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디의 진리 실험 이야기 청소년 철학창고 19
라가반 이예르 엮음, 허우성 풀어씀 / 풀빛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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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내가 읽었던 책의 종류가 철학이나 인문, 역사에 관련된 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읽은 책은 상당히 어려웠다. 그래서 내가 책을 받은 날짜로부터 딱 2주가 되는 오늘까지 서평을 쓰기로 마음먹고 차분히, 또는 머리를 쥐어뜯어가면서 읽어내려가기로 했는데 조금 착오가 있었다. 사실 내가 읽었던 종류는 개론서에 가까운 것이었지, 이렇게 한 인물의 철학을 심도있게 논한 것이 아니었기에 나를 과대평가했던 것이다. 작년에 시작해놓고서도 아직까지 다 못 읽어낸 철학서도 내 방 침대에 고스란히 놓여있는 것을 보고서라도 알 수 있듯이 나는 철학서를 조금씩 쪼개서 읽고 그 내용을 생각해가며 다시 펼쳐드는 것을 감안하지 못하고 너무 빡빡하게 일정을 잡았던 것이 문제였다. 어쨌든 머리를 쥐어뜯어가면서 다 읽었던 것에 만족을 느끼며 내가 생각한 간디의 철학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걸은 간디를 위대한 인물로 생각하고 존경하는 것은 내가 어릴 적에 그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었던 초등학생 때부터 해왔던 일이다. 거의 200년동안이나 영국에게 지배를 받았던 그 시기에 여러 폭력적인 독립운동을 펼쳐지는 한 가운데서 어떤 흔들림없이 꿋꿋하게 자신만의 길을 간다는 것은 확고한 신념이 바탕되지 않고서는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의 사상을 다 이해하고 체득한 것은 아니지만 어렴풋이나마 알게 된 지금에서는 조금은 그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겼다.

 

# 정치, 진리, 종교 그리고 현대 문명 비판

- 정치를 통한 자아실현

그는 자신을 성자도 아니고 정치가도 아니라고 말하면서, 자신이 인도의 독립을 위해서 정치적인 투쟁을 벌이는 것은 종교적인 정신에서 비롯된 투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치적인 권력은 없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은 많다고 주장했다. 진리와 비폭력을 생각하는 것, 신을 생각하는 것, 현미의 이점을 논의하는 것, 주변을 청소하는 것, 병에 걸리지 않게 청결이나 위생에 신경 쓰는 것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할 수 있는 이런 일들이 정치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기에 우리가 신이 주신 선물인 육신으로 남을 봉사하는 데 사용하도록 권면했다. 즉 간디는 자신의 삶의 의미가 정치에 있다고 한 것이었다. '정치'라 함은 왠지 전문적이고 미래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자들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여기서 일상적인 일 하나도 '정치'라는 새롭지만 또다른 의미를 알게 되었다.

 

- 진리에 대하여

그는 처음에 "신이 진리"라고 말했다가 마침내 "진리가 신"이라는 최종적인 입장에 도달했다. 이런 변화는 두 가지 때문이었는데 하나는 '신'의 이름으로 잔혹한 행위를 하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유신론자와 무신론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절대 진리가 있다는 확고한 믿음 때문이었다. 그런데 기독교도인 나도 '진리'라는 말을 '신'이라는 말과 연결지어 생각하긴 하지만 간디가 말을 바꾼 첫번 째 이유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도 '신'의 이름으로 잔혹한 행위를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알고, 그것이 잘못된 일이라는 것은 알지만 '신'이라는 말이 오용된다고 해서 그 말 자체를 바꾸는 게 과연 옳은 걸까. 그가 말했던 '진리'라는 말도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는 것 같던데... 어쨌든 이 부분은 무신론자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바꾸는 것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 종교에 대하여

