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의 비상을 위한 천 번의 점프 - 최고에 도전하는 김연아를 위한 오서 코치의 아름다운 동행
브라이언 오서 지음, 권도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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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모든 스포츠에 대해 무지하다. 자연히 스포츠 중계에 열광하지도 이제껏 경기장을 한 번 찾아본 적이 없다. 그랬던 내가 연아에게 눈독을 들이는 것은 왠말인가 말이다. 역시 아름다우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건가. 어쨌거나 연아의 아름다운 스케이팅 모습은 동계 스포츠에 무지한 내게도 정말 환상적으로 보였다. 그녀가 갈라쇼를 한다거나 동계 올림픽에 출전한다거나 하면 조마조마한 마음을 가지면서도 아름다운 그녀의 비행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스포츠에 까막눈이었던 내가 갑작스레 스포츠 천재가 되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세상에 대한 충분한 자극은 받을 수 있었다고나 할까. 다만 이 책이 연아의 코치인 브라이언 오서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책이기 때문에 책을 다 보고 나서도 피겨 스케이팅에 대한 용어나 경기 규칙, 출전 대회의 모든 것을 다 이해하지는 못했던 것이 좀 아쉬울 따름이다. 하지만 연아의 가장 내밀한 측근인 오서 코치의 글이기에, 게다가 8년 연속 캐나다 챔피언의 눈으로 본 연아 이야기가 담겨있기에, 정말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맨 뒷장에 그런 용어를 정리해주었으면 하는 나름 소심한 바람은 아니 생길 수 없다.

 

사실은 연아도 이제서야 알게 된 내가 그녀의 코치인 브라이언 오서에 대해서 뭘 알고 있을까. 역시 이 책의 도움으로 그가 어떤 인물인지 알 수 있었다. 동계 스포츠의 천국이라 할 수 있는 캐나다에서 태어난 덕분에 4살이란 어릴 시기에 스케이트를 알게 되어 점프를 하는 그 재미에 스케이트로 세계를 장악했던 그에 대해서 말이다. 사실은 이 책은 연아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오서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서 이 책을 읽고 나면 그가 왜 연아를 가르칠 최적의 코치인지 알 수가 있다. 연아는 처음부터 정석대로 스케이트를 배웠고, 그것을 정확하게 해내기 위해 끊임없이 연습을 했던 어린 시절이 있기 때뮨에 상당히 안정적인 스케이팅을 구사하는데다가, 원래부터 음악에 대한 이해가 빠르고 감수성이 풍부해 스포츠이자 예술인 피켜 스케이팅을 하는데 부족함이 없단다. 그런데 오서는 단지 점프할 때의 쾌감에 빠져서 스케이트를 시작했기 때문에 음악에 대한 감수성이나 피켜 스케이팅의 예술성을 깡그리 무시하고 제멋대로 했단다. 오로지 좀 더 트리플 악셀을 얼마나 많이, 얼마나 제대로 할 것인지에만 신경을 곤두세우는 그가 자신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고 느끼게 된 것은 1981년 여름 세미나를 통해서였다. 전국 상위권에 속하는 스케이팅 선수들과 앞날이 유망하다고 인정받은 선수들이 모여 일주일 동안 일급 강사들로부터 기술적인 기법을 배우는 시간이었는데, 거기서 댄스 강의를 담당하는 우쉬 케슬리르를 만난 것이다. 그녀는 피겨 스케이팅의 본질은 예술성에 있음을 알려주고, 오서가 '내면의 감성'을 담아 에너지를 발산하도록 도와주었다. 그제서야 오서는 진정한 피겨 스케이팅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본인이 말하기에 피겨 스케이팅이 정점에 서있다고 느낀 것이 겨우 선수로서의 마지막 2년 동안이라고 하니 얼마나 그가 잘못된 피겨 스케이팅을 했는지 알 수 있지 않는가. 그런데 내가 보기에 훌륭한 선생은, 완벽한 학생이 아니라 우여곡절을 거치고 진정한 원리를 깨달은 사람이다. 그렇기에 최고의 기교를 가졌고, 피겨 스케이팅의 진정한 본질을 눈 앞에서 깨우친 오서야말로 최적의 선생이 아닐까. 기본기가 단단한 연아에게 기교와 에술성이 겸비된 오서 코치가 있으니 앞으로 연아의 성장은 상상 이상이란 기대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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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리부의 비밀 - 나와 회사의 운명을 바꾸는 회계
하야시 아쓰무 지음, 김정환 옮김 / 이미지앤노블(코리아하우스콘텐츠)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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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경리부의 비밀』은 회계학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주기 위해 소설로 재구성한 책이다. 이런 종류의 책은 마케팅(『마케팅 카사노바』, 김기완 & 차영미, 다산북스), 경영학(『스무 살, 샌드위치 주식회사를 차리다』, 가메카와 마사토, 시그마북스) 이후로 이번이 세 번째다. 그런데 이런 책을 만날 때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어쩜 이렇게 아이디어가 참신한지 읽을 때마다 놀라울 뿐이다. 마케팅 책에서는 남녀 사이에 벌어지는 연애과정을 통해 마케킹의 개념을 설명하는데 전혀 알지 못했던 마케팅에 대해 이해하는데도 전혀 모자람이 없었고, 재미는 재미대로 완전히 내 마음을 사로잡아 버렸다. 그 이후 후속작이 나올 것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감감무소식이다. 그래서 아쉽게도 일본에서 나온 책으로 경영학에 대한 책을 선택했다. 이 책은 대학생들이 학교 축제 때 샌드위치 가게를 열면서 벌어지는 과정에 대입해서 경영할 때 알아두어야 할 개념을 정리해주었는데, 사실 경영이란 게 너무 방대해서(그 개념도 이 책을 보고서야 알게 되었지만,) 처음엔 쉽사리 적응되진 못했었다. 그러다가 내용이 무르익어 가니까 진짜 재미있었다고나 할까. 역시 이런 책은 그 분야에서 고수들이 집필하기 때문인지 정말 재미있고도 쉽게 내용이 이해되는 것 같다.

