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정의, 대한민국을 살린다 - 한국 사회의 핵심 모순, 토지 문제의 해법
김윤상 외 5인 지음, 토지+자유 연구소 기획 / 평사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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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롯데그룹과 GS그룹의 재벌 총수와 일가족 22명이 2005년~2009년 사이에 평창 동계올림필 개최지 인근의 요충지 토지 19만7,063㎡를 매입한 것으로 드러나 언론과 시민단체에 못매를 맞고 있다. 이들은 전원주택이나 동호인 주택을 짓기 위해 매입했다고 변명했지만 그들이 지금껏 해온 행위들에 비추어보면 말 그대로 '변명'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해당 토지의 시세는 5년 만에 평균 10배 이상 뛰어올랐다고 한다. 올해 들어 재벌들이 소규모 자영업자의 업종인 떡복이와 빵집까지 업종을 확대하여 언론과 시민들에게 비난을 받았었다.
 
작년 '나꼼수'를 통해 시사인의 주진우기자가 폭로한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의 사례나 이명박 정권에서 인사청문회를 통해 나타난 결과를 종합해 보면 한국 특권층의 '토지'에 대한 탐욕은 상상을 초월한다. '내곡동 사저'의 경우 사저의 매입자금과 차명의혹 뿐 아니라 사저 인근의 적지 않은 토지를 이명박, 이상득 형제 일가가 매입해 놓은 것을 알 수 있다. 이 땅의 특권층들은 공정한 기업활동이나 정직한 치부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들은 자신과 지인의 지위를 이용하여 개발정보를 캐내어 토지에 대한 시세차익을 얻는 것을 가장 중요한 치부의 전략으로 삼고있는 듯하다. 몇 년 전 효성물산에 근무하던 친구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당시 효성의 조석래회장은 직원들에게 "돈벌기 위해 회사를 운영하는 것 아니다. 너희들은 손해만 보지 마라. 돈은 내가 부동산으로 번다"고 큰소리까지 쳤다고 친구는 전했다. 재계 25위의 효성그룹 총수가 이 정도 철학이니 그 위와 아래의 그룹 총수 일가의 생각은 어떨까?
 
지난 1980년 이후 기업인, 특히 재벌 총수 일가족이나 고급 공무원, 언론인, 교수 등 특권층들이 얼마나 많은 부동산, 즉 토지와 APT를 사고 팔았을까? 지금껏 이에 관한 정보는 '개인정보보호'라는 이유로 정부와 지자체에서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손낙구씨는 <부동산 계급사회>(2008, 후마니타스)를 통해 지난 2005년 행정자치부에서 토지현황과 주택현황을 집계한 결과만 보면 한국에서 '부동산 독점'은 지나치게 과다한 상황이다. 통계를 보면,
- 한국에서 가장 많은 주택을 소유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주택의 수가 바로 1천83채인 것이다. 전체 상위 10명이 소유한 집은 모두 5,508채로 한 사람 평균 550채다. 이들을 포함하여 상위 30명이 갖고 있는 집은 9,923채로 1인당 330채씩 소유하고 있다. 그리고 전체 가구의 1%가 전체 주택수의 10%를, 전체 가구의 5%가 전체 주택수의 20%를 소유하고 있다. 당시 전체 주택수는 1,370만채였다.
- 토지의 경우 더욱 심하다. 전체 가구의 27%(500만 가구)가 사유지의 99%를 소유하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전체 가구의 5.5%(100만 가구)가 사유지의 74%를 소유하고 있고 상위 10만 가구(전체의 0.5%)는 사유지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주택보다 토지의 편중이 훨씬 극심한 상황인 것이다. 아마도 2012년 현재는 그 비율이 더욱 심해졌을 것이다.
- 2000년부터 2006년까지의 통계를 보면, 6년간 집값 상승 총액은 648조원으로 매년 108조원 이상 올랐다. 그중 87%인 566조원이 아파트값이 올라서 생긴 것이고 서울지역 아파트값이 전체의 57%에 해당한다.(참여정부 인사들은 이 통계를 알아야 한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으로 '정직한 지식인형' 부동산 전문들이 솔직하게 공개하는 관련 정보다. 내가 개인적으로 우려하는 것은 이러한 토지 및 주택의 독점과 편중현상, 그리고 이러한 토지, 주택의 문제가 사회경제 전반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한 연관성 분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러 전문가들 역시 부동산 문제 자체에 대한 정책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수준에 따라 대안은 종합적으로 마련되지 않고 있다. 그나마 김광수경제연구소와 선대인씨 정도가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아주 도발적이다. 저자들은 한국 사회경제구조의 총체적인 문제점의 근원을 '토지'에서 찾는다.  
‘공정사회’를 만들자는데 아무도 믿고 따르지 않는 이유도, 온 국민이 반대하고 사업 타당성도 약한 4대강 사업에 목을 맨 이유도, 고위공직자 후보들마다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낙마하는 결정적인 이유도, 재개발 재건축을 둘러싸고 개발주체와 세입자가 격렬하게 대립하는 이유도, 뼈 빠지게 일하고 꼬박꼬박 세금을 바치는데도 내게는 땅 한 평 없는 이유도, 국민소득이 오르고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는데도 분배는 악화되고 있는 이유도, 그 원인은 바로 토지정의 부재에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노사분규, 행정수도 이전, 부동산 가격 폭등, 4대강 사업, 용산참사 문제 등 한국 사회의 온갖 사회적, 경제적 문제는 "정의에 입각한 토지원리 부재"에 그 원인이 있다고 말한다. 필자들은 가장 중요한 생산수단이자 사회 전 영역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토지의 독자성과 중요성을 드러냄으로써 주류경제학의 문제점을 밝힌다. 또한 토지가 주택, 금융, 세금, 분배, 사회갈등, 복지, 도시계획, 통일, 대안모델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 각 분야의 정의를 세우는 핵심 요소임을 제시한다.
 
