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 완결 편
이케다 가요코 지음, 한성례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이란 제목은 진짜 많이 들어봤던 이름이었다. 다만 책을 읽지 않았던 때라 그리 관심이 없었을 뿐. 단순하게 정말 발상이 대단하다고만 치부했던 그 책의 완결 편이 나왔다. 완결 편이라니~ 그럼, 이것도 시리즈였단 말인가. 시리즈물을 모으는 것을 즐기는 나로선 이런 기회를 놓칠 수야 없다. 하지만 우선 내게로 먼저 온 완결 편을 봐야겠지!제목만 봤을 땐 책에 들어갈 내용이 많을 거라 예상해서 일반 책 크기에 400쪽 정도의 분량일 줄 알았다. 그러나 처음 만났던 책의 모습은 일반 책 크기보다 작은 크기였고 더구나 112쪽 정도밖에 되지 않는 아주 만만한 책이었다. 그러나 절대 내용까지도 만만할 거라 생각해서는 안 된다. 누구나 알다시피 68억의 인구를 100명의 작은 마을로 축소해놓는 것을 가정한다면 전지구적인 문제를 얼마나 피부에 와닿게 말할 수 있는지 예상 가능하다. 그러나 여기에 나온 것처럼 전세계 인구 100명 중에서 51명은 도시에 살고, 49명은 시골에 산다고 말하기란 쉽지만 그런 수치를 어떻게 계산해야 할지는 정말 막막하다. 물론 나와있는 통계자료를 보면야 계산하기는 쉬울 수 있겠지만(나 같은 사람에겐 그것도 벅차다),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뚜렷한 목적이 없어서는 절대 만들어가기 쉽지 않은 책이다.

그렇다. 이 책은 아주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졌다. 목적이 뚜렷하면 이루기도 수월한 것처럼, 이 책의 목적이 아주 뚜렷하기에 이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똑같은 생각을 할 수 밖에는 없다. 바로 지구의 문제는 내 문제이고, 현재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많은 나쁜 일을 그저 일어나게 내버려둬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것이 이 책의 존재 이유이다. 도시에 사는 51명의 사람들 중에는 40명이 가난한 나라 사람이고, 고작 11명만 부유한 나라 사람인데, 그 가난한 나라 사람 40명 중에서 17명이 빈민가에 살고, 그 빈민가에 살고 있는 17명 중 6명이 중국과 인도 사람이란다. 중국 14억 되는 인구 중에서 몇 천만 명이 빈민이라는 소리는 이해하기 쉽지 않아도 이렇게 전세계 빈민들 중 1/3이, 즉 17명 중에서 6명이 중국과 인도 사람이라는 것은 정말 피부에 와닿지 않나. 이것은 자기 문제에만 매몰되어 자신이 얼마나 축복을 받은 존재인지를 망각하고 사는 사람들에게 다시금 일깨워주는 구실을 한다.

 

나는 빈민이 아닌 도시 사람 11명에 속하고, 자연재해의 위험에 놓여있지 않는 25명 중의 하나이고,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74명이고,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먹을 수 있는 82명 중의 하나이다. 내가 아이였을 때도 총 28명 중에서 일하지 않는 24명에 속하였고, 초등학교에 다닐 수 있었던 16명이었고, 이제는 젊은 사람 18명 중에서 대학에 다닐 수 있는 2명에 속했고, 젊은 사람을 100명이라고 했을 때 일자리가 있는 86명에 속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선택받은 운이 억수로 좋은 사람이다. 내가 광활한 사막과 작열하는 아프리카에 태어나지 않아서, 깨끗한 물이 없어 죽어가는 동남아시아나 남아시아에 태어나지 않아서, 여성의 인권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서아시아에 태어나지 않아서, 하다못해 북한에서 태어나지 않아서 어찌나 감사한지... 이런 사실을 알고도 자신이 가진 처지에 대해서 불평을 할 수가 있을까. 그런데 내가 선택받은 나라에서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운이었다. 그렇다면 순전히 운이 나빠서 그런 아프리카에,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서아시아에 태어난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그들이 힘들게 사는 것은 절대 그들의 능력이 나빠서가 아니란 것을 확실히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러니까 조금 더 운이 좋은 내가 그들을 도와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면 이 책은 정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선진국에 사는 사람의 수입에서 0.7%만 투자한다면 지구의 빈곤은 해결할 수가 있다. 월급이 100달러라고 했을 때 단지 70센트이면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돈으로 100만원을 받았을 때 단지 7천원만 투자할 수 있다면 지구촌에서 못 먹어서 못 마셔서 죽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지 않는가. 단지 7천원인데...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만약 외계인이 있다면 우리 꼴을 보고 엄청 한심해 하지 않을까 하는. 한쪽에선 못 먹어서 못 마셔서 죽어가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선 너무 마셔서 너무 먹어서 죽고 있는 꼴이라니~ 이제 이런 빈곤의 악순환을 끊을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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