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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 테리 이글턴의 아주 특별한 문학 강의
테리 이글턴 지음, 이미애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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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문학과 좋지 않은 문학은 있을지라도 나쁜 문학은 없다? 내가 문학에 두는 관심은 이러한 평가나 설명이 아니라 재미와 흥미다. 유익한 내용, 그야말로 딱딱하든 그렇지 않든, 유려하든 그렇지 않든, 재미가 없다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나는 문학이 과거에 비해 발달 혹은 발전해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과거의 것들에 새로운 이야기가 첨가되어(이것을 발전이라 한다면 그냥 그렇다고 해두자) 모양을 바꾼 채 우리 앞에 나타나는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다만 거기에서 읽을 때마다, 시대와 상황에 따라, 새로운 가치나 재미를 발견할 수 있을 뿐이라고 말이다. 고리끼에서 우리가 좀 더 현실적 과제에 맞부딪쳐야 한다는 식의 감정 이입이 가능할 수도, 멜빌의 지겨운 나열에서 거대하고 환상적인 담론을, 디킨스에서 삶 자체에 갖는 정직성이라는 기본을. 이런 식으로 다종다양한 문학 작품들에서 우리는 또 다른 다종다양한 결론을 그때그때마다 도출해낸다. 문학의 가치를 독창적 표현에서 찾을 수 있을까? 획기적인 언어의 조탁? 시대와 그 통념을 벗어난 상상력? 비현실적 환상성이 주는 신선함? 굳이 가치라는 단어를 쓸 것도 없지만 문학의 즐거움은 다양한 데에 있고, 그 다양한 방법이 조응하지 못해 재미없는 문학도 존재할 수 있다. 이글턴의 책이 내게 유익한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껏 단 한 번도 내가 왜 문학을 읽는 것인지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단지 재미있어서, 그래서이다. 이것 참 훌륭한 작품이다, 이 이야기가 품은 담론은 우리의 삶에 적용되어 유의미한 해석과 가치를 도출해낼 수 있다 등등, 이런 문제는 재미를 느낀 이후에나 논의될 것들일 뿐이다. 이글턴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문학을 읽는 방법 내지는 문학을 읽는다는 것이 내 삶에 어떤 즐거움을 주는지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다. 이를테면 영화 예고편을 본다 한들 그 영화 전부를 알 수는 없는 노릇이고, 이런 방식을 통해 문학 읽기를 시도한다 한들 내가 그 작품을 통째로 읽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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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편>
조선 정동유의 백과사전. 이만큼의 분량과 수준이 한 사람의 힘에서 나왔다면?


<점거파업 역사와 교훈>
점거파업의 역사. 언제나 유효한 이야기. 2016년의 한국사회를 돌아보자.


<예술은 어떻게 거짓이자 진실인가>
예술은 진실을 일깨우는 거짓이라는 말은 진실인가 거짓인가. 예술의 본성이나 본질은 무엇이고, 심지어 그런 것이 가능하기는 한가?



<포르노그래피의 발명>
검열과 함께 성장한 포르노그래피의 출현. 그 발명과 변주, 역사.