 

그래서 세 번째인 회계학 소설책을 집어든 내 마음이 보긴 전부터 두근두근했다. 이 소설은 다른 것과는 좀 다르게 추리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어서 그런지 자꾸만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내용에 집중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간단하게 소개를 하자면, 주인공 카와다 레나는 스몰액이란 악세사리를 파는 회사의 영업부 소속 사원인데, 영업 실적이 높지 않아 항상 혼나기는 해도 과거 경리부에 있었던 직감으로 나카지마 영업 부장이 뭔가 모종의 음모를 꾸민다는 것을 알아채고 그것을 밝혀낸다는 내용이다. 일반 추리소설과 같은 스릴을 체험할 수는 없지만(뭐, 그런 스릴이 없다고 해서 내겐 전혀 마이너스가 아니다만) 한 회사가 어떤 식으로 회계를 통해 눈속임을 할 수 있는지 자세하게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런데 솔직히 고백하자면, 여기에 나온 설명을 다 이해했다곤 말할 수 없다. 대학을 다닐 때도 교양과목 중의 하나로 「원가 회계」 수업을 들었을 때처럼 정말 이해하기 어려웠으니까. 그래도 그동안 들어본 적이 있는 '분식회계'니 '대차대조표'니 '감가상각비'니 하는 용어들이 나와주어서 조금은 친숙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그런데 회계에 둔한 사장 몰래 경영진 몇몇이 회계조작을 통해 적자인 회사상황을 흑자인 척 꾸며놓는 과정에서 내가 들었던 의문은 이것이다. 그런 못된 놈들은 왜 그런 짓을 할까. 기술 개발을 하기에 좀 힘든 직종이긴 하지만 좀 더 열심히 영업을 해서 큰 성과로 보너스를 받아가는 것이 몰래 뒤로 돈을 착복하는 것보다 더 수지 맞는 장사가 아닌가 말이다. 만약에 계속된 착복으로 기업이 도산이라도 하게 된다면 자신도 실업자 신세가 될 것이 자명한 일이 아닌가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의 구성엔 개연성이 다소 부족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어려운 용어가 난무한 회계학에서 이렇게 알기 쉽게 전달해주려는 노력은 정말로 대단해 보인다. 다음 번에는 우리나라 기업이 등장하는 소설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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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 - 소통의 기술, 세상을 향해 나를 여는 방법
유정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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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것은 내 천직이기도 하지만, 나는 항상 말을 잘하고 싶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앞에 나가 좌중을 휘어잡으면서 말을 휘황찬란하게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부러움에 한숨을 쉬어야 했던 내게는 말 잘하는 것이 둘도 없는 큰 선물이었다. 그러나 나는 앞에만 서면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지고, 시선처리도 못하는데다가 목소리까지 모기소리만하게 나오는 터라 나는 내가 말을 잘하게 되리란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 내가 발표해야 할 시기가 가까워오면 다리가 후들거리고, 하품이 계속 나오고, 화장실이 계속 가고 싶어지는 증상을 겪고 나면 발표 내용은 절대 생각할 수가 없을 정도다. 하물며 읽어나서 책을 읽는 것조차 쉽게 되지 않았으니 말을 잘해보는 것은 영영 내게서 멀어진 줄만 알았다. 그러다가 대학에서 많은 시간 발표를 하게 되면서 의외로 노력하지 않았음에도 단상에서 쉽게 발표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말을 잘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에는 몰랐는데, 발표 전날에는 항상 머릿속으로 어떤 식으로 걸어나가서 발표를 하고 어떤 식으로 말을 풀어나갈 것인지 상상했었다. 내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사람이 잘하는 발표를 보면서 내가 꿈꾸던 것이 워낙에 많았기에 그만큼만이라도 하고 싶다는 소망 때문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전략이 상당히 주효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 외에는 발음 연습이나 연습도 하지 못할 때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좋은 결과가 있어서 지금은 발표에 대한 거대한 두려움이 조금 가신 상태이다. 그런데 내가 은연 중에 알게 된 사실 말고도 말하기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 많을 거란 생각이 든다. 약간 두려움이 가신 상태에서 머물지 말고 더 뛰어난 강의를 하고 싶다면 좀 더 배워야 하지 않을까.

