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부아르는 많은 동물들이 쇠퇴 단계를 거치지 않고 번식 후에 죽는다 했다. 그러나 적어도 인간은 필연적으로(우연의 간섭이 없는 한) 노쇠를 겪게 되는데, 아카세가와 겐페이는 이걸 노인력이라 부른다. 돈을 지불해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도 아닌 바에야, 일단 늙어야 획득할 수 있는 능력이다.그래, 일단 재미있다. 헤싱헤싱한 머리털처럼 보이는 겉표지 디자인도 재미있고, '건망증 이즈 뷰티풀'을 외치는 것도 재미있다(기억하는 일 따위 때려치우자). 나도 양말을 꿰신고 일어서며 '끙' 하는 요상한 소리를 낼 때가 있는데, 드디어 노인력이 생기기 시작하는 건가 하며 웃음도 나온다.지칠 대로 지친 산티아고(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보라. 뭍으로 올라 와 드러누운 그는, 노인은 청춘기와 성인기를 돋보이게 하는 장치에 불과하다는 보부아르의 말엔 부합하지 않는다. 지금은 고인인 아카세가와 선생이라면 입이 닳도록 칭찬할 테지. "비밀의 힘을 얻었군, 그게 노인력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