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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 세계화 - 글로벌화에 대한 오해와 진실
브루스 그린왈드 외 지음, 김원옥 옮김 / 세계사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세계화란 단어를 들으면 당장에 떠오르는 것이 무얼까.
아마도 동서양에 상관없이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삶과, 그로써 야기되는 무한 경쟁 시대가 떠오를지 모르겠다. 중국이나 인도의 값싼 노동력의 유입으로 인해 선진국의 노동자들은 설 자리를 잃어버리는 시대?빠르게 급부상한 경제강국 일본의 상품으로 잠식당하는 선진국의 모습?혹은 거꾸로 미국이나 유럽 등의 선진국의 상품으로 도배를 당하는 한국의 모습?자국의 전문가들은 왠지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해서 외국의 전문가들에게 서비스를 받으려는 한국 졸부들의 모습?
그러나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막연하게 세계화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선입견을 제거해준다.실제로 고용이 감소하는 것은 세계화의 영향이 아니라 자동화와 개인용 컴퓨터, 인터넷의 발달 때문이라는 것이다.그것을 그 많은 자료를 일일히 찾아 도표로 눈 앞에 제시해주었다.토마스 프리드먼이 '글로벌라이제이션 3.0'이라고 부른 시대에 들어온 지 6년(2008년)이 지났지만미국의 실업률은 5% 대에서 변화가 없고,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로 최저치에 가깝단다. 그러니 토마스 프리드먼의 우려는 현실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미국 사람이 프리드먼에 대해서 반박을 하니 기분이 꽤 좋다. 아예 그의 반대파를 결성해볼까?)그런데 이렇게 프리드먼처럼 세계화에 우려를 나타낸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1970년대에 일본이 미국의 생활수준을 위협하는 존재로 여겨져 왔었는데, 그것은 극명하게 드러내는 책들이 쌓였다.
에즈라 보겔의 『재팬 애즈 넘버 원』, 데이비드 핼버스탬의 『응보』, 클라이드 프레스토비츠의 『트레이딩 플레이스 : 우리는 어떻게 일본을 선두에 서게 했는가』, 제임스 모건과 제프리 J. 모건의 『일본 시장 파고들기 : 새로운 세계경제에서의 성공 전략』까지~이렇게 많은 최고의 지성인들이 미래를 예측하는데 실패했다니 우리 같이 평범한 사람들은 얼마나 편견에 휩싸여있을지 상상도 안 간다.
그러니까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세계화에 대해 우려는 하지 말고 그저 현지 상황에 맞추라는 것이다.교육 서비스나 의료 서비스는 원격 지원보다는 현지에서 얼굴을 마주 보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세계화의 위협이 덜한 것처럼다른 분야의 직업군도 실제로 멀리 떨어진 나라에 미치지는 못하기에 현지 사정을 익히는 것이 유리하다고 한다. 새로운 소식일진 몰라도 뭐, 그리 새로운 것은 없지 않은FAMILY: 7475_12">또한 생산성의 상승도 특별히 자본을 투자하거나 제품을 많이 만들어내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경영진들이 쓸모없는 것은 제거해버리는 효율적인 경영 덕분이란다.제조업이 점차 사양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고(그것으로는 더 이상 생산성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경영 관리나 서비스 부분은 점차적으로 상승세를 타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거슬리는 것은, 그 모든 것의 관점이 선진국의 입장이라는 것이다.개발도상국의 입장에서는 세계화의 영향에 잠식당할 위험이 선진국보다는 덜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특별히 선진국의 입장만을 꼬집어서 표명하는 투가 별로였다. 생각해보라, 당장 현재 경제상황으로 봤을 때 한국의 경제 상황은 조금 나아 제외를 하더라도
아르헨티나 같은 남미 국가나 인도, 태국 같은 아시아가 더 시급하지 않을까.
선진국에서 대량으로 곡물이라도 들어올라치면 자국의 농업은 망할 수 없지 않나 말이다.그런데 저자는 미국의 실업률이 당장 1%라도 상승하면 뭔가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처럼 보였다.각 나라마다 경제 상황을 평가할 때 절대적인 기준을 두고 비교할 수 없기에 인식의 차이가 날 수는 있겠지만,선진국들은 무의식 저 밑바닥에서부터 깔려있는 생각 자체가 오만한 것 같아서 조금 씁쓸했다.
그래도 이 책이 다른 경제 관련 책들과 다른 것은 특별히 꼭 집어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한다는 것이다.다른 책처럼 한국판에만 한국의 상황을 넣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참 기분은 좋았다.남과 북으로 갈라져 있는 한국의 특수한 상황도 한몫했겠지만, 그보다도 말레이시아와 똑같이 금융위기를 극복한 점을 칭찬했다.그런데 정말 이상한 것은 이 내용이 예전에 본 《세계는 울퉁불퉁하다》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그 책에서는 우리나라는 IMF의 권고를 착실히 따랐던 반면, 말레이시아는 IMF의 권고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설명되어 있었다.
그래서 완전히 어이없는, 그리고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고~ 우리나라는 외국 자본에 의해 실속있는 국영기업은 팔려가 버리고, 정리해고나 계약직 때문에 가정을 꾸리지 않는 청년들이 늘어난 반면,말레이시아는 자본을 정부가 통제해서 외국 자본이 무분별하게 들어오지도 않았고, 정리해고 같은 규약도 지킬 필요가 없었다고 하니, 결국 자기 나라의 경제권을 지킨 것은 말레이시아였다는 것이다.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이 금융 위기 때보다는 나은 편이여서 이 저자가 그렇게 칭찬하고 넘어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다른 점이 상당히 특이했다. 그래서 책은 다양한 관점으로 골고루 읽을 필요가 있겠다.하나의 관점을 가진 경제책만 본다면 다른 방면으론 전혀 생각하지 못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만난 것도 참 다행이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