간디는 힌두교도였지만 현실의 힌두교에는 결점이 있다고 생각했고, 모든 종교정신을 아우르는 종교를 더 높이 평가했다. 그래서 부처와 예수에게서도 깊은 존경심을 품었고, 배울 점은 배우고자 했다. 부처가 고대 인도인들의 희생물을 바치는 그릇된 행동의 모순을 깨우쳐주었다면서 살생 금지 정신을 높이 평가했고, 예수의 산상설교만 본다면 주저없이 '기독교도'라고 대답할 정도로 팔복과 남을 비판하지 말라 등의 여러 계율들을 사랑했다. 여기까지는 나도 긍정하는 것이고 이렇게 다른 종교의 좋은 가르침을 배우고 본받는 것은 너무나 아름다운 이야기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간디는 여러 종교 - 힌두교, 이슬람교, 시크교, 기독교 - 는 같은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 말에 나는 동의할 수 없다. 아마도 기독교인을 싫어하거나 조금 비판적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은 기독교가 자기만 제일이라는 편협한 사고를 지녔다고들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보다 면밀하게 분석해보면 각 종교마다 주장하는 교리가 다 다르다. 사랑을 중요시한다거나 그 외 일부 개념들이 비슷한 종교도 있겠지만 어찌 그 많은 종교가 같다고 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간디가 살았던 인도 안에서도 돼지를 먹지 않는 이슬람교도들과 소를 신성시하는 힌두교도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아마 그랬기에 모든 종교가 하나라고 이야기했을 수도 있지만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 현대 문명 비판과 촌락 자치

간디는 현대 문명이 낳은 산업주의의 여러 부정적인 모습을 지적하며 그것을 매우 심하게 비판했다. 현대 문명 속에 수많은 도덕적 악이 뒤엉켜 있다고 보았고 그것은 악마적 성격을 지닌 퇴보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간디는 서양 문명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인도의 고대 문명이 가르쳤던 진리와 비폭력, 그리고 고행의 길로 되돌아가자고 주장했다. 간디는 이런 사상을 바탕으로 인도의 자치를 실현하기 위한 기초인 스와라즈, 즉 촌락 자치라는 이상을 내세웠다. 그가 이런 주장을 했던 것은 영국의 식민지 상황이라는 정치상황과 맞물려있어서 그랬겠지만 과거로 되돌아가자는 주장은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이상적인 개념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이미 발전된 과학 문명을 되돌릴 수도 없지만 어떤 이가 그것에 동조하겠느냔 말이다.

 

# 비폭력과 실천 운동

- 비폭력

간디는 이제까지의 통념이었던 '인류의 역사는 폭력과 전쟁의 역사이다'는 말에 반대를 하면서 폭력과 전쟁만 기록될 뿐, 기록되지 않은 비폭력과 사랑의 역사가 더 많다고 주장했다. 그 증거로 전쟁과 폭력이 이렇게나 많이 자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아직까지 존속되고 있다는 것을 들었다.

 

- 진리파지 운동

진리파지 운동이란 모든 부정의를 거부하는 마음의 태도이자 부당한 모든 제도, 법률, 사회에 대한 저항 운동이다. 간디의 진리파지는 비협조 운동, 시민 불복종 운동, 단식, 스와데시, 국내에서 생산된 옷감만을 사용하는 것, 물레의 부흥운동, 외제 천의 소각, 파업, 부당한 납세의 거부 등 여러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간디는 나쁜 법안을 법률로 제정하려는 정부나 국회에 대해 시민 불복종 운동을 벌이는 것이 시민의 당연한 의무라고 보았다. 이 점에서는 미국의 소로의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점은 간디가 영국에서 유학을 했을 때 읽었던 여러 책 중에서 얻은 것이겠지만 정말 바람직한 원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동방의 시성이라고 불렸던 타고르는 진리파지 운동의 일환으로 계획되었던 등교거부운동에 간디와 반대입장을 취했다. 외세의 문화보다는 고대 인도문명이 더 중요하고 옳다고 믿었던 간디에게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국제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었던 타고르는 동서양의 최고의 것을 결합하는 것을 고심했기에 등교거부에 우려를 표명했던 것이다. 간디는 학문적인 교육이 인간의 도덕적 심성을 가꾸는데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보았기에 평소 존경하던 타고르가 '이기주의자'라는 말을 할 정도로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여기서 나는 어느 쪽이 옳다 그르다 딱 부러지게 말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학문교육이 도덕적인 심성을 가꾸는데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한 간디의 의견에 동의하기에 그것을 반대하기도, 동서양의 좋은 점을 취할 수 있다고 믿기에 타고르의 의견에 받대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간디가 이런 구체적이고 이상적인 사상을 정립할 수 있었던 것은 유신론적인 가정분위기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영국 유학시절, 보고 많이 배웠던 학문의 덕분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어 등교거부운동은 옳지 않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운다.

