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도 있고 미스터리도 있으며 그 경계 어디쯤엔가 서 있는 이야기도 있다. <폭발물 처리반이 조우한 스핀>_사토 기와무식 펑크는 이시다 이라의 <I.W.G.P.>와도 비슷한 냄새가 난다. 완독하는 순간 책 자체의 엔트로피는 감소하지만 우리가 느끼는 즐거움의 엔트로피는 증가한다.수록작 <젤리 워커>는 영화 <에이리언>이나 <스피시즈>를 떠올리게 하고, 또 다른 단편 <시빌 라이츠>에는 악어거북 입에 손가락을 집어넣는 야쿠자가 등장한다. 그런가하면 연쇄 살인범의 미술품 수집가가 주인공인 <스마일 헤드>도 있다.그런데 어느 하나 똑 부러지게 장르를 규정하기 어렵다. 그도 그럴 것이, 다분히 SF스러우면서 현실적이거나 순문학 냄새를 풍기다가도 곧장 스릴러로 돌진하기 때문. 그래서인지 때론 핍진성이 묘하게 일렁이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랴, 그것이 사토 기와무의 펑크인 걸.
보부아르는 많은 동물들이 쇠퇴 단계를 거치지 않고 번식 후에 죽는다 했다. 그러나 적어도 인간은 필연적으로(우연의 간섭이 없는 한) 노쇠를 겪게 되는데, 아카세가와 겐페이는 이걸 노인력이라 부른다. 돈을 지불해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도 아닌 바에야, 일단 늙어야 획득할 수 있는 능력이다.그래, 일단 재미있다. 헤싱헤싱한 머리털처럼 보이는 겉표지 디자인도 재미있고, '건망증 이즈 뷰티풀'을 외치는 것도 재미있다(기억하는 일 따위 때려치우자). 나도 양말을 꿰신고 일어서며 '끙' 하는 요상한 소리를 낼 때가 있는데, 드디어 노인력이 생기기 시작하는 건가 하며 웃음도 나온다.지칠 대로 지친 산티아고(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보라. 뭍으로 올라 와 드러누운 그는, 노인은 청춘기와 성인기를 돋보이게 하는 장치에 불과하다는 보부아르의 말엔 부합하지 않는다. 지금은 고인인 아카세가와 선생이라면 입이 닳도록 칭찬할 테지. "비밀의 힘을 얻었군, 그게 노인력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