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다락방 Special edition - 내일의 성공은 꿈꾸는 자의 몫이다
이지성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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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음의 캔버스에 그린 그림을 말로 표현하면 현실이 된다. 마음의 캔버스에 그린 그림을 사진으로 표현하면 현실이 된다.

 

누구나 열심히 해서 성공한 이야기, 누군가 꿈을 꾸고 노력해서 그 꿈을 이뤘단 이야기, 화려하고 아름다운 그런 이야기를 듣길 즐겨할 것이다. 특히 나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꼭 내가 그렇게 되는 듯 착각에 빠질 수 있어서 너무나 좋아한다. 그래서 그런지 장르 불문하고 한동안 자기계발서를 즐겨 읽어더랬다. 그런데 듣기 좋은 말도 하루이틀이라고 하던가. 그런 이야기가 이제는 너무나 뻔하게 들려온다. 내 마음 속에 그런 포부와 이상이 더 이상 없어져 버려서 그런 걸까. 아마도..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자기계발서는 손에 쥐기도 싫어한다. 그런데 그렇게 뻔하게만 보이는 자기계발서 중에서 이지성 씨가 쓴 『꿈꾸는 다락방』은 달랐다. 이것은 단순히 생각하거나 명상만 한다고 잘 된다고도 하지 않으니까. 실제적인 삶을 이야기하니까, 그리고 누구나 그럴 수 있겠다는 실현가능한 삶을 이야기하니까. 그래서 그저 ’듣기 좋은 말’로 끝나지 않았던 자기계발서로 인식되는 책이다. 그런 책의 스페셜 에디션이 나왔다. 이 책은 물론 이지성 씨의 아이디어가 들어가 있지만, 대부분이 실제 이지성 씨의 R=VD공식으로 꿈을 이룬 사람들의 사연이 소개되어 있다.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듯이, 정말 많은 사연이 소개되어 있는데 정말 휘황찬란하다. 

 

그런데 내가 이지성 씨의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그가 말하는 법칙이 실현가능한 점, 인간의 능력을 믿는 점, 자신이 이루고 싶은 꿈을 이룬 것처럼 행동하고 생각하는 점도 좋긴 하지만,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선한 꿈을 꾸라고 말하는 것이다. 나쁜 마음을 먹고, 혹은 복수를 하기 위해 어떤 꿈을 향해 도약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우리가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고, 그것대로 생각을 바꾸고, 그런 사고방식으로 행동까지 바꾼다면 세상이 좋아져야 한다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점이 내겐 가장 매력적이었다. 가만 생각해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가 단지 먹고 자고 싸기 위해서만은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가. 좀더 잘 입고, 잘 자고, 잘 싸는 것은 멀리서 보면 오십보 백보가 아닐까.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 그것을 위해 한평생 아둥바둥 대는 것은 너무 허무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다. 우리는 단지 한 세상 즐기다가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노력하고 원하는 대로 놀라운 부를 이루어 그것을 선한 일에 사용한다면 우리네 인생이 좀더 의미있지 않을까. 그렇게 살아간다면 죽을 때 허무하거나 아쉽거나 무섭거나 하진 않을 것이다. 그렇게 내 인생을 산다면 얼마나 행복하고 보람을 느낄 수 있을까. 또한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그런 놀라운 부를 깨끗한 방법으로 이루자는 것도 마음에 든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는 것처럼, 우리는 수단과 목적 둘다 선하고 깨끗하게 이루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말하니까 당연히 어려워보이지 않는가. 에이~ 그걸 어떻게 해! 무슨 수로! 그런 말을 내뱉고 싶지 않는가. 그런데 바로 그렇기에, 그렇게 불가능해 보이기에 우리의 꿈이 곧바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이지성 씨도 말했듯이, 단순하고 소박한 Dreaming은 이루기가 쉽다. 하지만 인간의 운명을 바꿀 만큼 선하고 놀라운 Vivid Dreaming은 오래 묵혀야 나타날 수 있다는 진리를 안다면 아무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아도 끊임없이 VD를 한다면 우리에겐 큰 선물이 나타날 것이다. 