 

요즘에는 말하는 것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능력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자기 표현력이 많이 강조되고 있다. 그런 세태를 반영하듯이 서울대에서도 「말하기 강의」가 많이 생기고 있다는데 내가 선택한 이 책, 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은 바로 그 강의안을 엮은 책이다. 「말하기」라는 단어를 봤을 때부터 말을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욕심에 고르게 되었는데, 이 책의 저자인 유정아 교수님은 1989년 KBS 아나운서로 입사한 경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말하기 강의에 아주 탁월한 선택이 아닌가 한다. 정확한 발음에, 이 사회의 대표적인 지성인으로 각광받는 직종이 바로 아나운서 아니던가. 그런 교수님에게서 어떤 것을 배울 수 있을까 궁금했다. 정말 나처럼 생각한 사람이 많은지 서울대에서 이 강의가 생기고부터 수강 신청이 매번 10만에 마감되었다고 하는데, 정말 놀라웠다. 목차를 보면 소통하기에 앞서 자신의 마음가짐을 바르게 해야 할 것을 당부하고 그 다음에는 말하기의 기본을 습득하게 하고나서 정보 스피치와 설득 스피치를 구별해 바르게 알고, 마지막으로 대화, 인터뷰, 토론까지의 말하기의 경우에 따라 어떻게 해야 할지 일러준다. 목차만 보면 좀 어렵겠다, 혹은 상당히 체계적이겠다 오해하기 쉬운데, 그다지 어렵지도 않고 그다지 체계적이지도 않다는 것을 미리 말해주고 싶다. 각각의 항목이 상당히 짧은 분량으로 이루어진 데다가 글의 형식이 수필같이 잔잔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기에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가장 처음이다. 말하기에 앞서서 내가 말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인데, 거기에서 자신을 인정하고 자신을 이해하기가 선행되어야 했다. 실은 말하기 싫고 남에게 자신을 드러내기 무지 싫은데, 말해야 하는 상황에 떠밀려서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남에게 말하기에 앞서서 자신을 돌아본다는 생각, 전혀 하지 못했던 나로서는 정말 신선했다. 내가 나를 정확히 모를 수 있다는 것을 이제서야 아는 것처럼 새로운 기분이랄까. 그리고 또 하나, 말의 형식은 다양하다는 것이다. 말을 유창하게 하는 것만이 말을 잘한다는 소리를 할 것 같지만, 사람마다 말을 잘하는 형식은 각기 다 다르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조근조근 말하는 것이 맞을 수도 있고, 언변이 좋아 화려하게 드러내놓는 것이 맞을 수도 있고, 카리스마 있게 강한 흡입력을 자랑하는 것이 맞을 수가 있기에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맞는 말하기 방식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말을 잘한다'고 하면 딱 한 가지의 경우말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것도 정말 놀라운 사실이다. 그 외에도 뒤로 갈수록 실제적이고 활용도가 높은 말하기 방법을 알려주는데 정말 도움이 많이 된다. 자신의 진성을 찾는 방법(이것을 찾지 못하면 목소리가 금방 쉬게 된다), 정확한 발음을 하는 방법(사실 이것은 잘 이해를 못했다), 강세와 속도와 억양에 주의하는 방법까지도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는데 사실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면서도 정확한 발음이나 억양이 안되는 나로서는 정말 감사했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나니까 교수님의 강의를 실제로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청강을 하러 가면 들을 수가 있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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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 완결 편
이케다 가요코 지음, 한성례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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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이란 제목은 진짜 많이 들어봤던 이름이었다. 다만 책을 읽지 않았던 때라 그리 관심이 없었을 뿐. 단순하게 정말 발상이 대단하다고만 치부했던 그 책의 완결 편이 나왔다. 완결 편이라니~ 그럼, 이것도 시리즈였단 말인가. 시리즈물을 모으는 것을 즐기는 나로선 이런 기회를 놓칠 수야 없다. 하지만 우선 내게로 먼저 온 완결 편을 봐야겠지!제목만 봤을 땐 책에 들어갈 내용이 많을 거라 예상해서 일반 책 크기에 400쪽 정도의 분량일 줄 알았다. 그러나 처음 만났던 책의 모습은 일반 책 크기보다 작은 크기였고 더구나 112쪽 정도밖에 되지 않는 아주 만만한 책이었다. 그러나 절대 내용까지도 만만할 거라 생각해서는 안 된다. 누구나 알다시피 68억의 인구를 100명의 작은 마을로 축소해놓는 것을 가정한다면 전지구적인 문제를 얼마나 피부에 와닿게 말할 수 있는지 예상 가능하다. 그러나 여기에 나온 것처럼 전세계 인구 100명 중에서 51명은 도시에 살고, 49명은 시골에 산다고 말하기란 쉽지만 그런 수치를 어떻게 계산해야 할지는 정말 막막하다. 물론 나와있는 통계자료를 보면야 계산하기는 쉬울 수 있겠지만(나 같은 사람에겐 그것도 벅차다),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뚜렷한 목적이 없어서는 절대 만들어가기 쉽지 않은 책이다.