 

- 의무와 무소유

간디는 권리를 주장하기 전에 의무를 먼저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의무보다 권리를 먼저 주장하기 때문에 현재 우리의 모습이 당혹스러운 양상을 띠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이런 원칙은 왕과 농민, 부모와 자식 등 모든 사회적 관계에 고루 적용되어야 한다고 했다. 즉 왕이 왕의 의무를 제대로 수행했을 경우에만 세금을 거둘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은 내일을 위해 무언가를 소유하지 않는다면서 무언가를 가짐으로써 다른 사람이 그것을 훔치고 싶은 유혹이 들지 않게 하라고 주장했다. 이 이야기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에게 완벽하게 적용할 수는 없을지라도 어느 부분 공감되는 부분은 있다. 우리는 우리에게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물건도 소유할 욕심을 내는데 그것을 줄임으로써 점점 행복해질 가능성을 늘려갈 수 있다는 것이다. 로또 복권에 당첨되면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이 이민을 가거나 이사하는 것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많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 그만큼 걱정거리도 많아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기에 분수에 넘치는 욕심은 부리지 않는 것이 좋다.

 

- 스와데시 운동과 사르보다야 운동

스와데시는 흔히 '자족', '자족', '국산품 애용'이라는 말로 번역되어 왔지만, 간디는 그것을 "우리에게 가장 인접한 주변의 것들을 사용하고 봉사는 데 우리 자신을 한정시키는 정신"이라는 훨씬 넓은 의미로 사용했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그것을 실천하려고 노력했다. 인도가 힌두교를 버리지 않는 것도 스와데시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힌두교의 결점을 보완하면 더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인도가 스와데시를 버렸기에 끔찍한 상황이 벌어졌다고 이야기하면서 영어도 쓰지 말고 토착어를 많이 보급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다른 건 몰라도 영어는 국제적인 시대에서 꼭 갗추어야 할 필수종목인데 쓰지말자는 것은 너무 국수적인 느낌이 든다. 토착어를 계속 발전시키는 것이야 당연히 중요한 일이지만 영어를 쓰지 말자는 것은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모습일 뿐이다. 세상을 볼 줄 알아야 그 시대에 맞는 사회로 이끌 수 있는데 강대국의 언어를 모른다면 당연히 시대에 끌려다닐 수 밖에 없지 않은가.

 

# 사회 변혁을 위한 다양한 진리 실험

- 교육론

간디에게 교육, 인격, 종교는 분리된 독립적인 용어가 아니라 서로를 포함하면서 교환할 수도 있는 용어였다. 인격 양성을 돕지 않는 교육은 참된 교육이 아니고, 인격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종교 역시 참된 종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간디는 진정한 교육이란 인생 전체를 염두에 둔 인격의 승화를 위한 과정이지, 단순한 암기, 책을 통한 학습, 지식의 습득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런 간디의 의견에는 대찬성이다. 인격을 무시한 교육과정이 지금 우리 나라에도 너무 많이 자행되고 있다. 이미 공교육은 무너졌고 대다수의 부모님들이 인격의 완성보다는 좋은 내신,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을 바라고 원하고 있다. 인격보다 지식이 더 많은 아이들이 커서 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져야할 때가 오면 어떤 문제가 생길지에 대한 것은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 과학론

현대 문명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간디이기에 과학도 비판할 거라는 생각을 하지만 간디는 과학에게 제자리를 찾아주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 제자리라는 것은 생명을 중시하는 과학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간디는 자신도 의학도가 될 뻔했다고 이야기하면서 의학이 인간의 생명을 무한히 연장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심도있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부분은 나도 동의한다. 과거에 사소한 병때문에 죽었던 사람들이 이젠 많은 의학기술로 평균 수명이 연장되었지만 그것이 과연 옳기만 한지 진짜 궁금하다. 이제 노인인구가 급속도로 향상되는데 좋기만 한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자연의 법칙대로 산다면 인류가 지구에 존재해야 할 개체 수는 1억정도 밖에 안된다. 그러나 과학 기술, 의학 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6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수가 살고 있는 것이다.

