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낯선 길을 헤매고 있는 너에게 - 현실은 막막하고 미래는 불안한 서툰 청춘에게 보내는 희망의 편지
엘린 스프라긴스 지음, 박지니 옮김 / 북하이브(타임북스)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인생은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는 길고 긴 흥미로운 게임이다. 아무리 옆집 아저씨가 내일만 사는 놈은 오늘만 사는 놈에게 죽는다고 해도, 인생은 정말이지 길고 낯선 여정이다. 요즘 텔레비전을 켜면 어느 광고에 이런 카피도 나오더라. 신은 나에게 남보다 조금 부족한 환경, 실력, 시간을 주었지만 남들과 똑같은 가능성 또한 주었다고. 그러므로 역시 인생도 마찬가지로 남의 것은 곱빼기인데 나만 보통의 크기를 쥐고 있을 리 없다. 하……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하지만, 예술이 오래 가려면 <잘> 해야 한다. 하지만 인생이란 무수히 많은 오타를 기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 생각은 이렇다. 그 오타들을 얼마나 줄이느냐보다, 그것들을 빼놓지 않고 확실히 발견해내는 것이 인생의 맛이라고 말이다.  

 

 

 

여기 『인생의 낯선 길을 헤매고 있는 너에게』에 등장하는 우리의 인생 선배들은 모두 여자들 뿐이다. 그러나 꼭 그들이 비단 여자들에게만 이 메시지를 주고 있지는 않다. 실로 여자가 가진 수천 가지 얼굴은 때때로 얼마나 강력한 무기가 되는가(그럼에도 나는 여자의 무표정이 가장 무섭다……)! 이 책에 실린 많은 여성들은 각각 자기 자신에게 편지를 썼다. 그런데 이 편지란 것, 키보드를 딸깍 하고 누르는 것 이상으로 많은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나는 이 말을 이렇게도 본다. 즐길 수 없으면 피하라. 물론 사람은 하고 싶은 것만을 하며 살 수는 없다. 하지만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것도 좋다. 왜? 왼쪽 내리막길, 뒤로 나 있는 샛길처럼 우리에게 인생의 길이란 건 정말 많으니까. 『인생의 낯선……』은 그런 책이다. 성공을 파는 목적으로 성공한 것이 아닌, 먼저 넘어지기도 해보고 막막한 길에도 서 봤던 사람들의 이야기. 전기선이 꼽힌 모니터에서의 지식검색도 좋지만, 때로는 이 책으로 지혜검색을 해볼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자의 인생이 누려야 할 65가지 - 당당하되 속물이고 싶지는 않은 당신을 위한 속깊은 공감
김경은 지음 / 에이미팩토리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About 女子. 그래, 이건 여자란 인물이 원하는 버킷리스트다. 아니 여자에 대한 버킷리스트라고 하는 게 맞겠지. 어쩌면 여자의 삶에 대한 가이드북이라 해도 좋겠다. 그런데 왜 하필 여자냐고? 여자란 남자들의 그것과는 달라서, 남자들은 이해못할지도 모르는, ㅡ 거의 그렇다고 보인다 ㅡ 그러니까, 지극히 섬세하고 엄청나게 첨예한 감정의 소유자들이니까.  

 

 

 

