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사회와 그 적들 - 좋은 시민들이 들려주는 우리 사회 이야기
김두식 외 지음 / 알렙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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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포퍼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이란 책은 보지 못했지만 그 내용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차에 이 책이 등장했다. 그 제목에서 풍기는 도발적인 메시지가 마음에 들었고, 불량 사회에 대해 과연 적으로 행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책을 들었다. 책을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이 사회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나로선 큰 수확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실제로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의식적인 노력으로 사회에 대해 비판적인 견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나 의도적으로 애매모호한 행보를 하면서 사회 전반에 자극을 주는 사람도 있고, 진보와 보수에 대해 날카롭게 직언하며 앞으로의 한국 사회의 미래에 대해 설파하는 사람도 만나볼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단연 두드러진 발언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바로 윤희정 씨였다. 아직 파릇파릇한 20대 학생으로, 엄기호 씨가 쓴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에 대해서 인터뷰하는 자리에 20대를 대표하여 나오게 되었단다. 여기에 등장한 발언자들은 일단 어느 정도 살기가 괜찮은, 좋은 스펙이나 실력을 갖춘 사람이었고 나이도 어느 정도 완숙해진 상태이지만 20대 대표로 나온 윤희정 학생은 치열한 현실을 살아내고 있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어린 청춘이기에 그녀의 발언이 더 값지게 느껴졌다. 액면가로 보면 내가 훨씬 많이 먹었지만 생각하는 수준을 본다면 그녀가 훨씬 어른스러울 정도로, 요즘 나는 현실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지도 않아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한창 이슈가 되었던 ‘88만원 세대’란 명칭에 대해서도 그들이 생각하는 바를 솔직하게 들을 수 있었다.

 

