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은 끝났다 -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곳, 다시 집을 생각한다
김수현 지음 / 오월의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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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서울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가 가락시영아파트의 재건축의 종상향을 허용하면서 신문과 인터넷, SNS에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이 거세다. 종상향 결정이 있은 후 주변 아파트의 매매 호가가 급등하고 재건축이 추진 중인 단지에서 종상향에 대한 기대심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일부 경제,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서울시의 결정이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초 내걸었던 부동산,주택정책에서 벗어난 조치라고 비판하고 있고 더불어 박원순 시장의 시정개혁 싱크탱크로 불리는 '희망서울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인 김수현 교수에 대한 찬반과 비난도 드세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실패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이번 결정에 박원순 시장이나 김수현 교수가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 사전보고를 받아 승인한 것인지, 종합적인 검토결과가 나왔는지 정확한 정보를 현재로서는 알 수 없지만, 실제 인근 주택과 재건축단지가 영향을 받은 것은 분명한 만큼 박시장과 김교수의 답변과 해명이 필요할 것이다. 서울시 대변인은 "다른 재건축 단지에 또 다시 적용하지 않는다"라고 해명했지만, 그것으로는 일반시민들과 비판적인 전문가들을 설득하기에 부족하지 않을까? 박시장과 김교수의 해명과 명확한 입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박시장과 김교수가 이번 도시계획 결정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와 상관없이, 미리 보고받고 승인했다고 하더라도 박시장과 김교수는 비슷한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추측해본다. 그 이유는 박시장이 정책공약으로 내세운 '임대주택 8만호'가 현재 서울시 재정 여력으로 쉽지 않다는 관련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 있어왔고, 박시장과 김교수의 시정 정책 추진과정이 '민관 거버넌스'를 통해서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번 도시계획 결정 이전에 부동산,주택정책에 강경한 입장을 가진 환경단체와 부동산 전문가, 진보정당 관계자와 함께 논의하는 절차를 거쳤다면, 시간이 조금 걸렸다 하더라도 최종 결과는 이번 종상향 결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누구도 쉽지 않은 결정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박원순 시장의 기존 경험으로 볼 때 박시장이 주거복지 정책이면 몰라도 부동산,주택정책에 대해 심도있게 고민,연구해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김수현 교수의 의견이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따라서 김수현 교수가 생각하는 부동산,주택정책을 알아보는 것은 향후 박원순 서울시장의 부동산,주택정책을 미리 예상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먼저 다른 이야기로 애기를 돌려보자면, 국내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으로 가계대출이 1,000조원(자영업자 100조)을 넘어섰다. 채무자들이 년간 대출이자로 지급하는 금액은 이자율을 5%만 적용해도 50조원이 넘는다.(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이 600조원 정도이니 나머지 대출이자는 5%를 훨씬 넘어설 것이다.) 2010년 기준으로 GDP 1,300~1,400조원 중에서 우리나라의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으니 GDP의 약4% 정도를 이자비용으로 은행에 납부하는 셈이다. 1년간 민간소비지출액 600~700조원을 기준으로 하면 전국의 가정이 평균 지출액에서 8% 가량 줄어드는 것이고...
 
매년 50조원 이상을 은행에 이자로 납부하는 상황에서 민간소비는 줄어들 수 밖에 없고 소비 축소는 그대로 제조업, 상업, 서비스업 등으로 전파되어 산업생산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여기에 경제활동인구 중 비정규직 비율 50%과 빈부격차, 양극화까지 감안한다면 아무리 APT나 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하더라도 그 주택을 구매할 수 있는 여력이 있을 수 없다. (참고로 은행들의 주식 중 외국인이 보유한 비율은 우리은행(약9%)을 제외하면 평균 70%가 넘는다. 8개 상장은행의 2011년 평균 연간 순이익이 8조원 가까이 된다 하니 그 중 5조원 가까이를 외국인에게 배당할지도 모르겠다...)
 
