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디의 진리 실험 이야기 청소년 철학창고 19
라가반 이예르 엮음, 허우성 풀어씀 / 풀빛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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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내가 읽었던 책의 종류가 철학이나 인문, 역사에 관련된 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읽은 책은 상당히 어려웠다. 그래서 내가 책을 받은 날짜로부터 딱 2주가 되는 오늘까지 서평을 쓰기로 마음먹고 차분히, 또는 머리를 쥐어뜯어가면서 읽어내려가기로 했는데 조금 착오가 있었다. 사실 내가 읽었던 종류는 개론서에 가까운 것이었지, 이렇게 한 인물의 철학을 심도있게 논한 것이 아니었기에 나를 과대평가했던 것이다. 작년에 시작해놓고서도 아직까지 다 못 읽어낸 철학서도 내 방 침대에 고스란히 놓여있는 것을 보고서라도 알 수 있듯이 나는 철학서를 조금씩 쪼개서 읽고 그 내용을 생각해가며 다시 펼쳐드는 것을 감안하지 못하고 너무 빡빡하게 일정을 잡았던 것이 문제였다. 어쨌든 머리를 쥐어뜯어가면서 다 읽었던 것에 만족을 느끼며 내가 생각한 간디의 철학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걸은 간디를 위대한 인물로 생각하고 존경하는 것은 내가 어릴 적에 그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었던 초등학생 때부터 해왔던 일이다. 거의 200년동안이나 영국에게 지배를 받았던 그 시기에 여러 폭력적인 독립운동을 펼쳐지는 한 가운데서 어떤 흔들림없이 꿋꿋하게 자신만의 길을 간다는 것은 확고한 신념이 바탕되지 않고서는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의 사상을 다 이해하고 체득한 것은 아니지만 어렴풋이나마 알게 된 지금에서는 조금은 그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겼다.

 

# 정치, 진리, 종교 그리고 현대 문명 비판

- 정치를 통한 자아실현

그는 자신을 성자도 아니고 정치가도 아니라고 말하면서, 자신이 인도의 독립을 위해서 정치적인 투쟁을 벌이는 것은 종교적인 정신에서 비롯된 투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치적인 권력은 없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은 많다고 주장했다. 진리와 비폭력을 생각하는 것, 신을 생각하는 것, 현미의 이점을 논의하는 것, 주변을 청소하는 것, 병에 걸리지 않게 청결이나 위생에 신경 쓰는 것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할 수 있는 이런 일들이 정치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기에 우리가 신이 주신 선물인 육신으로 남을 봉사하는 데 사용하도록 권면했다. 즉 간디는 자신의 삶의 의미가 정치에 있다고 한 것이었다. '정치'라 함은 왠지 전문적이고 미래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자들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여기서 일상적인 일 하나도 '정치'라는 새롭지만 또다른 의미를 알게 되었다.

 

- 진리에 대하여

그는 처음에 "신이 진리"라고 말했다가 마침내 "진리가 신"이라는 최종적인 입장에 도달했다. 이런 변화는 두 가지 때문이었는데 하나는 '신'의 이름으로 잔혹한 행위를 하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유신론자와 무신론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절대 진리가 있다는 확고한 믿음 때문이었다. 그런데 기독교도인 나도 '진리'라는 말을 '신'이라는 말과 연결지어 생각하긴 하지만 간디가 말을 바꾼 첫번 째 이유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도 '신'의 이름으로 잔혹한 행위를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알고, 그것이 잘못된 일이라는 것은 알지만 '신'이라는 말이 오용된다고 해서 그 말 자체를 바꾸는 게 과연 옳은 걸까. 그가 말했던 '진리'라는 말도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는 것 같던데... 어쨌든 이 부분은 무신론자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바꾸는 것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 종교에 대하여

간디는 힌두교도였지만 현실의 힌두교에는 결점이 있다고 생각했고, 모든 종교정신을 아우르는 종교를 더 높이 평가했다. 그래서 부처와 예수에게서도 깊은 존경심을 품었고, 배울 점은 배우고자 했다. 부처가 고대 인도인들의 희생물을 바치는 그릇된 행동의 모순을 깨우쳐주었다면서 살생 금지 정신을 높이 평가했고, 예수의 산상설교만 본다면 주저없이 '기독교도'라고 대답할 정도로 팔복과 남을 비판하지 말라 등의 여러 계율들을 사랑했다. 여기까지는 나도 긍정하는 것이고 이렇게 다른 종교의 좋은 가르침을 배우고 본받는 것은 너무나 아름다운 이야기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간디는 여러 종교 - 힌두교, 이슬람교, 시크교, 기독교 - 는 같은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 말에 나는 동의할 수 없다. 아마도 기독교인을 싫어하거나 조금 비판적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은 기독교가 자기만 제일이라는 편협한 사고를 지녔다고들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보다 면밀하게 분석해보면 각 종교마다 주장하는 교리가 다 다르다. 사랑을 중요시한다거나 그 외 일부 개념들이 비슷한 종교도 있겠지만 어찌 그 많은 종교가 같다고 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간디가 살았던 인도 안에서도 돼지를 먹지 않는 이슬람교도들과 소를 신성시하는 힌두교도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아마 그랬기에 모든 종교가 하나라고 이야기했을 수도 있지만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 현대 문명 비판과 촌락 자치

