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런 생각을 하는데, 작년에는 뭘 했더라, 같은 거요. 다이어리나 일기를 꼼꼼히 쓰는 편이라면 기록이 있겠지만, 지금은 서재에 쓰는 페이퍼가 그래도 제일 많이 남은 기록일 것 같은데요. 학교 다닐 때도 일기 쓰는 거 싫어했었네요.

 

 매일 매일이 소중해, 간절하고. 가끔은 그렇고, 때때로 더 그럴 때도 있긴 해요. 어떤 아이들은 대부분 신체의 일부분을 상실한 아픔이 있어요. 살려면 어쩔 수 없이 그 부분을 상실할 수 밖에 없었던 건 악성종양 같은 것 때문이에요. 그래서 누군가는 다리를, 눈을, 그렇게 포기해야 해요. 누군가는 그런 것을 선택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저는 그것이 선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건 왼쪽으로 갈래, 아님 오른쪽? 이런 방식이 아니니까요.

 

 그 나이 아이들과 조금은 다르게 사는 이유, 그러니까 치료가 계속 되지만, 그래도 이 아이들은 십대 청소년이라서, 학교를 가고, 공부를 하고, 친구와 만나 게임도 하고, 그런 평범한 일상이 필요해요. 언제나 병원의 언저리에서만 살고 싶지 않을 것처럼요. 그러면서 때로는 누군가 떠나고, 누군가의 자리가 빈 것을 알게 되고, 그러면서 다시 다른 누군가와 그 이야기를 할 지도 모르죠.

 

 책 읽다보면, 페이지의 마지막인데, 이 사람들의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질 때가 있어요. 그 안의 이야기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것이라지만, 그래도 그 다음엔 어떻게 되는 거야, 누구는 어떻게 살고, 이 일은 어떻게 되고, 쓰는 사람은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지만 보고싶었던 것들이 가끔 있어요. 아니면 그 다음편 나오면 그 사람들 이야기를 알 것 같은데, 작가가 다음 편을 쓰지 않거나, 쓸 수 없게 된 경우도 있겠지요. 아쉬움 남기고 돌아서는 사람도 있겠지만, 원작자에게 직접 물어보는 사람도 있나봐요. 그래서 어떻게 누구는 어떻게 되고, 누구는 무슨 일을 하는 거예요. 말해주세요. 그냥 소설 속의 일일 뿐인데도, 알고 싶을 때가 있긴 해요. 하지만 내일의 일이라거나, 소설 속의 주인공의 몇 년 뒤 일들이나, 어느 것이든 그런 것들은 오지 않은 미래에 있어요.

 

 오늘은 어제와 이어져 있고, 오늘은 내일과도 이어져 있고, 그런데도 가끔은 어제는 참 멀고, 내일은 아득해요. 매일 반복되는 것은 싫으면서, 또한 한편으로는 어제와 많이 달라진 내일은 두려워요. 조금씩 바뀌어가고, 조금씩 적응해가고, 그러면 좋은데, 사는 게 꼭 그렇진 않을 때도 있지요.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아도, 아쉬움은 남고, 특별한 이벤트로 하루를 놀랄만큼 채웠어도 오래가지는 않아요. 어느 날에는 갑자기 일어나는 것들에 놀랐겠지만, 그조차도 매일 반복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지루해질 거에요.  그러니 매일 매일을 새롭고 즐겁게 채우는 건 쉽지 않은 일이겠지요. 전부터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그런 말을 많이 들었지만, 때로는 지루할 때도 있었고, 때로는 이 시간이 왜 이렇게 안 가지 싶을 때도 있었어요. 기억 속에서 찾아보면, 언제나 바쁠 때, 힘들 때는 시간이 참 빨리 갔었는데, 그건 기억을 채우고 있을만한 것들이 없이 그냥 그 시간을 보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날이 추워지니까 조금 덜 춥던 시기에 했으면 좋았을 걸, 그리고 무척 더웠을 때는 더워지기 전에 했으면 좋았을 걸. 그런 것들, 바꿀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내년에 하기에는 이미 마음이 바뀔 테니 그럴 수도 없는 것들, 매일 떠올리고, 잊어버리고, 가끔씩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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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존 그린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8월

 

The Fault In Our Stars (Paperback)
존 그린 지음 / Dutton / 2012년 7월

 

<안녕, 헤이즐> 이라는 영화의 원작인데, 원제는 잘못은 우리별에 있어, 입니다. 영화의 포스터가 있는 표지인데, 이 표지를 보고, 영화의 제목을 생각했던 것과는 원작소설이 예상했던 것과는 달랐어요. 아니, 실은 내용부터도 굉장히 우울하고 답답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읽으면서는 그렇지도 않았어요. 하지만 그래서 더, 이 아이들의 짧은 시간이 빛나는 것도 같았어요.