부동산 문제가 한국에서 중요한 이유는 한국인 가정의 가계자산의 80%가 부동산이기 때문이다. 할아버지,할머니든 아버지,어머니든 기성세대가 소유하고 있는 자산은 대부분 부동산이고 그렇기 때문에 아직도 부동산 문제는 전국민의 민감한 관심사안이 아닐 수 없다. 부동산은 또한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아직도 높기 때문이다. 또한 건설업, 금융, 보험, 가구, 중개업, 인테리어, 이사 등 적지않은 업종이 부동산에 연관되어 있다.
 
지난 1997~1998년  IMF 사태 이후 부동산 값은 가파르게 올랐다. 10년 이상 기득권층과 중산층은 너도 나도 부동산을 소유하려고 덤벼들었고 부동산을 통해 시세차익을 얻으려고 동분서주했고 그 결과 부동산 가격은 거침없이 올라버린 것이다. 당연히 그 이전부터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던 이들은 이러한 분위기 덕에 앉아서 수억, 수백억씩 시세차익을 얻었다. 부동산 세금이 턱 없이 작으니 기득권층은 세금은 별로 납부하지 않은채 대형 아파트와 주상복합으로 이사하여 떵떵거렸다. 무한경쟁에 일찍 뛰어든 자들은 아파트와 토지, 농지를 사고 팔아 엄청난 폭리를 취했고 뒤늦게 뛰어든 중산층 대부분은 대출만 잔뜩 받아 '하우스푸어'로 전락했다. 뛰어들지도 못하는 서민들은 박탈감과 허탈감에 분노에 휩싸여 버렸고... 한마디로 '부동산에 인질로 붙잡힌 사회'가 되어버린 것이다.
 
 
저자는 "드디어 부동산은 끝났다"라고 선언하면서 글을 시작한다. 지난 40년간 어떤 노력을 통해서도 꿈쩍하지 않던 '부동산 불패신화'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인구와 산업구조가 고도성장기의 그것과는 근본적으로 달라졌기 때문에, 그리고 저출산, 고령화, 1~2인 가구 증가가 현실이 되었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은 장기적으로 하락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구조적 변화와 지속가능한 정책이 가능해졌음을 기회로 인식한다. 부동산이 우리를 겁박하고 위협하던 시대는 끝냈고 부동산으로 국민을 현혹시키던 정치인, '돈 벌 기회를 보장하라'는 애기를 시장주의로 포장하던 언론, '믿고 싶은 것'을 과학이라 애기하는 전문가... 이들이 아니라 시민들 스스로 올바른 부동산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일에 나설 것이기 때문에...
 
이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우리 부동산 시장의 진짜 모습을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수치와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외국의 부동산 시장과도 비교하면서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 상황을 더욱 거시적인 안목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 2010년 기준으로 오피스텔 등을 제외한 정부의 공식적인 주택보급율은 전국 101.9%, 서울 97.0%이다. 기타 주거지는 약3%... 선진국의 주택보급율이 110~120% 정도이니 한국의 경우에도 아직 주택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 주택의 형태는 아파트가 전체의 47%정도. 서울의 경우는 아파트,단독주택,연립주택이 41%, 37%, 22%...
- 주택 점유형태는 자가주택 61%(서울은 51%), 민간임대 35%, 공공임대 4% 수준이다.
- 주택의 공시가격으로 보면 1억원 이하 주택이 60.8%, 6억 초과는 1.6%(22만 가구)
- 2000년~2006년 주택가격 상승율은 20%대로 OECD 평균인 40%대의 절반에 불과하다.(??)
- 청약통장 가입자 : 2000년대 600~700만 구좌, 2008년 이후 1,500만 구좌
 
저자는 부동산이 이동할 수 없는 특성, 소비재이면서 투자재, 수급균형에 걸리는 기간의 장기화, 가족의 안전을 보장하는 생존기능 등의 특성으로 인하여 부동산이 일반 상품처럼 무작정 시장에 맞길 수 없음을 지적한다. 따라서 부동산이 너무 높이 오르거나 급격하게 등락하는 것은 사회,경제,정치적으로 많은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할 수 밖에 없음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부동산 시장을 결정하는 데에는 세 가지 흐름, 즉 장기 변수로서 인구와 산업구조의 변화(1), 중기 변수로 주택 자체의 과잉 공급과 과소 공급을 반복하는 속성(2), 단기 변수로 현금유동성이나 정부 정책 변수(3)을 통해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외국의 부동산 시장흐름을 비교하면 저자는 한국의 경우 주거수준이 아직 열악하고 한국식 전세제도로 LTV 비율이 낮기 때문에 일본식 장기 거품 붕괴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지만 3~4년 정도의 주택가격 하향 안정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제2부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각종 부동산 정책들의 효과와 한계를 살펴본다. 세금, 금융, 분양가, 공공임대주택 등 한 번쯤 들어봤고, 또 누군가 만병통치약이라고 했던 그런 정책들이 한국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따져보고 있다.
 
