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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아들이 꿈꾸는 최고의 아빠
스콧 앤더슨 지음, 문세원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완전 대박이다. 정말 어떠한 가정교육서가 이렇게나 유쾌하겠는가. 아마도 지난 주에 영통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면 참으로 이상한 여자 하나를 봤을 것이다. 여자인 주제에 버스 안에서 《최고의 아빠》 어쩌고, 저쩌고 하는 책을 들고 낄낄 웃는 모습이라니~! 하다못해 회사 건물의 엘리베이터 안에서 웃으면서 읽다가 이상한 여자 취급을 당했으니~ 정말 아이들을 둔 아빠라면, 아이들을 둔 남편을 가진 아내라면 주저말고 이 책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아이들의 아빠로 자신이 없어 매번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더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는 아주 착한 아빠라면, 아이와의 소통이 어려워 '이게 아닌데~ 내 방법이 잘못 되었나?' 고민하는 우유부단한 아빠라면, 어쩌다 한 번 주말에만 얼굴을 보여주는 아빠라 잔소리보다는 '좋은' 아빠로 남고 싶어 아이를 망치고 있는 아빠라면 주저말고 이 책을 고르라. 이 책에게서부터 이제 '최고의 아빠'로 거듭날 수 있는 첫 걸음이 될 테니..
이 책은 '최고의 아빠'인 스콧 앤더슨이 쓴 게 아니라 '최고의 아빠'를 둔 스콧 앤더슨이 쓴 책이다. 현재 네 아들을 잘 키우고 있는 스콧 앤더슨은 아직 아들들이 십대가 되지도 않은 아주 어린 아가라서 자신을 '최고의 아빠'라고 부를 수는 없지만, 자신의 아버지는 주저없이 '최고의 아빠'라고 부를 수 있다면서 그런 아버지를 가진 아들의 입장에서 최고의 아빠가 되기 위한 지침서를 알려주겠다고 큰소리를 뻥뻥 쳤다. 그런데 주욱 읽어보니까 그 큰소리가 말로만 하는 소리는 아닌 것 같아 보였다. 현재 6,000명의 신도가 모이는 교회에서 아버지가 담임 목사로 있고, 자기가 부목사로 있는데 자신이 이끌고 있는 아버지 학교를 거의 2,000명이나 배출했다고 한다니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단지 숫자가 많아서 그렇다기보다는 그만큼 많은 사람들을 이끌기 위해서라면 확고한 신념과 체계적인 가르침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란 추측 때문이다.
여기에 나와 있는 많은 가르침도 상당히 중요하지만 중간 중간에 - 내가 보기엔 각각 항목과 관련이 전혀 없어보이는 - 예화를 들어주는 것이 정말 재미있었다. 내가 낄낄 대며 웃었던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다섯 살짜리 레이큰의 카달로그 이야기, 학교 안 가고 아빠 배신한 이야기, 히스의 장난감 이야기, 잠 자기 전에 장난 친 이야기 등 정말 아이들과 함께라면 벌어질 수 있는 이야기를 아주 적나라하게 들려주었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상상만 해도 키득키득 웃음이 나오는데 어찌 안 좋은 책이라고 할 수가 있을까. 난 내용이 수준급인 책도 좋아하지만, 이렇게 좋은 내용을 재미있게 들려주는 것을 더 좋아한다. 학창시절에도 재미없게 배우는 것보다 재미있게 배우는 것이 훨씬 더 잘 기억나지 않는가 말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스콧의 메세지는 바로 신뢰이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밤낮으로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한다면 아들은 아버지를 사랑할지는 몰라도 믿을 수는 없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는데, 어렸을 적 기억은 몽땅 도둑맞은 나로서는 내가 당한 기억은 없고, 내가 커서 언니에게 지나가는 말로 한 약속(물론 그 당시에는 당연히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던 약속) 때문에 곤욕을 치른 경험이 있다. 나는 아버지께 그런 약속을 들었어도 아무렇지도 않게 적당히 무시하면서 지나갔는데 우리 언니는 절대 그렇지 않다. 어렸을 적에 아빠가 해놓고서 지키지 않은 약속을 아직까지도 서운하다 말하니 말이다. 그 상황과 여건을 보면 당연히 지키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들 만한 나이인데도 그게 안 되는 우리 언니와는 다르게 입만 살아있는 나로서는 그런 아빠가 이해가 쉬웠는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그런 사소한 약속까지도 제대로 지키고 아버지로서의 신뢰를 쌓아놓는다면 위급한 상황일 때 다른 사람이 아닌 아버지의 말을 들을 수 있게 된다고 신신당부를 해놓았다. 어릴 때는 모르지만 사춘기가 되면서는 담배나 술, 마약(어디까지나 미국의 상황에서나 일어날 일이지만)이나 섹스에 대해서 친구나 선배의 부추김보다 아버지의 말을 더 신뢰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어릴 적부터 제대로 인식을 심어놔야 한다는 것이다.
가끔 스콧에게 부모가 상담하러 와서는 밤만 되면 몰래 빠져나가 남자 친구를 만나고 오는 자기 애를 포기했다고 하는 경우가 있단다. 그럴 때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한다. 그럴 때는 아버지가 휴가를 내서라도 아이와 같이 학교를 가고, 수업을 받고, 점심을 먹고, 쇼핑을 해준다고 하면서 네 유일한 친구가 되어 주겠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이가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을 뻔히 눈 뜨고 보고만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은 당연히 아이들의 반발이 있겠지만 사랑해서 그럴 수밖에 없다고 말하면 나중에는 다 이해하게 되니까 말이다. 질이 나쁜 친구들과 노는 아이들을 그저 방치해둔다면 결국에는 자기 아들이 구치소나 감옥에 들락달락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이렇게 강권해주는 부모 지침서가 따로 있을까. 나는 이 책말고는 없을 것 같다. 역시 괜히 베스트셀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