명문대 학생으로서 멋있게 자퇴를 하고 유명 시민단체로 행보를 계속하면서 책까지 낸 김예슬 학생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그것은 명문대 학생이기 때문에 가능한 행동이란 그들의 생각이 놀라웠다. 그렇게 자퇴를 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해본 적이 없었던 나로선 그저 김예슬 학생이 멋있게만 보였는데 그런 폼 나는 행동 하나도 학벌이 받쳐줘야 가능하다고 생각할 만큼 우리나라의 중고등학생들은 어린 시절부터 이미 많은 상처를 받아왔다는 것이 슬펐다. 나는 단지 그렇게 깨어있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없어서 많은 대학생들이 수동적으로 반응만 할 뿐이라고 나를 기준으로 그들을 매도했었는데 그것이 아니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감탄했고, 한편으론 미안했다. 20대들을 돈독 오른 세대라고 말할 때도, 그들은 겨우 소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해 그렇게 발버둥치는 것뿐이란 것을 알면서도 잊고 있었던 것을 다시금 이 책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결국 20대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사고와 철학의 부재를 겪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훌륭한 소시민이 되지도 못하면서 이런 생각조차 갖고 있지 않은 나를 바라볼 때 정말 생각이 없이 사는구나 싶다. 윤희정 학생이 했던 발언 중에 가장 압권이었던 점은 정치에 관심 없는 20대를 주제로 이야기할 때였다. 486(386)세대들이 정치에 관심없는 20대들에게 대해 한심하게 생각하지만, 오히려 1980년대에 대학을 다녔던 486세대들이 자신의 경험에만 갇혀 민주주의를 제대로 포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니냔 반론을 제기하는 것을 들었을 때 요즘 20대들은 희망이 있단 생각이 들었다. 물론 모든 20대가 이런 통찰력을 보여주진 못하겠지만 이렇게 의식있는 20대들이 많아진다면 충분히 우리 사회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생각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과거 486세대 때의 자유란 정치적 의미의 자유였다. 박정희 독재 정권이나 5.18 민주화 항쟁을 생각하면 그 평가는 당연하다. 하지만 현대의 자유란 경제적 자유를 함의한다. 정치적으로 자유를 얻기 위해서라도 경제적 자유를 확립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최소한의 정치적 자유라도 쟁취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그런 이야기를 마음껏 듣고 생각할 수 있어서 평소 코앞의 문제만 생각할 때와는 달리 내 의식도 조금 넓어진 듯 싶다. 하지만 역시 한두 번 읽는 것만으론 쉽사리 내 의식이 넓어지진 않는다. 좀 더 깊이 생각하고 좀 더 고민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누군가가 말했던 것처럼 고민하는 힘이 있어야 우리 현실을 좀 더 명확하게 보고 동물에서 괴물로 변하지 않도록 자신을 지키고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도록 우리를 희생하는 일을 감당할 수 있겠다. 이것은 다른 책에서 봤던 것인데, 우리 사회에 대해서 고민해야 희생할 수 있고, 그런 큰 대의를 위해서는 큰 희생도 그리 크고 힘들게 여겨지지 않는다. 바로 그런 힘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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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기의 삼장 법사, 실크로드에서 진리를 찾다 실크로드로 배우는 세계 역사 1