<혁명 전야의 최면술사>
합리적 이성보다는 광기 어린 열정? 메스머주의? 유사과학? 몇몇 단어들만으로도 흥미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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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공존 - 숭배에서 학살까지, 역사를 움직인 여덟 동물
브라이언 페이건 지음, 김정은 옮김 / 반니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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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꾼과 동물 사이의 교감이라니. 오늘날 그런 것이 가능키나 할까. 동물과 인간이 '같은 세계'를 공유하며 살아가고 있었을 때, 지배와 피지배가 아닌, 사육과 가축화가 아닌 '같은 세계' 속에서 얽혀있었을 때, 그때의 동물과 수렵인의 삶의 방식이라면 그들끼리의 교감 또한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인간이 쉽게 사냥할 수 있는 동물은 점차 늘어났고, 그 어리고 자그마한 동물이 사냥감 혹은 일종의 가축이 되어갔으며, 동시에 동물들은 인간의 울타리 안에 머물며 짧게나마 포식자로부터 보호받았을지도 모른다ㅡ그리고 동물은 인간에게 잡아먹히거나 그들의 짐말이 되어 새로운 역할을 떠안게 된다. 사냥에 대한 보상으로서의 동물들은 제의의 희생물, 가축, 식량, 짐꾼, 피실험자라는 다종다양한 배역을 맡으며 지금까지 지내왔다. 인간의 손에 길러지면서 자신과 같은 역할을 수행할 새끼를 낳아야만 하는 것은 물론이다. 책은 소, 당나귀, 말 등 인간과 가까워진 동물들을 이야기하며 그들과 인간과의 공존에 대해 말한다. 때문에 '숭배에서 학살까지'란 부제는 어떤 의미에서 뜨끔하다(마지막 장의 소제목 '학대 혹은 사랑'과 같은 의미일까). 페이건은 말한다. 인간과 동물 사이의 유대감은 결코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사회규범과 덧없는 유행에 끊임없이 휘둘리고 있다고. 동물에 대한 이중적 감정(애완동물로 기르기와 식용 혹은 사냥)은 엄청난 빈부 격차와 함께 19세기 사회에 끈질기게 남아 있었다고. 하지만 이는 21세기인 지금도 유효하다. 더욱이 매체의 발달로 동물이 겪는 학대는 과거보다 더 자주 우리를 놀라게 한다. 동물끼리도 생태계의 피라미드를 형성하며 저들끼리 죽고 죽이는 관계를 성립해 나가는 마당에 인간과 동물의 관계는 어째서 이상하게 보이는 경우가 존재하는가. 인간은 먹기 위해, 여가를 즐기기 위해, 몸을 치장할 물건을 얻기 위해 다른 동물을 죽인다. 수천 년 동안 인간과 다른 동물을 괴롭히고 죽여 왔다. 곰이나 사자를 야만스러운 포식자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인간이야말로 진짜 학살자다.(p.373) 동물의 이익이 반드시 인간의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인간의 이익이 동물에게는 해가 될 수 있다. 페이건은 서두부터 우울하게 시작한다. 현재 인간은 대부분의 동물을 종처럼 부리거나 먹거나 착취하고 있는데, 도덕적으로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이 과정을 계속해야만 하느냐고. 그러면서 덧붙인다. 그 원인이 된 배경은 역사에서 찾을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해결책은 아직 없다고 말이다. 책을 덮은 지금 동물과 인간의 이상야릇한 공존에 대해서는 흥미롭게 읽었으나 역시 그 문제를 떠올려보면 대체 해결의 실마리라는 것이 있기는 할까 하는 생각이 뒤미처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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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가와 란포 결정판 1 에도가와 란포 결정판 시리즈 1
에도가와 란포 지음, 권일영 옮김 / 검은숲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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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전 일본의 3인조 록 밴드를 하나 알게 되었다. 그런데 희한하기도 하지. 그들의 이름은 '인간의자(人間椅子).' 바로 에도가와 란포의 단편 제목이다(밴드명처럼 그들의 음악 역시 란포의 작품을 제재로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래 사진은 최근 발매된 19번째 정규 앨범 『怪談 そして死とエロス(괴담 그리고 죽음과 에로스)』 커버). 그들도 그들이지만 가수의 이름에 영향을 준 란포의 작품이라니, 새삼 대단하고 신기하게 느껴진다. 특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편이라서 더욱 그럴는지도. 마쓰모토 세이초와 더불어 역시 개인적으로 가장 즐겨 읽는 추리, 범죄소설 역시 란포의 것인데, 그가 남긴 유명한, 그리고 이제는 상투적으로 다가오기도 하는 범죄의 구분이란 것이 있다. 바로 범죄의 동기를 감정, 사욕, 이상심리, 신념 네 가지로 나눈 것이다. ㉠감정 : 연애, 원한, 복수, 우월감, 열등감, 도피 등. ㉡사욕 : 물욕, 유산 문제, 자기 보호 등. ㉢이상심리 : 살인광, 변태심리, 예술로서의 살인, 각종 콤플렉스 등. ㉣신념 : 사상, 정치, 미신, 종교 등에 기초한 범죄. 란포의 범죄 구분은 대략 이와 같고, 과거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전3권)이 있어 그쪽에 실려 있던 단편이 이 『에도가와 란포 결정판 1』에도 수록되었다. 반복이라면 반복이나 그의 단편뿐 아니라 장편까지도 꾸준히 번역한다면 그야말로 진정한 결정판이 될 수 있으리라. 또한 앞서 언급한 범죄의 구분은 란포의 작품을 통해 죄다 맛볼 수 있을 테고.





