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물 처리반이 조우한 스핀
사토 기와무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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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도 있고 미스터리도 있으며 그 경계 어디쯤엔가 서 있는 이야기도 있다. <폭발물 처리반이 조우한 스핀>_사토 기와무식 펑크는 이시다 이라의 <I.W.G.P.>와도 비슷한 냄새가 난다. 완독하는 순간 책 자체의 엔트로피는 감소하지만 우리가 느끼는 즐거움의 엔트로피는 증가한다.

수록작 <젤리 워커>는 영화 <에이리언>이나 <스피시즈>를 떠올리게 하고, 또 다른 단편 <시빌 라이츠>에는 악어거북 입에 손가락을 집어넣는 야쿠자가 등장한다. 그런가하면 연쇄 살인범의 미술품 수집가가 주인공인 <스마일 헤드>도 있다.

그런데 어느 하나 똑 부러지게 장르를 규정하기 어렵다. 그도 그럴 것이, 다분히 SF스러우면서 현실적이거나 순문학 냄새를 풍기다가도 곧장 스릴러로 돌진하기 때문. 그래서인지 때론 핍진성이 묘하게 일렁이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랴, 그것이 사토 기와무의 펑크인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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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력
아카세가와 겐페이 지음, 서하나 옮김 / 안그라픽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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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부아르는 많은 동물들이 쇠퇴 단계를 거치지 않고 번식 후에 죽는다 했다. 그러나 적어도 인간은 필연적으로(우연의 간섭이 없는 한) 노쇠를 겪게 되는데, 아카세가와 겐페이는 이걸 노인력이라 부른다. 돈을 지불해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도 아닌 바에야, 일단 늙어야 획득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래, 일단 재미있다. 헤싱헤싱한 머리털처럼 보이는 겉표지 디자인도 재미있고, '건망증 이즈 뷰티풀'을 외치는 것도 재미있다(기억하는 일 따위 때려치우자). 나도 양말을 꿰신고 일어서며 '끙' 하는 요상한 소리를 낼 때가 있는데, 드디어 노인력이 생기기 시작하는 건가 하며 웃음도 나온다.

지칠 대로 지친 산티아고(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보라. 뭍으로 올라 와 드러누운 그는, 노인은 청춘기와 성인기를 돋보이게 하는 장치에 불과하다는 보부아르의 말엔 부합하지 않는다. 지금은 고인인 아카세가와 선생이라면 입이 닳도록 칭찬할 테지. "비밀의 힘을 얻었군, 그게 노인력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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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YZ의 비극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서계인 옮김 / 검은숲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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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중 단서가 꽤 많이 제공된다는 점도 박정한 평의 일부지만 외려 그것이야말로 최후에 일거 해결되는 방식과 달리 공명정대한 단서 제공으로 말미암아 끝에 가서는 이들의 조합과 직조라는 측면에서 긴장이 고조되며 앞서 언급한 탐정의 고뇌와 더불어 상승작용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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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YZ의 비극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서계인 옮김 / 검은숲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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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의 비극>은 여러 모로 뒷맛이 좋지 않은데, 도로시 L. 세이어즈가 말한 ‘주인공의 사건에서 떨어진 초연한 자세와 적절히 유지되는 외과의사의 객관적 태도‘가 무너지는 모습을 볼 수 있음과 동시에 떫은 맛이 나는 결론이 독자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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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물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리드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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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작 <목숨 빚>을 가장 흥미롭게 읽은 건, 그물망처럼 얽힌 일본사회의 온(恩), 이치닌마에(一人前), 오카에시(お返し) 등의 잔해와 미스터리를 버무려 고약한 방향으로 몰아간 까닭인데(총은 훌륭한 무기이나 총구는 어디로든 향할 수 있다) 이는 진실에 다가갈수록 거짓이 더 나아 보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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