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의 예술 - 예술은 영혼의 언어이다 헤르만 헤세 : 사랑, 예술 그리고 인생
헤르만 헤세 지음, 폴커 미켈스 엮음, 이재원 옮김 / 그책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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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헤세의 모든 것을 들려주려고 만든 글 모음집이다. 그의 저작이나 비평, 편지, 일기 등에서 주제별로 묶어서 발췌해놓은 것인데, 상당히 깊이가 있다. 총 세 권으로 《헤세의 인생》, 《헤세의 사랑》, 《헤세의 예술》이 있는데 다 보고 싶었으나 딱 고르기가 어려워 랜덤으로 하나 고른 게 바로 이 책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까 헤세라는 인물을 드러내는데 이만한 책이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삶이 바로 그 작가의 작품으로 연결되진 않더라도 그가 바라고 원하는 바는 바로 작품이니까. 아니, 어쩌면 내가 작품으로 상상했던 작가의 삶이 실제와는 너무나 달라서 그 차이를 받아들일 수 없을까봐 겁이 나 이 책을 골랐는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헤르만 헤세가 예술 부분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 바는 내 마음을 매혹시키기에 충분했다.

 

내가 처음 헤르만 헤세를 만난 것은 기억은 잘 안나는데,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 작품은 『싯다르타』였다. 유명한 『데미안』이나 『수레바퀴 아래서 』는 너무나 유명해서 쉽게 손에 잡히지 않았던 것인지 살다 보니 정식으로 읽지는 못했다. 이 소설을 보고 나니까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고전을 손에 잡기란 아직도 너무 힘이 드는지라 확답을 못하지 않을까 싶다. 어쨌거나 내게 깨끗해진 기분을 느끼게 해준 이 작품은 석가모니의 삶을 소설화한 것인데 정말 구도자의 삶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니였을까 할 정도로 정말 아름다웠다. 내가 기독교인이란 사실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감동을 받았던 이 작품은 헤르만 헤세의 세계관을 잘 보여준다. 깨달음을 갈망하는 한 인간이 가장 밑바닥의 자아를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속세의 쾌락과 정신적 오만을 초극하고 완성자가 되어 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마치 나 자신이 그런 모든 유혹을 이겨내고 해탈의 경지에 이른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에 소설에서 얻을 수 있는 만족도가 정말 컸다. 

 

그리 많지 않은 작가를 접했던 서평 생활 동안 유일하게 좋아하는 독일 작가로 남은 헤세의 예술론을 보면 '내가 정말 사람 보는 눈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하게 되었다. 실제 사람을 파악하는 것은 정말 못하는데 그가 쓴 작품을 보면서 정말 내 마음에 쏙 든다고 혼자서 짝사랑하고 있었는데 이 책, 《헤세의 예술》을 보니까 '이 사람은 정말 진국이다!!' 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어쩌면 번잡한 것을 좋아하면서도 싫어하고, 문명의 이기를 혐오하면서도 필요로 하는 모순된 인간으로서 홀로 독야청청 바른 길로만 가며 고독을 씹어 즐길 수 있을 만한 그의 인품이 드러나는 글에 자그마한 위안을 받았는지도. 작가라는 종족을 옹호하기도, 작가인 척 하는 사람들을 비판하기도, 문학이라는 예술에 대해 정의를 내리기도, 작가로써 자신의 임무를 망각하지 않게 재인식시키기도, 문학적 천재에게 경외하기도 하는 그의 글조각들을 보고 있으면 정말 고개를 주억거리면서 동의할 따름이다. 정말 문학이나 작가에 대한 정의에 정답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의 말은 구구절절이 옳다. 수학에서도 심오한 진리는 군더더기가 없이 깔끔하게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는데, 정말 인간의 가슴을 울릴 만한 매혹적인 글도 깔끔하게 경구로 정의되어야 한 듯 싶다.

 

존재를 어두운 구석구석까지 남김없이 보여주는 것,

아무것도 숨기거나 곡해하지 않는 것,

그러나 모든 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되 그 모습이 고통 이상의 것을 주도록 하는 것,

그리고 독서로 인해 생긴 격한 감정들이 독서 자체 안에서 화해되도록 하는 것,

이것이 순수한 예술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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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구스 크루 사계절 1318 문고 41
신여랑 지음 / 사계절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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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도 학창시절 때는 부모님의 말씀이 그저 마음에 안 들고, 옳지 않고, 고리타분한 것으로만 여겨졌었는데

요즘 고등학생들이 나를 보면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할까. 그 당시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그렇게 잔소리만 한다고 말이다.

