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예술가에게 - 성공한 예술가들이 보내는 23통의 편지
아트온페이퍼 편집부 엮음, 정아롱 옮김 / 아트북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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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나는 예술이 뭔지 모른다. 직업도 예술과 관계있는 분야도 아니고, 앞으로 그렇게 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생각하는 방식이나 살아가는 방식도 전혀 예술적이지도 않고, 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친구도 하나도 없다.

현재 소장하고 있는 예술작품이 한 점도 없으며, 앞으로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좋아하는 작품이나 예술가는 있긴 하지만 그것에 목맬 만한 열정도, 시간도,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돈도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렇게 예술과는 담을 쌓은 사람이 왜 이 책을 봤을까?

솔직히 말하면 나도 그게 궁금하다. 그래서 이 서평이 그토록 쓰고 싶었나보다.

어떤 사람은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기록하고, 어떤 사람은 써야 하는 의무감에 쓰고, 어떤 사람은 자신을 알아가기 위해 쓴다.

아마 나는 이 서평에서 마지막 이유 때문에 쓰는 걸 게다.

 

이 책은 가로 12.8cm× 세로 18.7cm의 작은 사이즈에 137페이지라는 얇은 분량의 책이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나는 이 책을 이, 삼일 걸쳐서 들고 다니면서만 읽었다. 그러니까 걷는 동안에, 버스 기다리면서, 버스 안에서만 읽었다.

가을 내음이 물씬 풍기는 거리에서 솔솔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눈으론 책에 못박힌 상태에서 걷거나 버스 안에 있으면,

씨익 웃게 되는 이 편지의 내용이 참으로 가슴에 와닿았었다. 깔끔하게 보이는 외양에서도 이 책은 마음에 쏙 들어온 책이다.

가지고 다니며 읽었더니 이 책을 보게 된 책을 읽지 않는 친구가 봐도 마음에 들었었는지 재미있겠다고 한 마디 하더라.

그럼, 예술하고는 동떨어진 사람들이 봐도 매력이 철철 넘치는 이 책의 매력이 너무나 궁금했다.

예술과는 전혀 상관 없는 사람임에도, 아니 예술과 전혀 상관 없는 사람이기에 더욱 이 책에 끌리는 걸까.

겉은 예술과 상관없이 살아가곤 있지만, 속에서는 예술적인 그 무언가에 대해 막연하게 끓어오르는 열정이 숨어있는 걸까.

 

나는 매체에서 흘러나오는 소위 말하는 현대 미술가들에게 대해서 당혹스러움, 어이없음, 몰이해, 몰상식을 느낀다.

겉으로는 현란하고 현학적인 미사여구를 끌어와서 설명을 해대지만, 절반조차도 못 알아먹는 나로서는 저들이 사기를 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대형 사기에 큐레이터나 미술학자들이 난리를 쳐대면서 대중들을 몰아가고 부추기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곤 한다.

마음이 끌려서, 혹 그림체에 관심이 있어서 그림 한,두 점을 사놓고 두고두고 보거나

마음이 가는 무명 화가의 컬렉션을 모아서 소장해두었다가 대대손손 가보로 물려주는 것은 바람직한 자세일 것이다.

그렇게 그림은, 예술은 사람들의 인생과 시간과 손때와 섞여 흘러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런데 대단한 작품에 비싼 가격이 붙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지만 이미 그 작가가 죽고 없는 상황에서 경매를 통해 비싼 값이 붙여지는 건 어떻게 봐야할까. 그린 주인이 없는 그림에 비싼 값이 붙여봤자 그 그림의 원주인이 혜택을 받지도 못하는데, 그래서 그가 더 좋은 작품을 그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도 못하는데 그러한 경매놀음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순진한 건지, 순수한 건지 나도 모르겠지만 경매에서 돈을 벌고 하는 건 내 눈엔 그리 좋아보이지 않는다.

그 돈이 원저자에게 돌아가지 않는 이상은.

좋은 작품이야 인간의 생활을 윤택하게 해주지만 그저 몇 천, 몇 억을 호가하는 그림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은 그저 허영이 아닐런지.

그래서 난 예술이라는 단어에 '호감'과 '거부'란 감정을 같이 느꼈다.

 

여기에 나오는 스물세 명의 성공한 예술가들이 하는 말을 축약하면, "예술이 곧 삶"일 거다. 그 생각은 내 생각과도 꼭 같다.

예술을 하면서 돈을 벌어먹고 살아야 하는 예술가들의 입장에서야 전시회를 열어서 작품을 파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또 노력의 대가니까.

그래서 그런 상황에 대해서 죄의식을 갖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건 자연스러운 것!!

내가 저어하는 건 그렇게 돈을 받고 파는 행위에 대해서 신경쓰다가 자신의 색깔, 자신의 역사, 자신의 소리가 변질되는 것이다.

이 말도 선배 예술가들 중 한 사람이 이야기했다. 개인의 고결함과 생각의 자유를 성공과 명예에 팔아버리지 말라고~.

젊은 예술가들이 예술가로 살아가려고 할 때 어떤 고민을 하는지, 그런 고민에 대해 성공한 예술가들이 어떤 충고를 해주는지 얘길 듣다보면 "과연 예술가답다"는 말이 절로 흘러나온다. 선배 예술가들은 자유롭게, 유쾌하게, 독설을 내뱉으면서, 따끔하게 호통치면서, 예리하게 파고들면서, 잔잔하게 자신의 역사를 풀어내면서, 엽기적으로 등의 여러 방법으로 후배들에게 길을 제시해주었다.

읽으면서 철학적으로 사유해야 할 것도 있었지만, 당차게 예술을 '하지 않을 수 없어서' 하라고 권유하는 발랄한 사람도 있었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읽을 때 너무나 유쾌했고 재미있었으며 행복했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들었다.

 

인간은 단지 예술을 하느냐 안 하느냐로 나뉘는 게 아니라 예술로 밥 벌어 먹고 사느냐와 아니냐로 나뉠 뿐이라는 걸,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나 살면서 이 세상에 무언가 도움이 되는 것이 무얼까 고민해야 한다는 걸,

자신의 인격과 자아 실현을 하는데 목숨을 다 바쳐 노력하고 또 노력해야 한다는 걸,

누구나 살아가는 것이 힘들고, 예술가로서 특별히 힘들거나 특별히 쉽거나 하지는 않는 걸, 나는 그것을 깨달았다.

내가 어떤 사람이든지, 어떻게 살아가든지 그것은 겉껍데기일 뿐이고, 그 삶 자체는 모두 다 예술이라는 그 사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은 것일 게다. 내 삶이 예술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에 이 책을 골랐던 것일 게다. 다른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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