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일기
다니엘 페나크 지음, 조현실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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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를 관찰하고 기록한다. 때로는 치밀하기도 하고 가끔은 놀라기도 하면서. 몽정을 하고, 울퉁불퉁한 어쭙잖은 근육이 생겨나고, 등고선처럼 쭈글쭈글한 주름이 만들어진다. 별일 없는 한 남자의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의 일기. 죽기 전 마지막 날의 글을 마친 뒤 딸에게 남긴다는 가증스런 붙임으로 자신의 변을 다한 아버지의 평생의 진술서다. 벌거벗은 또래 여자애의 옆에 누웠음에도 전혀 발기되지 않았던 갓 열아홉이 된 소년. 일생의 반려자를 만나 비로소 각종 자세를 취하며 도시 이곳저곳에서의 섹스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스물여섯 청년. 온종일 활기 넘치는 아이와 자신을 비교하기 시작한 서른셋의 아버지. 그리고 친구들이 이 세계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기 시작한 늙수그레한 노인네. 말 그대로 인간 한 개(個)의 일기. 그의 기록. 몸이라는 장치가 어떤 메커니즘으로 움직이고 반응하는지를 시간의 흐름과 함께 나열한 인간 탈바꿈의 진열장. 머리 위에 작은 개구리를 달고 태어난 남자가 있었다. 한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그는 어느 날 출근길 외과로 향했고, 의사의 질문에 남자가 아닌 개구리가 말한다. 별것 아니에요, 선생님, 제 엉덩이에 작은 종기가 하나 났는데 그게 이렇게 커져버렸지 뭐예요.(p.253) 내 몸의 주인은 온전히 나라고 불리는 사람의 것인지? 더도 덜도 말고 모자람 없이, 나란 인간이 내 육체를 빌린 세입자인지 아니면 이 몸뚱이가 내 존재를 발현시키기 위해 그저 간당간당 매달려 있을 뿐인 것인지? 아무리 연마한들 내 몸은 종국엔 녹이 슬고 힘없이 늘어질 것이며 곳곳이 썩기 시작해 앙증맞은 검은 버섯들을 피워낼 터다. 역자가 정리해놓았듯 내 몸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상황들ㅡ이명, 건강염려증, 동성애, 구토, 티눈, 월경, 용종, 불안증, 성 불능, 불면증, 몽정, 자위, 비듬, 코딱지, 현기증, 악몽, 건망증, 노안, 몸을 긁는 쾌감, 똥의 모양, 코피, 설태, 전립선비대증, 수혈, 치매, 기타 등등ㅡ이 슬슬 좀먹어가는 거다. 그것들은 아마 내가 태어났던 순간부터 전원 버튼을 켠 채 시작되었을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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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일리언 유니버스>
말 그대로 외계인에 관한 탐구서. 외계인에 관한 거짓과 진실 모든 것을 가리려 한다. 외계인의 이미지에 관련한 미디어 문화적 관점과 실제 과학을 토대로 풀어나가는 이야기.



<일탈>
성 인류학의 선구자란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으나 두툼한 분량만큼 뭔가 해주리라는 기대감이 든다. 페미니스트이건 아니건 충분히 읽어볼 만한 글들. 그리고 거대한 연구.



<눕기의 기술>
<연필 깎기의 정석>으로 한바탕 웃었던 때가 있었는데 이번엔 눕는 방법을 알려준단다. 어느 방향으로 누워야 할지, 잠자리를 어떻게 마련할지에 관해서까지 다룬다. 인간 수명 3분의 1은 잠을 자는 것에 소비한다고 하던데.....



<인류의 기원>
인류 진화의 이정표 관찰. 인류 화석 등을 통해 짚어보는 인류의 기원. 언제나 흥미진진한 고고학이나 역사이니만큼, 그리고 더더욱 인간에 대한 것이니만큼 기대감이 크다.



