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부터 8월입니다. 근데 어제랑 변한 게 별로 없네? 원래 그런 건가봅니다. 7월에 저는, 페이퍼가 잘 써지지 않아서, 매일 고치고 지우고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자주 쓰겠습니다.
오늘 책은 알사탕과 적립금 있는 책 두 권입니다. <연암 박지원의 글 짓는 법>은 1일, <연필깎기의 정석>은 2일 알사탕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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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글을 쓰는 법을 , 누군가는 연필을 잘 깎는 법을 썼다.
이 책에...
8월 1일 알사탕 도서
연암 박지원의 글 짓는 법
박수밀 지음 / 돌베개 / 2013년 7월
8월 2일 알사탕도서
연필 깎기의 정석
데이비드 리스 지음, 정은주 옮김 / 프로파간다 / 2013년 7월
글을 잘 쓰는 법, 혹은 연필을 잘 깎는 법. 두 가지는 별 상관은 없어 보인다. 아니, 연필을 깎아서 나중에 그걸로 글씨를 쓸 가능성이 많으니까 많이 멀지는 않은걸까? 그래도 다시 생각해보니, 연암 박지원의 시대에는 연필보다는 붓으로 척척 써내려갔을테니까 그렇게 보면 조금 더 멀 지도. (그러나 이 책은 박지원의 저서는 아니고, 박수밀이라는 분이 썼다.)
이 책들은 실용서인가?
그만큼 아무 상관없어 보이기는 한데,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두 가지가 같이 눈에 들어오는 이유는, 이 책들이 이론과 실전적응을 위해 읽는 책이라서? 그렇다면 이 책들의 실용성은 어느 정도쯤 될까? 비교를 위해 두 책의 간단한 소개를 옮겨오면 이러하다.
<연암 박지원의 글짓는 법> 에 대한 소개
이 책 <연암 박지원의 글 짓는 법>은 바로 연암의 글쓰기에 대한 책이다. 연암의 글쓰기 정신과 전략을 탐구하는 것은 연암 사상과 문학의 근원을 헤아리는 것이다. 연암의 글쓰기는 지금의 현실에서도 충분히 의미 있으며, 글쓰기 교육에 실제로 적용할 수 있다. 연암의 자연 사물에 대한 접근 태도는 오늘날 생태 사상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바가 있다. 연암의 글 짓는 법은 오늘날 도구적이고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글쓰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연필깎기의 정석>에 대한 소개
말 그대로 ‘연필 깎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뉴욕의 만화가이자 연필 깎기 장인인 데이비드 리스가 주어진 도구로 가장 완벽하게 연필을 깎는 법을 설명한다. 주머니 칼을 사용한 방법을 비롯해 외날 휴대용 연필깎이, 다구형 휴대용 연필깎이, 이중날 회전식 연필깎이 같은 연필 깎는 도구를 이용한 방법까지 총 망라하였다.
두 가지를 놓고 비교해보니, 약간은 새 제품의 사용설명서 같은 느낌도 나는 것 같다. 이 제품은 이러한 용도를 위해 쓰여졌고, 어떤 점이 특별하고 유용하다는... 뭐 그런 느낌 비슷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글쓰기와 연필깎기만을 위한 책일까?
아주 어렸을 때는 누군가 연필을 깎아주셨을 거고, 연필을 많이 쓰게된 그 시기부터는 연필깎기로 연필을 깎았다. 그러니 연필을 칼로 깎아본 건 얼마되지 않을거다. (미술용연필처럼 연필깎기가 적합하지 않은 연필은 깎아서 쓸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나는 이 책에 호기심이 생긴다.
<연필깎기의 정석>의 책 소개에는 책을 궁금해할 사람들을 위해서 미리 몇 페이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소개를 봐도 목차를 봐도, 역시 연필을 깎는 것에 대한 책이다. 그러나 조금 특이하다. 연필을 깎기 위해 필요한 도구가 다양하고, 방식도 그렇다. 이전에는 그냥 연필을 깎았지만, 이 책에서는 전문가의 연필깎는 방식을 소개한다. 다양한 방식을 소개하고 설명하기 위해 사진과 그림이 있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진짜, 연필 깎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그리고 이 책이 생각났었다.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로버트 메이너드 피어시그 지음, 장경렬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10월
이 책이 모터사이클 관리술에 관한 실용서가 아님은 출판사 책 소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여행기라고 부를 수는 없다. 아니 화자인 ‘나’는 끊임없이 ‘야외 강연Chautauqua’라는 형태의 말 걸기로 세상을 정리하고 설명한다. 모터사이클과 그 관리술에 빗대어서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사람들 가운데 “모터사이클 관리술”과 관련하여 실제적인 도움을 기대한 사람이라면 크게 실망할 것이다. 저자는(화자는) 모터사이클의 관리술을 통해 ‘이야기’를 할 뿐, 모터사이클의 관리술을 알려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
어쩌면 이 책들은...