저자는 부동산 보유세를 현실화시키고 종합부동산세를 원래 취지대로 복귀해야 함을 주장한다. 또한 양도소득세는 형평성에 문제가 있으며 주택임대소득세가 없는 것은 불합리함을 지적한다. 부동산 세금은 아주 정치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나 기본적으로 부동산 세금정책이나 분양원가 공개, 후분양제 등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키'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부동산에 대한 금융정책 역시 부동산 정책의 만병통치약은 아니며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정부가 이를 시행할 자금과 땅이 현실적으로 부족함을 지적한다.(그렇기 때문에 재개발,재건축시 임대의무비율에 주목한다.) 주거환경 개선을 위하여 도시재생사업은 필요하나 서민들은 ?겨나고 개발자와 소유자만 이익을 보는 뉴타운사업을 중단해야 함을 주장한다. 공공임대주택과 소형 분양주택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중장기적으로 부동산이 하락하는 추세에 따라 월세전환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민간임대주택을 현실화해야 함을 주장한다.
 
제3부에서는 외국의 부동산 정책을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 영국, 독일, 일본, 싱가포르, 미국, 북유럽 등 좋고 나쁜 사례들의 진짜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 장단점 비교를 통해 대한민국의 상황을 더 자세히 따져보고 있다.
 
저자는 외국의 주택 정책에서 배울점으로 자가 소유의 확대가 전체적인 추세임을 확인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임대주택사업에 정책역량을 집중해야 함을 지적한다. 하지만 자가주택이 안정적인 노동시장과 사회안정이라는 구조에서 가능했고 전세계적인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사회보장체계를 고려하여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정책수립에 주의해야 함을 주장한다. 결국 자가 - 민간임대 - 공공임대가 적정한 균형을 이루어야 하며 기타 주거복지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 제4부는 대한민국 부동산 정책의 방향을 모색하는, 즉 희망을 찾는 과정이다. 바뀐 시장 환경 속에서 우리식 부동산 정책 패러다임을 찾고, 그 정책 패키지를 정립하려는 것이다. '한방'에 해결할 방법은 없다지만, 원칙을 정립하고 상황 변화에 대응하는 패키지를 갖춘다면 머지않아 달성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여러 실천지침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 사회가 '모두가 내 집에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내 집이 아니어도 편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추구해야 함을 지적한다. 그는 주택 정책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네 가지 원칙으로 마약과도 같은 건설업 경기부양을 단절, 흔들려서는 안되는 세금 정책, 규제가 아닌 규범으로서의 금융건정성, 개발이익 환수와 나누기를 제시한다. 기타 주요사항으로는 서민들의 보금자리이자 '싼 집'의 가치를 새로 발견하여 이를 보호하는 정책을 펼쳐야 함을 주문한다.
 
 
김수현 세종대 교수. 그는 2002년부터 참여정부에 참여하여 청와대 국정과제비서관, 국민경제비서관, 사회정책비서관, 환경부 차관으로서 2003~2005년에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담당했다. 이 때 그는 2003년의 10.29 대책과 2005년 8.31 대책을 직접 입안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올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박원순 후보의 정책자문단으로 활동한 후 박원순 시장이 당선된 후 '희망서울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따라서 그의 생각과 주장은 앞으로 3년간 서울시의 주택,주거정책으로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을 읽어볼 가치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내가 김교수를 직접 대면한 것은 올해 5월 어떤 주택정책토론회 자리에서였다. 당시 김교수의 강연은 정부관료나 보수언론, 학자, 전문가들의 '선동적인 경기부양론'도 아니었고 진보정당의 '2% 부족한 주거정책'도 아니었기에 신선하게 들었다. 그래서 그 이후 [저성장 시대의 도시정책]을 읽었던 것이고 서울시장 선거가 끝난 직후인 지난 달에 이 책도 마저 읽었다.
 