 

나는 다른 것보다 성취하는 삶,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삶을 살고 싶었다. 현재의 내겐 눈에 보이는 꿈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어떤 꿈을 하나 놓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달려가는 것은 나중 문제였다. 그래서 이 놀라운 선한 VD를 믿고 싶어졌다. 지금 당장 나타나지 않는다고 투정부리며 떼를 쓸 게 아니라 나 자신을 믿고, 내 꿈(앞으로 설정해야 할)을 믿고 천천히 내 운명을 바꾸는 그런 신성한 작업에 참여하고 싶다. 이 『꿈꾸는 다락방』이 100쇄 인쇄를 하게 하고 나면 아마 내 이름도 이 책이 들어가 있지는 않을까 내심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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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1 위대한 화가 - 미술계 거장들에 대한 알기 쉬운 안내서
스티븐 파딩 지음, 박미훈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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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640페이지 분량의 전체 컬러로 된 사전 같은 형식의 이 책은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권쯤 가지고 있어서 언제든지 찾아볼 수 있게 만들어진 책이다. 사실 그림이란 존재는 마음을 평안하게 만들어주는 용도나 감동을 주거나 메세지를 알리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했고, 또 진실로 그러하지만 우리의 생활에 얼마만큼의 자리를 차지할까 생각해보면 지극히 적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할 수 밖에 없다. 한 달에 한 번도 미술관에 관람하러 가지 못한 때가 허다하고, 미술관련 용어는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 태반이고, 작품 도록보다는 소설책에 더 손이 가는 것이 우리네, 아니 내 현실이니까. 또한 그런 사실을 극명하게 느끼게 해주는 단적인 증거는 바로 이 책에 있다. 소위 유명하다고 극찬을 받아 겨우 일면식만 아는 화가를 세어보려면, 열 손가락을 세 번만 꼽으면 다 해결되니 501명의 예술가들의 이름은 완전 까막눈처럼 생소했다. 게다가 내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화가들은 1800년대 사람들 뿐이니, 어찌 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아아, 내가 알고 있는 미술적 지식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었구나... 이 사실을 피부로 와닿아 느끼지 않은 사람은 아마 전공자가 아니고선 없을 줄로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과의 만남은 무척 소중하다. 뭐, 그리 얕고 넓게 알려고 노력하냐고 반문한다면 할말이야 없지만, 누구 말마따나 아는 만큼 보이듯이, 내 미술공부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미술공부가 작품과 화가를 외우는 것에서 끝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것에서부터 시작한다면 그나마 미약한 내 미술지식을 키워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책의 구성으로 본다면 중간 중간 대단한 의미를 지닌 화가들은 좀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 설명해주지만, 대부분의 화가들은 한,두 쪽에서 설명이 끝난다. 보면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동양의 화가들에 대한 분량이 극히 적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일본 화가 몇 명, 중국 화가 몇 명, 한국 화가 두 명 정도밖에는 게시되어 있지 않다. 물론 전세계적인 화가들을 아우르는 것이기에 각 나라별로 쪼갠다면 다들 별로 없을지도 모르겠으나 동양인인 내 눈에는 너무나 아쉬웠다. 적어도 김홍도나 신윤복 정도는 들어가 있어야 하지 않았나. 저자가 외국인이었기에 외국에까지 영향을 미친 사람을 중심으로 서술했다는 것쯤은 알겠지만 좀 아쉬웠다.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인다면, 유명한 화가의 작품은 꼭 게시를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는 것이다. 이 책을 만들었을 때, 저작권 때문에 비용이 꽤 많이 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우리가 누구나 아는 그런 작품은 좀 넣어주어서 내가 아는 그 화가가 바로 그 화가임을 확실히 알려주어야 할 것이 아닌가. 읽으면서 '마사초'가 내가 알고 있는 그 '마사초'인지 많이 헷갈렸다. 설명에 '그의 프레스코를 본 사람들은 너무나 입체적으로 보이는 그림 때문에 마사초가 교회의 벽에 구멍을 냈다고 생각했다'(p.38)라고 나와있기에 내가 알고 있던 그 사람이 아닐까 추측을 하긴 하는데, 『성 삼위일체, 마리아와 사도 요한 그리도 두 명의 봉헌자들』이란 그림을 실어주었다면 내가 착각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부제가 「미술계 거장들에 대한 알기 쉬운 안내서」라고 한다면 모든 화가의 대표적인 작품 하나 정도는 넣어주어야지, 이름과 설명만 있고 그의 대표적인 작품 하나도 없는 화가가 수두룩한 건 또 뭔지. 이렇게 좋은 취지로 책을 만들었다면 이왕 만드는 것 제대로 만들었어야지, 이렇게 한 것은 정말 아까운 일이다. 이런 책은 대부분 미술작품을 꽤 많이 아는 사람보다는 모르는 사람이 많이 찾기 때문에 나처럼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으리라고 본다. 하지만 이 모든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소장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여하튼 이 책 때문에 다른 책을 찾아보게 할 것만은 분명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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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예술가에게 - 성공한 예술가들이 보내는 23통의 편지
아트온페이퍼 편집부 엮음, 정아롱 옮김 / 아트북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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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나는 예술이 뭔지 모른다. 직업도 예술과 관계있는 분야도 아니고, 앞으로 그렇게 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생각하는 방식이나 살아가는 방식도 전혀 예술적이지도 않고, 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친구도 하나도 없다.

