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두루미를 칭찬하라 - 창조와 혁신의 갯벌, 순천만
김영한.김종원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인근의 다른 도시에는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어 경제 발전이 이루어졌지만 순천시는 항만을 건설할 수 없는 지리적 조건을 타고나 상대적으로 침체된 도시였다. 점차적으로 인구는 줄어들고 도시에 볼거리라고는 갯벌과 갈대밖에는 없는 것으로 보였다. 처음에는! 하지만 그것, 산업화를 이루지 못하게 방해했던 갯벗과 갈대에 집중해보니 순천시의 살 길이 열리는 것 같았다. 이 책은 순수 자연만으로 연간 1,000억의 경제효과를 일으킨 순천만의 성공신화를 엮은 책으로, ‘하늘을 나는 펭귄’으로 유명한 일본의 〈아사히야마 동물원〉에 비견되는, 아니 더 뛰어난 창의적인 발상이 담겨있다. 우리는 돈을 벌거나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개발을 해야 한다고 여겨져왔던 역사가 있다. 그렇기에 과거에 갯벌이란 곳은 무조건 쌀을 생산하기 위한 논으로 바꿀 반토막 토지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갯벌은 전세계적으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희귀한 자연의 보고이고, 이것을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환경을 보호하기에 앞장서는 나라는 보통 우리나라보다 10년 앞선다는 일본이나 노르웨이, 핀란드 같은 북부 유럽의 선진국이 주를 이루는데, 우리는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 때에 벌써부터 순수 자연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그 가치라는 것은 딱히 돈으로 환산하지 않더라도 생명을 보존한다는 어마어마하게 크고도 중요한 개념이 들어가 있는데, 아직 우리는 돈으로 환산하는 가치만 따지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어쨌든 개발도상국인 우리나라가 이만큼이나 자연을 소중히 여긴다는 점에서 내심 마음을 달래본다.

 

그래서 이 책은 철저하게 경제 원리에 입각해서 쓰여있다. 자연은 자연 그 자체로써 중요한 것이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먹고 사는 문제가 더 시급하기에 어쩔 수 없다. 인근에 여수나 광양에는 공업단지가 들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을 때, 순천에서는 점차적으로 인구가 줄어들고 있었으니 당장발 등의 불부터 꺼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순천의 노관규 시장은 멀리 내다봤다. 순천에서 살릴 수 있는 것, 내세울 수 있는 것을 찾아보니 거대해서 산업시설을 들어오지 못하게 만들었던 갯벌이 있었던 것!! 갯벌은 공장처럼 찍으면 바로 나오는 것이 아니기에 순차적으로 대화와 타협을 활용해서 생태 환경을 만들어나갔던 것이다. 순천에 갯벌이 있다는 발견은 지도를 보고 이루어질 수 있었다. 구글 어스를 통해 본 순천은 두 개의 반도가 오므라져서 항아리 모양으로 감싸여 있는데다가 항아리의 입구는 몇 개의 섬으로 가로막고 있어서 항만은 세울 수 없지만 퇴적물이 많이 쌓이고 태풍이 불어도 언제나 잔잔한 호수처럼 유지할 수 있어 수많은 생물이 살 수 있고, 이들 생물 때문에 철새들도 모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세계적으로 1만여 마리밖에 없는 희귀조 흑두루미가 우리나라 순천만에 살아갈 수 있었다. 1만여 마리 밖에 없는 흑두루미 중 9,000마리가 일본의 이즈미시에서 겨울을 나는데 그 곳은 시에서 자체적으로 곡식을 뿌려주며 흑두루미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런데 순천만에서는 곡식뿐만 아니라 갯벌에서 살아있는 물고기를 먹이로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서 그런지, 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에 의해 깨끗한 환경이 조성되어서 그런지 일본의 이즈미시에서 겨울을 나던 흑두루미가 하나둘씩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런 노력에는 생태 농법으로 농사를 짓는다거나 활강하는데 위험한 전봇대를 뽑는 것까지 어느 것 하나 희생을 치르지 않는 것이 없었지만 한 마음 한 뜻으로 순천시민들은 환경을 지켜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순천만의 노력을 외국에서 먼저 알아주었다. 먼저 국제환경단체에서 순천만을 세계 5대 연안 습지의 중요한 자원으로 인정했고, 2008년 람사르 총회를 한국에서 개회하면서 순천만이 탐방지로 선정되어 단숨에 세계적인 관광지로 떠올랐던 것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갯벌 연안에 있는 모든 식당을 옮기고 그 부지에 생태관과 관광객을 위한 주차장을 건축했다. 미래를 보고 한 발 앞서서 움직이는 노관규 시장의 혜안에서 비롯되었던 정책이었다. 2013년에는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하게 되었고, 유엔과 각종 국제환경단체의 요청도 끊이지 않으니 이것이 바로 승리가 아니고 무얼까! 단지 자연환경에 집중하여 그것에 의미를 부여했더니 세계의 주목을 받는 도시가 될 수 있었다. 이젠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이해해서 다른 방식으로 응용하고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무장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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