프리실라 갤러웨이.돈 헌터 지음, 양녕자 옮김 / 아카넷주니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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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는 역사서에서 무슨 문물이 들어오기만 하면 심심풀이처럼 거론되는 이름 중의 하나이다. 사실상 사막을 헤치며 물건을 팔러 간다는 것은 목숨을 담고 하는 일임에 분명한데도, 우리는 아주 손쉽게 이 단어를 말하고 들어왔다. 신라 시대의 유물로 발견된 황금 보검도 신라 양식이 아니라 로마네스크 양식인 것을 볼 때 지금으로부터 1500년 전에도 로마에서까지 교류가 있었다는 증명하는데, 정말 놀랄만한 일이다. 지금도 건너가기 어려운 사막 지대를 1500년 전에 목숨을 걸고 물건을 사고 팔았던 인간의 욕망이나 집착은 가히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그 당시에 어떤 연유로 목숨을 걸 생각을 했는지 완전히 추측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을 보면 하나의 실마리를 얻을 수는 있을 것이다. 중국의 유명한 소설인 『서유기』에 등장하는 삼장 법사는 실존 인물인데, 소설에 등장한 것만큼 약하거나 나이 들지 않았다는 증거가 있다. 2미터 가량 되는 키만 봐도 그런데 덩치가 큰 사람이었기에 실크로드를 다녀오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강인하고 열정적이였던 그의 원래 이름은 현장이지만, 세 가지 불경을 다 통달했다고 해서 ‘삼장법사’라고 불린다. 그는 유학자 집안에서 태어나 불교를 받아들여 승려가 되었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인도에서 받아들인 불교 경전이 상당히 혼란스러운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인도어인 산스크리트 어로 기록된 원전을 번역한 책마다 서로 내용이 다르기도 했고, 오랜 시간 구전되다가 나중에 글로 옮겨져 그 내용이 확실하지 않은 것이 많았던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던 삼장은 자신이 인도로 가서 원전을 구해서 스스로 번역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고 그것이 그의 실크로드 여행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신체를 단련하고 명상으로 마음을 가다듬고 산스크리트 어를 공부하는 등 나름의 준비를 다 마치고 나서 황제의 허락을 받고자 했지만, 당나라의 젊은 황제인 태종은 실크로드의 주된 지역인 동돌궐과 전쟁 중였던 관계로 중국 국경을 막아버리고 말았다. 어떻게든 진리를 확실히 알고자 했던 삼장은 황제의 허락 없이 인도로 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힘든 걸음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런 구도의 길을 걸으면서 목숨의 위협을 받지 않을 수가 있나. 처음부터 자신을 안내해줄 사람부터가 강도였으나 자신의 재치로 위기를 모면하고 운 좋게도 서역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다섯 봉화대 중 불교도인 첫 번째 봉화대의 사령관을 만나 큰 도움을 받게 되었다. 진리를 위해 길을 떠나는 사람에 대해서 큰 분노와 살해의지를 품기란 어렵기 마련인가 보다. 실제로 강도를 만나게 되더라도 자신이 구도자임을 밝히고 선물을 줄 테니까 목숨만을 살려달라고 하면 백이면 백 선물만 받고 아량을 베풀어주는데, 이를 이용해 카라반이라는 상인들의 무리에서도 한, 두 명씩은 승려들과 같이 길을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16년에 걸쳐서 그는 당나라를 떠나 ‘한번 들어가면 나오지 못하는 곳’이란 뜻을 지닌 타클라마칸 사막을 지나 파미르 고원에 위치한 사마르칸트를 거쳐 인도에 갔다가 다시 되돌아 둔황을 거쳐 당나라의 장안으로 돌아왔다. 그는 지나오면서 만났던 지형들, 기후들, 각각 나라들의 풍습과 문화들을 꼼꼼히 기록했고 많은 대칸(왕)들과 친분을 유지할 수 있었다. 불교라고 하는 종교를 믿는 대칸들은 물론이고 딱히 불교에 관심이 없던 대칸들이라도 삼장이 설법을 전파하고 사람들이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을 보곤 감동하여 많은 돈과 호위병들과 선물들을 주어 그가 인도까지 무사히 도착하는데 아낌없는 도움을 주었다. 이것이 종교의 힘이 아닐까 싶었다.