현재 소장하고 있는 예술작품이 한 점도 없으며, 앞으로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좋아하는 작품이나 예술가는 있긴 하지만 그것에 목맬 만한 열정도, 시간도,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돈도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렇게 예술과는 담을 쌓은 사람이 왜 이 책을 봤을까?

솔직히 말하면 나도 그게 궁금하다. 그래서 이 서평이 그토록 쓰고 싶었나보다.

어떤 사람은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기록하고, 어떤 사람은 써야 하는 의무감에 쓰고, 어떤 사람은 자신을 알아가기 위해 쓴다.

아마 나는 이 서평에서 마지막 이유 때문에 쓰는 걸 게다.

 

이 책은 가로 12.8cm× 세로 18.7cm의 작은 사이즈에 137페이지라는 얇은 분량의 책이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나는 이 책을 이, 삼일 걸쳐서 들고 다니면서만 읽었다. 그러니까 걷는 동안에, 버스 기다리면서, 버스 안에서만 읽었다.

가을 내음이 물씬 풍기는 거리에서 솔솔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눈으론 책에 못박힌 상태에서 걷거나 버스 안에 있으면,

씨익 웃게 되는 이 편지의 내용이 참으로 가슴에 와닿았었다. 깔끔하게 보이는 외양에서도 이 책은 마음에 쏙 들어온 책이다.

가지고 다니며 읽었더니 이 책을 보게 된 책을 읽지 않는 친구가 봐도 마음에 들었었는지 재미있겠다고 한 마디 하더라.

그럼, 예술하고는 동떨어진 사람들이 봐도 매력이 철철 넘치는 이 책의 매력이 너무나 궁금했다.

예술과는 전혀 상관 없는 사람임에도, 아니 예술과 전혀 상관 없는 사람이기에 더욱 이 책에 끌리는 걸까.

겉은 예술과 상관없이 살아가곤 있지만, 속에서는 예술적인 그 무언가에 대해 막연하게 끓어오르는 열정이 숨어있는 걸까.

 

나는 매체에서 흘러나오는 소위 말하는 현대 미술가들에게 대해서 당혹스러움, 어이없음, 몰이해, 몰상식을 느낀다.

겉으로는 현란하고 현학적인 미사여구를 끌어와서 설명을 해대지만, 절반조차도 못 알아먹는 나로서는 저들이 사기를 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대형 사기에 큐레이터나 미술학자들이 난리를 쳐대면서 대중들을 몰아가고 부추기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곤 한다.

마음이 끌려서, 혹 그림체에 관심이 있어서 그림 한,두 점을 사놓고 두고두고 보거나

마음이 가는 무명 화가의 컬렉션을 모아서 소장해두었다가 대대손손 가보로 물려주는 것은 바람직한 자세일 것이다.

그렇게 그림은, 예술은 사람들의 인생과 시간과 손때와 섞여 흘러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런데 대단한 작품에 비싼 가격이 붙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지만 이미 그 작가가 죽고 없는 상황에서 경매를 통해 비싼 값이 붙여지는 건 어떻게 봐야할까. 그린 주인이 없는 그림에 비싼 값이 붙여봤자 그 그림의 원주인이 혜택을 받지도 못하는데, 그래서 그가 더 좋은 작품을 그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도 못하는데 그러한 경매놀음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순진한 건지, 순수한 건지 나도 모르겠지만 경매에서 돈을 벌고 하는 건 내 눈엔 그리 좋아보이지 않는다.

