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구스 크루 사계절 1318 문고 41
신여랑 지음 / 사계절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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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도 학창시절 때는 부모님의 말씀이 그저 마음에 안 들고, 옳지 않고, 고리타분한 것으로만 여겨졌었는데

요즘 고등학생들이 나를 보면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할까. 그 당시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그렇게 잔소리만 한다고 말이다.

어찌보면 나는 고등학생들이 이해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무서워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졌다고, 다른 취향을 가졌다고 말이다. 하긴 학창시절에도 나는 보통 아이들과 조금은 달랐으니까...

껍질을 깨고 나오지 못한 새처럼, 그렇게 멍하게 살았던 내 학창시절이었기에 그 시절이 눈부신 아이들이 조금은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그것일 거다. 어려움... 나는 나와 달라 보이는, 내가 이해하지 못할 세계에서 사는 이에게는 지독한 낯설음을 겪으니...

그래서 만약 다시 내가 학생이 된다해도 이 소설의 주인공들의 근처에도 얼쩡거리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그런 이유로 이 책은 내가 가보고 싶었지만, 차마 소심해서 가보지 못했던 금단의 영역을 내밀하게 보여주었다.

 

한 일 년쯤 전에 동생이랑 <마리오네트>란 비보이 춤을 동영상으로 찾아본 적이 있었다.

단순히 몸 하나로 그렇게나 정교한 모양 - 줄에 매달린 인형 - 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내겐 놀라움이었다.

몸치도 그런 몸치가 없는 나로서는 몸으로 하는 모든 것들이 마냥 신기해보이기에 그 동영상의 모습은 정말 내 시선을 빼앗기에 충분했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도 바로 그런 비보이들이다. 춤 하나에 미쳐서 끝까지 가려는 아이들...

비보이들인 오진구, 오몽구, 박승, 영진, 도형, 그리고 비걸인 진내인이 만들어가는 우다탕탕 청춘도전기이라 조마조마하다가도 행복했다. 

어른들이 보면 당연히 한심한 짓거리이지만 이 아이들에겐 이것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그것에 모든 것을 걸 정도의 열정이 있었다.

공부를 하지 않고, 아니면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춤으로만 세상을 살아낼 수 있을 것이라 그들 중 아무도 생각하진 않지만,

지금 자신이 발동걸린 무언가에 빠져서 기를 쓰고, 목숨을 걸고 도전하는 것은 어찌보면 부럽기도 했다.

이것 저것 재고 있는 나로서는 그렇게 무언가를 다 쏟아부을 정도로 하나에 빠지지를 못하기 때문에...

 

몽구스란 비보이팀에서 오진구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단한 춤꾼이다. 다른 프로팀에서 그를 스카웃할 정도로 대단한...

그의 동생인 오몽구는 찌질이였던 형이 춤에 미친 다음부터는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양 거들먹거리고,

엄마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것이 영 아니꼬워서 그를 무시하고 심지어 팔아버리기까지 한다.

예전에는 키도 작고 다른 선배들에게 놀림이나 당하는 형이 부끄러워서 무시했다면,

이제는 형이 환상적인 춤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부러움 때문에 무시했다.

몽구의 형에 대한 이런 감정에는 소외당한 아픔과 상처받은 자존심이 숨겨져 있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몽구는 진구와 다르다. 춤은 어디까지나 즐기는 것뿐 밥벌이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일찌감치 알아버렸다.

몽구스 다른 팀원과는 다르게 인문계 고등학교에 간 것도 춤으로만 살아가기에는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비겁하지만 한 발은 공부에, 다른 한 발은 춤에다가 살짝 걸쳐놓고 이중생활을 같이 했다.

아쉽게도 그 모습은 비보이에 목숨을 거는 그의 형 진구에게는 딱 밥맛일 수밖에~!

 

비보이가 너처럼 장난삼아 해볼까 해서 되는 게 아니거든.

너처럼 머리 굴려서 이만큼만 하고, 이만큼은 빼고, 요따위로 해서 되는 게 아니거든. 흐흐흐. (p. 124)

너 잘 들어! 오몽돌이한테 잘난 이 형이 처음으로 하는 충고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양아치거든.

너가 박승이한테 붙어서 살든, 비보이 하겠다고 설치든 나랑 상관없는데 양아치 꼬봉만은 되지 마라, 엉? (p. 125)

 

그래서 그랬을까, 오몽구도 점점 필 받은 비보이가 되어 가는 것이...?

엄마에게는 멀쩡하니 공부할 것 같았던 둘째 아들이 춤을 추다는 게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겠지만 오몽구도 열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당연히 여기에는 와해되었던 몽구스 팀이 합치게도 되고, 덧없었던 오해로 산산조각이 났던 몽구와 진구의 관계도,

몽구와 엄마의 관계도 회복되는 이야기까지 담겨있다.

허나, 이 책의 결론에선 대단한 비보이인 진구의 미래도, 비보이에 필이 꽂힌 몽구의 앞날도 보여주지 않는다.

왜냐, 그거야 당연히 열정적이여서 멋진 그들의 삶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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