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면 열리리라 - 율도국 테마시집 2 기도시집 (치유의 기도)
김율도 외 지음 / 율도국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처음 만나봤을 때 표지는 정말 "아니올씨다~" 였다. 어쩜, 저렇게 능력도 되는 출판사에서 이런 표지를 만드셨을까 싶을 정도로 정말 안 예뻤다. 내가 이쁜 걸 얼마나 좋아하는데...쩝~ 총 3부로 이루어지는 시집인데, <1부>, <2부>, <3부>라고 나뉜 부분의 앞에 쓰인 제목이 더 아름다웠다. 회색 바탕에 회색 글씨로 쓰인 것이지만 정말 유려하고 말랑말랑한 글씨체라 내 마음에 쏙 들었는데, 쩝~ 정말 아깝다. 그게 표지였으면...

평소에 표지를 많이 따지는 터라 안 되는 투정 한 번 부려봤다.

 

허나 내용은 참으로 좋다. "기도"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왠지 기독교인들만 봐야 할 것 같은 느낌이 폴폴 풍기지만, 실은 그렇지가 않다. 다음은 서문에서 엮은이 김율도 씨가 하신 말씀인데 참으로 깊다.

 

기도는 형식과 부르는 용어만 다를 뿐 기도라는 의미를 내포하는 행위는 어느 종파, 어느 종교나 다 같다.

그리고 종교가 없다고 하더라도 기도는 필요하다.

어려울 때 기도하면 난관이 하결되고 소망이 이루어진다. 평상시에도 기도하면 삶이 편안하고 안정적이다.

 

그렇게 따진다면 특정 종교인들의 기도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제 마음 속에 간절히 원하는 것을 바랄 때도 해당되겠다. 사람이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고들 하지 않는가. 그런 바람도 아마 기도 속에 포함되지 않을까. 그러니 이 책은 특정 종교인만들을 위한 책이 아니라 뭔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책일 것이다. 그래서 누구나 한 번씩 봤으면 좋겠다. 이 책에는 우리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국내와 국외 유명 시인들의 시와 갓 등단해서 조금씩 이름을 알리는 시인들의 시, 그리고 작자를 알 수 없는 시이 골고루 수록되어 있다. 물론 엮은이인 김율도 씨의 시도 다수 수록되어 있는데, 자세하고 직설적인 것을 편해하는 나로서는 참으로 와닿는 것이 많았다.

 

국내 시인들로는 강은교, 이해인, 김소엽, 도종환, 서정윤, 김옥진, 배찬희, 권태원, 홍수의, 황연서, 이채, 김율도 씨가 있고, 국외 시인들로는 헤르만 헤세, 프란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게리 메이어즈, H.S 라이스, 헨리 반 다이크, 존 에크하르트 등이 있다. 굉장히 특이한 것은 제목이 제목이다 보니까 종교인들의 시와 몸이 불편한 분들의 시가 꽤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신에게 자신을 바치기로 한 분들이고, 어렵고 힘든 위치에 있는 분들이기에 자연스레 기도가 나오는 것일까 싶다. 무언가를 간절히 바란다는 것은 어찌 보면 자신의 부족함을 거리낌없이 내어놓는다는 것일 텐데... 아마도 오만한 나로서는 그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기에, 아니 내 욕망만을 추구하기에도 시간이 너무 부족하기에 이런 간절한 기도가 안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기도!! 생각만 하면 마음이 편해지고 겸손해지고 나 자신으로 서지 않아도 모든 게 해결될 것 같은 그런 따스한 마음이 드는 말이지만 그것을 감당하기 위해서라도 내 자신이 세워놓았던 벽을 내려놓아야 하지 않을까 란 생각을 한다. 너무 자의식이 강하기에 자신이 남과 다른 것 같단 생각이 조금이라도 들라치면 바로 벽을 세워버리고 거리를 두려하는 것이 꼭 겁쟁이를 보는 것 같으니까~ 내가 겁쟁이라는 사실은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는 말이지만 그래도 그것을 당당하게 인정하기란 정말 힘들다.

 

그래도 이런 내 마음에 깃든 한 구절을 인용해보려 한다. 왜 이 싯귀가 좋은지 말로 표현할 순 없지만..

 

하느님/ 당신은 당신의 일을 하고                                              

나는 나의 일을 합니다 /  하늘 가득 먹구름으로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건 당신의 일이지만 / 그 빗방울에 젓는 어린 화분을 

처마 밑으로 옮기는 것은 나의 일

 

                  - <기도의 편지, 서정윤>

 

나의 선택은

가난을 위한 가난이 아니라

랑을 위한 가난이기에

모든 것을 버리고도

넉넉할 수 있음이니                   

                                                                      

                 - <가난한 새의 기도, 이해인>

 

그래도 시의 형태로 읽으니까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게 내 마음을 적셔주는 것 같다. 왜 그 싯귀가 좋은지도 모르지만 그 싯귀로 인해 마음이 편안해지고 어두웠던 시야가 밝아지는 것 같으니까.. 책에선 자주 들여다 보면서 암송할 수 있으면 좋다고 하는데 시 전체를 다 암송할 순 없어도 마음에 드는 몇몇 싯귀는 아마 입가에 맴돌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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