그 돈이 원저자에게 돌아가지 않는 이상은.

좋은 작품이야 인간의 생활을 윤택하게 해주지만 그저 몇 천, 몇 억을 호가하는 그림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은 그저 허영이 아닐런지.

그래서 난 예술이라는 단어에 '호감'과 '거부'란 감정을 같이 느꼈다.

 

여기에 나오는 스물세 명의 성공한 예술가들이 하는 말을 축약하면, "예술이 곧 삶"일 거다. 그 생각은 내 생각과도 꼭 같다.

예술을 하면서 돈을 벌어먹고 살아야 하는 예술가들의 입장에서야 전시회를 열어서 작품을 파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또 노력의 대가니까.

그래서 그런 상황에 대해서 죄의식을 갖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건 자연스러운 것!!

내가 저어하는 건 그렇게 돈을 받고 파는 행위에 대해서 신경쓰다가 자신의 색깔, 자신의 역사, 자신의 소리가 변질되는 것이다.

이 말도 선배 예술가들 중 한 사람이 이야기했다. 개인의 고결함과 생각의 자유를 성공과 명예에 팔아버리지 말라고~.

젊은 예술가들이 예술가로 살아가려고 할 때 어떤 고민을 하는지, 그런 고민에 대해 성공한 예술가들이 어떤 충고를 해주는지 얘길 듣다보면 "과연 예술가답다"는 말이 절로 흘러나온다. 선배 예술가들은 자유롭게, 유쾌하게, 독설을 내뱉으면서, 따끔하게 호통치면서, 예리하게 파고들면서, 잔잔하게 자신의 역사를 풀어내면서, 엽기적으로 등의 여러 방법으로 후배들에게 길을 제시해주었다.

읽으면서 철학적으로 사유해야 할 것도 있었지만, 당차게 예술을 '하지 않을 수 없어서' 하라고 권유하는 발랄한 사람도 있었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읽을 때 너무나 유쾌했고 재미있었으며 행복했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들었다.

 

인간은 단지 예술을 하느냐 안 하느냐로 나뉘는 게 아니라 예술로 밥 벌어 먹고 사느냐와 아니냐로 나뉠 뿐이라는 걸,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나 살면서 이 세상에 무언가 도움이 되는 것이 무얼까 고민해야 한다는 걸,

자신의 인격과 자아 실현을 하는데 목숨을 다 바쳐 노력하고 또 노력해야 한다는 걸,

누구나 살아가는 것이 힘들고, 예술가로서 특별히 힘들거나 특별히 쉽거나 하지는 않는 걸, 나는 그것을 깨달았다.

내가 어떤 사람이든지, 어떻게 살아가든지 그것은 겉껍데기일 뿐이고, 그 삶 자체는 모두 다 예술이라는 그 사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은 것일 게다. 내 삶이 예술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에 이 책을 골랐던 것일 게다. 다른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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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훈의 향연 - 끝나면 수평선을 향해 새로운 비행이 시작될 것이다
한창훈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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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내가 한창훈 작가를 알게 된 것은 사계절 1318문고에서 나온 『열 여섯의 섬』을 보고서이다. 그런데 그 때 마침 동일한 출판사에서 나온 한국 작가들의 소설을 한꺼번에 읽어버린 탓에 채지민, 박상률 같은 작가들이 죄다 섞여버렸다가 나중에서야 그분들 중에서 한창훈 작가를 구별해낼 수 있었다. 그는 독특하게도 섬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쓰는 작가로 말이다. 사실은 그 안타까운 서이 이야기를 한참동안 이름도 예쁜 채지민 작가가 쓴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거의 최근에야 그것을 구별해냈던 걸로 기억한다. 섬을 휘감아 들려오는 바이올린 음율이 꼭 영화를 보는 것 마냥 떠올라서 가슴 절절하게 소설에 빠져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내용은 옛날에 읽었던 터라 다 잊어버렸지만...
 