이번 결정판 1권에는 란포의 단편 세 편, 「오시에와 여행하는 남자」, 「애벌레」, 「천장 위의 산책자」와 장편 『거미남』이 수록되었다. 오시에(押絵)라는 것은 (역주를 옮기자면) 두툼한 종이를 사람이나 새, 꽃 모양으로 잘라 솜을 얹은 다음 예쁜 천으로 싸서 판자 등에 붙이는 전통 공예를 말하는데, 입체적으로 보이는 아래 사진을 통해 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크기가 작아 잘 전해지지 않을 것 같지 하지만). 「오시에와 여행하는 남자」는 제목처럼 오시에 공예품을 옆구리에 낀 채 여행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이쪽은 범죄를 다룬 소설은 아니고 소위 환상성이 짙은 작품이랄까, 나르키소스의 다른 버전 같은 느낌을 준다. 과거 다른 판본으로 이미 읽었음에도 그때의 읽는 맛과 재미가 다시금 떠오르는 작품이고, 「인간의자」와 함께 내가 강한 애정을 느끼는 단편 중의 하나이다. 이를 지나 「애벌레」로 가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져 심한 반발을 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라 추측된다. 전쟁 이후 부상을 당한 군인, 처참하게도 머리와 몸통만 남게 된 한 남자를 '애벌레'로 묘사해 당국으로부터 판매금지 처분을 받기도 한 작품으로 란포가 지닌 괴이한 상상력의 극단에 속한 단편일 것이다. 「천장 위의 산책자」는 아케치 고고로('코고로'가 익숙할지도 모르겠으나 외래어표기법에 의해 일본어 어두 무성파열음을 예사소리로 나타낸 것일 테니 이해해야 한다)가 등장해 사건을 해결하는 작품인데 어딘지 모르게 아마추어 분위기가 나는 작품이기도 하다. 확증도 없고, 임의로 증거물을 만들어 범인으로 하여금 범죄를 인정하게 만들며, 더군다나 고고로 자신은 본인의 판단이 맞는지 틀리는지의 여부만 확인하고 싶을 뿐 범죄자의 처벌은 제 소관이 아니라는 자세를 취한다. 장편 『거미남』은 범죄 활극이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숨 돌릴 틈 없이 몰아치는 이야기의 진행이 매력적이다. 란포가 구분한 범죄의 종류 중 이상심리가 간섭하고 있으며 '거미남'의 치밀한 범죄 계획이 소설 자체를 이끌어나간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여기에도 탐정 아케치 고고로가 등장한다).