책을 집어 들면서 먼저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담당한 사람으로서 당시의 부동산 폭등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했다.
그는 참여정부 5년간 주택가격 상승율이 23.9%(강남은 64.2%)였음을 밝히고 나름대로 노력했음에도 참여정부 시기에 부동산 폭등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전세계적인 거품 시대를 참여정부가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부동산과 유동성과의 관계가 이전과 근본적으로 달라졌지만 그 위험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도 이를 인지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해 다 함께 거품에 휘말렸으니 큰 잘못은 아니지 않냐고 우회적으로 변명한다.
그는 또한 정치권과 언론, 학자, 전문가들이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그린벨트를 풀어서 공급을 늘리라고 여론을 선동하고 참여정부를 압박했고 진보정당과 진보세력도 분양가 상한제, 원가 공개, 후분양제, DTI 규제 지연 등 엉뚱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참여정부의 정책이 흔들렸다고 비판의 화살을 돌렸다. 사방 어디에도 우군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그 와중에서도 부동산 시장 투명화, 종합부동산세 도입, 국민임대주택 47만호 착공, 매입 임대주택 도입 등의 기본 인프라를 참여정부의 성과로 내세웠다.
 
이 책을 통해 김교수의 부동산 시장이나 정책에 대한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책 전반에서 설명되어 있는 김교수의 지적과 주장하는 바에 대해 상당부분 공감하는 편이다.
그리고 뉴타운 개발 포기와 도시재생사업으로의 전환, '싼 값의 주택'에 대한 가치의 재발견, 보유세에 대한 재평가, 양도소득세의 형평성 지적, 주택 임대소득세 신설과 민간임대사업에 대한 현실화, 공공택지 조성의 성과, 자가 - 민간임대 - 공공임대의 적정화에 대한 아이디어 등은 이 책을 통해 얻은 바가 크다.

 

물론, 몇 가지 부분에 대해서 나는 저자의 주장에 대해 이견이 있다.
첫째는 지난 2000년대의 부동산(주택) 가격 상승율에 대해서이다. 저자는 2000~2006년 OECD 통계를 인용하면서 김헌동, 선대인씨등이 과도하게 부동산 거품을 주장한다고 비판했지만, 실제 다른 여러가지 분석자료와 통계를 비교해보면 저자의 인식이 안이하다고 생각된다.
아래 자료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추이>는 김광수경제연구소의 김광수소장이 발간한 [현실과 이론의 한국경제 III]에서, <1~4차 부동산 가격 폭등기>와 <4차 부동산 투기 시기 집값,땅값,물가 변동율>은 손낙구씨의 [부동산 계급사회]를 인용한 것인데 두 자료 모두 2000~2005년의 아파트 가격 상승율이 전국 평균 50%, 서울은 75%에 달하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에 2006~2007년 부동산 폭등까지 감안하면 훨씬 높은 상승율로 나타난다. 

 

 

  
둘째는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와 과 부동산 폭등에 대한 안이한 인식에 대해서다. 저자는 주택가격에만 관심이 있지 토지, 상가, 오피스 등 부동산 전반의 가격 폭등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는다. 실제 저자가 정부의 공공택지에 대한 장점을 주로 부각했지만, 정부/공기업이 수 십년간 진행해온 공공택지 개발사업의 경우 토지값이 상승한 만큼 수 많은 땅부자들에게 '불로소득'을 안겨주었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정부관료와 공기업 임원들의 부정부패를 감안하면 '불로소득' 뿐 아니라 '부정한 이득'까지 판을 쳐온 것이 객관적인 현실이다.(MB 정부의 인사청문회를 기억하면 얼마나 많은 정치인,관료,언론인,학자들이 위장전입과 농지취득 등을 통해 부정한 행위와 부당이득을 취해 왔는지 알 수 있지 않은가...)