그런 그가 이제껏 살아왔던 이야기를 풀어냈다. 작가란 존재를 한없이 괴상한 생물체라고만 여겨온 나이기에 작가에게 느꼈던 거리감이 이번 에 읽은 책으로 한 번에 단축시켜주었다. 본래 깊이가 있는 소설과는 인연을 만들지 않아온 나로서는 작가들의 수필집을 만나기는 2001년 경에 만난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이 처음이다. 서울에 이종사촌 오빠를 만나러 갔다가 들린 서점에서 가져가기 무겁고 일회성으로 끝나고 말 패션잡지를 사준다는 걸 뿌리치고 표지가 이뻐 고른 책이었다. 그 당시까지 '공지영'이란 작가를 알지도 못한 때라 그저 심상한 마음으로 수도원을 구경했더랬다. '공지영'이라는 이름이 가져오는 아우라를 벗어버리고 구경한 그 수도원 이야기에서 느낀 건, 이렇게 눈을 떼지 못하고 책에 빠져든 것을 처음었다는 것이었다. 막연히 참으로 글을 잘 쓴다..그런 느낌을 받았더랬다.
 
그런데 이번의 『한창훈의 향연』이란 수필에선 조금 달랐다. 막연히 펜 가는대로 쓴 것과 적절하게 편집이 필요한 기행문이라 그랬을 것 같지는 않다. 다만 '공지영'과 '한창훈'이 품고 있는 내음이 달랐던 것뿐.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 '공지영'에게선 수도원이란 특수한 장소를 가서 그랬을까, 몇 백년은 묵혔을 것 같은 고고한 공기 내음이 났다. 아무것도 첨가되지 않은 순수한 공기 내음이. 그런데 '한창훈'에게선 바다내음 말고는 이야기할 거리가 없다. 순수한 바다 사나이이자 바다에서 살아온 그의 인생살이에서는 '바다내음'를 빼놓고는 말할 수가 없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겠지만.
 
사람에게는 고유한 체취가 난다는 걸 일을 하면서 알았다. 일을 하면서 만나지 않을 수 없는 사람에게서 나는 체취가 내겐 역하게 느껴지면 그것만큼 고역이 없다는 것도. 더불어 나도 다른 사람에게 느껴지는 내 체취에 신경쓰이기도 했다. 특히 관심이 가는 사람을 만나다면 더욱 그렇다. 그 사람이 먹고 있는 것, 바르고 있는 것, 살고 있고 있는 곳을 민감하게 드러내는 체취이기에 만약 체취가 안 맞다면 그 사람과는 절대 사귈 수는 없는 일일 거다. 그런 의미로 내겐 '공지영'의 내음이 맞았다. 2001년도까지만 해도 각성하지 못했던 내 책사랑유전자가 아마도 몇 백년을 이어져내려왔을 것 같은 도서관이나 박물관, 혹은 수도원과는 맞아들어갔으니까.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한창훈'의 내음에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평생을 사면이 육지로 둘러싸인 곳에서 나고 살아서 여름에 휴가를 가도 산으로만 가고싶은, 그렇게 바다와는 별로 친하지 않는 나이기에 어쩐지 바다가 신선해보였으니까. 태어나서 바라본 먼 곳이라곤 아득한 수평선 뿐이고, 둘러보는 곳마다 물이 있는, 비릿한 냄새가 떠돌아다니는 그런 섬 생활이란 내겐 동경 그 자체다.
 
그러나 너무 심하게 동경의 대상이어서 그럴까. 육지인들이 섬을 동경해서 섬에 들어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육지가 그리워 섬을 뛰쳐나가는 것이? 이상과 현실은 분명 동떨어져 있는 부분이 많겠지만, 그렇기에 우리가 꿈꿀 수 있는 대상이 있는 것이 아닐까. 그 현실과 이상 간의 괴리 때문에 더 아름다운 것이 동경이니까. 맞다. 그래서 난 내게 없는 '한창훈'의 바다내음을 동경한다. 물의 비린내도 싫어하고, 생선의 비린내는 더 못 참는 나로서는 바다에 사는 것은 꿈도 못꿀이지만, 초등학생 무렵에 친척들이랑 같이 간 마산에서 막 캐 바닷물에 굴껍질을 씻어내 먹었던 굴맛도 잊지 못하기에. 그의 책을 보며 느꼈다. 바다의 삶은 이렇구나, 자연의 축복과 위협을 동시에 맞아들이는 일이구나, 바다사나이의 삶이란 이렇구나, 낚시대 하나만 드리우면 먹을 것은 걱정없는 그런 삶이구나,,,
 