어찌보면 나는 고등학생들이 이해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무서워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졌다고, 다른 취향을 가졌다고 말이다. 하긴 학창시절에도 나는 보통 아이들과 조금은 달랐으니까...

껍질을 깨고 나오지 못한 새처럼, 그렇게 멍하게 살았던 내 학창시절이었기에 그 시절이 눈부신 아이들이 조금은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그것일 거다. 어려움... 나는 나와 달라 보이는, 내가 이해하지 못할 세계에서 사는 이에게는 지독한 낯설음을 겪으니...

그래서 만약 다시 내가 학생이 된다해도 이 소설의 주인공들의 근처에도 얼쩡거리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그런 이유로 이 책은 내가 가보고 싶었지만, 차마 소심해서 가보지 못했던 금단의 영역을 내밀하게 보여주었다.

 

한 일 년쯤 전에 동생이랑 <마리오네트>란 비보이 춤을 동영상으로 찾아본 적이 있었다.

단순히 몸 하나로 그렇게나 정교한 모양 - 줄에 매달린 인형 - 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내겐 놀라움이었다.

몸치도 그런 몸치가 없는 나로서는 몸으로 하는 모든 것들이 마냥 신기해보이기에 그 동영상의 모습은 정말 내 시선을 빼앗기에 충분했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도 바로 그런 비보이들이다. 춤 하나에 미쳐서 끝까지 가려는 아이들...

비보이들인 오진구, 오몽구, 박승, 영진, 도형, 그리고 비걸인 진내인이 만들어가는 우다탕탕 청춘도전기이라 조마조마하다가도 행복했다. 

어른들이 보면 당연히 한심한 짓거리이지만 이 아이들에겐 이것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그것에 모든 것을 걸 정도의 열정이 있었다.

공부를 하지 않고, 아니면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춤으로만 세상을 살아낼 수 있을 것이라 그들 중 아무도 생각하진 않지만,

지금 자신이 발동걸린 무언가에 빠져서 기를 쓰고, 목숨을 걸고 도전하는 것은 어찌보면 부럽기도 했다.

이것 저것 재고 있는 나로서는 그렇게 무언가를 다 쏟아부을 정도로 하나에 빠지지를 못하기 때문에...

 

몽구스란 비보이팀에서 오진구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단한 춤꾼이다. 다른 프로팀에서 그를 스카웃할 정도로 대단한...

그의 동생인 오몽구는 찌질이였던 형이 춤에 미친 다음부터는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양 거들먹거리고,

엄마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것이 영 아니꼬워서 그를 무시하고 심지어 팔아버리기까지 한다.

예전에는 키도 작고 다른 선배들에게 놀림이나 당하는 형이 부끄러워서 무시했다면,

이제는 형이 환상적인 춤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부러움 때문에 무시했다.

몽구의 형에 대한 이런 감정에는 소외당한 아픔과 상처받은 자존심이 숨겨져 있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몽구는 진구와 다르다. 춤은 어디까지나 즐기는 것뿐 밥벌이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일찌감치 알아버렸다.

몽구스 다른 팀원과는 다르게 인문계 고등학교에 간 것도 춤으로만 살아가기에는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비겁하지만 한 발은 공부에, 다른 한 발은 춤에다가 살짝 걸쳐놓고 이중생활을 같이 했다.

아쉽게도 그 모습은 비보이에 목숨을 거는 그의 형 진구에게는 딱 밥맛일 수밖에~!

 

비보이가 너처럼 장난삼아 해볼까 해서 되는 게 아니거든.

너처럼 머리 굴려서 이만큼만 하고, 이만큼은 빼고, 요따위로 해서 되는 게 아니거든. 흐흐흐. (p. 124)

너 잘 들어! 오몽돌이한테 잘난 이 형이 처음으로 하는 충고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양아치거든.

너가 박승이한테 붙어서 살든, 비보이 하겠다고 설치든 나랑 상관없는데 양아치 꼬봉만은 되지 마라, 엉? (p. 125)

 

그래서 그랬을까, 오몽구도 점점 필 받은 비보이가 되어 가는 것이...?