 

진리를 위해 목숨까지 걸었던 한 구도자의 여정은 결국 당태종이 요구한 『대당서역기』라는 책으로 편찬되었고, 그 이후에 19년이란 세월동안 그는 인도의 경전을 번역하는데 평생을 바치게 된다. 삼장의 이런 노력이 동북아시아의 정신을 하나로 모으게 하는 불교로 성장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당나라뿐만 아니라 고려와 저 멀리 일본까지 중국의 불교가 주는 영향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 힘의 뒷배경은 이렇게 목숨을 걸었던 한 구도자가 있었던 것이다. 실크로드는 물건만 전파되는 통로였는 줄만 알았더니 이렇게 정신적인 부분까지도 전파되었던 아주 중요한 통로였던 것이다. 예전에 노자의 「도덕경」이 서역의 종교와 비슷한 내용이 있는 것에서 착안하여 아마도 실크로드를 통해 정신적인 사상까지도 교류된 것이 흔적으로 남아있는 것이란 독특한 시각의 책을 본 적이 있다. 동양적인 사고로 똘똘 뭉쳐있다고만 생각했던 「도덕경」이지만 그렇게 생각해보니 서양의 기독교와 비슷한 구석도 더러더러 보였던 것이 참 신기하게 여긴 적이 있었는데, 어느 정도의 가능성은 있을 법한 이야기인 듯 싶다. 불경을 구하러 중국에서 인도로 갈 수 있었더라면 기독교란 종교도 멀리 멀리 중국 땅에 도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동양과 서양을 잇는 실크로드는 그래서 매혹적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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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 Model - Wannabe Style
에스팀 지음 / 살림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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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에서 내놓으라 하는 탑 모델들이 대거 등장하셨다. 일반인들의 눈에는 어딘가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지닌 탑 모델에 대해 알고 싶었던 것들을 낱낱히 파고들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물론 나는 드라마〈커피프린스 1호점〉에 출연했던 배우 김재욱을 보기 위해서 이 책을 읽게 되었지만 다 읽고 난 뒤에는 마지막에 등장한 패션 크리에이터 지현정에게 반해버렸다. 다른 분들도 상당히 강한 인상과 모델로서의 뛰어난 자질을 알려주었지만 팔색조로 변신하는 지현정 씨야말로 모델로서의 그 본분에 충실한 것 같아 마음에 쏙 들었다. 이 책을 보기 전에도 분명 본 적이 있는 얼굴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미소년에서부터 팜므파탈까지 자연스럽게 변신할 수 있는 그녀이기에 소년으로 착각하지는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내가 만약 모델이 된다면 딱 지현정 씨처럼 표현해야 할 딱 그 모습을 드러내는 카멜레온 같은 모델이 되고 싶다. 자신은 없어지고 무드를 최대한 이끌어내서 사진작가의 의도대로 딱딱 만들어낼 수 있는 모델이라면 어느 누가 싫겠나. 장윤주 씨도, 송경아 씨도, 한혜진 씨도 다 멋지고 아름답고 모델계에서 한 획을 그은 사람이라는 것이 충분히 전해지지만, 내 눈에 들어온 사람은 바로 지현정 씨이다. 외국 무대에 나간 적은 없어도 다양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은 평소에도 끊임없이 다양한 경험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 매순간 자신을 버리고 다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만큼 매력적인 일이 없을 것 같아 부러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각각 모델들의 프로필에서부터 그들이 모델을 시작했을 당시와 잘 나가던 때와 현재진행형의 모습이 드러난다. 예를 들면, 장윤주 같은 경우 처음 모델 학원에서 2년동안 워킹만 했을 정도로 왜소한 체구로 가망성이 없는 모델지망생이었는데 6개월 동안 꾸준히 수영을 하면서 어깨가 벌어지고 몸매가 잡히는 등 완벽한 비너스 몸매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어느 순간 다리가 길고 워킹을 잘한다는 소리를 듣게 되면서 잃었던 자신감을 찾아 첫 무대부터 이름을 날릴 수 있었단다. 신인 모델이 진태옥 디자이너 쇼에 1번 옷을 입고 데뷔를 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그녀는 한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모델이 될 수 있었다. 그것은 체구가 작고 키도 작다는 이유로 열등감만 똘똘 뭉쳐있던 지난 세월을 끈기로 무장한 그녀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 아닐까. 또한 모델계의 신데렐라와 같은 한혜진도 빼놓을 수 없겠다. 원래 그림을 해서 예고 준비를 하다가 입시에서 떨어진 그녀는 엄마가 몰래 지원서를 내는 바람에 모델 오디션에 오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모델 에이전시의 눈에 들어 무한히 설득을 당한다. 공부도 잘했고 그림에 대한 생각도 있던 터라 모델계에 대한 관심이 없었던 그녀는 모델을 하기까지 6개월간의 설득이 필요했다. 몸매가 어깨가 떡 벌어지고 팔다리가 비정상적으로 길어 팔이 허벅지 중간까지 내려오는 등 13세 소년의 서양인 몸매라서 어딜 가서도 찾을 수 없는 원석이었다. 그러나 모델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는 아이를 데려오니 배우는데 있어 다른 사람들보다 출발이 늦었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수능을 본 이후에는 스스로 노력하여 모델로서의 표현력을 확실히 발휘해내는 저력을 갖추었다.

 