이 책엔 내가 그를 처음 알게 된 소설 『열 여섯의 섬』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소설 속에서 아름답다 감탄하던 '서이'란 이름이 어떤 연유에서 나온 것인지 그 가슴 저린 사연을 말이다. 친구 편에서 알게 된 한 사내의 딸애 이름이 '서이'였는데 그 이름의 사연이 씁쓸하다.
 
"뭔 특별한 이유가 있었간디요. 솔직히 셋째까지 딸을 낳아서 영 섭섭합디다.
그래서 한문 맞춰 이름 짓기도 귀찮아서 그냥 서이라고 했소. 하나, 둘 서이, 너이, 하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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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가슴이 아렸다. 아름다운 이름이 아니었던 것이다.
사투리로 숫자를 셀 때 하던 말. 단순한 숫자 셋. 이름 하나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존재. 그러자 내 여자 동창들이 떠올랐다. (P. 32)
 
그러고 보면 한창훈은 페미니스트이다. 남자로 태어나서 몰랐을 수도 있는 불평등한 여자의 세계를 그는 낱낱이 안다. 아니, 느낀다. 그런 작은 것에 아파하고, 귀를 열어주고, 안아주는 바다 사나이이기에 아마도 그가 글을 쓰는 사람이 되지 않았나 싶다. 세상에 화려하고 힘이 세고 아름다운 것에는 말을 굳이 하지 않아도 많은 시선들이 와 달라 붙는다. 하지만 작고 단조롭고 힘이 없는 것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말을 해주는 사람이 없다면 아무도 알아채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모든 글쟁이들은 작고 약한 것에 공감하는 감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런지.
 
소설 『열 여섯의 섬』이 아름답고 감성적이었기에, 섬에 와 외로움에 지친 여성의 심리를, 그것을 바라보는 열여섯 살 난 여자 아이의 심리를 예사롭지 않게 그렸기에 나는 작가도 감성적이고 여린 사람인 줄 알았었다. 물론 한창훈 작가는 작고 연약한 것에 무한히 공감대를 이룰 정도로 감성적이고 여리기는 하지만 내가 생각한 그런 여리여리한 인물은 아니였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바다에서 하는 막노동도 거뜬히 해내고마는 진정 사나이었다는 것은 소설 속에서는 절대 엿볼 수 없는 일이었으니, 나는 그의 수필집 『한창훈의 향연』을 만날 것을 대견스레 생각한다. 잘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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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희망을 쓰다 - 루게릭과 맞서 싸운 기적의 거인 박승일의 희망일기
박승일.이규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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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이렇게나 발전했음에도 아직까지 정복되지 않는 불치병이 많다. 그 중 하나가 루게릭병이다. 이 병의 공식 명칭은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이나 1930년대 메이저리거인 루이스 게릭 선수가 이 병으로 38세에 요절하면서 '루게릭병'이란 별칭으로도 불려진다. 그런데 내겐 루게릭 병이라고 하면 유명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떠올라서 그다지 심각하지는 않는 병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는 아직까지도 끊임없이 연구하지 않는가! 물론 그가 몸을 많이 사용하는 직종에 있는 것은 아니여서 제 전공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탓이기도 하고, 또 그의 호흡기는 여타의 루게릭 병과 달라 제 스스로 숨도 쉴 수 있고, 인간이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의사소통하는 것도 어렵지는 않았던 탓에 그렇게 단순하게 제 3자의 입장에서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또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은 어떤가!! 화요일마다 제자인 미치 엘봄이 갈 때마다 주옥같은 말씀을 해 주실 수 있었지 않았나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니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암담하다못해 바라보기에 참혹할 수준이다. 가장 힘겨운 것은 아무래도 간병인과 환자간의 의사소통이 안된다는 것이다. 정신은 오롯이 살아있는데 꺼져가는 육체 안에서 무기력하게 세상을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환자들 입장에서는 얼마나 힘겨울까! 그리고 혼자서는 숨도 쉬지 못하고 혹여 잘못해서 기도가 막히면 몇 분 사이로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환자를 간병해야 하는 가족들은 또 얼마나 힘겨울까! 혹 지옥이 이런 모양일까...?
 