 

- 예술론

간디는 진정한 예술의 가치는 내면의 혼을 표현하는 데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것을 감상하는 사람들에게 충동과 불안감을 주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와 더불어 유미주의로 대표되는 오스카 와일드는 부도덕을 미화하여 악에서 미를 추구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므로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장 우선적인 것은 "진리"이고 그것을 따른다면 "아름다움"이 따라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상은 우리 나라의 진, 선, 미, 성의 본래적 가치와 비슷하게 느껴져서 반가웠다.

 

- 진정한 민족주의

이 사상은 정말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사상이라고 생각한다. 간디는 영국이 인도를 지배하고 있기에 영국을 미워할 수는 있지만 영국인을 미워해서는 안된다고 역설했다. 우리나라는 일본에게서 독립한 지 62년이나 지났지만 일본에게 아직도 풀리지 않은 앙금이 남아있다. 우리의 경우에는 일본측에서 잘못을 시인하지 않고 역사를 왜곡하는 등 용서받지 못할 여러 행동을 계속 저질러온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긴 하지만 일본은 미워해도 일본인에게는 증오심을 가져선 안될 것이다.

 

- 하늘보기

간디는 우리가 세상 속에 살아가다가도 가끔씩은 파란 하늘을 올려다 보면서 홀로 기도와 명상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즉 낮에는 뜨거운 해, 밤에는 총총히 떠 있는 달과 별을 보며, 우리 자신의 일상적 삶의 무가치성을 자각하고, 종교적 경건함을 기르자고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아실현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이것은 신을 믿든 신을 믿지 않든 누구에게나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 그렇게도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강요했던 일기쓰기도 자기 반성이 중요하기에 시킨 것인데 어른인 된 지금에서 그것을 안한다면 아주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자기 반성, 명상, 기도, 큐티...그것을 뭐라고 부르든 누구나 그것을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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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 포 유 - 여자의 가치를 높여주는
이제뉴 지음 / 라테르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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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공주의 이야기를 들어놓고 거기서 간단하게나마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일을 몇 자 던져놓았다. 라푼젤공주, 오데트공주 기타 등등... 이런 공주들에게서 배워야 할 점도 있고 절대 따라하지 말아야 할 점이 있어, 몇 가지 생각해보게 했다. 하지만 대부분 평범한 거라 그다지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다만, 익숙한 것에서 새로움을 알게 된 정도랄까.

 

오데트공주는 제일 따라하지 말아야 할 유형이다. 자신의 마법을 풀어줄 마법사가 죽자, 연못으로 몸을 던져 자신의 목숨을 버린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믿지 않고 그저 모든 것을 포기해버린 것이다. 무릇 살아있는 생명체는 하찮은 벌레라도 목숨줄을 끊는 행위는 함부로 하지 말아야할 것인데...쯧쯧...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공주는 낮에는 백조로, 밤에는 인간으로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이 왕자에게 자신없었는지도 몰랐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모습만 보고픈 게 인지상정아닌가. 그런데 처음에는 마법을 풀 수 있을거라는 생각으로 왕자를 사랑했지만 그 '희망'이 사라지자 바로 사랑까지 자신없어져버린 것이다. 언젠가는 왕자의 사랑이 변할 거라 믿으면서...그 생각을 하면 그녀가 안쓰럽고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해된다고 해서 다 옳다고 할 수는 없는 일! 그녀의 자존감이 낮아지면서 그녀의 사랑도 금방 부서지고 말았던 것을 보면서 사랑을 이루려면 우선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조차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다른 사람이 사랑해주긴 힘들 것이기에...

