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3 - 세상을 울린 칠레 광부 33인의 위대한 희망
조나단 프랭클린 지음, 이원경 옮김, 유영만 해설 / 월드김영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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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5일, 저 멀리 떨어진 이름도 들어본 것이 가물가물한 칠레라는 나라에서 한 광산에서 서른세 명이나 갇혔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름과 지형의 독특함 때문에 일찍이 그 존재를 알고는 있었지만 그들이 어떤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을 가지고 살아가는지에 대해선 완전 까막눈이었다. 그저 운 나쁘게 다 저물어가는 1차 산업에 종사하다가 애궂은 목숨만 날라가는구나 하고 무심히 넘겨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 데다가 한창 바쁘게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상황에서 지구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귀를 기울이기란 지극히 힘든 일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작년 8월 5일은 한국 땅에조차 있지 않았던 때였다. 낯선 언어가 가득한 곳에서 인터넷은 고사하고 TV나 라디오와 같은 문명의 이기와는 담 쌓고 살던 때라서 한국에 들어오고 나서야 겨우 들었을까. 지금 기억나는 것은 한국이 태풍으로 엄청나게 피해를 많이 입었다는 소식으로 마음을 졸이면서 들어왔더랬다.
 
그랬다가 10월달 즈음, 서른세 명이나 되는 광부들이 한 사람도 죽지 않고 무사히 생환했다는 소식을 스치듯이, 그야말로 지나가는 길에 들었다. 그 소식을 접하면서 생각했던 것은, 어느 누구 한 사람도 낙오되지 않고 두 달 넘어 지하에서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인간의 본성에 사실 위배되는 것은 아니였나 하는 의문과, 그 곳에 누군가 혹 신적인 누군가가 같이 계시지 않고서야 그런 기적이 일어날 수 없었을 거라는 믿음이었다. 역시나 그 서른세 명의 광부들은 평소에 복음을 전파하러 다녀던 엔리케스를 중심으로 같이 예배를 드리고 정기적으로 기도를 드렸단다. 거기에 있는 서른세 명의 사람 모두 신을 믿고 있는 것은 아니었건만, 실은 가톨릭 신자도 있고 복음주의자, 게다가 무신론자도 있었지만, 모두 다 기도를 했다. 아마 지푸라기 하나라도 잡고 보자는 심정이 아니었을까. 설령 지금 내가 신이라는 존재를 믿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상황에서 무언가를 잡고 애원해보고픈 감정이 들지 않는다면 그는 사람이 아닐 것이다. 깨끗한 물도 없고, 음식도 없고, 언제 또 산이 붕괴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지하 700미터나 되는 곳에서 갇혔지만, 그들은 비정상적인 공포를 느끼지도 공황 발작을 일으키지도 않았다. 물론 처음부터 완벽하게 침착할 수는 없었다. 왜 자신에게 이런 고난이 찾아왔는지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고 절망하는 시간이 지나자, 점차적으로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고 모두가 함께 뭉쳐야만 자신이 살 수 있음을 인식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구리 생산지이며, 수출 소득의 50%를 구리에서 얻는 칠레에서는 광업에 대해 우리나라의 폐광을 연상해선 안 된다. 칠레의 축구 스타였던 사람도 돈이 없으면 당연히 광부일을 하는 곳이 바로 칠레이다. 하지만 극도로 위험하고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는 작업 환경에서 일하기에 힘들게 번 돈을 바로 유흥비로 탕진해버리고, 각자의 아내와 아이들은 자신의 생활비를 스스로 해결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생활이 안정적이지는 않았다. 생명수당이 좀 되는 터라 반대급부로 자신의 향락을 위해 많이 써대는 것이다. 그래서 그 운명의 날, 이미 붕괴했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많은 곳이 슝슝 뚫린, 굴뚝마다 사다리가 설치되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안전장치도 되어 있지 않은 산호세 구리 광산에 그 서른세 명이 갇혔다. 운이 좋게도 산이 붕괴될 때 아무도 다치거나 부러지거나 바위에 압사되지도 않았다. 말 그대로 그저 갇혀있기만 했다. 하지만 지상에서 700미터나 떨어진 깊은 곳, 사람 열 명이 48시간 동안 먹을 정도의 음식밖에 없는 곳에서, 그나마 물도 깨끗하지도 않은 곳에서 서른세 명이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게 된 것이다. 사람은 큰 환경의 변화를 경험하면 이제껏 지녀왔던 성격이나 가치관이 한순간에 바뀐다고들 한다. 여기 서른세 명의 광부들도 그랬다. 그들 중 누구도 광부일을 하지 않겠다고 한 사람은 없지만, 이제껏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만큼의 충격은 받은 것이다.
 
세뿔베다는 하나님을 진정으로 찾았고, 조니는 아내와 이혼하고 오랜 시간 사귀었던 애인과 삶을 나누기로 했고, 사모라는 엄마의 바람대로 갇힌 광산에서 시를 썼고, 우르수아는 이 광산에 온 지 석 달도 안 되었지만 자신의 임무를 다 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이 겪었던 경험 속에서 자신이 얼마나 강하고 소중한지를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수많은 계획이 인생 앞에 놓여있어도 어느 순간에 죽을지 모르는 것이 바로 인생이다. 많은 계획도 좋지만, 우선 지금 이순간을 누려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깨달은 가장 첫 번째 교훈일 것이다. 그 교훈은 또한 우리에게도 해당된다. 나중을 위해서 지금을 노력하는 것이야 아주 바람직한 자세이지만, 미래를 위해 지금을 희생시키는 것은 옳지 못한 선택이다. 노력하고 성장하는 그 자체를 즐기고, 먼저 해야 할 것은 절대로 내일로 미루지 않는 것, 바로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야 할 바른 인생의 모습이 아닐까. 오늘 가족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 오늘 해야 할 공부나 일을 해내는 것, 오늘 이 순간을 진정으로 누리는 것, 그것이 내일 일을 모르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일 것이다. 내일은 없으니까 말이다.
 
가장 큰 재앙이 될 뻔한 그들의 사고가 최대의 축복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각국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청한 피녜라 대통령 뿐만 아니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희생하고 칠레로 날아가 모든 수고와 노력을 아끼지 않은 많은 기술자들, 심리학자들, 의사들, 과학자들 덕분이었다. 테러와 반목과 분쟁만 가득할 줄 알았던 지구촌에 이런 좋은 일이 있다니! 2011년에는 이런 일만 가득하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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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해요 2011-03-10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