여자는 남자와 많은 면에서 다르다. 일단 『여자의 인생이 누려야 할 65가지』를 관통하는, 파격과 일탈이란 부분에서 그렇다. 실제로 여자들은 사회적 약자로 인식되어 온 게 사실이고, 부모나 남자로부터 상대적으로 많은 보호를 받는다. 그러니 그녀들에겐, 사회에 대한 소극적 마인드가 어렴풋이나마 잠재해 있다고 보인다. 글쎄, 여자건 남자건 요즘은 겉으로 보여지는 것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쏟긴 한다. 본문에서 저자가 인용한 프랑스 배우 까뜨린느 드뇌브의 말을 들어보면 ㅡ 「자신의 내면세계는 남들에게 보이는 삶만큼이나 중요하다.」 ㅡ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라서 깊이 있게 와닿지 않을 정도다. 그런데 이 말이 정작 중요한 건, 바깥보다도 안쪽이 더 아트art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이 책이 그저 여자들을 위한 쇼핑이나 겉치장의 가이드북이 아니라, 여자의 인생을 위한 친절하고 센스있는 안내서라는 걸 알게 된다. 그렇다고 틀에 박힌 <요조숙녀 되기>를 권하기보다 <센스있는 일탈>을 피력하는 데에 책 전체를 할애하고 있다. 한 가지 더. 여기에는 현대 미술작품들이 함께 수록되어 있는데 아래의 사진은 그 중 김민경의 《Camouflaged short cut hair》라는 작품이다. 이것은 흡사 앤디 워홀의 팝아트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 편으로 호러스럽게 보이기도 하는 이 작품을 본 저자는 갤러리 밖 거리 위에 있는 대한민국의 여자들의 느낌을 받았단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비슷한 모습들. A, B, C...Z까지 판박이처럼 생긴 모습들. 내가 본 이 작품은 컬러와 꾸밈의 차별화가 아닌 자아의 차별화를 요구하는 거다. 그러니, 여자라면 읽어라. 그리고 정당하고 당당하게 누려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은 혈투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바스티앙 비베스 지음, 그레고리 림펜스.이혜정 옮김 / 미메시스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사랑은 아름다워라……. 아이튠스에서 판매되는 노래 2,000~3,000곡 정도의 제목에 ‘사랑’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고 하는군. 몸과 몸이 다투고 마음과 마음이 불붙는 ‘친밀함’에 의한 유대감, 이런 사랑에 대한 정신적 중독 작용이 우리의 감정적 호응에 얼마나 부합할 수 있을까. 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 일주』에는 ‘사티’라는 풍습이 설명되어 있다. 과거 인도에서 행해졌던 것으로 남편이 죽으면 그 아내가 자발적으로 불타는 장작더미에 뛰어들어 자살하는 것이란다 ㅡ 사랑이 소위 ‘헌신’과 동의어로서 판단될 수 있는 요소라 보여지기도 한다. 또한 인도 남부의 타밀족은 사랑의 포로가 된 사람들을 마야캄(mayakkam) ㅡ 현기증, 혼란, 도취, 망상 ㅡ 을 앓는다고 표현한다……. 

이 『사랑은 혈투』는, 그 사랑이 절망, 행복, 만족, 희극과 비극, 나아가 ‘혈투’에까지 번져갈 수 있다는 걸 여러 꼭지를 통해 그리고 있다. 그런데 이게 어리석은 사랑인지, 미친 사랑인지, 완전한 사랑인지는 모르겠다. 그 일련의 과정들 속에 얼마나 많은 부침이 존재하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ㅡ 어쩌면 어느 순간에 제동을 걸어야만 하는 순간이 오기도 하니까. 책에서는 이런 사랑의 행보를 남녀가 서로 때리고 칼로 찌르는 것으로 표현한 부분이 있다. 우스운 것은 남자가 여자를 때리기 전에 선전포고까지 하는데, 「난 널 때릴 거야. 어쩜 아플 수도 있어.」라며 친절하게 때릴 타이밍을 알린다. 그럼 반대의 상황에서는? 자신을 찌를 칼을 여자에게 건네기 전 날카롭게 갈아주는 센스를 발휘하는 남자에게 여자는 이렇게 말한다. 「상처 주고 싶진 않은데. 그치만 이해하지? 우리 둘 다를 위한 거야.」라고……. 그리고 찌르고 나서 아파하는 남자에게 이런 멘트까지 날려주신다. 「우리 관계를 위한 거라니까….」 