 

두번째로 따라하지 말아야 할 유형은 인어공주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의 매력을 발산해야 하는데 인어공주는 자신의 가장 큰 무기인 아름다운 목소리를 버리고 두 다리를 얻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먼저 목소리로 왕자의 마음을 붙잡아 두고 나서 다리를 얻던가,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하던가, 언니들에게 도움을 청했어야 했다. 전형적인 인어공주 유형으로 짝사랑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상대는 자신의 매력을 모르고(자신이 있는지 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다^^;) 자신의 매력만 주인공에게 발산하니 이런 경우야말로 사랑이 이루어질 가능성 제로이다. 그녀가 사랑하는 상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숭고한 사랑의 주인공인지는 몰라도 어쨌든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먼저 그녀가 왕자에게 생명의 은인이라는 것을 밝히고 좋아한다고 고백한 후, 사랑을 쟁취했어야 했다. 말하지 않으면 마음을 알아차리긴 힘들다. 종족의 차이라는 벽이 두 사람을 가로막았을지라도 왕자도 그녀를 사랑했다면 조금이라도 승산은 있었을 것이다.

 

세번째 금할 유형은 엄지공주이다. 그녀는 외모만큼이나 내성적인 성격이라서 손해보는 경우이다. 밖에서 헤매고 있을 때 도와주었던 들쥐아줌마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두더지에게 시집을 가야 했을 때는 정말 짜증났었다. 물론 결혼안한다고 하면 들쥐아줌마가 추운 겨울에도 매멸차게 쫓아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결혼은 자신이 하는 것이니까 남에게 떠밀려서 해선 안된다고 본다. 두더지에게도 그건 못할 짓이다. 그가 땅 속에서 평생 살아서 음침한 것 같아 보여도 얼마나 성실한가 말이냐. 그런 그에게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유분수지, 제비를 타고 도망간 신부만 바라봐야하는 신세로 만들다니. 성격이 우유부단하면 옆에 있는 사람들이 고생한다. 드라마의 여주인공만 봐도 그렇다. 두 남자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서 모두에게 끌려다니는 여주인공은 정말 보기가 싫을 정도이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무 자르듯이 잘라지는 것은 아닐지라도 자기는 마음이 없는데 계속 마음을 보여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 감정이 발전하기 전에 정리하게끔 깔끔하게 거절하는 것이 도리다.

 

읽으면서 싫다고 머리에 강하게 박혀있는 공주들만 모았다. 모든 공주에게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 눈에는 거의 단점만 보여서 선정하는 데 힘들었다. ^^; 공주라는 신분이 나에게는 긍정적인 이미지가 아니었는데 실제로 긍정적인 공주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일단 내가 공감하기가 상당히 힘든 신분이라는 것도 그렇고, 대부분 아름답거나 현명한 것도 그렇고, 한 나라의 공주이면서도 그 나라의 정치, 경제 상황에는 관심이 없는 것도 그렇다... 사실 왕자보다야 권리도 없고 권력도 없는 자리이니 뭘 더 바랄까 싶지만 남성이 잘 하지 못하는 일을 여성이 잘 할 수 있기에 그런 것에 신경을 써야 했다고 본다. 어쨌든 공주이든 공주가 아니든간에 모든 여성들이 여성으로서 잘할 수 있는 무언가를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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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여 행복하라 -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행복한 인생의 비밀
앤드류 매튜스 지음, 강현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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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여 행복하라>란 책은 <지금 행복하라>의 청소년판인데 이 책을 읽고 나니까 그 전의 책도 봤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쉬웠다. 그만큼 이 책도 아이들이 읽어도, 부모나 선생이 읽어도 좋을 그런 책이었다. 이런 류의 자기계발서가 그렇듯이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필요가 없이, 그때 그때 마음이 내키는 대로 골라서 보면 좋을 듯 싶다. 요즘에는 소설형 자기계발서가 많이 나와서 쉽게 읽히는데 이 책은 여러 명언을 한데 모은 것이라 쉽게 읽히지는 않아도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더 확실하게 눈에 들어오는 장점이 있다. 나에게도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어 그것을 말하고 싶다.