그렇다. 이 책은 아주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졌다. 목적이 뚜렷하면 이루기도 수월한 것처럼, 이 책의 목적이 아주 뚜렷하기에 이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똑같은 생각을 할 수 밖에는 없다. 바로 지구의 문제는 내 문제이고, 현재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많은 나쁜 일을 그저 일어나게 내버려둬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것이 이 책의 존재 이유이다. 도시에 사는 51명의 사람들 중에는 40명이 가난한 나라 사람이고, 고작 11명만 부유한 나라 사람인데, 그 가난한 나라 사람 40명 중에서 17명이 빈민가에 살고, 그 빈민가에 살고 있는 17명 중 6명이 중국과 인도 사람이란다. 중국 14억 되는 인구 중에서 몇 천만 명이 빈민이라는 소리는 이해하기 쉽지 않아도 이렇게 전세계 빈민들 중 1/3이, 즉 17명 중에서 6명이 중국과 인도 사람이라는 것은 정말 피부에 와닿지 않나. 이것은 자기 문제에만 매몰되어 자신이 얼마나 축복을 받은 존재인지를 망각하고 사는 사람들에게 다시금 일깨워주는 구실을 한다.

 

나는 빈민이 아닌 도시 사람 11명에 속하고, 자연재해의 위험에 놓여있지 않는 25명 중의 하나이고,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74명이고,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먹을 수 있는 82명 중의 하나이다. 내가 아이였을 때도 총 28명 중에서 일하지 않는 24명에 속하였고, 초등학교에 다닐 수 있었던 16명이었고, 이제는 젊은 사람 18명 중에서 대학에 다닐 수 있는 2명에 속했고, 젊은 사람을 100명이라고 했을 때 일자리가 있는 86명에 속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선택받은 운이 억수로 좋은 사람이다. 내가 광활한 사막과 작열하는 아프리카에 태어나지 않아서, 깨끗한 물이 없어 죽어가는 동남아시아나 남아시아에 태어나지 않아서, 여성의 인권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서아시아에 태어나지 않아서, 하다못해 북한에서 태어나지 않아서 어찌나 감사한지... 이런 사실을 알고도 자신이 가진 처지에 대해서 불평을 할 수가 있을까. 그런데 내가 선택받은 나라에서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운이었다. 그렇다면 순전히 운이 나빠서 그런 아프리카에,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서아시아에 태어난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그들이 힘들게 사는 것은 절대 그들의 능력이 나빠서가 아니란 것을 확실히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러니까 조금 더 운이 좋은 내가 그들을 도와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면 이 책은 정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선진국에 사는 사람의 수입에서 0.7%만 투자한다면 지구의 빈곤은 해결할 수가 있다. 월급이 100달러라고 했을 때 단지 70센트이면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돈으로 100만원을 받았을 때 단지 7천원만 투자할 수 있다면 지구촌에서 못 먹어서 못 마셔서 죽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지 않는가. 단지 7천원인데...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만약 외계인이 있다면 우리 꼴을 보고 엄청 한심해 하지 않을까 하는. 한쪽에선 못 먹어서 못 마셔서 죽어가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선 너무 마셔서 너무 먹어서 죽고 있는 꼴이라니~ 이제 이런 빈곤의 악순환을 끊을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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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니
펄 벅 지음, 이지오 옮김 / 길산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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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선택하는 잣대는 참으로 고무줄인데, 우선 책표지다. 좋은 내용을 가진 소설을 책표지 때문에 못 보는 것은 아니냐고 놀래실 분들을 위해 말씀드리지만, 모든 일에는 예외가 있는 법이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모로 박사의 섬』은 왜 봤으며, 『』은 왜 봤겠는가 말이다. 내용도 당연히 좋아야 하겠지만, 소장하기 위해선 당연히 아름다워야 한다. 요즘 모 자동차 광고에도 나오지 않는가. 무조건 이뻐야 한다고~ ㅋㅋ
 

