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결단 - 위기의 시대, 대통령의 역할은 무엇인가
닉 래곤, 함규진 / 미래의창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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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가장 위대한 역사적 사건 13가지를 살펴보는 이 책은, 그런 위대한 사건 뒤에는 항상 대통령의 결단이 있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자신의 당을 버리고서라도, 자신의 재임 가능성을 포기하더라도, 그 자신의 안위조차도 생각하지 않고서라도 항상 국가를 위해, 국민들을 위해 자기 한 몸을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는 11명의 미국 대통령을 살펴보면서, 미국이 대략 200년 밖에 안 된 신생국가에서 초강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 민주주의가 어떻게 실현되고 뿌리내렸는지, 헌법을 얼마만큼이나 제대로 수호하려고 노력했는지, 대통령의 권한 즉 행정부의 비중을 얼마나 키워갈 수 있었는지가 낱낱히 밝혀져 있다. 과거부터 미국 대통령에 대한 책을 보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을 보면, 물론 안 그러신 분들도 몇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이 국가가 가야 할 정치 철학이나 인간으로서 꼭 지켜야 할 대의나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쓴 사례는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꼭 미국영웅주의를 내세울 때 항상 그러듯이, 나라를 위해서, 인류 평화를 위해서 등등을 들어 뭔가 고군분투하는 것을 봤는데 현실의 민주주의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이것이 태생부터가 민주주의로 시작한 미국과 군주제를 외세의 힘으로 포기하게 된 한국의 상황이 물론 다른 것이 맞겠지만, 그래도 피를 뿌려 가며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들고 일어났던 국민들이 무색하게 우리네 지식인들, 지도자급이 되는 사람들은 자기 밥그릇만 챙기기 바쁜 것만은 확실하다.

 

그래서 밥상머리 교육이 중요하고, 태생이 중요하고, 그가 살아왔던 가풍이나 배워왔던 학교의 교풍 등의 영향을 무시하지 못하는 것 같다. 우리는 들은 것만큼, 본 만큼 배우는 존재이니, 주변이 다 부정부패를 하고, 사리사욕을 채우는데만 앞장 선다면 갓 정치계에 입문하는 사람들도 물이 드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과거에는 민주화운동 했던 사람들이 그 명예를 차고 정치를 많이 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돈이 좀 있어서 먹고 살만 하니까 명예욕심이 생겨서 정치에 도전해보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 걱정이다. 정치가 자신의 이름을 높여주기 위해서 존재하는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 무식에 대해 존경을 금할 순 없겠지만, 정말 졸부 근성, 못 배운 것 다 티내는 근성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다. 이러니 가진 자나 배운 자에게 노블레스 오블레주를 기대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이다. 가지고 있으면 나누고 가진 자가 더 먼저 나라를 위해 전쟁에 나가고 희생하는 것이 기본으로 삼았던 미국이라는 나라와는 하늘과 땅 차이일 수 밖에 없다, 아직은. 아직은 문화가 그렇기에, 아직은 민주주의 역사가 60년 정도밖에 안 되었으니. 우리에게 많은 것을 바랄 수도 없지 않을까. 그래도 우리는 가난한 7,80년대를 벗어날 수 있는 강력한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는 만날 수 있었던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 밖에 없다. 개발도상국조차도 되지 않던 나라를 그런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그런 독재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감수하는 지도자가 필요한 것만은 확실하다. 단지 임기 5년만 가지고 어떤 성과를 기대한다는 것이 어렵긴 하니까.

 

그래서 미국의 세련되어 보이는, 자신을 희생하더라도 국민과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미국 대통령이 참 멋있어 보였다. 그런 12명의 대통령들의 미국 역사를 만드는 위대한 결정 중에서는 이제껏 가져왔던 자신의 신념을 버릴 수 밖에 없었던 결단도 있었고, 미국의 헌법을 지키기 위해 인류의 권리에 대해 우유부단한 태도를 취해온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미국 역사 더 나아가서 세계 역사에 한 획을 긋는 결정이었음을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링컨이 남북전쟁을 노예해방전쟁으로 선포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초강대국인 미국은 사라지고 작은 주로 이루어진 연방정부만 남아있을 것이다. 그의 뼈아픈 결단으로 미국은 연방정부의 권한이 더 강해질 수 있었고, 미합중국이라는 거대한 나라를 지켜낼 수 있었다. 예전에 링컨이 실은 노예제도 폐지를 옹호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의 인간성을 의심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링컨이 개인적으로는 노예제도가 폐지되었음을 원했지만, 대통령으로서의 연설에서는 인간으로서 인간이 고통을 당하는 것이 불쌍해서 노예제 폐지를 지지하나 대통령으로서 법으로 선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누누히 강조했다. 그것은 헌법에서 정하는 행정부, 즉 대통령의 권한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헌법보다 더 해석의 여지가 있는 독립선언서를 기초로 생각을 구체화하고, 노예제의 폐지가 연방정부를 구하는 일임을 알게 된 순간, 예리하고 정확한 말로 노예폐지를 선언했고, 그로써 연방정부를 구해낼 수 있었다.

 

공격적이고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 헌법에 대해 약간의 변칙 적용하는 것도 불사하는 루스벨트의 경우에는 다소 민주주의라고 하는 기본 이념을 반하는 행위라고도 할 수 있으나, 그가 밀어 부치지 않았다면 파나마 운하의 건설은 평생 이루어지지 않는 일이 되었거나 과거 프랑스가 만들다말았던 것을 이유로 들어 파나마를 빼앗겨 유럽과의 분쟁의 소지를 만들어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루스벨트의 성급하고 독선적이고 독단적인 성격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탱크 같은 돌진력이 지금의 미국을 만들었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콜롬비아가 파나마의 영구대여를 못 하게 하니까 내전을 지원해주어 혁명을 일어나게 했던 것은 아니냐 하는 의혹에 휩싸였던 것은 사실이었고, 그런 비난에 절대로 굽히지 않았던 루스벨트는 미합중국의 대통령으로서 자신의 권한을 제대로 행사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파나마 운하가 미국을 큰 부자로 만들어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다양하고 개성 만점인 대통령들이 등장한다. 각각의 성향이나 가치관이 너무 달라 하나씩 보고 있으면 무슨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 같을 때가 있다. 그만큼 재미있는데, 여러 대통령들에게서 그들의 고뇌와 생각, 가치관을 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미국의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인지, 위기의 때에 대통령이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서인지 어떤 관점에서라도 보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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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람다 2012-04-21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