엄마에게는 멀쩡하니 공부할 것 같았던 둘째 아들이 춤을 추다는 게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겠지만 오몽구도 열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당연히 여기에는 와해되었던 몽구스 팀이 합치게도 되고, 덧없었던 오해로 산산조각이 났던 몽구와 진구의 관계도,

몽구와 엄마의 관계도 회복되는 이야기까지 담겨있다.

허나, 이 책의 결론에선 대단한 비보이인 진구의 미래도, 비보이에 필이 꽂힌 몽구의 앞날도 보여주지 않는다.

왜냐, 그거야 당연히 열정적이여서 멋진 그들의 삶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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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아들이 꿈꾸는 최고의 아빠
스콧 앤더슨 지음, 문세원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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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완전 대박이다. 정말 어떠한 가정교육서가 이렇게나 유쾌하겠는가. 아마도 지난 주에 영통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면 참으로 이상한 여자 하나를 봤을 것이다. 여자인 주제에 버스 안에서 《최고의 아빠》 어쩌고, 저쩌고 하는 책을 들고 낄낄 웃는 모습이라니~! 하다못해 회사 건물의 엘리베이터 안에서 웃으면서 읽다가 이상한 여자 취급을 당했으니~ 정말 아이들을 둔 아빠라면, 아이들을 둔 남편을 가진 아내라면 주저말고 이 책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아이들의 아빠로 자신이 없어 매번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더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는 아주 착한 아빠라면, 아이와의 소통이 어려워 '이게 아닌데~ 내 방법이 잘못 되었나?' 고민하는 우유부단한 아빠라면, 어쩌다 한 번 주말에만 얼굴을 보여주는 아빠라 잔소리보다는 '좋은' 아빠로 남고 싶어 아이를 망치고 있는 아빠라면 주저말고 이 책을 고르라. 이 책에게서부터 이제 '최고의 아빠'로 거듭날 수 있는 첫 걸음이 될 테니..

 

이 책은 '최고의 아빠'인 스콧 앤더슨이 쓴 게 아니라 '최고의 아빠'를 둔 스콧 앤더슨이 쓴 책이다. 현재 네 아들을 잘 키우고 있는 스콧 앤더슨은 아직 아들들이 십대가 되지도 않은 아주 어린 아가라서 자신을 '최고의 아빠'라고 부를 수는 없지만, 자신의 아버지는 주저없이 '최고의 아빠'라고 부를 수 있다면서 그런 아버지를 가진 아들의 입장에서 최고의 아빠가 되기 위한 지침서를 알려주겠다고 큰소리를 뻥뻥 쳤다. 그런데 주욱 읽어보니까 그 큰소리가 말로만 하는 소리는 아닌 것 같아 보였다. 현재 6,000명의 신도가 모이는 교회에서 아버지가 담임 목사로 있고, 자기가 부목사로 있는데 자신이 이끌고 있는 아버지 학교를 거의 2,000명이나 배출했다고 한다니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단지 숫자가 많아서 그렇다기보다는 그만큼 많은 사람들을 이끌기 위해서라면 확고한 신념과 체계적인 가르침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란 추측 때문이다.

 

여기에 나와 있는 많은 가르침도 상당히 중요하지만 중간 중간에 - 내가 보기엔 각각 항목과 관련이 전혀 없어보이는 - 예화를 들어주는 것이 정말 재미있었다. 내가 낄낄 대며 웃었던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다섯 살짜리 레이큰의 카달로그 이야기, 학교 안 가고 아빠 배신한 이야기, 히스의 장난감 이야기, 잠 자기 전에 장난 친 이야기 등 정말 아이들과 함께라면 벌어질 수 있는 이야기를 아주 적나라하게 들려주었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상상만 해도 키득키득 웃음이 나오는데 어찌 안 좋은 책이라고 할 수가 있을까. 난 내용이 수준급인 책도 좋아하지만, 이렇게 좋은 내용을 재미있게 들려주는 것을 더 좋아한다. 학창시절에도 재미없게 배우는 것보다 재미있게 배우는 것이 훨씬 더 잘 기억나지 않는가 말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스콧의 메세지는 바로 신뢰이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밤낮으로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한다면 아들은 아버지를 사랑할지는 몰라도 믿을 수는 없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는데, 어렸을 적 기억은 몽땅 도둑맞은 나로서는 내가 당한 기억은 없고, 내가 커서 언니에게 지나가는 말로 한 약속(물론 그 당시에는 당연히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던 약속) 때문에 곤욕을 치른 경험이 있다. 나는 아버지께 그런 약속을 들었어도 아무렇지도 않게 적당히 무시하면서 지나갔는데 우리 언니는 절대 그렇지 않다. 어렸을 적에 아빠가 해놓고서 지키지 않은 약속을 아직까지도 서운하다 말하니 말이다. 그 상황과 여건을 보면 당연히 지키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들 만한 나이인데도 그게 안 되는 우리 언니와는 다르게 입만 살아있는 나로서는 그런 아빠가 이해가 쉬웠는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그런 사소한 약속까지도 제대로 지키고 아버지로서의 신뢰를 쌓아놓는다면 위급한 상황일 때 다른 사람이 아닌 아버지의 말을 들을 수 있게 된다고 신신당부를 해놓았다. 어릴 때는 모르지만 사춘기가 되면서는 담배나 술, 마약(어디까지나 미국의 상황에서나 일어날 일이지만)이나 섹스에 대해서 친구나 선배의 부추김보다 아버지의 말을 더 신뢰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어릴 적부터 제대로 인식을 심어놔야 한다는 것이다.