총 12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일곱번째 장에서 내가 경험해서 확실히 알고 있는 부분이 나와 있었다. <7장 바람직한 생활 습관은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에서 내 마음속의 괴물을 인식하라라는 꼭지에서 생활방식을 바꿀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소개되어 있어 예를 들어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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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어떤 일을 하기 전에 먼저 상상을 하게 되면 뇌세포는 마치 실제로 그 일을 하는 것처럼 착각하게 되는 전기화학적인 변화를 경험한다고 한다. 그래서 골퍼를 비롯한 유명 운동선수나 배우, 가수들은 이 방법을 많이 쓰는데, '멘탈 리허설'이라고 부른다. (p.121)

여러분한테 많은 친구들 앞에만 서면 얼어버리는 '무대 공포증'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 몸을 덜덜 떨고 식은땀만 줄줄 흘릴 뿐, 단 한 마디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마는 것이다. (...) 자신감이 넘치는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보는 것이다. 환한 미소를 머금고 친구들 앞에 당당하게 서서 발표하는 자신의 모습을 자주 그려보라.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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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신기한 일은 이런 일이 실제로 나한테 일어났다는 것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상당히 소심해서 발표라도 할라치면 머릿속이 새하얘지고 식은땀이 나는 것을 물론 팔, 다리에 힘이 죽 빠져 항상 발표를 엉망으로 하곤 했었다. 그때 내 눈앞에 어른거렸던 것은 앞에 나와서 좌중을 웃기고 노래도 멋들어지게 부르고 사회도 매끄럽게 진행하는 소위 교실 안의 '스타'였다. 제일 부러웠던 때가 초등학교 6학년때였는데 아마 한창 사춘기가 시작되어 남자 아이들에게 잘 보이고 싶었던 욕구가 컸었던 탓이었던 듯 싶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장장 9년을 앞에서 멋들어지게 발표하는 것을 꿈꾸었다. 조용하고 항상 교실에서 있는듯 없는듯 했던 나는, 이런 공상으로 시간을 보냈던 걸로 기억한다.

이랬던 내가 대학교에 들어가서 발표수업을 하게 되었다. 발표를 하는데 떨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기다리는 시간에는 떨어도 앞에만 서면 거짓말처럼 떨지 않고 술술 발표를 했던 것이다. 그 때 나는 카리스마가 있다는 말도 들었다. 말 잘한다는 말도, 강사가 되면 잘 하겠다는 말도. 그런데 정작 나는 발표가 잘 되는 것에 별다른 의심을 품어본 적이 없었다. 대학생이 되면서 전체적인 성격이 많이 외향적으로 변했던 터라 그냥 넘어갔던 것이다. 그러고 나서 대학 졸업 후에야 내가 급격한 성격의 변화를 일으켰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몇 번이나 '성격이 왜 180도 바뀐거지? 옛날같으면 상상도 못했을 일인데...'하며 의아해했지만 그 이유를 밝히지는 못했다. 그냥 막연히 자신감이 많이 생겼나보지... 하고 넘어갔다.

이제는 안다...내가 변한 이유를....말을 거침없이 조리있게 발표할 수 있는 능력을 어디에서 얻었는지....그것은 바로 "상상"이었던 것이다. 9년동안 스스로 바보처럼 버벅거렸던 나 자신을 책망하고 미워하면서 강렬히 발표 잘 하기를 열망했던 그 상상력!! 그것이 나를 이렇게 바뀌게 해주었던 것이다. (물론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고 연습을 안해가면 버벅거리는 것은 같지만^^;) 그래서 나는 이 책을 통해 한 가지를 깨달았다!! 그것은 강하게 열망하고 소원하면,

                                                        . . . . 꿈. 은. 이. 루. 어. 진. 다. 는. 것. 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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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는 불행하다
카리 호타카이넨 지음, 김인순 옮김 / 책이좋은사람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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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는 불행하다.......

그 남자는 집요하다.......

그 남자는 한심하다.......

그 남자는 안타깝다.......

 

이것은 주인공에 대한 내 사심이다. 사실 읽으면서 이렇게 동화가 되지않는 인물은 처음이었다. 가출한 아내와 딸을 데려오기 위해 생각한 방안이 '단독주택을 사는 것'이라니... 그러면서 놀라울 정도의 인내력과 체력과 천재적인 발상으로 그것을 이루어내는 것조차 말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소설에는 그냥 지나치기엔 중요한 여러 가지 사회현상들을 꼬집고 있다. 그 중의 하나는 단독주택을 사는 사람과 연립주택에서 월세로 사는 사람들 사이에는 분명한 벽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교양있는 척 부드럽게 굴더니만 자신의 권리가 침해당하는 것 같자, 바로 날을 세워서 경계하는 단독주택 주민의 모습은 사실 그 두 부류가 평등하지 않다는 것을 넌지시 알려준다. 사실 단독주택을 사는 데 필요한 돈을 은행에 빌리면 거의 40년동안이나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니...이 격차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핀란드의 복지 정책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는 잘 파악해내지 못했지만 이 소설이 그것을 비꼰다니 그 나라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단 것은 어쩜 당연한 일일 수 밖에.