여기에 등장하는 모델들은 국내든 국외든 모델계의 한 획을 그은, 사방팔방에서 러브콜이 쏟아져들어오는 이들이다. 그러니 그들의 실력은 국내에서는 2등하라면 서러울 정도의 모델들이라 이들의 스타일만 봐도 우리 모델계의 흐름까지도 볼 수 있다. 누구나 알다시피 이소라나 박둘선 같이 서구형의 마스크를 가진 모델들이 대세를 이루다가 장윤주가 데뷔할 때만 해도 모델계가 오리엔탈리즘에 빠져있던 시기라 작고 선이 예쁘지만 동양적인 외모를 가진 장윤주가 각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송경아의 경우도, 동양인이지만 서구적인 턱선과 비교적 하얀 피부가 그녀를 돋보이게 했다. 이 둘은 뉴욕의 러브콜까지 받아 뉴욕에서도 활동했는데 그녀들이 모델의 뉴욕 진출 선구자일 수 있겠다. 그녀들이 탄탄히 다져놓은 덕분에 후배들이 계속적으로 진출할 수 있게 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뉴욕 모델계는 무심코 건네 받은 생수 한 병도 월급에서 빠져나갈 정도로 모델을 부속품으로 여기는 살벌한 동네이다. 그런 곳에서 제 일을 하고 제 이름을 알릴 정도로 버틴다는 것만 봐도 대단하지 않은가. 그러다가 둘의 장점을 골고루 섞어놓은 듯한 한혜진이 등장해서 모델계를 뒤집어놓게 된다. 이렇듯 모델계도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이런 모델계에 대해서는 잘은 모르지만, 이런 소소한 에피소드를 읽는 것은 너무나 재미있었다. 특히 환상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분야에 대한 내용이기에 누구나 호기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모델의 워킹이나 표현력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모델에 관심도 있고 자질도 있는 청소년들이 보게 된다면 이 책의 가치가 충분히 발휘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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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두루미를 칭찬하라 - 창조와 혁신의 갯벌, 순천만
김영한.김종원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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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의 다른 도시에는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어 경제 발전이 이루어졌지만 순천시는 항만을 건설할 수 없는 지리적 조건을 타고나 상대적으로 침체된 도시였다. 점차적으로 인구는 줄어들고 도시에 볼거리라고는 갯벌과 갈대밖에는 없는 것으로 보였다. 처음에는! 하지만 그것, 산업화를 이루지 못하게 방해했던 갯벗과 갈대에 집중해보니 순천시의 살 길이 열리는 것 같았다. 이 책은 순수 자연만으로 연간 1,000억의 경제효과를 일으킨 순천만의 성공신화를 엮은 책으로, ‘하늘을 나는 펭귄’으로 유명한 일본의 〈아사히야마 동물원〉에 비견되는, 아니 더 뛰어난 창의적인 발상이 담겨있다. 우리는 돈을 벌거나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개발을 해야 한다고 여겨져왔던 역사가 있다. 그렇기에 과거에 갯벌이란 곳은 무조건 쌀을 생산하기 위한 논으로 바꿀 반토막 토지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갯벌은 전세계적으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희귀한 자연의 보고이고, 이것을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환경을 보호하기에 앞장서는 나라는 보통 우리나라보다 10년 앞선다는 일본이나 노르웨이, 핀란드 같은 북부 유럽의 선진국이 주를 이루는데, 우리는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 때에 벌써부터 순수 자연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그 가치라는 것은 딱히 돈으로 환산하지 않더라도 생명을 보존한다는 어마어마하게 크고도 중요한 개념이 들어가 있는데, 아직 우리는 돈으로 환산하는 가치만 따지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어쨌든 개발도상국인 우리나라가 이만큼이나 자연을 소중히 여긴다는 점에서 내심 마음을 달래본다.

 