‘『사랑은 혈투』 ▶ 남자 : 자존심, 섬세함의 결여, 사전준비, 억눌림, 우월감. ┃ 여자 : 영원성, 오지랖, 확대해석, 감정의 기복, 공유성. ※어쨌든 만날 수밖에 없음.’ 나는 이 책을 이렇게 결론지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이 책은 각 꼭지별로, 거꾸로, 그러니까 맨 뒤에서부터 읽어도 무관하다(어쩌면 더 흥미로울지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물의 안타까움성
디미트리 베르휠스트 지음, 배수아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첫 대면부터 왠지 세풀베다(Luis Sepúlveda)의 덥수룩한 외모를 상정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이거야말로 ‘외모의 안타까움성’이 아니겠나). 그리고 나는 이 작품에 또 하나의 타이틀을 붙여주기로 했다. 패트리셔 맥거의 『피해자를 찾아라(Pick Your Victim)』에 버금가는 ‘가족을 찾아라’로 말이다. 연못 속으로 오줌발 날리기 시합을 벌이던 어린 날의 디미트리와 마찬가지로, 그의 아들 역시 고속도로 주유소 화장실에서 변기 물에 빠진 꼬마 오리 노래를 꽥꽥 불러 대며 오줌 줄기를 갈기는 장면을 상상해보라, 정말로 아름다운 부자지간이다 ㅡ 제기랄, 이걸 어떻게 말로 설명한단 말인가……. 떼려야 뗄 수 없는, 오롯이 체득되어 몸이 먼저 반응하고야 마는 안타까움의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가족. 장레식장에서 꺼이꺼이 울며 제 할 말은 다 하고야마는 그런 마녀 같은 속 보이는 보송이들 말고, 목에서 가래가 끓어 나오듯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아픔에 도저히 그 슬픔을 슬프게 표현해낼 수 없는, 그래서 닭똥 같은 눈물 하나만 뚝하고 흘려버리고 끝내는 그런 진술. 일전에 내가 이 작품을 두고 헤게만의 『아홀로틀 로드킬』과 바타이유의 『지옥 만세』를 버무려 시럽을 약간 넣은 것 같다고 했더니, 누군가 『지옥 만세』와 비교되다니 솔깃하다고 했다. 나는 즉시 그처럼 악마적(!)이지는 않은 것 같은데 읽다 보니 내용 면에서 그것을 뛰어 넘을지도 모르겠다, 일단 그것보다 읽기는 수월하고 바타이유보단 친절한 편이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 그런데 웬걸, 바타이유의 쏟아지는 메타포의 분절성과는 차원이 다르며 비교하기가 어렵다. 성질이 전혀 다르므로. 바타이유를 영국산 우울록이라고 한다면 베르휠스트는 보헤미안의 폴카였다. 아니면 서정적 폭력과 맥주거품, 그것도 아니면, 본문에도 나오는 로이 오비슨의 멜랑콜리라고 하든가. 불쾌하고 더러운, 그런 멜랑콜리함(나는 ‘담 담 담 두비두 아’보다는 ‘오 오 오 오오오 아’ 하는 부분을 더 좋아하지만). 사회적 존경은커녕 멸시받지나 않으면 다행인 베르휠스트 가족 중 하나인 디미트리가 소위 ‘문화인’이 된 것은, 베르휠스트들의 입장에서는 모난 돌이 정 맞을 격이다. 그러나 어쨌든 그도 자신의 이름에 베르휠스트를 붙일 수 있는 일원임에는 틀림없다. 그것은 물론, 베르휠스트라는 명찰을 바통처럼 물려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사물의 안타까움성』에서 ‘베르휠스트’라는 말은 그들의 삶의 철학, 살아가는 방식, 레이트베이르데헴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와 동의어이다. 따라서 마피아(Mafia)가 원래 ‘뛰어난, 남자다운, 훌륭한’의 뜻으로 사용되었던 것과 같이, 베르휠스트(Verhulst) 역시 ‘용감한, 리얼한, 레이트베이르데헴적인’의 의미와 마찬가지이다 ㅡ 하나를 덧붙일 수 있다면 ‘안타까운’ 정도가 되겠지. 그래서 이 베르휠스트의 베르휠스트식 이야기가 역자와 편집부에 의해 ‘안타까움성’이란 단어로 옮겨졌는지는, 디미트리가 치매에 걸린 할머니에게 윙크했을 때 그녀가 부르는 ‘보송이 송’이 슬프고 안타까웠던 이유로 설명될 수 있다. 

 

사족. 

위에서 언급한 『지옥 만세』의 역자는 매그레 시리즈를 번역하고 있는 사람과 동일인물이며, 이 『사물의 안타까움성』의 역자는 『아홀로틀 로드킬』을 번역한 사람과 동일인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틸라이프]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스틸 라이프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루이즈 페니 지음, 박웅희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후더닛 미스터리로, 애거서 크리스티의 계보를 이었다고는 하지만 뭔가 좀(많이) 부족해 보이는 것은 틀림없다. 가마슈 경감은 괘나 매력적이고 조르주 심농이 창조한 <매그레 반장>과도 어설프게 닮아보인다. 그러나 (거의) 그게 전부다. 뭔가 아귀가 잘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는 느낌이랄까. 독자로 하여금 이야기에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전부 없애버린, 그런 느낌이다. 고작 100쪽도 읽기 전에 지루함을 느낄 정도로. 범인의 노출 과정이나 트릭적인 면면을 살펴봐도 위악적인 부분 때문인지 쉽게 집중할 수가 없었다. 지극히 자극적인 작품들이 넘쳐나서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스틸 라이프』는 밋밋해도 너무 밋밋하다. 극적 내러티브도 다소 구멍(!)이 있다. 가마슈 경감 시리즈를 단 한 편만 읽었을 뿐인데도, 인내심을 갖고 몇 편 더 읽으면 달라질 거라는 생각은 거의 들지 않는다. 갑작스런 인칭 변화, 범행과 그 이후 행동들의 개연성, 집중을 방해하는 서술, 특정 인물의 당위성 등등, 이상하게도 자꾸 좋지 않은 면만 보인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마이너스 요인은 얼개가 촘촘하지 못하다는 것. 부디 나와 다르게 읽은 독자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