<우리는 모두 식인종이다>
레비 스트로스의 유작. 식인종과 식인종이 아닌 인간의 차이점이 뭘까. 이 물음 하나로 이 책은 정의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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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살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5
나카마치 신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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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먹을 줄 바꿈이로군, 하고 볼멘소리를 하면서도 '서술트릭'이라는 말에 덮어놓고 읽기 시작했다('빌어먹을'이라는 분개심 가득 찬 토로는, 심지어 문장 하나하나마다 행이 바뀌는 부분을 접하게 되면 절로 나오리라). 줄거리는 간단한데, 시작은 자살로 결론이 난 신인 추리소설 작가의 죽음이다. 추락사한 것으로 추측되나 실은 음독한 상태로 발견된 사카이 마사오라는 남자가 있다. '7월 7일 오후 7시의 죽음'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유서처럼 남긴 채. 그리고 반대편에선 여성 편집자와 르포라이터가 움직인다. 그들은 각각 사카이 마사오의 수상쩍은 죽음을 쫓고, 둘의 시선이 각 장마다 번갈아가며 기술되어 진행된다(물론 나카다 아키코(편집자)와 쓰쿠미 신스케(르포라이터)가 직접적으로 교차되지는 않는다. 아니, 실은 교차될 수가 없을 거다). 나카마치 신이라는 작가의 이름은 처음 들어보거니와, 신인 작가라고만 여겼었는데 그러기는커녕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더욱이 『모방 살의』에 얽힌 곡절 쪽이 더 기이했다. 이미 1973년에 초판이 나왔었다는 것, 미스터리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이 작품이 '환상의 명작'이라 불린다는 것, 심지어 초판 발행 이후 40년이 지난 2012년 복간되어 반년 만에 3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는 것 등등. 나카마치 신은 2009년 죽었으니, 진부하겠으나 비운의 걸작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을 정도다. 『모방 살의』는 여러 번 개작되었고(이쪽 사정도 참 기이하다) 영원히 흥미로운 접근법이 될 서술트릭의 방법을 쓰고 있는데(서술트릭은 애초부터 방향성이 다소 제한적이긴 하나 제대로 속여주기만 한다면야 불만은 없다. 다만 중요한 인물상의 미묘한 차이는 차치하고라도 직업까지 똑같다는 설정은 좀 무리가 아니었을까……),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살육에 이르는 병』, 『도착의 론도』, 최근작 중으로는 누쿠이 도쿠로의 『통곡』 정도가 떠오를 만하다(후반부에는 엘러리 퀸의 도전장처럼 소위 해결편이 펼쳐지기도 한다). 물론, 그러니까 당연하게도, 40년 전의 작품이므로 애로라고 할 만한 점도 간과할 수는 없을 거다. 그만큼 사회가 변했다. 한 세대쯤은 건너뛸 것이 빤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사용하는 용어나 어투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 이와는 달리 더 중요한 문제, 『모방 살의』에서 나카마치 신이 사용하고 있는 방식을 이미 다른 작품들에서 익히 접해왔다는 점이 걸린다. 더군다나 이 소설엔 현재 상투적이라고 평할 수도 있는 열차나 비행기 운행 시각 알리바이와 카메라 필름 조작 등까지도 담겨 있으니 말이다(사카이 마사오가 남긴 '7월 7일 오후 7시의 죽음'이라는 소설을 둘러싼, 누가 누구를 표절했는가 하는 미묘한 다툼도 간섭한다). 그런 만큼 시간상으로는 이쪽이 먼저 쓰였으나 동시에 시간상으로 우리에게 소개된 시점이 나중이라는 게 찜찜한 뒷맛으로 남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시간차를 유념한 채로 읽는다면 어느 정도의 감가상각이랄까(표현이 이상하지만)ㅡ 그러니까 '아무리 효시격이라 하더라도 이미 알고 있는 방식이라면 소용없다 vs 시대상을 고려한다면 걸작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 양쪽에 발을 담그고서 적절히 조절해 읽는다면 꽤 재미있는 소설이 될 수 있으리라(나카마치 신의 속칭 '살의 시리즈'의 하나인 『천계 살의』가 곧 출간된다고 하니 그 전에 이쪽을 먼저 훑어본다면 더 좋겠다). 사족 하나를 붙이자면 내가 애석하게 여기고 있는 건, 소설 속 사카이 마사오라는 작가가 죽은 뒤에야 이런저런 이유로 주목을 받게 되는 것과 같이 나카마치 신 또한 사망한 후 그의 소설이 재조명되었다는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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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9-12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멋진 얘기입니다.재조명이라..꺼리가 확실히 되는군요.^^ 아주 안타까운!!!