루게릭병에 걸리면 혼자서 몸을 움직일 수 없기에 간병인은 자다가도 2시간에 한 번씩 몸을 돌려줘야 하고, 혹 기도가 막히지는 않았는지, 사레가 걸리지는 않았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 가래를 빼는 것도 수십 번을 반복해야 하는 병이기에 간병인은 24시간 옆에 붙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간병인 하나 쓰는데 100만원이 드는데도 불구하고 15만원만 지원해준다고 한다. 그것도 간병인 측에서 루게릭 환자는 거절하니 그 돈을 직접 환자 가족에게 준다면 훨씬 유용하지 않을까... 그리고 혼자서는 숨 쉴 수 없기에 부착하는 인공호흡기를 대여하는 것만도 80만원이나 드는데 이것을 어찌 감당할 수 있을까. 그나마 이것은 한국ALS협회 부회장이던 김진자 씨에 의해 정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게 되었지만, 돈이 들어갈 구멍은 많은데 나올 구멍이 없는 이 상황에서 얼마나 힘들까... 이 병은 발병하면 언제고 죽을 병이라는데 경제활동을 하는 가족이 하나도 없다면 환자 이외의 가족들도 희망이 없는 셈이다. 그래서 이 책의 주인공 박승일 씨는 루게릭병을 가리켜 "물귀신"이라고 불렀다. 가족들까지 피말려 죽음까지 불러들이는 물귀신이라고...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에 보면 모리 박사가 촛불에 빗대어 루게릭병을 설명하는데, 그 책을 읽은 박승일 씨가 단호하게 말했다는 것이다. 촛불은 자신을 태워 다른 사람을 비추는데 루게릭은 다른 가족들을 다 전멸하게 한다고... 사실 미국에선 루게릭병에 걸리면 하루에 세 번씩이나 전문간병인이 돌봐주기에 가족경제가 무너지는 일은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간병인 비용부터 온갖 기구와 기계를 사용하는데 드는 비용도 다 제 손으로 지불해야 하니, 누구 하나 돌봐주는 가족이 없는 사람은 죽을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2002년 '국내 최연소 농구 코치'로 발탁되어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박승일 씨가 루게릭병을 진단받고 투병했던 과정, 루게릭병의 홍보활동을 한 이야기를 이규연 기자의 손으로 나온 책이다. 책의 후반부에도 나오지만, 박승일 씨가 죽기 전에 루게릭 전문 민간요양소 건립을 위해 조금이라도 보태려고 이 책을 빨리 출간해달라고 재촉하는 장면이 있다. 그 때까지 책의 1/5 분량밖에 확보하지 못했던 것을 어쩜 이렇게 잘 꾸려냈는지 읽으면서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아마 박승일 씨도 이 책을 보면 흡족하지 않을까? 그런데 책에 나온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맞지 않는 박승일 씨의 메일을 보고 궁금했던 건 어떻게 루게릭을 앓고 있는 환자가 메일을 쓸까 하는 것이었는데, 처음엔 안구마우스를 통해 눈으로 깜박이는 걸로 글을 썼다고 한다. 그런데 나중에는 안타깝게도 어떤 일로 충격을 받고 눈조차 움직일 수 없어 안구마우스조차 쓸 수 없게 되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나처럼 강 건너 불구경하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이면 꽤 많은 돈이 될텐데, 네이버에서 콩으로 후원하는 「해피빈 」캠페인에서도 박승일 씨의 민간요양소가 나왔으면 좋겠다 싶다. 이 책에서도 나왔지만 진짜 백혈병이나 심장병이나 수재민 같이 자주 생기는 질병이나 재난에 대해서는 기금 모금하는 자리가 자주 생기는데 이렇게 잘 알려지지 않은 난치병에 대해서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번에 나온 영화 「내 사랑 내 곁에」에서 배우 김명민 씨가 20kg 이상 살을 빼고 루게릭 환자로 열연한 덕에 조금은 더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일단 이 책이 원작이라니까 꼭 보길 바란다. 자신이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지 감사하다는 소리가 절로 나올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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