저자들은 경제학을 중심으로 한 오늘날의 사회과학이 토지의 독특성과 중요성을 무시하게 된 원인을 지적한다. 오늘날 주류경제사상인 신고전주의에 가장 큰 영향을 준 클라크(John Bates Clark)의 지대한 영향력 아래 토지는 자본의 하나로만 간주되었다. 클라크라는 신고전주의 경제학의 태두가 토지의 독자성을 무시하자 후대의 경제학자들도 따라서 무시했고, 토지로 인해 생긴 수많은 경제 현상을 설명하지 못하고 엉뚱한 원인진단을 하자 후대의 학자들도 모두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게 된 것이다. 경제학의 기본 교과서들인 미시경제학, 거시경제학, 재정학, 금융경제학 등에서 토지가 등장하지 않게 되자, 이후 경제 분석에 있어서 토지 때문에 일어난 일을 설명할 수 없게 되었다.
 
저자들의 주장대로 이 책은 대한민국 최초의 [토지의 정치경제학]이라고 할 만하다. 재화와 용역의 생산.분배.소비를 다루는 경제학이 번성해 있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생산수단이며 경제를 포함한 사회 전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토지를 중심으로 주택, 금융, 세금, 분배, 사회갈등, 복지, 도시계획, 통일, 대안모델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의 정의를 세우는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었다.
이 책은, 여러 경제적·사회적 문제가 토지원리를 무시하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을 밝힌다. 토지는 생산수단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자본과 뚜렷이 구별된다. 그리고 자본과 달리 재생산이 불가능하므로 한 사람의 소유는 타인의 손해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토지 가치는 내부가 아닌 외부 요인에 의해서 만들어진 불로소득이며, 또한 그 가치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의 기대를 반영하기 때문에 투기가 일어나기 너무 쉽다. 자본투자와 달리 토지투자는 비생산적이다. 이러한 토지원리를 존중하고 특히 토지 불로소득을 제대로 환수하면 우리가 당면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제시한다.
 
2012년 현재 한국 사회의 핵심 이슈는 복지강화다. 복지에 인색했던 한나라당도 세금을 더 많이 거둬서 복지에 투입하자는 대책을 내놓을 정도다. 그러나 보다 먼저 따져봐야 할 것은 왜 한국 사회에 이렇게 복지수요가 커졌는가 하는 것이다. 이 책은 부정의(不正義)한 토지제도가 핵심 원인임을 밝히고, 토지정의를 확립하면 거대한 복지수요의 상당부분이 줄어들 수 있음을 증명한다. 필자들은 잘못된 토지제도가 어떻게 시장경제를 혼란에 빠뜨리며 얼마나 한국 사회 구성원들을 괴롭히고 있는지를 다양한 자료를 통해 밝히고, 정의로운 토지제도를 수립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저자들은 99% 국민들을 진정으로 위하고 한국 사회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당과 정치인이 2012년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에서 내걸어야 하는 국가 정책의 핵심은 토지 불로소득의 사유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들이 논리적으로 경제학에서 토지를 자본과 동급의 '생산수단'으로 격하시킨 것에 대한 문제제기는 신선하고 긍정적이었다. 금융 불안정과 지대신용화폐의 연관성, 토지에 대한 불로소득의 환수를 중심으로 하는 부동산 정책대안, 북한의 토지문제 해결책 등은 여러 정당과 정책당국이 참고할 만 하다. 실제 우리나라의 경우 토지불로소득에 대한 사회적, 정치적 관심이 더욱 확산되어야 한다.
 
다만 저자들의 문제제기와 대안이 사뭇 도발적이고 획기적임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컸다. 토지를 중심으로 주택 문제를 바라보는 과점에서, 금융불안정과 지대신용화폐의 관계, 토지불로소득의 문제점 등 저자들의 이론과 대안을 수립하는데 있어 근본이 되는 주장에 있어 구체적인 통계와 분석이 많이 부족했다. 주로 논리적인 주장에 치우쳐 있다는 것이다. 1945년 이후 불로소득이 어떻게 생성되었고 그 금액이 얼마나 되며 어떤 과정으로 어떤 계층에게 돌아갔는지, 그 사이 GDP나 근로소득, 사업소득, 정부예산은 어떻게 발생하고 투입되었는지, 이자율이나 물가상승율 등 거시경제까지 고려하여 저자들의 주장을 펼쳤다면 신뢰도가 높아졌을 것이다.
 
그렇지만, 저자들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문제제기의 방향이 타당하다는 데 공감한다. 저자들이 이어나가던, 다른 사람이 진행하던 추가 연구와 발표를 기대해 본다.
 
[ 2012년 2월 2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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