. 이 책들은 분명 글쓰기와 연필깎기에 많은 부분을 쓰고 있고, 그리고 그것을 보다 전문적으로 설명한다. <연암 박지원의 글짓는 법>에서는 연암의 글쓰기가 현대 작문과정과도 부합되며 전략적인 글쓰기라는 점을 덧붙인다. <연필깎기의 정석>에서는 다양한 연필깎는 도구와 방식을 통해 보다 기술적인 설명이 있다. 결국 두 가지는 다른 책이며, 전체적으로 다른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그러한 이 책들로부터 서로 이어질만한 내용을 찾는다면 어쩌면 그것들은 많은 부분을 설명한 전문적인 부분이 아닌, 그 이전이며 그 이후에 해당될 어떤 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암의 글쓰기 과정을 생각해 볼 때 글쓰기에서 중요한 것은 작품을 쓰기 전 태도나 습관이다. 연암의 글을 최고의 문장으로 만든 본질은 쓰기 전 활동인 자연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자연과 교감하는 미적인 태도에 있다. 그는 자연의 몸짓을 은밀하게 관찰하고 자연과 교감하여 이를 글쓰기로 연결함으로써 진부하지 않은 독창적인 글을 쓰는 데로 나아갔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이냐구요? 이 책은 연필을 상황에 따라 완벽하게 깎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하지만 또 다른 뜻도 있다고 봐요. 연필을 깎는 행위는 어쩌면 자신의 일을 더 완벽하게 해내고 싶은 사람의 마음가짐의 표현이기도 할 겁니다. 연필 깎는 행위는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명상의 시간이기도 하죠.
글을 쓰기 위해 세밀하게 관찰하는 습관과 태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의 마음가짐. 이 두 가지를 두고 나는 어쩌면 비슷한 점을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잘 하고 싶은데, 잘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오히려 그 전보다도 잘 되지 않는 건 참 이상하다. 꼭 해야지, 하면 하긴 하는데, 정말 하기 싫을 때도 있다. (그렇다고 안 하진 않지만)
요즘에 생각하게 된 건, 그 "잘 하려고" 하는 점이 문제가 되는 것 같다. 전에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게 부담이 되는 모양이다. 음... 그건 어깨가 뭉치는 그런 기분이고, 때로는 잘 아는 건데 물어보면 대답하지 못해서 당황하는 그런 기분이다.
페이퍼만 해도 매일 조금씩 쓰면 좋겠는데, 한동안 쓰다 지우다 하면서 어디론가 사라졌다. 시작만 하고 끝이 없다는 건, 계속 같은 지점까지만 반복해서 가는 기분이다. 그런 내게는 이런 조언도 괜찮지 않을까 한다.
이제 아시겠지요. 이 책은 연필을 올바르게 깎는 법을 알려줍니다. 결코 농담이 아닙니다. 그러나 또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 독자는 독특한 사고방식을 지닌 진정한 장인을 만나게 되죠.
연필 깎는 법에 대한 정교한 설명, 앞치마 착용 수칙, 추천하는 안경류 등을 꼼꼼히 따라가진 않아도 좋습니다. 다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이런 거예요. 연필 깎기가 그렇듯 살다보면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고, 그럴 땐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새로 깎으면 되며, 완벽하게 깎을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말고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완벽에 도달하지 못할지라도 시도조차 해보지 않는 건 비겁한 것임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으면 해요. 데이비드 리스 씨도 그러기를 바랄 겁니다.
펜을 써도 상관없어요. 그게 나을지도 모르죠
- <연필깎기의 정석>에 대한 존 호지먼(작가, 코미디언)의 추천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