 

1가구 1주택을 목표로 정부에서 부동산의 투기를 막는다고 여러 정책을 시행했던 것으로 안다. 그 중 하나가 종부세...공시지가 6억이상 주택을 보유할 때는 그 넘치는 부분의 비율만큼 세금을 내는데 참 난감하다. 무엇을 팔아서 얻은 이익에서 내는 세금도 아니고 가지고 있다고 계속 내야 한다니...부모님은 많이 연로하셔서 노후자금을 펀드나 주식에 투자하지 못하고 부동산으로 가지고 계셨다. 아버지께서 퇴직하시고 받게 되는 연금은 50만원선에 그치기 때문에 별다른 대안이 없었다. 월세를 받기위해 가게를 몇 개 하려고 했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았고 목돈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서 집을 한 채 더 가지고 있었는데 종부세라는 종기덕분에 며칠째 시름시름 앓아누우셨다. 생활비하기에도 빠듯한데 생돈을 날리게 되었으니...그렇다고 갑자기 팔자니 양도소득세가 증감분의 50%나 된다니...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핀란드의 상황이 얼마나 모순되었는지 소설을 다 읽고 난 지금도 다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우리 나라의 상황은 참 모순적이란 것이 충분히 공감된다.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려고 하는 건지....아닌 건지....서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윗분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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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 역사를 뒤바꾼 치명적 말실수
이경채 지음 / 현문미디어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나는 어렸을 때 남 앞에서 말 한 마디 못하는 순둥이였는데 지금은 어쩌다가 이런 직설적인 사람으로 변해 버렸는지...쯧쯧...말로 실수한 게 도대체 몇 번이야?

 

그래서 이 책을 알게 되었을 때 눈이 번쩍 뜨였었다. 고려, 조선시대 같은 그 옛날에도 말실수를 해서 큰 코 다친 사람이 있지 않을까? 그들이 신이 아닌 이상 한 두번정도는 실수를 했을거야!! 특히, 정치판이란 게 말을 용의주도하게 써야하는 곳이기에 더욱 실수가 잦지 않을까? 하며, 같은 동지(?)를 찾는 마음으로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했다. 물론, 정치인 중에는 말 한마디로 강동 6주를 도로 찾아온 서희같은 사람도 있긴 하겠지만 그들은 나같은 범인이 아닐테니 열외하기로 내 마음대로 정해버리고 말이다.

 

이 책은 일곱가지 일화를 담고 있다. 여말 선초의 풍운아 정도전의 말실수, 민무구의 옥사, 남이의 출세와 허무한 죽음, 신숙주의 골칫덩어리 아들 신정, 잘못된 선택으로 멸문지화를 당한 신수근, 사소한 오해가 낳은 동서 붕당, 사도세자를 죽인 나경언의 망언 등...여기에 나온 화를 당한 사람들은 대부분이 자신의 권력만 믿고 자기보다 지위가 낮은 사람에게는 말할 것도 없고 자기보다 지위가 놓은 사람들에게조차 오만방자한 말과 행동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럴 때보면 사람은 정말 어리석은 것 같다. 개구리, 오챙이적 생각 못한다더니 부귀영화를 누릴 때에 혀를 잘못 놀려 일을 그르치니 말이다.

 

나는 이 이야기 중에 사소한 오해가 낳은 동서 붕당이 인상깊었다. 김효원을 중심으로 하는 동인과 심의겸을 중심으로 하는 서인이 나뉜 이유가 정말 사소한 오해였기 때문이다. 심의겸은 명종의 정비인 인순왕후의 동생이라 외척으로 어느 정도 부귀 영화를 누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청렴결백으로 이름난 김효원의 이부자리를 당대 최고의 권력을 누리던 명종의 외삼촌인 윤원형의 집에서 본 것이 화근이었다. 그 날 하루 김효원의 장인때문에 윤원형에 인사드리러 갔다가 오랜 친구 이조민을 만나 과거가 얼마 남지 않아서 밤을 새워 공부한 것 뿐이었다. 명종의 외척세력인 윤원형에게 뇌물을 바친 것도, 빌붙으러 간 것도 아닌, 그저 우연히 하루 거기서 공부한 일을 가지고 심의겸이 오해를 했던 것이었다.