그레코로만 2015-09-13 11:17   좋아요 1 | URL
작가가 죽기 전 재출간되었으면 더 좋았겠죠..ㅠ

[그장소] 2015-09-13 18:56   좋아요 0 | URL
그러네요..얘깃거리로..확실히 액자소설 같은..진짜 혼란스럽잖아요..^^ 시기가 너무 애매해서.. 재조명이냐..아류냐..누가 더 먼저의 문제보단..이젠 서로가 서로를 기대서 같이 회자되는 시대에 있는 거죠..이럴때 시간이 여러겹이란 생각이 들어요..^^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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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라의 인생행로야 예견된 것이긴 했다. 그런 식의 부적합한 생활이 가능할 리 없으니까 말이다. 연작이니만큼 더치고 더친 이야기들의 과정에서 스기무라의 터닝 포인트가 어느 시점에서 나올까 하는 것만이 중요한 과제였을 듯하다. 『누군가』와 『이름 없는 독』에 이은 스기무라 사부로 시리즈 세 번째 작품. 운전기사의 죽음과 뺑소니, 청산가리에 의한 죽음에 이어 이번엔 다단계다. 다만 『화차』에서만큼의 집약된 표현이 다소 아쉬운데, 『솔로몬의 위증』에서 느꼈던 감정과 대동소이해 '역시 미야베 미유키는 시대물인가' 하는 볼멘소리가 나올 법한 소설이 될 것만 같다. 버스가 통째로 납치되고, 느닷없이 권총을 든 노인이 나타나는가하면 나중에는 경찰의 진입에 자살해버린 범인이 인질범들에게 거액의 위자료를 보낸다. 애초 스기무라 시리즈가 범죄 집단에 맞서는 공권력을 다룬 이야기이거나 혹은 치밀하게 만든 알리바이를 깨는 본격물이라든가 하는 거창한 스토리가 아닌 바에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자그마한 버스나 공원 벤치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을 것 같은 수수한 노인이 등장해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는 것은 일견 이치에 맞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작들에 비해 아쉬운 점은 앞서 언급한 『화차』의 경우와 같은 구성이 아닌 (미안한 말이지만 개인적으로 느끼기엔) 사족에 가깝다고 느껴질 만한 부속물들의 서술이랄까, 설명하기 다소 모호하지만 좀 늘어져 있다는 기분이 강하게 든다. 여기서 대개의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아아, 그간 읽어왔던 일본 장르문학의 전형이로구나, 하고 무릎을 칠는지도. 그러니 시리즈의 차기작은 이런 악평 아닌 악평에 분기탱천해 스기무라 사부로의 본격적인 새 출발을 알리는 작품이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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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느와르 M 케이스북 - OCN 드라마
이유진 극본, 실종느와르 M 드라마팀.이한명 엮음 / 비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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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를 (거의) 보지 않는다. 완결될 시점까지 타의에 끌려 다니며 매번 방영 시간에 맞추어 텔레비전 앞에 앉아있는 것도 고역이고, 조금 더 솔직히 털어놓으면 재미있어 보이는 이야기를 찾기 어려웠다.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하여튼 이렇든 저렇든 간에 지금껏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한 드라마라면 열 손가락 안쪽으로 꼽을 정도다(내가 꼽는 최고의 드라마는 <서울의 달>이다). 당연히 <실종느와르 M>도 본 적이 없으니, 『실종느와르 M 케이스북』이 출간되고 나서야 비로소 이런 드라마가 있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어쩌면 내겐 이편이 더 나을는지도 모른다. 드라마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과거 『셜록 케이스북』과는 다른 경우) 내용을 간추린 책을 읽는 과정은 생각 이상으로 흥미로웠다. 말 그대로 몇 편의 추리소설을 읽는 기분이었으니. 가감 없이 말해 최근 들어 장르문학을 읽으면서 가면 갈수록 범죄의 동기에 대해 더욱 눈을 두게 되고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어떻게'보다는 '왜'에 치중하게 된 것인데, 이 드라마에서도 그러한 염려스러운 점은 드러났다. 그리고 동기와 더불어 왜 그런 방법으로 범행을 도모했는가 하는 것에도 심한 의구심이 마구 생겨나는 와중, 그렇게까지 빡빡하게 여겨서야 이 장르에 품고 있던 애정마저 사그라질 것 같다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아무튼 책은 드라마로 방영되었던 커트를 써 가며 친절한 내용 정리를 하고 있다. 총 일곱 편의 이야기를 멈춤 없이 읽고 난 뒤 이건 처음부터 영상으로 만들어지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고 말았다. 애초 소설 등의 형태로 제작되었다면 분명히 나는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을 것만 같다. 이런저런 액션은 물론이거니와 처음부터 실종이라는 주제를 택했으므로 이건 좀 더 파급력이 좋은 매체가 좋을 것 같다고 말이다(슬프지만 책보다는 텔레비전이 더 친숙한 세계다). 때문에 당연히 이야기는 '그(그녀)는 왜 사라졌는가'에 눈을 두며, 더욱이 그간의 텔레비전 뉴스 등을 통해 너무나도 친숙하게(!) 접해왔던 사회문제와 범죄가 얽혀든다. 다소 아쉬운 점이라면(책이 아니라 드라마 각본 자체) 모든 이야기에 등장하는 범인들이 죄다 기가 막힌 천재들이라는 것(위에서 언급한 의구심이 바로 이거다). 이래서야 도저히 현실에선 범인을 추측해낸다는 것 자체가 무리일 것만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르이고) 미약하나마 주제의식을 강조하려 했던 점은 좋았다. 지금은 '그런 얘기는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야'가 아니라 외려 현실이 흉흉하고 팍팍한 탓에 어느 범죄영화나 소설을 접해도 그다지 감흥이 일지 않기도 하는데, 내부 고발자와 그에 따른 은폐, 노동자의 정리해고, 청소년들에의 무관심, 돈벌이에 눈이 먼 자들, 이를테면 '약자의 실종'이 그 주안점이라는 맥락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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