 

가끔 스콧에게 부모가 상담하러 와서는 밤만 되면 몰래 빠져나가 남자 친구를 만나고 오는 자기 애를 포기했다고 하는 경우가 있단다. 그럴 때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한다. 그럴 때는 아버지가 휴가를 내서라도 아이와 같이 학교를 가고, 수업을 받고, 점심을 먹고, 쇼핑을 해준다고 하면서 네 유일한 친구가 되어 주겠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이가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을 뻔히 눈 뜨고 보고만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은 당연히 아이들의 반발이 있겠지만 사랑해서 그럴 수밖에 없다고 말하면 나중에는 다 이해하게 되니까 말이다. 질이 나쁜 친구들과 노는 아이들을 그저 방치해둔다면 결국에는 자기 아들이 구치소나 감옥에 들락달락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이렇게 강권해주는 부모 지침서가 따로 있을까. 나는 이 책말고는 없을 것 같다. 역시 괜히 베스트셀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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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면 열리리라 - 율도국 테마시집 2 기도시집 (치유의 기도)
김율도 외 지음 / 율도국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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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봤을 때 표지는 정말 "아니올씨다~" 였다. 어쩜, 저렇게 능력도 되는 출판사에서 이런 표지를 만드셨을까 싶을 정도로 정말 안 예뻤다. 내가 이쁜 걸 얼마나 좋아하는데...쩝~ 총 3부로 이루어지는 시집인데, <1부>, <2부>, <3부>라고 나뉜 부분의 앞에 쓰인 제목이 더 아름다웠다. 회색 바탕에 회색 글씨로 쓰인 것이지만 정말 유려하고 말랑말랑한 글씨체라 내 마음에 쏙 들었는데, 쩝~ 정말 아깝다. 그게 표지였으면...

평소에 표지를 많이 따지는 터라 안 되는 투정 한 번 부려봤다.

 

허나 내용은 참으로 좋다. "기도"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왠지 기독교인들만 봐야 할 것 같은 느낌이 폴폴 풍기지만, 실은 그렇지가 않다. 다음은 서문에서 엮은이 김율도 씨가 하신 말씀인데 참으로 깊다.

 

기도는 형식과 부르는 용어만 다를 뿐 기도라는 의미를 내포하는 행위는 어느 종파, 어느 종교나 다 같다.

그리고 종교가 없다고 하더라도 기도는 필요하다.

어려울 때 기도하면 난관이 하결되고 소망이 이루어진다. 평상시에도 기도하면 삶이 편안하고 안정적이다.

 

그렇게 따진다면 특정 종교인들의 기도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제 마음 속에 간절히 원하는 것을 바랄 때도 해당되겠다. 사람이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고들 하지 않는가. 그런 바람도 아마 기도 속에 포함되지 않을까. 그러니 이 책은 특정 종교인만들을 위한 책이 아니라 뭔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책일 것이다. 그래서 누구나 한 번씩 봤으면 좋겠다. 이 책에는 우리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국내와 국외 유명 시인들의 시와 갓 등단해서 조금씩 이름을 알리는 시인들의 시, 그리고 작자를 알 수 없는 시이 골고루 수록되어 있다. 물론 엮은이인 김율도 씨의 시도 다수 수록되어 있는데, 자세하고 직설적인 것을 편해하는 나로서는 참으로 와닿는 것이 많았다.

