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 - 소통의 기술, 세상을 향해 나를 여는 방법
유정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말하는 것은 내 천직이기도 하지만, 나는 항상 말을 잘하고 싶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앞에 나가 좌중을 휘어잡으면서 말을 휘황찬란하게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부러움에 한숨을 쉬어야 했던 내게는 말 잘하는 것이 둘도 없는 큰 선물이었다. 그러나 나는 앞에만 서면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지고, 시선처리도 못하는데다가 목소리까지 모기소리만하게 나오는 터라 나는 내가 말을 잘하게 되리란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 내가 발표해야 할 시기가 가까워오면 다리가 후들거리고, 하품이 계속 나오고, 화장실이 계속 가고 싶어지는 증상을 겪고 나면 발표 내용은 절대 생각할 수가 없을 정도다. 하물며 읽어나서 책을 읽는 것조차 쉽게 되지 않았으니 말을 잘해보는 것은 영영 내게서 멀어진 줄만 알았다. 그러다가 대학에서 많은 시간 발표를 하게 되면서 의외로 노력하지 않았음에도 단상에서 쉽게 발표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말을 잘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에는 몰랐는데, 발표 전날에는 항상 머릿속으로 어떤 식으로 걸어나가서 발표를 하고 어떤 식으로 말을 풀어나갈 것인지 상상했었다. 내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사람이 잘하는 발표를 보면서 내가 꿈꾸던 것이 워낙에 많았기에 그만큼만이라도 하고 싶다는 소망 때문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전략이 상당히 주효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 외에는 발음 연습이나 연습도 하지 못할 때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좋은 결과가 있어서 지금은 발표에 대한 거대한 두려움이 조금 가신 상태이다. 그런데 내가 은연 중에 알게 된 사실 말고도 말하기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 많을 거란 생각이 든다. 약간 두려움이 가신 상태에서 머물지 말고 더 뛰어난 강의를 하고 싶다면 좀 더 배워야 하지 않을까.

 

요즘에는 말하는 것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능력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자기 표현력이 많이 강조되고 있다. 그런 세태를 반영하듯이 서울대에서도 「말하기 강의」가 많이 생기고 있다는데 내가 선택한 이 책, 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은 바로 그 강의안을 엮은 책이다. 「말하기」라는 단어를 봤을 때부터 말을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욕심에 고르게 되었는데, 이 책의 저자인 유정아 교수님은 1989년 KBS 아나운서로 입사한 경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말하기 강의에 아주 탁월한 선택이 아닌가 한다. 정확한 발음에, 이 사회의 대표적인 지성인으로 각광받는 직종이 바로 아나운서 아니던가. 그런 교수님에게서 어떤 것을 배울 수 있을까 궁금했다. 정말 나처럼 생각한 사람이 많은지 서울대에서 이 강의가 생기고부터 수강 신청이 매번 10만에 마감되었다고 하는데, 정말 놀라웠다. 목차를 보면 소통하기에 앞서 자신의 마음가짐을 바르게 해야 할 것을 당부하고 그 다음에는 말하기의 기본을 습득하게 하고나서 정보 스피치와 설득 스피치를 구별해 바르게 알고, 마지막으로 대화, 인터뷰, 토론까지의 말하기의 경우에 따라 어떻게 해야 할지 일러준다. 목차만 보면 좀 어렵겠다, 혹은 상당히 체계적이겠다 오해하기 쉬운데, 그다지 어렵지도 않고 그다지 체계적이지도 않다는 것을 미리 말해주고 싶다. 각각의 항목이 상당히 짧은 분량으로 이루어진 데다가 글의 형식이 수필같이 잔잔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기에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가장 처음이다. 말하기에 앞서서 내가 말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인데, 거기에서 자신을 인정하고 자신을 이해하기가 선행되어야 했다. 실은 말하기 싫고 남에게 자신을 드러내기 무지 싫은데, 말해야 하는 상황에 떠밀려서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남에게 말하기에 앞서서 자신을 돌아본다는 생각, 전혀 하지 못했던 나로서는 정말 신선했다. 내가 나를 정확히 모를 수 있다는 것을 이제서야 아는 것처럼 새로운 기분이랄까. 그리고 또 하나, 말의 형식은 다양하다는 것이다. 말을 유창하게 하는 것만이 말을 잘한다는 소리를 할 것 같지만, 사람마다 말을 잘하는 형식은 각기 다 다르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조근조근 말하는 것이 맞을 수도 있고, 언변이 좋아 화려하게 드러내놓는 것이 맞을 수도 있고, 카리스마 있게 강한 흡입력을 자랑하는 것이 맞을 수가 있기에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맞는 말하기 방식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말을 잘한다'고 하면 딱 한 가지의 경우말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것도 정말 놀라운 사실이다. 그 외에도 뒤로 갈수록 실제적이고 활용도가 높은 말하기 방법을 알려주는데 정말 도움이 많이 된다. 자신의 진성을 찾는 방법(이것을 찾지 못하면 목소리가 금방 쉬게 된다), 정확한 발음을 하는 방법(사실 이것은 잘 이해를 못했다), 강세와 속도와 억양에 주의하는 방법까지도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는데 사실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면서도 정확한 발음이나 억양이 안되는 나로서는 정말 감사했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나니까 교수님의 강의를 실제로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청강을 하러 가면 들을 수가 있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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