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1 위대한 화가 - 미술계 거장들에 대한 알기 쉬운 안내서
스티븐 파딩 지음, 박미훈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640페이지 분량의 전체 컬러로 된 사전 같은 형식의 이 책은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권쯤 가지고 있어서 언제든지 찾아볼 수 있게 만들어진 책이다. 사실 그림이란 존재는 마음을 평안하게 만들어주는 용도나 감동을 주거나 메세지를 알리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했고, 또 진실로 그러하지만 우리의 생활에 얼마만큼의 자리를 차지할까 생각해보면 지극히 적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할 수 밖에 없다. 한 달에 한 번도 미술관에 관람하러 가지 못한 때가 허다하고, 미술관련 용어는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 태반이고, 작품 도록보다는 소설책에 더 손이 가는 것이 우리네, 아니 내 현실이니까. 또한 그런 사실을 극명하게 느끼게 해주는 단적인 증거는 바로 이 책에 있다. 소위 유명하다고 극찬을 받아 겨우 일면식만 아는 화가를 세어보려면, 열 손가락을 세 번만 꼽으면 다 해결되니 501명의 예술가들의 이름은 완전 까막눈처럼 생소했다. 게다가 내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화가들은 1800년대 사람들 뿐이니, 어찌 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아아, 내가 알고 있는 미술적 지식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었구나... 이 사실을 피부로 와닿아 느끼지 않은 사람은 아마 전공자가 아니고선 없을 줄로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과의 만남은 무척 소중하다. 뭐, 그리 얕고 넓게 알려고 노력하냐고 반문한다면 할말이야 없지만, 누구 말마따나 아는 만큼 보이듯이, 내 미술공부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미술공부가 작품과 화가를 외우는 것에서 끝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것에서부터 시작한다면 그나마 미약한 내 미술지식을 키워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책의 구성으로 본다면 중간 중간 대단한 의미를 지닌 화가들은 좀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 설명해주지만, 대부분의 화가들은 한,두 쪽에서 설명이 끝난다. 보면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동양의 화가들에 대한 분량이 극히 적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일본 화가 몇 명, 중국 화가 몇 명, 한국 화가 두 명 정도밖에는 게시되어 있지 않다. 물론 전세계적인 화가들을 아우르는 것이기에 각 나라별로 쪼갠다면 다들 별로 없을지도 모르겠으나 동양인인 내 눈에는 너무나 아쉬웠다. 적어도 김홍도나 신윤복 정도는 들어가 있어야 하지 않았나. 저자가 외국인이었기에 외국에까지 영향을 미친 사람을 중심으로 서술했다는 것쯤은 알겠지만 좀 아쉬웠다.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인다면, 유명한 화가의 작품은 꼭 게시를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는 것이다. 이 책을 만들었을 때, 저작권 때문에 비용이 꽤 많이 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우리가 누구나 아는 그런 작품은 좀 넣어주어서 내가 아는 그 화가가 바로 그 화가임을 확실히 알려주어야 할 것이 아닌가. 읽으면서 '마사초'가 내가 알고 있는 그 '마사초'인지 많이 헷갈렸다. 설명에 '그의 프레스코를 본 사람들은 너무나 입체적으로 보이는 그림 때문에 마사초가 교회의 벽에 구멍을 냈다고 생각했다'(p.38)라고 나와있기에 내가 알고 있던 그 사람이 아닐까 추측을 하긴 하는데, 『성 삼위일체, 마리아와 사도 요한 그리도 두 명의 봉헌자들』이란 그림을 실어주었다면 내가 착각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부제가 「미술계 거장들에 대한 알기 쉬운 안내서」라고 한다면 모든 화가의 대표적인 작품 하나 정도는 넣어주어야지, 이름과 설명만 있고 그의 대표적인 작품 하나도 없는 화가가 수두룩한 건 또 뭔지. 이렇게 좋은 취지로 책을 만들었다면 이왕 만드는 것 제대로 만들었어야지, 이렇게 한 것은 정말 아까운 일이다. 이런 책은 대부분 미술작품을 꽤 많이 아는 사람보다는 모르는 사람이 많이 찾기 때문에 나처럼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으리라고 본다. 하지만 이 모든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소장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여하튼 이 책 때문에 다른 책을 찾아보게 할 것만은 분명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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