 

 십대 소녀인 헤이즐은 갑상선암이 전이된 말기암환자인데, 환우모임에 나가서 만나게 된 어거스터스와 친해집니다. 친구인 아이작은 안암때문에 두 눈을 모두 잃게 되고, 운동을 좋아했던 어거스터스는 골육종 때문에 한쪽 다리를 잃었습니다. 헤이즐은 산소공급기가 없으면 숨쉬기가 힘이 들고, 치료를 통해서 하루하루를 연장해가고 있어요. 헤이즐이 좋아하는 책 <장엄한 고뇌>를 함께 읽고, 헤이즐과 어거스터스는 은둔하는 작가 피터 반 호텐의 집이 있는 암스테르담으로 다녀오기도 했는데, 이건 이별전의 짧은 여행이었을 거예요.

 

 읽으면서 이 책의 팔란키포라는 것에 관심이 있었는데, 이 치료제는 실제로는 없는 것 같아요.

 

  

 안녕,헤이즐

2014년/조쉬 분/쉐일린 우들리|안셀 엘고트|냇 울프|윌렘 대포|

영화는 아직 보지 못했는데, 사진을 조금 보니까, 아 저 장면은 저 이야기일거야,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해요.

 

 

 

 

 

 

 헤이즐로 나오는 쉐일린 우들리는 전에 <디센던트>에서 조지 클루니의 큰 딸로 나왔던 것 같은데, 얼굴이 조금 다른 것도 같아서, 조금더 찾아봐야할 것 같아요.

 

 디센던트

2011년/알렉산더 페인/조지 클루니|주디 그리어|

 

 

 

 

 

 

 

 

 최근에 존 그린의 책이 두 권 더 나왔더라구요. 저는 <윌 그레이슨 윌 그레이슨>을 샀는데, 아직 못 읽었어요. ^^; 이 책도 청소년기의 주인공이 나오는 것 같은데요.

 

 

 이름을 말해줘
존 그린 지음, 박산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 2014년 10월

 

 

 윌 그레이슨, 윌 그레이슨
존 그린.데이비드 리바이선 지음, 김미나 옮김 / 자음과모음 / 2014년 9월

 

 

 

 

 <잘못은 우리별에 있어>를 읽다보면, 등장인물 간에 대사로 소원 이야기가 나와요. 그 이야기가 나오고, 헤이즐이 보고 싶어하는 그 작가의 집을 찾아가게 되거든요. 찾아보니까  <메이크어위시재단>처럼 난치병 어린이의 소원을 들어주는 후원과 자원봉사를 하는 곳도 있어서, 여기에서도 그런 의미로 쓰인 건지, 다시 한 번 읽어봐야 겠어요.

 

 

 나에게도 서른 살이 온다면
양 제니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12월

 

 생후 몇 개월이 되었을 때부터 스물 셋이 되기까지, 여러 번의 악성종양이 발견되어 치료를 받았지만, 그럼에도 즐겁고 유쾌한 마음과 긍정적인 관점을 가진 사람사람, 암때문에 힘들었겠지만, 그렇다고 포기하지도 않았던 사람이었어요. 이 책의 표지가 신발을 신고 있는 것인데, 책을 읽고 나서는, 읽기 전과는 다르게 보일 것 같아요.

 제니 양은 미국에 살고 있는 교포인데, 이 책 이후의 소식도 듣고 싶어서 인터넷 검색을 해 보았지만 찾지는 못햇어요. 나중에라도, 그 때 희망을 버리지 않아서 오늘 이 글을 씁니다, 저는 이런 일을 겪었지만 잘 지내고 있어요, 와 같은 그런 다음 이야기를, 저도 듣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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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07 13: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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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07 18: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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