특기할 만한 점 하나. 『에도가와 란포 결정판 1』은 초판 한정으로 다른 사양의 제작 방식을 선보인다. 권별 케이스, 본문, 커버가 따로 만들어졌는데 그중 본문은 누드사철로 제본되었다. 사철은 말 그대로 실로 꿰맨 것이고, 이를 책등이 그대로 노출되어 옛 서책 같은 느낌을 주도록 했다. 결정판 2권, 3권…… 등 훗날 계획은 모르겠으나 일단 1권을 놓고 보자면 초판 한정판과 일반판의 차이는 크게 누드사철이냐 아니냐의 구분이다. 또 일반판은 분권 없는 일반 하드커버로, 외려 그쪽이 더 튼튼하다고 여기는 독자들도 있는 모양이니 이는 개인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되겠다. 역자에 의하면 이 에도가와 란포 결정판은 일본에서 가장 최근에 출간된 30권 분량의 문고판을 사용했고 그쪽의 편집 방식도 그대로 옮겨왔다. 해제, 본문 내용에 덧붙여 란포 자신의 '자작 해설'까지 곁들인 것이다. 각 작품의 정보는 물론이거니와 창작 의도, 당시 집필 환경, 소소한 에피소드 등이 실려 있다. 이런 만듦새에도 불구하고 일단 1권에 수록된 단편을 기존에 읽었던 사람이라면 반복에 의한 실망을 다소 느낄는지도 모르겠지만, 편집부에선 일단 각 권마다 장편을 반드시 한 편 이상 넣는다는 기준을 정했다고 하니 새로이 출간되는 결정판을 주저 없이 집어 들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다. 또한 번역도 믿고 읽을 만한 역자에 의한 것이어서 염려를 놓아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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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잠 밀리언셀러 클럽 145
가노 료이치 지음, 엄정윤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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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하고 소박하달까. 말미에서 드러난 반전의 주인공은 그 자리에 없는 누군가를 가리켜 묘사한다. 혼자서는 나쁜 짓을 할 용기가 없어서 누군가를 끌어들이고 싶고, 나쁜 짓을 하기 전에 미리 누군가의 허가를 받아 두고 싶은 그런 사람이라고. 나쁜 짓을 하는 자신을 막아 줬으면 하고 자기도 모르게 바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깨끗한 거리에 주저하다가 어느 한곳에 버려진 자그마한 쓰레기를 보곤 제 손에 들린 것도 버리고 싶어진다. 그러면 다음 사람도 같은 곳에 오물을 버리고, 또 다른 누군가도 자꾸만 거기에다가 쓰레기를 투척하게 된다는 이야기일는지. 『창백한 잠』은 사진집을 준비 중인 카메라맨 다쓰미 쇼이치의 시선으로 시작한다. 폐허 같은 마을의, 역시 폐허가 되어버린 호텔을 중심으로 허허로운 사진을 찍던 그에게 어떤 여성이 나타난다. 아니, 가만가만 누운, 죽은 상태의 여자 하나가 다쓰미의 앵글에 들어온다. 그가 서 있던 마을의 공항 건설 계획을 반대하는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던 저널리스트 아이자와 다에코. 그리고 다쓰미의 신고로 경찰과 함께 달려온 지역 신문기자 안비루 고로의 등장과 함께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불타기 전의 호텔, 그 앞에서 찍은 의문의 사진과 사진에 찍힌 의문의 남녀 넷, 사라진 자와 쫓기는 자 그리고 기억을 잃어버린 남자, 작은 어촌의 새벽녘 푸른 실루엣, 그 창백한 무늬를 배경으로 일주일 남짓 동안 벌어지는 사건들……. 책을 덮은 후엔 다소 허탈한 감도 든 것이 사실이다. 이는 부인할 수 없고, 소설의 치명적인 약점이라고까지 할 수 있을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취향,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독자라면 그러구러 소소한 흥미를 가지고 충분히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드보일드한 맛이라거나 피 튀기는 액션, 꼬리를 무는 복잡한 추리의 과정 등은 다른 작품들에 비해 부족하나, 어지럽게 스케일만 크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수많은 인물들의 등장과 퇴장으로 이름을 외우는 것조차 버거운 쪽보다는 낫다. 그리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풍경과 비교적 작은 무대는 이야기에의 몰입을 배가되게 하고, 카메라맨 다쓰미의 추리 과정은 맥 빠지게 쉬이 느껴지다가도 어느새 진실을 향해 다가서 있다. 거듭 생각해도 다이내믹한 맛은 덜하지만 차분한 느낌의 소설이다. 잠들어 있던 진실이 깨어났다가 일순 모든 것을 껴안은 채 다시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드는 이야기(물론 이래서야 참 속 편한 결말이라고 여길는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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