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인권이다 - 이상한 나라의 집 이야기
주거권운동네트워크 엮음 / 이후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추천 [서평] 주거권운동네트워크 저 < 집은 인권이다  이상한 나라의 집 이야기 >를 읽고 / 2010. 09., 346쪽, 이후


'집'은 개인적인 그리고 가족 수준의 경제능력을 통해 구입해야 하는 '재화(재산)'일까? 우리에게 '집' 또는 '주거'는 단순히 '잠자는 곳'인가?
저자로 명기되어 있는 '주거권운동네트워크'는 '집', 즉 주거권은 '재화'가 아니라 보편적인 '인권'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사고의 전환을 주장하는 이들의 모임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주거권에는 공동체 생활과 문화도 포함된다.

헨리 조지의 명저 <진보와 빈곤>이 '토지 가격 상승을 통해 생산과 노동의 수탈'이라는 근대 경제학의 숨겨져 있는 뿌리를 주제를 다루었다면, 주거권운동네트워크는 '주거'라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상품화하여 인간을 짐승만도 못하게 대하는 현대 사회의 뿌리를 다루었다고 밀할 수 있다.

'추천하는 글'에서 애기하듯이 "하늘을 나는 새도 둥지가 있고, 달팽이도 집을 메고 사는데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 뜨내기로 산다. 철새도 아닌데, 뜬구름도 아닌데 떠돌며 산다. 골목에 정들 새도 없이, 이웃을 익힐 틈도 없이 곧 떠나야 할 동네에 잠시 머물기를 되풀이하며" 살아야 하는 사람들.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한국사회의 전월세 세입자 등은 OECD 10위권의 경제력을 자랑하는 21세기에도 전국민의 절반에 육박한다. 외형상 주택보급율은 103%를 넘어서는 이 시대에...

이 책의 장점은 모두 실제로 일어난 사실과 당사자들의 기록이란 점이다. 대다수 글은 자신이 겪은 일을 직접 쓴 것이다. 상당수는 말한 것을 풀어 쓴 것이다. 취재를 거쳐 기록한 것조차 거의 구술에 가깝다.
책에는 집과 주거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고 자세하게 담겨 있다. 그렇기 때문에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것, 한 챕터 읽는 것이 무척 어려웠다.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대접도 받지 못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 한 사람 한 가족의 애끓는 삶. 자신의 힘든 삶이 불합리하고 부도덕한 구조와 제도라는 생각보다 스스로의 잘못이나 무능으로 체념하는 세입자들. 그런 순수하고 성실한 그렇지만 제도와 문화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의 삶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화가 치미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다. 자신이 기르는 애완용 개나 고양이만도 못한 집주인들의 세입자에 대한 대우.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상실한 사람들에 대한 관공서와 정치인들의 무관심과 무대책. 자신은 먹고 살만 하니 착취받는 사람들보다 권력을 지향하는 지식인들. 나만이라도 내 가족만이라도 잘 먹고 잘 살겠다고 부동산 투기와 증권 투기를 따라하는 사람들. 마지막으로 문제는 제도와 문화, 부정하고 부도덕한 사람들임에도 스스로의 잘못과 무능으로 주거권을 포기해버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비닐하우스, 쪽방, 반지하, 옥탑, 심지어는 동굴에서까지 살아야 하는 주거 극빈층이 한국에 2008년 현재, 무려 162만 명에 이른다. 혼자 1,083채의 집을 소유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1~2년에 한 번씩 꼬박꼬박 이삿짐을 싸야 하는 이도 많다.

저자는 이럴 바에야, '내 집' 마련의 꿈을 버리는 것은 어떻겠는가 제안한다. 여성이라고, 장애가 있다고, 혼자 산다고 해서 집이 필요없지는 않다. 재산이 없다고, 소득이 적다고 집이 필요없는 것도 아니다. 필요한 만큼, 필요한 이들에게 나누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돈이 없다고 먹지 못해 굶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는 데 모두가 동의하는 것처럼 집 또한, 주거 또한 공적으로 해결해야 할 '인권'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옳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주거 문제를 개인이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틀렸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살 만한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팔릴 만한' 집을 짓는 건설 자본은 물론, 부동산 경기 부양책이 무슨 경제를 살리는 도깨비 방망이라도 되는 양 여기는 국가의 자세 또한 틀렸다고 말한다. 집을 소유하고도 가난하게 살아야 하는 '하우스 푸어'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집' 자체를 가질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내일의 집 때문에 자신의 오늘을 저당잡힌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주거권운동네트워크라는 주거권 운동 단체(모임, 네트워크 ?)에게 아쉬운 점은, 주거권을 생존권이나 행복추구권처럼 인권으로 설정하여 인권운동 차원에서 주거문제를 다룬다는 긍정적인 관점에도 불구하고, '인권'이라는 개념이 한국에서 받아들여졌을 때 당사자들의 권리 찾기 내지 자발적 결사나 운동을 도모하기 보다 시민단체나 지식인들에 의한 '인권 운동'으로 전개될 우려에 대한 우려이다.

그런 점은 책 속에 등장하는 어떤 단체의 일꾼 역시 주거와 생활을 바라보는 생각이 불의와 부정에 대한 인식이 아니라 '불행한 삶'이라는 식의 인권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는 오히려 역사적, 경제적, 사회적 관점에서 토지와 부동산에 접근한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이 당사자들에게 더 분명하고 힘있는 관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록으로 실은 [유엔 사회권위원회]에 제출한 민간 단체 보고서는 지금 현재, 대한민국의 주거 현실을 숫자와 키워드로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자료다. 
[주거권 선언―집은 인권이다!] "모든 사람은 살 만한 집에 살 권리가 있다." 
1. 모든 사람은 자신이 살던 땅이나 집에서 안정적으로, 살고 싶을 때까지 살 권리가 있다. 누구도 강제로 쫓아낼 수 없다. 
2. 모든 사람은 적정 수준의 주거비 부담으로 살 만한 집에 살 권리가 있다. 
3. 모든 사람은 자신의 경제적 조건에 상관 없이 적당한 수준의 집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건강을 해치지 않을 쾌적한 주거 환경이 보장되어야 한다. 
4. 모든 사람은 자신이 거주하는 공간에서 사생활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5. 모든 사람은 각종 시설들을 이용하기에 너무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집에 살 권리가 있다. 
6. 임대 아파트나 비닐하우스촌, 쪽방 등에 산다는 이유로, 혹은 집이 없어 거리에서 잔다는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또한 국적, 인종, 성별, 장애, 나이, 성 정체성 등을 이유로 집을 구하거나 집에서 살아가는 데 불합리한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7. 살 만한 집에 살 권리는 우리의 다음 세대의 권리이기도 하다. 집을 짓는다는 이유로 자 연을 파괴하는 마구잡이 개발을 해서는 안 된다. 
8. 모든 사람은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및 주택 정책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 

[ 2013년 7월 2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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