이 소설은 『대지』로 유명한 펄벅 여사님의 숨겨진 작품이다. 펄벅 여사님의 미발표작을 길산출판사에서 발표해낸다나 뭐라나~ 유명한 『대지』조차 대충 아는 나로선 이런 고전 정보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어쨌든 이번 소설 『피오니』는 참 재미있었다. 물 흐르듯이 읽혀지는 섬세한 필력에, 등장인물 간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선까지 싸그리 잡아내는 탓에 가슴이 두근두근, 심장이 벌렁벌렁 했으니... 그런데원래 난 해피엔딩이 아니면 잘 못 읽는다. 그래서 고전을 많이 안 읽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격한 감정 씬이 나온다거나 주인공에게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압박이 생기면 그 자리에서 책장을 살포시 덮는 버릇이 있다. 여러 책을 한꺼번에 읽는 나로서는 한 번 덮어도 다시 펼쳐들기는 하지만, 그것이 심한 압박이라면 그 자리에서 영영 안녕이 될 수도 있다. 평소 인간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회피하기에 바쁜 인간인지라 책 읽는 버릇도 똑같은가보다. 역시 제 버릇 개 못 주는 건가.

 

소설 속 배경은 펄벅 여사님이 사랑하는 중국이지만 등장인물 중에 유대인이 나온다. 중국까지 유대인들이 흘러들어 갔었는지 몰랐던 나로서는 꽤 흥미로웠다.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아가는 유대인에게 특별한 관심이 있는 나로서는 소설 속에서 만난 것이 썩 반갑지만은 않았지만 말이다. 보통 작품 속에 등장하는 유대인들이라고 하면 인간미 없고 돈밖에 모르는 인간들로 나오는데 그것이 못내 마음을 괴롭히는지라 이 소설도 숨 죽이면서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이 소설에서는 유대인들에 대해 조금은 동정적으로 나와서 마음을 쓸어내렸지만, 소설 속 아버지 세대인 에즈라가, 아들 세대인 데이빗와 리아가, 처한 현실이 안타깝기는 매한가지였다. 세상을 지으신 유일신 여호와를 섬기는 것을 목숨같이 여기도록 교육받아 온 전통과, 중국의 우호적이면서도 아무 생각없이 유쾌한 문화 사이에서 이리저리 방황하는 혼혈 유대인들을 보노라니 안타까울 수 밖에~ 더불어 나도 같이 혼란스러웠다. 인간으로서 행복하고 유쾌하게 살아가는 것이 정녕 나쁜 것인지, 아니면 유대 계율을 지키면서 아무 이유없이 박해받는 자기 민족의 아픔을 생각하면서 우울하게 생활하는 것이 나쁜 것인지 모르겠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펄벅 여사님은 그 결론을 정해놓고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정신적 지주인 랍비의 눈을 멀어버리게 하면서....  

 

어쨌든 유대 전통을 잇기 위해 랍비의 딸과 결혼을 종용당하나 아직은 그런 큰 임무를 담당하기엔 벅찬 데이빗과 그런 그를 정확하게 이해하면서 사랑하는 몸종 피오니의 이야기를 읽노라면 인간의 삶은 절대 그 개인 혼자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발을 디디고 살아가고 있는 이 땅, 조그맣고도 조그만 한국에서 역사에 한 획을 긋지 않으면서 평범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거대한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한 부분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내가 한 사소한 행동과 아주 작은 생각으로 말이다. 거대한 역사의 발자취 아래서 아무 의미없다고 한숨 쉬며 살아갈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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