 

여기에 더하여 참여정부 집권기간 동안 물가상승율과 대부분 가정의 낮은 소득증가율을 고려하면 참여정부 집권기간 뿐 아니라 수 십변 동안 부동산 가격의 폭등을 통해 '부익부 빈익빈'이 고착화,심화되었는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오죽하면 손낙구씨는 자신의 책의 뒷표지에 아래와 같은 '부동산 계급사회' 분류도를 그려놓았을까...

 

 
셋째는 토건정책이 부동산과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인식 부족했다. 아래 참여정부 5년간 아파트값과 땅값이 가장 많이 오른 시군구를 보면 이해하기 쉽다. 전국의 땅값이 참여정부 시기에 폭등한 이유는 참여정부가 국토균형발전을 토건방식을 위주로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는 철학부재와 정책역량 부족 때문일 것이다. 행정수도이전, 혁신도시, 기업도시, 신도시개발이 인근지역의 땅값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말 몰랐을까 싶다...
 
넷째는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가 없고 그 영향과 대책을 향후 전망에 반영하지 못했다. 이명박은 서울시장 재임시 부동산과 건설업 부양을 위하여 뉴타운개발을 실시했고 후임인 오세훈시장에까지 이어졌다. 뉴타운 개발은 강남과 서울 일부지역에 국한되었던 부동산 값 폭등을 서울과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시킨 대표적인 악성 정책이었다. 결국 지금은 그 효과없음과 폐해를 대다수가 인정하고 있지만 뉴타운 정책으로 피해를 본 국민들에게는 어떠한 사과도 없고 책임지는 자도 없다.

이명박은 2007년 12월 집권 이후 부동산 값을 지탱하기 위해 온갖 부양책을 남발하였고 공기업을 동원하여 미분양 아파트를 세금으로 매입해주기도 했다. 그리고 '4대강 죽이기'에 나서 환경과 생태계를 파괴한데다가 개발정책을 남발하여 인근지역 땅값을 폭등시켰다.
 
다섯째는 공공임대주택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수 많은 저소득층에 대한 주거복지정책이 누락되어 있다. 저자는 공공임대주택 확충, 민간임대주택 현실화, '싼 집'에 대한 가치의 재발견 등을 정책으로 제시했지만, 임대주택의 시장 임대료도 납부하지 못하는 저소득층을 위한 단기,중기 정책을 제시하지 못한다. 주거복지에는 임대료 바우처와 겨울철 난방비 지원, 전기/수도료 지원 등이 포함되어야 하고 이에 대한 통계와 지원예산이 다루어져야 한다. 

 

여섯째는 정책 준비, 기획, 결정, 집행, 평가의 프로세스에 대한 저자의 관점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21세기 민주주의의 특징 중 하나는 기업과 정부만의 정책 결정과 집행으로 올바른, 또는 적절한 내용을 담보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민간의 의견과 요구를 수렴하여 정책을 준비하고 기획하고 결정, 집행, 평가하는 전 과정에서 민간, 특히 시민&시민사회단체와 반대의견을 가진 전문가를 참여시키는 '거버넌스'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정부에 참여한 경력과는 다르게 자신이 제시하는 부동산 정책에 따른 재정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다. 모든 정책수립과 집행에는 반드시 재정정책, 소요예산에 대한 데이터가 마련되어야 현실성이 있다.

 

이 책을 읽은 후 나의 결론은 김수현 교수가 자문하고 기획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부동산,주택정책이 적지 않게 불안하다는 생각이다. 김교수 개인의 능력이나 경험을 떠나 김교수 스스로가 인정하듯이 부동산,주택 정책은 상당히 '정치적'인 것인데 김교수는 참여정부에서 이미 '정치'에서 실패한 경험이 있고 거버넌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에 더하여 박시장마저 '정치'와 '거버넌스'에 대한 경험과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고려할 때, 앞으로 부동산,주택 정책이 어떻게 결정되고 집행되고 평가받을지 걱정이 크다.

박시장은 혼자만의 시장이 아니다. 민주당과 진보정당 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수 많은 지지자들이 스스로의 의지와 선택으로 만들어낸 시장이기 때문이다. 그가 실패하면 나머지도 실패하는 셈이다. 서울시민들의 이해관계와 희망이 그의 어깨에 달려있다...

 
[ 2011년 12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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