렇고,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도 그렇고, 역사적으로도 그렇지만, 어느 사회에서건 '누구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혼자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아니 실제로는 불가능하다. 안철수식의 '성공'이 세상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지향점이 되어버리면, 99% 사람들은 성공하지 못한, 실패한 인생이 되어버릴 수 있다. 하지만, 인생이나 사회는 그런 것이 아니지 않은가?
관점을 다르게 말하자면, 그가 말하는 '성공' 만이 유일하거나 바람직한 인간의 삶의 목표도 목적도 아니다. 그런 것만이 행복은 아닌 것이다. 먹고 살만한 수입으로 자신의 주택과 일자리를 가지면서 오손도손 가족과 함께 사는 것도 '성공적인 삶'의 하나이고, 몇 백 평 논과 밭으로 자급자족하면서 자식들에게 매년 쌀과 채소를 보내주면서 행복을 느낄 수도 있다. 자신보다 부족한 사람들을 돕거나 보살피는 것을 인생의 목적이나 행복으로 삼는 사람도 있다. 일반적인 시각으로는 별볼 일 없이 사는 사람이라도 함께 웃으면서 돕고 사는 삶이 더 바람직할 수도 있지 않은가 말이다. 한국사회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그런 소박한 삶의 목적과 행복도 불가능할 뿐이다.


이번에 대통령 예비후보로 출마하면서 안철수씨는 여러 계층의 사람들을 만났을 것이다. 준비기간도 짧고 선거라는 계기를 통해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에 그들과의 대화가 깊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앞으로도 계속 정치활동을 한다고 했으니 안철수식의 긴 호흡과 영혼으로 언론에서 말하지 않는 사회 밑바닥 사람들, 한국사회를 토대에서 끌어가고 있는 수 많은 노동자, 농민, 서민들과 만나고 그들과 공감하기를 바란다.


[ 2012년 11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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