간디는 현대 문명이 낳은 산업주의의 여러 부정적인 모습을 지적하며 그것을 매우 심하게 비판했다. 현대 문명 속에 수많은 도덕적 악이 뒤엉켜 있다고 보았고 그것은 악마적 성격을 지닌 퇴보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간디는 서양 문명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인도의 고대 문명이 가르쳤던 진리와 비폭력, 그리고 고행의 길로 되돌아가자고 주장했다. 간디는 이런 사상을 바탕으로 인도의 자치를 실현하기 위한 기초인 스와라즈, 즉 촌락 자치라는 이상을 내세웠다. 그가 이런 주장을 했던 것은 영국의 식민지 상황이라는 정치상황과 맞물려있어서 그랬겠지만 과거로 되돌아가자는 주장은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이상적인 개념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이미 발전된 과학 문명을 되돌릴 수도 없지만 어떤 이가 그것에 동조하겠느냔 말이다.

 

# 비폭력과 실천 운동

- 비폭력

간디는 이제까지의 통념이었던 '인류의 역사는 폭력과 전쟁의 역사이다'는 말에 반대를 하면서 폭력과 전쟁만 기록될 뿐, 기록되지 않은 비폭력과 사랑의 역사가 더 많다고 주장했다. 그 증거로 전쟁과 폭력이 이렇게나 많이 자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아직까지 존속되고 있다는 것을 들었다.

 

- 진리파지 운동

진리파지 운동이란 모든 부정의를 거부하는 마음의 태도이자 부당한 모든 제도, 법률, 사회에 대한 저항 운동이다. 간디의 진리파지는 비협조 운동, 시민 불복종 운동, 단식, 스와데시, 국내에서 생산된 옷감만을 사용하는 것, 물레의 부흥운동, 외제 천의 소각, 파업, 부당한 납세의 거부 등 여러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간디는 나쁜 법안을 법률로 제정하려는 정부나 국회에 대해 시민 불복종 운동을 벌이는 것이 시민의 당연한 의무라고 보았다. 이 점에서는 미국의 소로의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점은 간디가 영국에서 유학을 했을 때 읽었던 여러 책 중에서 얻은 것이겠지만 정말 바람직한 원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동방의 시성이라고 불렸던 타고르는 진리파지 운동의 일환으로 계획되었던 등교거부운동에 간디와 반대입장을 취했다. 외세의 문화보다는 고대 인도문명이 더 중요하고 옳다고 믿었던 간디에게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국제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었던 타고르는 동서양의 최고의 것을 결합하는 것을 고심했기에 등교거부에 우려를 표명했던 것이다. 간디는 학문적인 교육이 인간의 도덕적 심성을 가꾸는데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보았기에 평소 존경하던 타고르가 '이기주의자'라는 말을 할 정도로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여기서 나는 어느 쪽이 옳다 그르다 딱 부러지게 말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학문교육이 도덕적인 심성을 가꾸는데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한 간디의 의견에 동의하기에 그것을 반대하기도, 동서양의 좋은 점을 취할 수 있다고 믿기에 타고르의 의견에 받대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간디가 이런 구체적이고 이상적인 사상을 정립할 수 있었던 것은 유신론적인 가정분위기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영국 유학시절, 보고 많이 배웠던 학문의 덕분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어 등교거부운동은 옳지 않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운다.

 

- 의무와 무소유

간디는 권리를 주장하기 전에 의무를 먼저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의무보다 권리를 먼저 주장하기 때문에 현재 우리의 모습이 당혹스러운 양상을 띠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이런 원칙은 왕과 농민, 부모와 자식 등 모든 사회적 관계에 고루 적용되어야 한다고 했다. 즉 왕이 왕의 의무를 제대로 수행했을 경우에만 세금을 거둘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은 내일을 위해 무언가를 소유하지 않는다면서 무언가를 가짐으로써 다른 사람이 그것을 훔치고 싶은 유혹이 들지 않게 하라고 주장했다. 이 이야기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에게 완벽하게 적용할 수는 없을지라도 어느 부분 공감되는 부분은 있다. 우리는 우리에게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물건도 소유할 욕심을 내는데 그것을 줄임으로써 점점 행복해질 가능성을 늘려갈 수 있다는 것이다. 로또 복권에 당첨되면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이 이민을 가거나 이사하는 것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많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 그만큼 걱정거리도 많아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기에 분수에 넘치는 욕심은 부리지 않는 것이 좋다.