 

국내 시인들로는 강은교, 이해인, 김소엽, 도종환, 서정윤, 김옥진, 배찬희, 권태원, 홍수의, 황연서, 이채, 김율도 씨가 있고, 국외 시인들로는 헤르만 헤세, 프란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게리 메이어즈, H.S 라이스, 헨리 반 다이크, 존 에크하르트 등이 있다. 굉장히 특이한 것은 제목이 제목이다 보니까 종교인들의 시와 몸이 불편한 분들의 시가 꽤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신에게 자신을 바치기로 한 분들이고, 어렵고 힘든 위치에 있는 분들이기에 자연스레 기도가 나오는 것일까 싶다. 무언가를 간절히 바란다는 것은 어찌 보면 자신의 부족함을 거리낌없이 내어놓는다는 것일 텐데... 아마도 오만한 나로서는 그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기에, 아니 내 욕망만을 추구하기에도 시간이 너무 부족하기에 이런 간절한 기도가 안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기도!! 생각만 하면 마음이 편해지고 겸손해지고 나 자신으로 서지 않아도 모든 게 해결될 것 같은 그런 따스한 마음이 드는 말이지만 그것을 감당하기 위해서라도 내 자신이 세워놓았던 벽을 내려놓아야 하지 않을까 란 생각을 한다. 너무 자의식이 강하기에 자신이 남과 다른 것 같단 생각이 조금이라도 들라치면 바로 벽을 세워버리고 거리를 두려하는 것이 꼭 겁쟁이를 보는 것 같으니까~ 내가 겁쟁이라는 사실은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는 말이지만 그래도 그것을 당당하게 인정하기란 정말 힘들다.

 

그래도 이런 내 마음에 깃든 한 구절을 인용해보려 한다. 왜 이 싯귀가 좋은지 말로 표현할 순 없지만..

 

하느님/ 당신은 당신의 일을 하고                                              

나는 나의 일을 합니다 /  하늘 가득 먹구름으로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건 당신의 일이지만 / 그 빗방울에 젓는 어린 화분을 

처마 밑으로 옮기는 것은 나의 일

 

                  - <기도의 편지, 서정윤>

 

나의 선택은

가난을 위한 가난이 아니라

랑을 위한 가난이기에

모든 것을 버리고도

넉넉할 수 있음이니                   

                                                                      

                 - <가난한 새의 기도, 이해인>

 

그래도 시의 형태로 읽으니까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게 내 마음을 적셔주는 것 같다. 왜 그 싯귀가 좋은지도 모르지만 그 싯귀로 인해 마음이 편안해지고 어두웠던 시야가 밝아지는 것 같으니까.. 책에선 자주 들여다 보면서 암송할 수 있으면 좋다고 하는데 시 전체를 다 암송할 순 없어도 마음에 드는 몇몇 싯귀는 아마 입가에 맴돌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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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 세계화 - 글로벌화에 대한 오해와 진실
브루스 그린왈드 외 지음, 김원옥 옮김 / 세계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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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란 단어를 들으면 당장에 떠오르는 것이 무얼까.

아마도 동서양에 상관없이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삶과, 그로써 야기되는 무한 경쟁 시대가 떠오를지 모르겠다. 중국이나 인도의 값싼 노동력의 유입으로 인해 선진국의 노동자들은 설 자리를 잃어버리는 시대?빠르게 급부상한 경제강국 일본의 상품으로 잠식당하는 선진국의 모습?혹은 거꾸로 미국이나 유럽 등의 선진국의 상품으로 도배를 당하는 한국의 모습?자국의 전문가들은 왠지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해서 외국의 전문가들에게 서비스를 받으려는 한국 졸부들의 모습?

 

그러나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막연하게 세계화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선입견을 제거해준다.실제로 고용이 감소하는 것은 세계화의 영향이 아니라 자동화와 개인용 컴퓨터, 인터넷의 발달 때문이라는 것이다.그것을 그 많은 자료를 일일히 찾아 도표로 눈 앞에 제시해주었다.토마스 프리드먼이 '글로벌라이제이션 3.0'이라고 부른 시대에 들어온 지 6년(2008년)이 지났지만미국의 실업률은 5% 대에서 변화가 없고,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로 최저치에 가깝단다. 그러니 토마스 프리드먼의 우려는 현실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미국 사람이 프리드먼에 대해서 반박을 하니 기분이 꽤 좋다. 아예 그의 반대파를 결성해볼까?)그런데 이렇게 프리드먼처럼 세계화에 우려를 나타낸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1970년대에 일본이 미국의 생활수준을 위협하는 존재로 여겨져 왔었는데, 그것은 극명하게 드러내는 책들이 쌓였다.