그래서 이 책은 철저하게 경제 원리에 입각해서 쓰여있다. 자연은 자연 그 자체로써 중요한 것이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먹고 사는 문제가 더 시급하기에 어쩔 수 없다. 인근에 여수나 광양에는 공업단지가 들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을 때, 순천에서는 점차적으로 인구가 줄어들고 있었으니 당장발 등의 불부터 꺼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순천의 노관규 시장은 멀리 내다봤다. 순천에서 살릴 수 있는 것, 내세울 수 있는 것을 찾아보니 거대해서 산업시설을 들어오지 못하게 만들었던 갯벌이 있었던 것!! 갯벌은 공장처럼 찍으면 바로 나오는 것이 아니기에 순차적으로 대화와 타협을 활용해서 생태 환경을 만들어나갔던 것이다. 순천에 갯벌이 있다는 발견은 지도를 보고 이루어질 수 있었다. 구글 어스를 통해 본 순천은 두 개의 반도가 오므라져서 항아리 모양으로 감싸여 있는데다가 항아리의 입구는 몇 개의 섬으로 가로막고 있어서 항만은 세울 수 없지만 퇴적물이 많이 쌓이고 태풍이 불어도 언제나 잔잔한 호수처럼 유지할 수 있어 수많은 생물이 살 수 있고, 이들 생물 때문에 철새들도 모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세계적으로 1만여 마리밖에 없는 희귀조 흑두루미가 우리나라 순천만에 살아갈 수 있었다. 1만여 마리 밖에 없는 흑두루미 중 9,000마리가 일본의 이즈미시에서 겨울을 나는데 그 곳은 시에서 자체적으로 곡식을 뿌려주며 흑두루미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런데 순천만에서는 곡식뿐만 아니라 갯벌에서 살아있는 물고기를 먹이로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서 그런지, 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에 의해 깨끗한 환경이 조성되어서 그런지 일본의 이즈미시에서 겨울을 나던 흑두루미가 하나둘씩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런 노력에는 생태 농법으로 농사를 짓는다거나 활강하는데 위험한 전봇대를 뽑는 것까지 어느 것 하나 희생을 치르지 않는 것이 없었지만 한 마음 한 뜻으로 순천시민들은 환경을 지켜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순천만의 노력을 외국에서 먼저 알아주었다. 먼저 국제환경단체에서 순천만을 세계 5대 연안 습지의 중요한 자원으로 인정했고, 2008년 람사르 총회를 한국에서 개회하면서 순천만이 탐방지로 선정되어 단숨에 세계적인 관광지로 떠올랐던 것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갯벌 연안에 있는 모든 식당을 옮기고 그 부지에 생태관과 관광객을 위한 주차장을 건축했다. 미래를 보고 한 발 앞서서 움직이는 노관규 시장의 혜안에서 비롯되었던 정책이었다. 2013년에는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하게 되었고, 유엔과 각종 국제환경단체의 요청도 끊이지 않으니 이것이 바로 승리가 아니고 무얼까! 단지 자연환경에 집중하여 그것에 의미를 부여했더니 세계의 주목을 받는 도시가 될 수 있었다. 이젠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이해해서 다른 방식으로 응용하고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무장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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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 소년의 3분은 천상의 시간이었다
토드 버포.린 빈센트 지음, 유정희 옮김 / 크리스천석세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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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아무리 똑똑하다고 해도, 아무리 마음이 낮다고 해도 자기가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을 당사자처럼 받아들일 수는 없다. 아무리 그 어떤 사람이 좋다고 말해도 쉽사리 믿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는 전도를 할 때 그런 일을 자주 경험한다. 복음이 마치 영업사원이 강매하는 물건처럼 취급을 당할 때를 종종 보지 않는가. 그런 현상에 대해서 우리 청년국 목사님은 말씀하셨다. 기뻐하라고. 오히려 복음이 무엇이냐고 진지하게 물어보는 사람을 만난다면 제대로 설명해줄 수나 있겠냐고 되물으시면서 전도하는 손길을 뿌리치며 가버리는 사람들에 대해 기뻐하라고 말이다. 게다가 그들이 그렇게 코웃음치며 가버리는 것은 성경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말씀 그대로이기에 예수님의 말씀이 맞다는 것을 증명해주지 않았냐고도 하셨다. 예수님의 말씀은 하나라도 땅에 떨어지지 않음을 그것으로 이해하며 받아들인다면 된다고 아주 쿨하게 말씀해주셨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 감정이나 ‘내’ 경험이 아니라 바로 ‘하나님’의 생각과 마음일 뿐이라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심오한 진리를 알게 되었다. 나는 내가 당하는 수치와 모멸을 견디지 못해서 괴로워하고 내가 받은 상처에만 집중해서 ‘하나님’을 잃어버릴 때가 종종 있기에 그 말씀은 내가 쿨하게 하나님께만 집중할 수 있는 하나의 팁이 되어주었다.