 

김효원은 과거를 준비하는 선비일 뿐이지만 워낙 학문이 높아 여러 대신들에게 이름이 알려져 있었다. 더구나 그는 남명 조식의 수제자이기도 하여서 그의 이름을 대다수 알고 있었고 과거시험에도 장원으로 급제했다. 그런데 여러 대신들이 입을 모아 그를 칭찬하자 윤원형의 집에 있었던 김효원의 이부자리가 생각난 심의겸이 쓴웃음을 지으며 한 말이 문제의 발단이 되었다. "선비란 모름지기 학문과 인품을 모두 갖춰야 하는 법입니다. 그런데 김효원은 윤 정승 집에 기거하면서 훈도 노릇을 한답니다." 순간, 아차했지만 이미 엎질러 진 물이었다.

 

이 한마디에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김효원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지만 그가 한직에서 성실하고 공명정대하게 일처리를 하자, 마침내 이조전랑이라는 요직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이름없는 선비일 뿐이어서 억울하게 당하기만 했던 김효원도 이제는 심의겸에 대한 불편한 심리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심의겸은 성질이 거칠고 생각이 미련하니 요직에는 등용할 수 없는 인물이다." 이 말을 전해 들은 심의겸도 불같이 화를 냈지만 직접적인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김효원이 이조전랑 자리를 다 마친 후, 그 후임자를 심의겸의 동생 심충겸을 추천하자 김효원이 반대를 한 것이 계기가 되어 집이 동쪽(건천동)에 있는 김효원을 중심으로 한 동인과 집에 서쪽(정릉동)에 있는 심의겸을 중심으로 한 서인으로 나뉘게 된 것이었다.

 

이 때부터 학문은 뛰어나나 상대적으로 벼슬이 낮은 동인 세력과 나이는 있지만 높은 벼슬을 가진 서인 세력의 갈등은 나날이 심화되었다. 서로 비방하고 헐뜯는 당쟁이 심해지자 두 당의 영수를 외직으로 내보내기도 했지만 오히려 각기 자기 세력이 결집하게 만들어 당쟁은 격화되고 있었다. 한편, 당쟁의 원인을 제공했던 심의겸과 김효원은 과거에 자신이 내뱉었던 말들을 후회하고 책임을 통감했다. 그래서 당쟁은 계속되고 있지만 서로끼리는 화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그 두 사람이 죽은 뒤에도 당쟁은 계속되어 동인은 남인, 북인으로 갈라지고 서인은 노론, 소론 / 시파, 벽파 등으로 갈라지게 되었다.

 

무심코 내뱉은 말 중에 이런 끔찍한 결과를 일으킨 경우가 또 있을까. 한 사람의 말실수가 많은 사람들에게 피비린내나는 사건으로까지 이어지니 말이다. 이렇게 큰 사건을 겪어본 적은 없는 나이지만 참으로 많은 걸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을 첫인상으로 판단해서도, 그에 대해 함부로 혀를 놀려서도 안된다는 것을...나도 학원 강사로 있으면서 다른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원장님과 할 때가 있다. 이것은 험담은 아니지만 어떻게 보면 험담으로 보일 수가 있는 말이다. 내가 근무한 지 꽤 되다보니 원장님께서 새로 온 선생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는지, 앞으로 열심히 할 것 같은지 물어보시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내 사심이 개입될까봐 항상 어렵다. 그래서 그 선생님에 대한 장점과 단점을 다 알려드리려 노력은 하지만 그것이 과연 객관적일 수 있는 것인지...하지만 열정을 가지고 일을 하는 선생님과 같이 일해야 학원에 발전이 있기 때문에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해서 이야기를 할 때는 굉장히 냉정하게 이야기한다. 그래서 항상 생각하는 것이지만 말은 정말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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