에즈라 보겔의 『재팬 애즈 넘버 원』, 데이비드 핼버스탬의 『응보』, 클라이드 프레스토비츠의 『트레이딩 플레이스 : 우리는 어떻게 일본을 선두에 서게 했는가』, 제임스 모건과 제프리 J. 모건의 『일본 시장 파고들기 : 새로운 세계경제에서의 성공 전략』까지~이렇게 많은 최고의 지성인들이 미래를 예측하는데 실패했다니 우리 같이 평범한 사람들은 얼마나 편견에 휩싸여있을지 상상도 안 간다.

 

그러니까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세계화에 대해 우려는 하지 말고 그저 현지 상황에 맞추라는 것이다.교육 서비스나 의료 서비스는 원격 지원보다는 현지에서 얼굴을 마주 보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세계화의 위협이 덜한 것처럼다른 분야의 직업군도 실제로 멀리 떨어진 나라에 미치지는 못하기에 현지 사정을 익히는 것이 유리하다고 한다. 새로운 소식일진 몰라도 뭐, 그리 새로운 것은 없지 않은FAMILY: 7475_12">또한 생산성의 상승도 특별히 자본을 투자하거나 제품을 많이 만들어내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경영진들이 쓸모없는 것은 제거해버리는 효율적인 경영 덕분이란다.제조업이 점차 사양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고(그것으로는 더 이상 생산성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경영 관리나 서비스 부분은 점차적으로 상승세를 타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거슬리는 것은, 그 모든 것의 관점이 선진국의 입장이라는 것이다.개발도상국의 입장에서는 세계화의 영향에 잠식당할 위험이 선진국보다는 덜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특별히 선진국의 입장만을 꼬집어서 표명하는 투가 별로였다. 생각해보라, 당장 현재 경제상황으로 봤을 때 한국의 경제 상황은 조금 나아 제외를 하더라도

아르헨티나 같은 남미 국가나 인도, 태국 같은 아시아가 더 시급하지 않을까.

선진국에서 대량으로 곡물이라도 들어올라치면 자국의 농업은 망할 수 없지 않나 말이다.그런데 저자는 미국의 실업률이 당장 1%라도 상승하면 뭔가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처럼 보였다.각 나라마다 경제 상황을 평가할 때 절대적인 기준을 두고 비교할 수 없기에 인식의 차이가 날 수는 있겠지만,선진국들은 무의식 저 밑바닥에서부터 깔려있는 생각 자체가 오만한 것 같아서 조금 씁쓸했다.

 

그래도 이 책이 다른 경제 관련 책들과 다른 것은 특별히 꼭 집어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한다는 것이다.다른 책처럼 한국판에만 한국의 상황을 넣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참 기분은 좋았다.남과 북으로 갈라져 있는 한국의 특수한 상황도 한몫했겠지만, 그보다도 말레이시아와 똑같이 금융위기를 극복한 점을 칭찬했다.그런데 정말 이상한 것은 이 내용이 예전에 본 《세계는 울퉁불퉁하다》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그 책에서는 우리나라는 IMF의 권고를 착실히 따랐던 반면, 말레이시아는 IMF의 권고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설명되어 있었다.

그래서 완전히 어이없는, 그리고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고~ 우리나라는 외국 자본에 의해 실속있는 국영기업은 팔려가 버리고, 정리해고나 계약직 때문에 가정을 꾸리지 않는 청년들이 늘어난 반면,말레이시아는 자본을 정부가 통제해서 외국 자본이 무분별하게 들어오지도 않았고, 정리해고 같은 규약도 지킬 필요가 없었다고 하니, 결국 자기 나라의 경제권을 지킨 것은 말레이시아였다는 것이다.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이 금융 위기 때보다는 나은 편이여서 이 저자가 그렇게 칭찬하고 넘어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다른 점이 상당히 특이했다. 그래서 책은 다양한 관점으로 골고루 읽을 필요가 있겠다.하나의 관점을 가진 경제책만 본다면 다른 방면으론 전혀 생각하지 못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만난 것도 참 다행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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