 

천국이란 소재도 마찬가지인 듯 싶다. 천국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으로서, 이 책이 사실 부담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모태신앙으로 태어나서 그런지 뜨겁고 절절한 열정은 거의 찾아볼 순 없지만 본능적으로 하나님을 거역하는 사상이나 종교 문화는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뉴에이지로 분류되는 문화 사조라든가 얼핏 보면 진리라고 생각되지만 실은 미혹케 하는 사상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이상하게 거부감이 든다. 얼마 전에 교회에서 이단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이단이라고 하면 항상 편안한 마음이 들기 보다는 무섭고 두렵고 뭔가 모르게 비정상적인 느낌이 드는데 이것은 그것이 모든 악한 영들 중에서도 가장 악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척 하면서 대놓고 그리스도를 배역하는 행위를 하는 그들은 돌이키지 않는다면 결단코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갈 수 없을 것이다. 바로 이 땅에 저를 위한 나라를 세워놨으니 그들 스스로 생각하기엔 하나님의 나라가 뭐 대수냐 싶기도 하겠지만 돌이키지 않는 자는 무조건 버려진다. 그 때 들었던 말씀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이단에 대해 가져야 할 사고방식이었다. 이단에 빠지는 사람들에게 그런 곳에 어떻게 빠지냐고, 자기는 처음 얼굴 볼 때부터 이단인 줄 알았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려주셨다. 우리가 믿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를 제 자신이 스스로 믿은 사람이 누가 있겠냐며, 하나님께로부터 오는 성령님을 인정한다면 우리를 현혹시키는 미혹의 영도 인정할 필요가 있단다. 그 말이 맞다. 우리는 자기가 잘나서 하나님을 알게 되고 믿게 되고 붙들고 있는 줄 알지만 그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님께서 우리를 붙들고 계신 것일 뿐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니 항상 깨어 기도하여 미혹의 영이 우리를 넘보지 못하도록 싸워야 할 일이다.

 

그래서 천국을 갔다 왔다고 하는 이 책을 어떻게 받아들여져야 할지 고민했다. 전에도 대대적인 화제가 된 천국에 관련된 책이 있긴 했지만 그것은 그저 처음부터 보고 싶지 않았으나 이 책은 네 살짜리 아이 콜튼의 이야기라서 그가 속일수는 없을 것이라 판단했고, 그 생각으로 무작정 읽었다. 그리고 내가 이제껏 알지 못했던 천국을 다시금 소망할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이 예수님의 무릎에 앉아있었다는 이야기, 하나님은 무지 크시지만 우리를 무척 사랑하신다는 이야기, 천국에는 온갖 색이 있고 무지개라는 이야기, 천국에는 늙은 사람도 없고 안경 쓰는 사람도 없다는 이야기 등 네 살짜리 아이의 눈으로 말하는 천국의 이야기는 참으로 놀랍고 신선했다. 특히 콜튼이 천국에 대해 말하면 토드 푸보 목사님께서 그런 아이의 이야기를 성경에 나온 천국에 대한 묘사를 찾아주셔서 아이의 순수한 눈으로 본 천국의 모습이 실제였다는 것을 증명해주어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아이가 아닌 이상 아이의 눈으로 본 모습이나 표현이 어떻게 이해되겠느냐마는 토드 목사님이 계셔서 다행이었다. 그러니까 이런 경이로운 일이 목사님의 어린 아들에게 일어나지 않았다면 결코 이런 좋은 책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깨달음, 그러니 이런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보면 현실에 얽매여 천국을 소망하지 못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어주고 천국에 대해 별다른 생각이 없었던 사람에겐 천국을 소망하게 한다. 이전에도 가고 싶었지만 이젠 정말로 가고 싶어졌다.

 

특별한 이야기 중에 하나는 천국에는 어린 아이들이 많다고 했다. 예수님께서도 천국은 어린 아이와 같지 않고서는 들어갈 수 없다고 하셨던 말씀이 기억난다. 항상 긍정하면서도 확실한 의미를 알지 못했던 부분이었는데, 이 책을 보니 조금은 의미가 이해된다. 어린 아이들은 가식적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말한다. 즉 다른 사람이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신경쓰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항상 다른 사람들을 신경썼던 내겐 천국이 어떤 사람들만 갈 수 있는 것인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천국을 소망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진짜 마음이 순수해지고 거대한 하나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자신의 잘못에 대해 회개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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