 

- 스와데시 운동과 사르보다야 운동

스와데시는 흔히 '자족', '자족', '국산품 애용'이라는 말로 번역되어 왔지만, 간디는 그것을 "우리에게 가장 인접한 주변의 것들을 사용하고 봉사는 데 우리 자신을 한정시키는 정신"이라는 훨씬 넓은 의미로 사용했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그것을 실천하려고 노력했다. 인도가 힌두교를 버리지 않는 것도 스와데시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힌두교의 결점을 보완하면 더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인도가 스와데시를 버렸기에 끔찍한 상황이 벌어졌다고 이야기하면서 영어도 쓰지 말고 토착어를 많이 보급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다른 건 몰라도 영어는 국제적인 시대에서 꼭 갗추어야 할 필수종목인데 쓰지말자는 것은 너무 국수적인 느낌이 든다. 토착어를 계속 발전시키는 것이야 당연히 중요한 일이지만 영어를 쓰지 말자는 것은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모습일 뿐이다. 세상을 볼 줄 알아야 그 시대에 맞는 사회로 이끌 수 있는데 강대국의 언어를 모른다면 당연히 시대에 끌려다닐 수 밖에 없지 않은가.

 

# 사회 변혁을 위한 다양한 진리 실험

- 교육론

간디에게 교육, 인격, 종교는 분리된 독립적인 용어가 아니라 서로를 포함하면서 교환할 수도 있는 용어였다. 인격 양성을 돕지 않는 교육은 참된 교육이 아니고, 인격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종교 역시 참된 종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간디는 진정한 교육이란 인생 전체를 염두에 둔 인격의 승화를 위한 과정이지, 단순한 암기, 책을 통한 학습, 지식의 습득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런 간디의 의견에는 대찬성이다. 인격을 무시한 교육과정이 지금 우리 나라에도 너무 많이 자행되고 있다. 이미 공교육은 무너졌고 대다수의 부모님들이 인격의 완성보다는 좋은 내신,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을 바라고 원하고 있다. 인격보다 지식이 더 많은 아이들이 커서 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져야할 때가 오면 어떤 문제가 생길지에 대한 것은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 과학론

현대 문명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간디이기에 과학도 비판할 거라는 생각을 하지만 간디는 과학에게 제자리를 찾아주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 제자리라는 것은 생명을 중시하는 과학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간디는 자신도 의학도가 될 뻔했다고 이야기하면서 의학이 인간의 생명을 무한히 연장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심도있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부분은 나도 동의한다. 과거에 사소한 병때문에 죽었던 사람들이 이젠 많은 의학기술로 평균 수명이 연장되었지만 그것이 과연 옳기만 한지 진짜 궁금하다. 이제 노인인구가 급속도로 향상되는데 좋기만 한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자연의 법칙대로 산다면 인류가 지구에 존재해야 할 개체 수는 1억정도 밖에 안된다. 그러나 과학 기술, 의학 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6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수가 살고 있는 것이다.

 

- 예술론

간디는 진정한 예술의 가치는 내면의 혼을 표현하는 데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것을 감상하는 사람들에게 충동과 불안감을 주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와 더불어 유미주의로 대표되는 오스카 와일드는 부도덕을 미화하여 악에서 미를 추구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므로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장 우선적인 것은 "진리"이고 그것을 따른다면 "아름다움"이 따라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상은 우리 나라의 진, 선, 미, 성의 본래적 가치와 비슷하게 느껴져서 반가웠다.

 

- 진정한 민족주의

이 사상은 정말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사상이라고 생각한다. 간디는 영국이 인도를 지배하고 있기에 영국을 미워할 수는 있지만 영국인을 미워해서는 안된다고 역설했다. 우리나라는 일본에게서 독립한 지 62년이나 지났지만 일본에게 아직도 풀리지 않은 앙금이 남아있다. 우리의 경우에는 일본측에서 잘못을 시인하지 않고 역사를 왜곡하는 등 용서받지 못할 여러 행동을 계속 저질러온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긴 하지만 일본은 미워해도 일본인에게는 증오심을 가져선 안될 것이다.

 

- 하늘보기

간디는 우리가 세상 속에 살아가다가도 가끔씩은 파란 하늘을 올려다 보면서 홀로 기도와 명상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즉 낮에는 뜨거운 해, 밤에는 총총히 떠 있는 달과 별을 보며, 우리 자신의 일상적 삶의 무가치성을 자각하고, 종교적 경건함을 기르자고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아실현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이것은 신을 믿든 신을 믿지 않든 누구에게나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 그렇게도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강요했던 일기쓰기도 자기 반성이 중요하기에 시킨 것인데 어른인 된 지금에서 그것을 안한다면 아주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자기 반성, 명상, 기도, 큐티...그것을 뭐라고 부르든 누구나 그것을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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