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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의 비상을 위한 천 번의 점프 - 최고에 도전하는 김연아를 위한 오서 코치의 아름다운 동행
브라이언 오서 지음, 권도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나는 모든 스포츠에 대해 무지하다. 자연히 스포츠 중계에 열광하지도 이제껏 경기장을 한 번 찾아본 적이 없다. 그랬던 내가 연아에게 눈독을 들이는 것은 왠말인가 말이다. 역시 아름다우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건가. 어쨌거나 연아의 아름다운 스케이팅 모습은 동계 스포츠에 무지한 내게도 정말 환상적으로 보였다. 그녀가 갈라쇼를 한다거나 동계 올림픽에 출전한다거나 하면 조마조마한 마음을 가지면서도 아름다운 그녀의 비행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스포츠에 까막눈이었던 내가 갑작스레 스포츠 천재가 되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세상에 대한 충분한 자극은 받을 수 있었다고나 할까. 다만 이 책이 연아의 코치인 브라이언 오서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책이기 때문에 책을 다 보고 나서도 피겨 스케이팅에 대한 용어나 경기 규칙, 출전 대회의 모든 것을 다 이해하지는 못했던 것이 좀 아쉬울 따름이다. 하지만 연아의 가장 내밀한 측근인 오서 코치의 글이기에, 게다가 8년 연속 캐나다 챔피언의 눈으로 본 연아 이야기가 담겨있기에, 정말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맨 뒷장에 그런 용어를 정리해주었으면 하는 나름 소심한 바람은 아니 생길 수 없다.
사실은 연아도 이제서야 알게 된 내가 그녀의 코치인 브라이언 오서에 대해서 뭘 알고 있을까. 역시 이 책의 도움으로 그가 어떤 인물인지 알 수 있었다. 동계 스포츠의 천국이라 할 수 있는 캐나다에서 태어난 덕분에 4살이란 어릴 시기에 스케이트를 알게 되어 점프를 하는 그 재미에 스케이트로 세계를 장악했던 그에 대해서 말이다. 사실은 이 책은 연아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오서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서 이 책을 읽고 나면 그가 왜 연아를 가르칠 최적의 코치인지 알 수가 있다. 연아는 처음부터 정석대로 스케이트를 배웠고, 그것을 정확하게 해내기 위해 끊임없이 연습을 했던 어린 시절이 있기 때뮨에 상당히 안정적인 스케이팅을 구사하는데다가, 원래부터 음악에 대한 이해가 빠르고 감수성이 풍부해 스포츠이자 예술인 피켜 스케이팅을 하는데 부족함이 없단다. 그런데 오서는 단지 점프할 때의 쾌감에 빠져서 스케이트를 시작했기 때문에 음악에 대한 감수성이나 피켜 스케이팅의 예술성을 깡그리 무시하고 제멋대로 했단다. 오로지 좀 더 트리플 악셀을 얼마나 많이, 얼마나 제대로 할 것인지에만 신경을 곤두세우는 그가 자신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고 느끼게 된 것은 1981년 여름 세미나를 통해서였다. 전국 상위권에 속하는 스케이팅 선수들과 앞날이 유망하다고 인정받은 선수들이 모여 일주일 동안 일급 강사들로부터 기술적인 기법을 배우는 시간이었는데, 거기서 댄스 강의를 담당하는 우쉬 케슬리르를 만난 것이다. 그녀는 피겨 스케이팅의 본질은 예술성에 있음을 알려주고, 오서가 '내면의 감성'을 담아 에너지를 발산하도록 도와주었다. 그제서야 오서는 진정한 피겨 스케이팅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본인이 말하기에 피겨 스케이팅이 정점에 서있다고 느낀 것이 겨우 선수로서의 마지막 2년 동안이라고 하니 얼마나 그가 잘못된 피겨 스케이팅을 했는지 알 수 있지 않는가. 그런데 내가 보기에 훌륭한 선생은, 완벽한 학생이 아니라 우여곡절을 거치고 진정한 원리를 깨달은 사람이다. 그렇기에 최고의 기교를 가졌고, 피겨 스케이팅의 진정한 본질을 눈 앞에서 깨우친 오서야말로 최적의 선생이 아닐까. 기본기가 단단한 연아에게 기교와 에술성이 겸비된 오서 코치가 있으니 앞으로 연아의 성장은 상상 이상이란 기대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