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고 나서, 열심히 살고는 있는 거 같은데, 어쩐지 고민거리는 더 많아졌다. 잊어버리려고는 하는데 그게 생각만큼 잘 안된다. 잊을만 하면 다시, 다시.

 근데 그게 중요한 건가? 꼭 필요한 건가? 아니, 그것보다 왜 고민하는 건지 그게 더 고민스럽다만.

 

 밤새 잠 못 들고 고민한 일들이 깨어 보면 별 것 아닌 경우가 많다. 도대체 내가 왜 그런 일로 고민했는지 의아할 정도다. 모두 그 놈의 '흰곰'때문이다. 아침의 햇살과 더불어 경험하는 다양한 자극이 밤새 나를 괴롭혔던 그 '흰곰'에 대한 억압과 집착으로부터 자유롭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래서 우울한 생각이 들면 무조건 몸을 움직여야한다. 임상심리학자나 정신과 의사들이 우울증 환자들에게, 가만히 있지 말고, 무조건 몸을 움직이라고 하는 이유도 바로 이때문이다.

- 페이지 54 중에서

 김정운,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2009 쌤앤파커스  

 

 그냥 설명없이 나오는 "흰곰"은 뭐냐고? 앞에 있다. 근데 내용이 길어서 잘랐다. (타이프하긴 너무 길었기 때문에.)

  이 책의 이 앞부분에는 "흰곰"을 생각하라, 하지 말라, 하는 심리학 실험이 있다. "흰곰"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부터 다들 흰곰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고 호소하게 되는 것. 그 때의 흰 곰이란 이런 거다. 뒷 부분의 저자 설명에 따르면 이렇다.

 

 

'흰곰'은 우리가 원치 않는 기억이나 생각을 의미한다. 그 기억과 생각을 억압하려 하면 할 수록, 그것에 집착하게 된다는 것이다. 억압은 집착으로 이어진다. 사랑과 증오가 동시에 존재하는 애증과 같은 모순적 감정도 결국 이 억압과 집착의 변증법적 관계인 것이다.

 

- 페이지 53 중에서

김정운,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2009 쌤앤파커스

 

  그냥 비유에 나온 게 흰 곰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흰 곰은 그냥 북극에 가서 사는 게 그쪽도 좋고, 나도 좋을텐데. 언제 가나, 아무래도 하루속히 빨랑 갔음 좋겠다만.

 근데, 그 흰곰을 보내버리는 방법이 의외로 간단(?)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설명을 들어보면 그냥 막연히 자신감이 생기는 거 같긴 한데.

 

 요즘 온통 어렵다는 이야기뿐이다. 다 그놈의 '흰곰' 때문이다. 다른 이야기를 꺼내서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해도 조금 지나면 다시 그 '흰곰'이야기로 돌아와있다.

 그래서 무조건 산책을 나가야 한다. 동네 앞길의 가게 간판만 보고와도 '흰곰'은 사라진다. 혹시 망사스타킹의 여인이라도 볼 수 있다면 그건 정말 행운이다. 10센티 크기의 굵은 망사스타킹이라면 더욱더 감사하고... 크흐!

 -페이지 54 중에서

김정운,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2009 쌤앤파커스  

 

 움직이는 게, 좋다는 건 알겠는데. 요즘 추워서 어디 나가는 게 쉽지가 않은데요. 그래도 저 멀리 지구별의 한 구석으로 가야한다는 주장을 하진 않아 주셔서 진짜 다행스럽게 생각됩니다만. 더구나 올 겨울은 추워서 망사스타킹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이 날씨에 밖에 나가려면 쬐금만 더 추워져도 사람이 곰처럼 껴입어야 살만한 날입니다. 요즘이.

 그래도 보내버릴 수 있는 해결책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스럽게 생각됩니다.

 

 근데, 쓰고나서 보니 조금 이상해졌다. 내가 제일 중요한 부분부터 적어서 그렇게 된 거 같다. (나는 역시 성격이 급한가보다. 해결책을 먼저 적어버렸다!)

 

  그나저나 내 새해프로젝트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건지.

  아아, 고민 시작이다. 흰 곰이 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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